연인 그리고 시링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새글

검푸른안개
그림/삽화
자욱한 안개
작품등록일 :
2024.08.13 16:31
최근연재일 :
2024.09.18 01: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56
추천수 :
3
글자수 :
266,034

작성
24.09.07 01:00
조회
17
추천
0
글자
11쪽

제28화 단순 무식한 행동

DUMMY

다시 깨보니 방에 누워 있었다. 다래아줌마는 괜찮느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어요?”

“할아버지도 괜찮단다, 지금 주무시고 있어.”

대두는 벌떡 일어나서 할아버지 방으로 갔다. 누워서 자고 있었다. 손을 잡으니 아주 차다.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할아버지 왜 이래요?”

“힘을 많이 써서 그래. 곧 낫는다 걱정마.”

다래아줌마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다래아줌마는 한약을 다려 할아버지에게 먹였다.


이 사건후 아버지는 술을 자주 드셨다. 아주 억울해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나에게 소리치는 일도 잦아졌다. 어느 날 완전히 취한 아버지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난 체면 구겼어. 너 때문에 말이야.”

다래아줌마는 아버지를 방에서 데리고 나갔다. 언젠가부터 누워있던 할아버지는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다래아줌마는 할아버지에게 한약을 계속 먹였다. 그후 한달쯤 지난 어느날 할아버지는 대두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사람이란 큰일을 해보고 죽으면 후회가 없단다. 겨울 저수지에서 손주까지 구하는 큰 일도 해보았어. 너도 큰일 하고 살아라. 할아버지에게 미안해 할 필요없단다.”

“아들아, 못난 아비 때문에 고생 많았다. 너도 큰일 하며 살아라. ”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차디찬 물속에서 장시간 튜브를 밀고 헤엄쳐 기력을 소진한 노인은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왜 연약한 노인이 손주 구하러 들어가? 아버지는 뭐하고?”

그 충격후 대두는 등신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동네사람들은 수근거렸다.

“물에서 살아난 후부터 반푼이에서 벗어났어. 할아버지 목숨과 바보를 바꾼게야.”

할아버지가 묻힌 추배봉에서 대두는 밤새 울었다. 대두는 다짐했다.

“큰일 하며 살자. 할아버지 말씀대로”


학교에서 만난 은희가 말했다.

“저수지 사건으로 이웅 엄마가 이웅 오빠를 심하게 매질했대, 혹시 아는거 있어?”

“아니, 난 모르는데.”

좋아하는 이웅이 자기 때문에 엄마에게 매를 맞았다는 소문에 은희는 걱정하고 있었다. 자기를 구하려다 죽을 뻔한 대두에게 고맙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대두는 섭섭하지 않았다. 다만 은희가 이웅만을 찾고 걱정하는 걸 보고 작은 가슴은 허전했다. 야릇하고 등신같은 감정이 샘처럼 솟아올랐다. 대두는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어 당혹스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하고 등신같은 감정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슬픔과 방황이 잦아들던 어느 날, 그는 할아버지 말을 되새기자 잠시 엉뚱한 생각이 스쳐갔다.

“고무얼음 놀이에서 은희 손을 잡았고, 은희와 같은 얼음에 탔고, 그녀를 살리기 위하여 위험을 무릎쓰고 다른 얼음으로 몸을 날렸잖아. 아주 큰일을 한 거야.”


이야기를 끝낸 대두는 카미르를 보았다. 그녀의 큰 눈동자에는 눈물이 송글송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헤엄쳐 오는 할아버지 눈동자에서 영혼을 보셨나요?”

“예, 저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오는 무조건적 희생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헌신적인 영혼이죠, 은희씨의 눈빛에서 무엇을 보았나요.”

“강력한 생존의지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집념의 영혼이죠, 선생님을 살리고자 하는 광미의 열정에서는 무엇을 보셨나요?”

“엄마같이 헌신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아, 정말 아름다운 영혼이네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 주인공을 카미르는 다정하게 쳐다보았다. 대두는 본인도 놀랍다는 표정으로 카미르에게 화답했다.

“오늘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은 의식밑으로 가라앉아 있던 것들입니다. 이 사건이 일어날 때 바보여서 느끼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던 것들이죠. 오늘 카미르양의 영혼이 소환하여 그 기억을 세상에 드러낸 것입니다.”

“정말요? 이거 놀랍군요.”


경찬하는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친 대두는 또 다른 것을 찾아냈다.

“방금 떠오른 것인데, 또 다른 영혼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영혼이라는 말에 카미르는 눈이 동그래졌다.

“물에 빠져 가라앉고 있을 때, 아주 맑은 눈이 저를 포근하게 바라보았어요. 잘생기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아낙네 눈이었죠. 정말 투명했지만 따뜻했어요. 그 투명한 눈이 저를 물위로 밀어 올렸어요. 방금 불현듯 생각난 것입니다.”

“그 영혼은 착한 선생님으로 하여금 HCP를 만들게 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도록 살려준 것 아닐까요?”


대두는 여전히 그 눈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미르는 질문을 계속한다.

“그때 어떻게 얼음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했죠?”

“은희가 위험할 것이라 생각한 거죠.”

“그게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냥 단순무식한 행동이죠.”

“그후에는 어떻게 되셨나요?”

“첫사랑만 아련히 남았죠.”

“오늘 영혼 이야기중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티벳의 대지를 헤치고 다닌 저의 도전적인 영혼과는 달리, 첫사랑을 살리려고 사력을 다한 헌신적인 영혼 스토리였습니다. 선생님 조만간 다시 매칭을 신청하겠습니다. 꼭 응해주세요.”

“언제든 열어두겠습니다.”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글귀가 보였다.

“무의식 상태에서 보인 그 영혼이 이제 나타난 것은 그 영혼이 대두씨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그 영혼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파미호를 거니는 대두에게 그 아낙네의 수수한 눈이 다시 떠오른다. 동사사건과 무당과 싸움때문에 기억해 낸 것일지도 모른다. 폰이 진동한다. 그레이스였다

“늦어서 미안해. 어디예요?”

“파미호 산책중인데요.”

“전번처럼 동사앞 도로에 차를 세워둘게요.”

대두가 차를 타자 그녀는 말한다

“일전에 간 조상묘에 가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나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추배봉 입구에 차를 세운 그녀는 앞장서서 추배봉으로 오른다. 등산을 준비한 듯, 40대 초반의 그녀는 쫄티를 입고 있었다. 터질듯한 탱탱한 엉덩이는 실룩실룩거리면서 야릇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녀의 이국적인 암내는 매우 자극적이다. 뒤쪽에서 작열하는 강렬한 눈길을 의식한 탓일까?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한다.

“복잡한 일 생각에 빠져 혼자 갔네요. 같이 가요.”

곁에서 가는 그녀의 손은 살짝 살짝 대두의 다리와 몸을 터치한다. 감미로운 스킨쉽과 이국적인 냄새, 섹시한 그녀의 숨소리. 대두의 그것은 팬티에서 사정없이 삐져 나올려고 했다. 그놈은 살과 툭툭 마찰되면서 걷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추배봉에 도착하자 그녀는 아래쪽 돌에 걸터 앉았다. 아래쪽 그레이스를 내려보자 작은 젖이 눈에 쏙 들어왔다. 그는 참았던 침을 꿀꺽 삼킨다. 행여 그레이스가 들었을까 대두는 초조했다. 그녀는 무심히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세행재 이사가 되기 위하여 HCP에 모든 것을 베팅했어요. 여러 곳에서 테이크를 받았죠. 고문님도 대표이사까지 했으니 잘 아시겠지만 세상이란 기브앤테이크죠.”

그녀는 파미호를 응시하며 계속했다.

“여러 곳에서 받은 테이크에 대하여 제가 기브를 해야 합니다. 그들은 업그레이드된 선동파장을 요구합니다. 고문님이 선동파장를 입수했다는 사실. 그 선동파장은 업그레이드되어야 쓸모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재단의 첩보력이 이정도란 말인가? 일단 시침떼고 보자.

“아직 장박사님 선동파장은 못 찾았어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죠.”

“그렇게 답하실 거라고 예상했어요. 보상 조건을 정해놓아야 서로 자기 카드를 내놓고 협조하여 공동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게 제 신조예요.”

그녀는 한참 뜸을 들인 후 단호하게 말했다.

“선동파장을 업그레이드하여 D국 선거를 이기도록 도와주세요. 저도 고문님의 요구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이 또한 기브앤테이크죠.”

정치적인 일로 그녀를 도우는 것은 위험하다. 무슨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거지?

그녀는 그윽한 눈빛으로 대두를 쳐다본다. 입술을 깨물었다가 나직히 말했다.

“아시다시피 개인적으로 가진 돈은 거의 없어요. 재단에서 저의 권한으로 지급할 수 있는 보수 그리고 제 몸뚱아리가 전부이죠.”

몸뚱아리가 전부라는 말에 대두는 야릇한 흥분이 생긴다. 입술을 꽉 깨문 그녀는 말했다.

“보수란 고문료 두배로 올려주는 것과 황고문이 요청하는 그놈의 정체, 제가 가진 인프라를 총동원하여 도와주겠다는 겁니다.”


아주 위험한 D국 선거 개입이다. 뜨밤정도를 기대했는데 인프라의 제공뿐이라니. 대두는 그레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눈빛 속에 욕망이 이글이글 타고 있있다. 이 여자는 목적을 위하여 몸뚱아리도 쓸 수 있다는 의향을 분명하게 표시하는구나.

“제가 무너지면 대두씨도 고문료 중지됩니다. HCP특허료도 보장 못받습니다. HCP지분도 종이조각이 될 수 있죠. 정신영능자의 공격이 시작될지 모릅니다. 그를 이기지 못하면 동학 꼴 납니다. 아들은 어떻게 될까요? 현 상황에서 누가 황고문을 적극 도울까요? 저는 기브앤테이크가 분명하죠.”

아들이 무너진다? 안되지. 그레이스와 같은 배를 타야한다,

“정신능력자는 누구인지 아시나요?”

“누군지 몰라요. 선동파장과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해요. 업그레이드하여 D국선거에서 이긴다면 황고문 앞에 나타나겠죠. 저와 같은 배를 타야 아들도 살고 복수도 가능합니다.”

복수라는 말에 대두는 주먹을 불끈 쥔다.

“그들의 공격을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죠?”

“싸움이 벌어지면 국방성 정신관련 전문인력으로 하여금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또 다른 기관의 인력들도 지원해드릴 수 있죠. 선동파장을 업그레이드해야 장박사 빚상환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닌가요?”

“이 여자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다. 숨은 그놈에 대해 어느정도 짐작하는 것도 분명하다. HCP를 단시간에 정상화시킨 것을 볼 때 여러 기관에 걸친 인프라는 대단하다. 이 패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수는커녕 소두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좋습니다. 미래의 이사님.”

흡족한 미소를 띠는 그레이스. 조상묘를 가리키며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황고문님, 정말 현명한 선택입니다. 업그레이된 선동파장으로 D국 선거를 이겨주세죠. 오늘 약속의 증인은 저분들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인 그리고 시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프롤로그 수정 24.08.19 16 0 -
공지 오늘 추천글과 지적하신 독자분께 24.08.18 35 0 -
공지 등장인물요약 24.08.17 23 0 -
공지 작가의 변 24.08.13 95 0 -
39 제39화 술집 은희 NEW 5시간 전 4 0 10쪽
38 제38화 미래기관차 24.09.17 7 0 12쪽
37 제37화 똘똘말은 훈장 24.09.16 8 0 10쪽
36 제36화 가을남자 24.09.15 10 0 10쪽
35 제35화 자랑질 24.09.14 11 0 11쪽
34 제34화 붉은 사과 24.09.13 16 0 13쪽
33 제33화 신용은 안돼요 24.09.12 14 0 15쪽
32 제32화 강남스타일 24.09.11 14 0 19쪽
31 제31화 대가관계 24.09.10 21 0 12쪽
30 제30화 HARD 24.09.09 16 0 13쪽
29 제29화 너무세잖아 24.09.08 19 0 13쪽
» 제28화 단순 무식한 행동 24.09.07 18 0 11쪽
27 제27화 고무얼음 24.09.06 17 0 20쪽
26 제26화 BTS의 나라 24.09.05 17 0 10쪽
25 제25화 케르의 혼 24.09.04 15 0 23쪽
24 제24화 마음의 공격 24.09.03 13 0 17쪽
23 제23화 티벳의 가르침 24.09.02 14 0 14쪽
22 제22화 할배무기 24.09.01 14 0 12쪽
21 제21화 너도 물어 24.08.31 14 0 9쪽
20 제20화 20년만 젊었어도 24.08.30 21 0 15쪽
19 제19화 파미호 24.08.29 14 0 11쪽
18 제18화 저 사람요 24.08.28 14 0 10쪽
17 제17화 꿈이냐 생시냐 24.08.27 18 0 13쪽
16 제16화 에라모르겠다 24.08.26 13 1 16쪽
15 제15화 다정한 콧소리 24.08.25 19 0 15쪽
14 제14장 X맨 24.08.24 19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