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세계 농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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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비
작품등록일 :
2024.08.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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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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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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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빅마트(2)

DUMMY

빅마트 종업원 성희진의 하루는.


"어서오세요. 세계마트에."


세계마트 염탐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돼 실장, 아니, 장 실장으로부터 2가지 지시를 받았다.


1. 거봉 4박스를 구입할 것.

2. 세계마트를 염탐할 것.


"거봉 4박스 주세요."

"4박스요? 알겠습니다. 여깄습니다."

"감사해요."

"하하,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세계마트를 염탐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1. 젊은 청년이 사장님이다.

2. 미소가 멋지다.

3. 손님들과 가족들과 직원들에게 친절하다.


빅마트의 젊은 사장님과는 성격이 정반대였다.


"으음? 사모님? 안색이 어두우신데요? 혹시 어디 편찮으세요?"

"아, 아니요. 괜찮아요."

"잠시만요. 우리 단골고객님이신데, 특별 서비스 좀 드릴게요."

"괜찮아요. 마음만 받을게요."

"저도 괜찮습니다. 잠시만요."


은성이 환한 미소로 플라스틱 컵을 건네었다.

일명 특제 수제꿀바나나주스.

얼음, 바나나, 꿀, 채소 따위를 믹서기로 갈아서 만들었다.


바나나와 꿀과 갈린 얼음이 포인트.


"특별 서비습니다. 늘 우리 세계마트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멍하니 컵을 보았다.


"꿀과 바나나로 만든 주습니다. 기력 회복과 건강에 좋습니다. 물론 맛도 일품입니다."

"······."

"사모님, 어서 받으세요. 안 받으시면 제 손이 무안합니다. 맛있게 드셔 주세요."

"······."


얼떨결에 컵을 받았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또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은성의 정중한 인사에 성희진은 어색한 미소로 화답했다.


성희진은 세계마트 내부를 천천히 돌았다.

눈은 상품에 귀는 직원들 대화에 집중했다.


"호철아, 오늘 점심 메뉴 뭐냐?"

"삼계탕이요. 귀한 약재 잔뜩 넣고 끊인다네요."

"삼계탕?! 크으!! 군침이 싹 도는구먼."


"와이프에게 미안해요. 매일 저만 맛난 밥 먹어서요."

"나도 그래. 안사람한테도 좀 나눠 주고 싶은데."

"저는 그래서 수제과일주스만큼은 와이프에게 꼭 갖다 줘요."


"포장해간 이유가, 안사람 갖다 주기 위해서였어?"

"엄청 좋아해요. 육아에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된다네요."

"···나도, 오늘부터 포장해 가야겠다. 안사람과 나눠 마셔야겠다."


성희진은 무심코 손에 쉰 컵을 보았다.


꿀바나나주스는 매우 맛있어 보였다.

과연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해.'


빨대를 물었다.


부드러운 바나나와 달달한 꿀이 혀에 닿았다.

혀를 휘감듯, 아니, 혀를 녹이듯, 스며들었다.


'너무, 너무, 맛있잖아?'


예상했던 것보다 100배 이상 맛있었다.


'너무, 너무, 맛있어!'


진짜 진짜 맛있다!

달고 부드럽고 진하고.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성희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다 마셨다.


고열량 에너지를 섭취해서일까?

머리가 맑아졌고, 기분이 환기됐으며, 육체에 활력이 돌았다.


성희진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 이렇게 맛있는 주스를 매일 1잔씩 공짜로 마실 수 있다니···.'


세계마트 직원들.


정말 부럽다.


'오늘 점심은 삼계탕, 어제는 제육볶음, 엊그제는 갈비찜···.'


정말 정말 부럽다.


'근무 시간도 짧고···. 휴일도 많고···. 심지어 강매도 없다니···.'


배가 살살 아프다 못해 장염 수준으로 부럽다.


'무엇보다 월급이 250만 원···.'


빅마트를 관두고 싶어졌다. 세계마트에 이직하고 싶어졌다.


종말을 맞이한 세계에서.

빅마트가 종말좋소 직장이라면.

세계마트는 꿈의 직장에 가까웠다.


"사모님, 혹시 직원 구하시나요?"


사장님 어머님께 조심스레 여쭸다.


"마트에서 20년 넘게 일했어요. 사람 구하시면, 저를 써주세요."


사모님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사람 안 구해요."


우울해졌다.


'출근하기 싫어.'


거봉 4박스를 들고 출근했다.


---


성희진은 20년을 빅마트에서 일했다.


월급?


'퇴보했어.'


220만 원으로 시작해 현재 175만 원을 받았다.


노동환경?


'퇴보했어.'


어느 순간부터 하루에 15시간 가까이 노동했다.

2주에 단 1회 휴일이었다.


그리고 식사가 극단적으로 부실해졌다.


삼계탕? 제육볶음? 갈비찜?

꿈도 꿀 수 없음.


간식? 수제과일주스?

상상조차 할 수 없음.


감자, 달걀, 콘수프 따위가 식사의 전부였다.

간식은 고사하고 물도 눈치보며 마셔야 했다.


그리고 노동자 인권.


'처참해졌어.'


박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짝!


문신 돼지의 손바닥이 청년의 뺨을 후렸다.


"새꺄, 일 똑바로 안 하지?"

"죄, 죄송합니다."


짝!


반대쪽 뺨을 때렸다.


"넌 오늘 철야 확정이다. 알겠어?"

"······."


짝!


"왜 대답이 없어? 짤리고 싶어? 앙?"


짝!


"네가 짤리면 어디 가게? 네까짓 게 뭘 할 수 있는데?"


짝!


"네 엄마를 위해서라도, 계속 다녀야할 것 아냐?"

"···죄, 죄송합니다."


사내의 얼굴이 탱탱 부웠다.


"다들 잘 들어.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돼. 다만 월급 받고 싶으면, 확실하게! 성실하게! 정직하게 일해!

"······."

"왜 대답들이 없어? 꿀 먹은 벙어리야 뭐야? 짤리고 싶어서 환장했어? 알겠어 모르겠어?"


문신 돼지의 윽박지름에.


"알겠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다들 마지 못해 대답했다.

직원 기강을 잡은 문신 돼지가 곱상한 소녀 직원을 데리고 사라졌다.


"······."


반강제로 끌려가는 소녀 직원의 눈가에 습기가 맺혀 있었다.


"하···. 살벌해서 못 살겠네···. 먹고 살기 진짜 힘드네···."

"후···. 더럽고 치사해도 참아야지 어쩌겠어···."


"성철 씨, 괜찮아요?"

"후, 괜찮아요."


"돼 실장, 요즘 혐오스러울 정도로 난폭하네."

"자기 분을 우리한테 푸는 것 같아 보여요."


"그 소문 들었어요? 돼 실장 패거리, 꼬맹이들한테 복날 개처럼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모두의 시선이 30대 중반 여성에게 향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돼 실장 패거리가 맞았다니요?"

"꼬맹이들 한테요? 천하의 돼 실장이? 돼 실장 싸움 잘 하잖아요?"

"그게 그러니까······."


성희진은 빅마트가 싫었다. 아니, 싫어졌다.

세계마트 염탐 이후 세계마트와 빅마트의 처우가 너무나 비교되었다.


'관두고 싶어.'


하지만 빅마트를 관두면 갈 곳이 마땅치가 않다.


종말을 맞은 세계에서의 무직은?

도태를 의미했다.

도태는 거지 혹은 죽음과 일맥상통.


'세계마트에서 일하고 싶어.'


하루에 1잔씩 맛있는 꿀바나나주스를 마시고 싶었다.


'나도 간식. 나도 삼계탕.'


오늘 점심은 왕감자 2알에 계란 1알에 콘수프 1그릇이었다.


---


[토지 1평을 구입하시겠습니까?]


YES!


[토지 1평을 구입하셨어요!]

[소지금 : 58,550G]


토지가 102평으로 늘었다.

아지트칸 정반대편에 네모칸을 만들었다.


"이름은."


네모칸에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왕딸기칸."


왕딸기만 심을 생각으로 왕딸기칸으로 지었다.


'일반딸기? 놉.'


왕딸끼? YES.


기존에 심었던 딸기는 왕딸기를 연상케 했지만 왕딸기가 아니었다.

엄연히 일반 딸기.

농장 세계 토질이 워낙에 특별해서 왕딸기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왕딸기. 심는다. 왕딸기칸에."


판다. 비싸게. 프리미엄에.


일반딸기 5개 수확할 때 왕딸기 1개 정도 수확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효율 때문에 일반딸기만 취급했었지만.

왕딸기로도 충분히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대한 비싸게 팔면 그만이다.'


그리고.


'왕딸기. 엄청 맛있겠지?'


사실 은성이 먹고 싶어서 심는 게 제일 크다.

어머니와 남동생에게도 왕딸기를 영접시켜 드리고 싶다.


"왕딸기 가즈아!"


왕딸기를 심었다.


- 지렁! 지렁!


훈제란을 던져줬다.


- 와그작! 와그작!


"끝!"


왕딸기 심기 클리어.


'상태창 오픈.'


[Lv.27]

[근력 : 15] [체력 : 15]

[민첩 : 15] [건강 : 15]

[회복 : 15]

[미분배 포인트 : 26]


스킬창 오픈.


[노동요(Lv.27)]

[농심(Lv.19)]


레벨도 스킬도 많이 올랐다.


아지트칸으로 이동했다.

푸라면 끓이면서.


'왕딸기는 얼마에 판매하는 게 좋을까?'


과연 왕딸기는 얼마나 맛있으려나?

어머니도 남동생도 좋아하겠지?


그리고.


'박 과장님, 언제 연락 오려나?'


얼른 농사 짓고 싶었다.

더더 빠른 성장을 더더 화끈한 성장을 더더 압도적인 성장을 원했다.


'어서, 농사 노가다 하고 싶다.'


꼬들꼬들 푸라면이 완성되었다.


- 지렁! 지렁!


황금지렁이가 네만 입이냐고 자신도 입이 있다며 투정을 부렸다.


"알겠어."


훈제란을 높이 던졌다.


- 와그작! 와그작!


---


마트를 오픈했다.


"어서오세요, 세계마트에."

"···배."


감귤을 싫어하는 손님이었다.


"···배, 맛있었다."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아삭함. 시원함. 달콤함. 최고의, 최상의, 배다."


극찬이었다.


"···조금, 슬펐다."

"······?"

"···간교한 년, 사골 같은 년. 내 배, 갈취해, 먹었다."

"······?"

"···조금 사서, 너무 슬펐다. 오늘은, 많이, 사겠다."


농장 세계 산 배 맛에 홀딱 빠진 것 같다.


"···한정 판매, 슬프다. 4박스, 사겠다. 또, 오겠다."

"배 4박스요? 여깄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다. 잘, 먹겠다. 여기 배, 최고다."

"실례지만, 원래 말을 느리게 하시는 건가요?"

"···병, 이다."


그렇군.

아무래도 언어 관련 장애를 앓고 계신 모양이다.

자세하게 묻고 싶지만 예의가 아니었기에 참았다.


"···다, 먹으면. 또, 오겠다."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끄덕.


사내가 뒤돌아서 마트를 나갔다.


다음 손님을 받았다.


"어서오세요, 세계마트입니다."

"······."


대답이 없다. 사내를 올려다 보았다.


"안녕하세요?"


차가운 인상이었다. 고급진 안경이 인상적이다.


"세계마트 사장님 맞으시죠?"


키가 크다. 족히 190cm 되어 보였다. 고급스런 정장 차림이었다.


"사장님께 좋은 제안을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좋은 제안?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사내가 명함을 건네었다.


[빅마트 사장 임 준 영.]


경쟁사.

빅마트 사장님이었다.


"조용한 곳에서 대화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당장은 힘듭니다. 장사해야 해서요."

"······."

"대화는 장사가 끝나면 하시죠?"

"······."

"여기서 기다리셔도 돼고, 제가 직접 찾아가도 돼고요."


임준영이 은성을 빤히 내려다 보았고.

은성은 굳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여기서 기다리죠."


신경을 끄고 손님을 상대했다.


---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궁금하다.


과연 임준영은 어떤 제안을 하기 위해 찾아왔을까?


'뭐, 대충 예상은 가지만.'


임준영의 입술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사장님께 세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하나. 과일 납품처 정보를 제게 파세요."


예상 대로였다.


"둘. 세계마트를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뻔하군.


"셋. 합작사를 제안하겠습니다."


예상 범위 안이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겠습니다. 거래처 정보를 넘길 마음도, 세계마트를 판매할 마음도, 굳이 빅마트와 합작을 할 이유도 마음도 없습니다."


은성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저도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빅마트를 인수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스킬 레벨 관련해서 수정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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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1장] 건배합시다(2) +9 24.09.16 1,920 81 12쪽
32 [11장] 건배합시다(1) +5 24.09.15 2,183 85 12쪽
31 [10장] 왕딸기 경매장(3) +5 24.09.14 2,312 90 11쪽
30 [10장] 왕딸기 경매장(2) +4 24.09.13 2,573 100 13쪽
29 [10장] 왕딸기 경매장(1) +5 24.09.12 2,783 104 12쪽
28 [9장] 노움(3) +3 24.09.11 2,824 101 12쪽
27 [9장] 노움(2) +4 24.09.10 2,943 99 12쪽
26 [9장] 노움(1) +2 24.09.09 3,092 109 12쪽
25 [8장] 박살내다(3) +8 24.09.08 3,254 109 14쪽
24 [8장] 박살내다(2) +5 24.09.07 3,224 10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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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7장] 빅마트(3) +5 24.09.05 3,428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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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장] 빅마트(1) +4 24.09.03 3,659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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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6장] 갈비에 상추를(2) +1 24.09.01 3,726 1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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