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세계 농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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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비
작품등록일 :
2024.08.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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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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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지렁! 지렁이와 함께 춤을!(1)

DUMMY

"드세요."


박수연 과장과 김지아가 꿀배주스를 받았다.

농장 세계 산 배와 아카시아 꿀과 간 채소 소량을 넣어 만든 꿀배주스.


"지아야. 잠시만 기다려. 과장님과 이야기 좀 해야해서."

"네? 네."


양해를 구했다.


"과장님, 사무실에서 이야기 하는 게 어떠세요?"

"네, 헌터님."


자리를 옮겼다.


조그만 사무실.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각종 사무를 보는 용도의 공간이다.


"과장님, 이마는 어쩌다 다치셨어요?"

"어··· 일··· 하다가요···?"

"이런, 조심하시지.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박수연 과장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내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헌터님.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3만평, 아니, 100만평이라도 임대해 드리고 싶었지만. 송구스럽게도 10,010평밖에 임대해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깊게 숙였다.


"과장님. 고개 드세요. 죄송하실 것 없으세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하실 것 없어요. 사실 1만평만으로도 대만족 중입니다."


소용 없었다.

박수연 과장은 몇 번이고 죄송하다 사과했다.


"헌터님. 오염되지 않은 토지는 비록 10,010평밖에 임대해드리지 못하지만. 농사에 필요한 자원만큼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역량을 총동원해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계약서를 조심스레 건네었다.


"받으세요. 최종 계약서입니다. 면밀하게 검토하신 후 서명란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사인 즉시 계약이 성립되고, 헌터님의 가능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검토했다.

10,000평 무료 임대에서 10,010평 무료 임대로 수정된 것을 제외하고 기존 제안서와 동일했다.


'혜택은 많은데.'


의무는 전무하다.

독소 조항 따위 전혀 없었다.


'개꿀 말꿀 벌꿀 계약서로군.'


이것이야 말로 쾌락 없는 책임 그 자체.


'그래도.'


혹시 모른다. 어딘가에 독소 조항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자고로 멀쩡한 돌다리도 열댓번 두들기고 건너야 안전한 법.


몇 번을 검토했다.


"과장님."

"네, 헌터님."

"감사합니다."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사인이 없어 이름으로 대체.


- 유 은 성


계약서를 덮어 건네었다.


"감사합니다. 정부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야 말로, 물심양면으로 헌터님을 돕겠습니다."


서로를 향해 씨익 웃으며 악수했다.


만족스런 계약이었다.


"시일 내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박수연 과장이 목례하고는 마트를 나섰다.

마시지 않은 꿀배주스 병이 쥐어져 있었다.


---


박수연 과장을 배웅했다.


"오빠."


김지아가 재빠르게 다가왔다.


"예쁜 언니 누구에요? 헌터님은 무슨 소리고요? 이거 주스 뭐에요?"


속사포처럼 질문이 쏟아졌다.

궁금증이 많은 모양.


"농림축산식품부 박수연 과장님. 계약 건으로 찾아오셨어."

"헌터님은 무슨 소리에요? 왜 공무원 언니가 오빠에게 헌터님이라 불러요? 오빠 혹시 헌터 되셨어요?"

"응."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이유가 없다 판단했다.


"헐? 리얼리? 정말 각성하셨어요? 정말 헌터님 되신 거예요? 와! 축하해요. 진짜 축하해요."

"고마워."


보통 타인이 잘되면 시기하고 질투하기 마련이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님.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김지아였다.

부정적인 감정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진작 말 안 하셨어요?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저, 조금, 아니, 많이 서운하네요."

"경황이 없었어."

"치, 진짜 너무해. 정말 서운해. 말했으면, 작게나마 축하 파티라도 해줬을 텐데."

"미안."


빈 병을 들었다.


"이건 뭐에요? 너무 너무 맛있어요. 두유보다 백배 천배 맛있는듯?"

"꿀배주스. 하나 더 줄까?"

"아, 아니에요. 괘, 괜찮아요. 하, 하나 마, 마신 것만으로도 조, 족해요."


김지아 특.

거짓말 할 때마다 말을 더듬더듬.


검은봉투에 주스들을 담아 건네었다.


"남동생은 우유 좋아한다고 했었지? 딸기주스로 줘. 딸기에 우유 들어갔거든. 여동생은 시큼한 거 좋아한 댔었지? 사과주스로 줘. 새콤달콤해서 입에 맞을 거야."


꿀배주스와 바나나주스는 김지아 몫이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우으, 오빠에겐 매번 받기만 하는 것 같네요."

"응? 매번? 오늘이 처음 아닌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요? 매번 맞아요. 얼마 전에 선물이라면서 감자와 옥수수를 주셨었잖아요."

"아?!"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받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식품에 한정된 게 아니었다.


"신입 때. 일 못 한다고 왕언니한테 구박 받았을 때. 오빠가 제 일 도와주셨잖아요. 요령도 가르쳐 주셨고요. 덕분에 공장에서 짤리지도 않고 왕언니한테 칭찬도 받을 수 있었어요."


신입 시절의 김지아는 일을 정말 더럽게 못 했었다.

방해되고 짜증나서 도와주면서 요령을 가르쳤었다.


"몬스터 웨이브 때. 오크가 저 죽이려 달려들 때. 오빠가 나서서 구해줬잖아요."

"······."

"그때 만약 오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 그때 죽었어요. 잡아 먹혔을 거예요."


3년 전 일이다.


김지아에게 달려들던 오크를 향해 냅다 돌맹이를 집어던졌었다. 분노한 오크가 타겟을 변경해 은성에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그녀는 구사일생할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봉투를 꼬물거렸다.


"부모님께서 살아생전에 정육점 하셨다고 하셨었지?"

"네? 네. 아버지가 정육을 맡으셨고 어머니가 식당을 맡으셨어요."

"고기 손질은 할 줄 알아?"

"조금요? 잘은 못 해요. 저는 손질보단 요리에 자신 있어요."

"우리 마트에 정육코너를 만들 생각이거든? 혹시 일해볼 생각 있어?"


고용 제안이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 신뢰.'


은성과 김지아가 알고 지낸 세월이 결코 짧지 않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은 된다고 판단했다.


'둘. 지식과 경험.'


정육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최소한의 지식 기반은 갖췄으리라.

정육코너를 만들고 운영함에 있어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셋. 감시.'


정육코너에 최소 2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할 셈이었다.

김지아를 감시 역으로 세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속셈이다.


그리고.


김지아는 일을 야무지게 잘한다.

체구는 작은 주제에, 악바리 근성이 장난 아니다.


"주 6회 근무. 1회 휴무."

"······."

"오전 6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

"월급 250만 원.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 지급."

"······!"

"아침과 점심 제공. 콜?"


김지아가 은성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끄덕끄덕.


"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공장생활 당시 김지아의 임금은 약 185만 원.

무려 급여가 65만 원이나 인상된 격이었다.


더욱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전긍긍하던 상황.

죽이되든 밥이되든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임의로 결정해도 돼요?"

"내가 사장이야."

"아···?! 사장님, 잘 부탁드려요!"


직원 고용 문제 때문에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우리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김지아는 믿을만 하다.


'우리 가족을 9할 믿고.'


타인을 1할 믿는다면.


'지아는 5할 정도는 믿을 수 있다.'


가족 외의 직원을 처음으로 고용하게 되었다.


---


1인당 4박스 제한 판매를 했지만.


- 죄송합니다. 금일 과일 품절! 과일 없어요! 내일 다시 오세요! ㅠ.ㅠ


오후 1시에 완판되었다.


'막내는.'


통통한 볼살의 유민지는 헤실헤실 웃으며 과일주스를 제조하는 중.


'장사 진짜 잘 되네.'


주스판매대 앞에 줄지어 늘어선 인파.

유민지표 과일주스는 인기만점 그 자체.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사과주스를 판매하셨어요!]

[200G를 획득하셨어요!]


과일주스를 판매할 때마다 골드가 정산되었다.


'사과 1개당 6만 원. 사과주스 1잔당 10만 원.'


사과주스 1잔에 사과 1개가 통으로 들어간다.


사과 1개를 판매하면 120골드를 획득할 수 있는데.

사과주스 1잔을 판매하면 200골드를 획득할 수 있었다.


무려 80골드 차이.

사과를 판매할 때보다 주스로 만들어 판매할 때가 마진이 훨씬 높다.


'달달하다. 달달해. 역시 우리 막내가 최고야.'


아주 예뻐 죽겠다.


'오늘 저녁. 막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막내 덕에 얻은 이득이 결코 적지 않았다.

향후 얻게될 이득은 천문학적일 것이었다.

무엇보다 포인트 획득 방법의 단초를 얻었다.


받은만큼 배푸는 게 세상 이치인 법이었다.


"힘들지? 도와줄게."

"헤헤, 웅!"

"저녁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 우움? 떡볶이! 튀김!"


좋아. 오늘 저녁은 분식이다.


---


"오빠, 정육코너를 만들기엔 자리가 협소한 것 같아요."

"그래?"

"네. 고기를 납품 받으면 보관 및 숙성할 냉동창고가 필요해요. 해체하고 손질하려면 여유 공간이 필요하고요. 냉장육 판매대도 필요하고 냉동육 전용 냉장고도 필요하고요."


팔짱을 꼈다.


"흐음,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지겠는데?"

"호, 혹시 정육코너 포기하실 생각이신가요?"


놀란 새가슴이 된 김지아.


정육코너를 포기한다?

이는 그녀의 쓸모가 사라지게 됨과 일맥상통.

자연스레 고용도 캔슬되리라.


"걱정마. 정육코너 포기할 생각 없으니까. 설혹 정육코너를 포기하더라도 걱정할 것 없어. 종업원으로라도 고용해줄게."

"고마워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 마트. 장사 잘되서 생각보다 바빠. 가족들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종업원도 필요해."

"네! 오빠만, 사장님만 믿을게요.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충성 충성 사장님께 무한 충성!"


문득 아버지 조언이 떠올랐다.


- 아들. 달면 낼름 삼키고 쓰다고 막 뱉으면 안 돼. 항상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해. 때론 달더라도 먹지 않을 필요가 있고. 때론 쓰더라도 삼킬 필요가 있어.

- 인간관계.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대할 때 이득일 것 같다고 사귀지 말고. 손해일 것 같다고 팽하지 마. 사람을 대할 때는 최소 30년을 내다보고 행동해라.


비록 오늘 정육코너를 만들지 않더라도.

훗날 필연적으로 정육 코너를 만들 수밖에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함부로 내치는 게 아니다.


---


건물주를 만났다.


"옆 상가까지 추가로 임대하고 싶다고?"

"네, 어르신."

"보증금 5,000에 임대료 월 470 일세. 특별히 30 깎아주겠네."

"좋습니다. 계약하시죠."


마트를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


"으······."


박수연 과장은 아침에 약했다.


"속쓰려······."


그녀의 낙은 퇴근 후 마시는 소주.

단 하루도 숙취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물······."


미치도록 목이 탔다.

방바닥을 구르는 소주병을 하얀봉투에 집어넣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씨······."


애석하게도 물이 없었다.


'응?'


텅텅 빈 냉장고 안.

유리병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제, 유은성 헌터님에게 받은 음료수였다.


'이거라도.'


한모금 마셨다.


"어?"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시원하고.

달달하며.

진득하고.

잘게 갈린 채소가 섞여 있다.


"맛있어!"


숙취가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나른한 몸에서 힘이 났고.

몽롱한 정신이 맑아졌다.


"와···!"


탈탈 털어 마셨다.


빈병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예전에 즐겨 마셨던 배갈았음 주스와는···.'


단종의 절차를 밟은 배갈았음.


'배갈았음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극상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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