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세계 농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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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비
작품등록일 :
2024.08.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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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세계! 세계마트에 어서오세요!(1)

DUMMY

박수연 과장.

청순한 미녀였다. 순해 보이고 선해 보이며 참해 보였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는 호감이 역력했다.


'조금. 아니, 많이.'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박수연 과장의 시선이 심히 부담스러운 은성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녀로부터 물러섰다.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네."


소파에 앉아 박수연 과장을 흘끔 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똘망똘망.


과하다 싶은 시선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유은성 헌터님. 저는, 아니,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는 헌터님의 잠재성을 매우 높이 사고 있어요. 비록 시작은 작디 작은 아기새의 날개짓에 불과하겠지만. 그 끝은 날개짓 한 번에 태풍을 불러 일으키실 정도로 위대한 헌터님이 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는 헌터님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물심양면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 부서의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설혹 부족하면 제 사비를 털어서라도, 헌터님을 도울 예정입니다."

"······."

"우리가 헌터님을 위해 준비한 지원책입니다. 확인해 보세요."


박수연 과장이 서류를 건네었다.


"네."


서류를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1. 농림축산식품부(갑)는 유은성(을)에게 오염되지 않은 농작지 1만 평을 무상으로 대여한다.

2. 농사에 관련된 시설·기계·설비·부품·씨앗·퇴비 ···(중략)··· 등등 무상으로 지원한다.

3. 을의 요청 시, 갑은 우수 연구원·기술자·숙련자를 파견해 을의 일에 성심껏 협조한다.

4. 갑은···.


몇 번을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은성의 눈동자가 세차게 지진했다.


'제대로네.'


이지혜 팀장은 은성의 잠재력에 회의적이었지만. 폐기품 혹은 불량품으로 여겼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팀장과 정반대였다. 은성의 잠재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문득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


- 은성아. 명심해라. 사람의 혀는 간사하단다. 네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행동과 계약서 뿐이다.

- 오면 가는 게 있다. 받으면 결국 돌려주게 되어 있다. 행동에 따라 업이 쌓이는 법이다. 달다고 넙죽 받아 먹지 말고 깊게 생각하고 가려서 받아라. 받을 것과 받지 않을 것을 분류해. 취해도 괜찮은 것만 골라서 취해라.


세차게 지진하던 눈동자가 서서히 잔잔해졌다.

동요가 진정되었다. 깊은 상념에 잠겼다.


'과분한 조건이다.'


무려 1만평 무료 대여.

100평이 100개 있어야 1만 평이 된다. 그것도 오염되지 않은 귀중한 토지였다. 심지어 투자금에 고급 인력까지 무상지원을 약속받았다.


'내게 무조건 이득인 조건이다.'


그도 그럴 게.

농림축산식품부는 무상지원은 해줄지언정 은성에게 바라는 게 딱히 없었다.

그저 은성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돕기 의한 선한 의도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진정으로 바라는 게 하나도 없을까?

아닐 것이다.

바라는 게 있기에 선의를 배푸는 것이리라. 확신할 수 있다.

설혹 만에 하나 바라는 게 정말로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 받으면 마음의 빚이 생기고, 나중에 갚아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이자를 붙여서 갚을 수밖에 없다.

옛 격언에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받을까? 축소해 받을까? 받지 말까?

고심했고, 고심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박 과장님."

"네. 말씀하세요."


시선을 마주했다.


"우선 제 능력을 높이 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과분한 제안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정부에서 대출해준 1억 원. 농림축산식품부의 과감한 지원. 염치없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미소를 지었다.


"저희야 말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환한 미소로 되돌아왔다.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조건인가요?"

"제 농장에는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약속할게요."

"그리고···."


말꼬리를 흐렸다. 고개를 갸웃하는 맑은 눈망울을 슬쩍 피했다.


"토지··."


토지?


"토지·· 1만평만 더 제공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


"여유가 되신다면 2만평이면 더욱 좋고, 3만평이면 더더욱 좋습니다."


?!


"최대한 많은 토지를 부탁드릴게요."


박수연 과장의 포커페이스가 산산조각 깨졌다.


당황. 또 당황. 매우 당황.


이는


A플랜에도

B플랜에도

C플랜에도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다.


"최, 최대한···.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제, 제 사비를 털어서라도··."

"저는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


헌터 협회를 나섰다.


- 우선 토지 문제는 상부에 보고 후에 다시 연락 드릴게요.

-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제가 헌터님 댁으로 방문할게요.


박수연 과장과의 대회를 짧게 회상했다.


'내가 정부의 지원책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 골드.'


지구에서의 경작은 농장 세계에 비하면 비효율적.

그렇다고 무쓸모까지는 아니다. 농장 세계에서든 지구에서든 작물을 재배하면 똑같이 골드를 획득할 수 있었다. 작물 판매 시에는 추가적인 골드 수급도 가능하다.


'비록 지구 작물은 가치가 떨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둘. 명분.'


정부의 호의를 거절할 명분이 딱히 없었다.

자고로 거절도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법.


정부와의 관계성도 생각해야 했다.

호의를 받아야 아군으로 인식하게 되는 법이었다.

받지 않으면 자칫 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었다.


'선의에는 2배의 선의로.'


악의에는 10배의 악의로.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줄 것이다.


유은성 사전에 공짜 점심은 없었다.


---


[농장! 농장 세계에 어서오세요!]


푸릇푸릇.


싱그러운 상추밭이 은성을 반겼다.


솔솔.


잔잔한 바람이 볼을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


"오늘도 열심히!"


수확의 시간이다.


다만 수확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 있었다.

스킬. 노동요를 시험해볼 심산이다.


"너는 별빛보다-"


재빠르게 상추를 뜯어냈다.


"환하진 않지만-"


뜯겨나간 상추가 인벤토리에 직행.


"그보다 더 따사로워-"


상추 하나를 뜯는데.

고작 0.5초 채 걸리지 않았다.


"탁자위에 놓인-"


[노동요를 시전했습니다.]


"너의 사진을 보며-"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 +1 상승합니다.]


"슬픈 목소리로-"


[노동요를 지속하는 한 버프 효과가 계속됩니다.]


"불러 보지만-"


[노동요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아무 말도 없는- 그댄 나만을 바라보며-"


0.47초 정도 걸리던 수확 속도가 0.44초대로 줄었다.


"변함없는 미소를 주네-"


아버지 18번 곡이다.

어려서 하도 많이 들었더니 영혼에 각인이 되었다.


시대의 흐름을 타지 않는 명곡이었고.

종종 퇴근길에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다.


[노동요 숙련도가 특정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노동요(Lv.1)가 노동요(Lv.2)으로 성장합니다.]


"오오?!"


[노동요(Lv.2) : 노동요 사용 시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 +2 상승.]


"오오!!"


나이스!

스텟 +2 상승!!


Lv.1 때는 +1.

Lv.2 때는 +2.


다음 곡을 불렀다.


"이제 다시 울지 않겠어- 더는 슬퍼하지 않아- 행복은 늘 멀리 있을 때 커 보이는 걸-"


[노동요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힘이 들 때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노동요(Lv.3)으로 성장합니다.]

[노동요(Lv.3) :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 +3 상승.]


비단 스킬 숙련도만 오른 게 아니다.


[레벨업했습니다!]

[1G를 획득하셨어요!]


경험치와 골드를 동시에 획득.


[경험치가 특정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레벨업하셨습니다!]


레벨업!


일석이조.


아니.


일석사조.


골드 벌고, 레벨 오르고, 스킬 오르고.

심지어 작물까지도 수확.


'진심 개꿀잼이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양감에 엉덩이가 들썩였다.


성장의 재미였다.

마치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 같다.


"끝!"


작업을 마쳤다.


'상태창 오픈.'


[유은성]

[직업 : 농부]

[Lv.6]

[근력 : 15] [체력 : 15]

[민첩 : 15] [건강 : 15]

[회복 : 15]

[미분배 포인트 : 5]

[소지금 : 180,550G]


Lv.6 달성.

미분배 포인트 5 획득.


Lv.1당 미분배 포인트 1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다만 미분배 포인트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미분배 포인트는 최대한 나중에 사용하는 게 효과적.

초반에 사용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스킬창 오픈.'


[노동요(Lv.6) : 노동요 사용 시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 +6 상승.]


노동요.

볼품없는 스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노동요 덕에 작업 효율이 크게 증가했다.'


총 작업 시간.

1시간 53분 35초.


작물 수확부터 씨앗 심기까지 고작 2시간 채 걸리지 않았다.


'미쳤군.'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작업속도였다.


점심 먹어야겠다.

파송송 계란탁 푸라면을 끓여 먹었다.


'존맛.'


식사 후 침낭에 누워 상념에 잠겼다.


'골드 사용을 최소화 해야겠다.'


단기적인 목표는 황금지렁이 구입이다.


'마트를 최대한 빠르게 오픈해야겠다.'


원할한 골드 수급을 위해서는 마트 설립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황금지렁이. 지구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게임에선 농장 세계 내에서만 활용했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참 좋다. 단잠에 들었다.


---


오랜만에 꿈을 꿨다.


빈곤으로 물든 세계.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


다급한 발걸음.


아니.


발걸음들.


괴이한 꿈이었다.


----


부모님과 함께 상가를 보러 다녔다.

중개인의 안내를 받아 첫 매물을 볼 수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데요?"


번화가에 위치해 상권도 좋고 건물도 깨끗하다.

은성은 긍정적이었다.


"좋아 보이는데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아니에요."


다만 어머니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요. 인근에 경쟁 마트들도 많고요. 건물은 깨끗하지만 평수가 어중간해요."


어머니가 중개인을 보았다.


"다른 매물로 부탁할게요."

"허허, 알겠습니다."


두 번째 매물을 보았다.


"너무 넓어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요."


세 번째 매물을 보았다.


"지하는 안 돼요."


네 번째 매물을 보았다.


"2층도 안 돼요."


다섯 번째 매물을 보았다.


"너무 외지에 있네요. 치안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여섯 번째 매물을 보았다.


"여긴 건물이 너무 노후화 되었어요. 효율이 최악이에요."


은성과 아버지는 그저 조용히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엔 전부 괜찮아 보이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어머니는 매우 깐깐했다.


무려 20개 매물을 보았는데.


"안 돼요!"


20개 매물 전부 불가 판정을 받았다.

중개인이 혀를 내두르며 떠났다.


"사실 괜찮아 보이는 매물이 몇 있긴 했어요."


다만 최대한 좋은 매물을 얻고자 깐깐하게 굴었던 것일 뿐이었다.


"리스트가 많을수록, 좋은 매물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이어 다른 부동산을 찾았다. 새로운 매물을 안내받았다.


첫 날에만 50여 개의 매물을 보았다.

다음 날에도 마찬가지로 50여 개의 매물을 확인.


무려 일주일.

발에 불이 나도록 매물을 보러 다녔다.


"여기. 여기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어머니가 부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끄덕끄덕.

끄덕끄덕.


부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피곤해.'

'지치는군.'


차라리 농장 세계에서 노동하는 게 덜 힘드리라.


---


임대 계약서를 작성했다.


"우리 아드님. 아닌가? 우리 사장님. 가게 상호. 뭐로 정할 생각이니?"


상호.


백만년도 전에 정해뒀다.


"세계마트."


농장 세계의 세계를 따서 세계마트.


"세계마트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좋은데?"

"나쁘지 않구나."


세계마트로 결정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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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1장] 건배합시다(2) +9 24.09.16 1,919 81 12쪽
32 [11장] 건배합시다(1) +5 24.09.15 2,181 85 12쪽
31 [10장] 왕딸기 경매장(3) +5 24.09.14 2,309 90 11쪽
30 [10장] 왕딸기 경매장(2) +4 24.09.13 2,572 100 13쪽
29 [10장] 왕딸기 경매장(1) +5 24.09.12 2,783 104 12쪽
28 [9장] 노움(3) +3 24.09.11 2,824 101 12쪽
27 [9장] 노움(2) +4 24.09.10 2,942 99 12쪽
26 [9장] 노움(1) +2 24.09.09 3,091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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