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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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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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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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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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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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미래시를 얻었다

DUMMY

“우선 정밀검사 다시 받아봐야 하니, 그 전까지 최대한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내 상태를 몇 번 확인하고는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 소지품은 어디에 있는건가요?”

“저기 캐비닛 안에 들어있습니다.”


침대 옆에 캐비닛을 여니, 바구니 안에 소지품들이 들어 있었다.

소지품들이라 해봐야 지갑과 휴대폰이 전부였다.


휴대폰을 키려하자, 밧데리가 다 된 듯 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화면도 비쳐지지 않았다.

하긴 3개월 동안 누워있었는데, 방전이 안 될리가 있나.


문득 궁금해졌다.

이 병동에 누가 나를 데려왔는지.


“혹시, 제 보호자는 누구로 되어있죠?”

“보호자는 아내분 김수영님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 종종 왔었나요?”


간호사는 얼굴을 서로 쳐다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그러고는 둘이 동시에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뭘 기대한거냐.


“충전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


충전기에 휴대폰을 꽂자, 그제서야 휴대폰이 켜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에 옮겨 저장해놓았던 블랙박스 영상 기록들은 전부 삭제됐다.

메모리칩도 당연히 파기시켰을 것이고.


하하··· 개새끼들.

퇴원하면 두고 보자.


나는 이어 카톡을 확인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내 카톡창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그나저나 회사는 어떻게 된거지?

3개월이나 회사를 빠졌는데,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나는 곧장 회사에서 나랑 가장 친한 동기인 정우용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는, 전화가 받아졌다.

보통 전화가 받아지면 ‘여보세요?’ 라던가 ‘어, 민규야.’ 라는 말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 ···

“정우용 휴대폰 아니에요?”

- 김민규?

“뭐야, 맞네. 그런데 왜 아무말도 안해?”

- 너··· 김민규 맞아?

“참나, 내 휴대폰 번호도 저장 안해놨냐?”

- 아니, 그게 아니라 세달전에 제수씨가 직접 회사에 찾아왔어.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다고.

“뭐, 교통사고?”


교통사고라.

주진영이 밀면서 넘어진거니까 이것도 교통사고로 볼 수 있나?


문득 궁금했다.

사람과 사람간 충돌사고도 교통사고로 볼 수 있는 건지.

함문철 TV에라도 문의해야하나.


- 그래, 창립기념일에 제수씨 서류 갖다주다가 사고났다며.

“하아- 민규야. 나 부탁 하나만 해도되냐?”

- 어, 그래. 말해.

“일단 회사에는 나 깨어난 거 알리지 말고, 오늘 한국병원 708호로 와줄 수 있어?”

- 그래. 오늘 퇴근하고 잠깐 들릴게. 몸은 괜찮은거지?

“어, 몸은 괜찮은데 마음이 괜찮지가 않다. 이따 보자.”

- 알겠어. 빨리 갈게.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빤히 쳐다봤다.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누워있었는데, 휴대폰에 연락 온 사람 하나가 없다니.

인생을 헛살았나.


침대에 몸을 기댄 채, 인터넷 기삿거리들을 검색했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아무래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듯 했다.


『’한국 코로나 확진자 첫 발생, ’20.1.20』

『신통제약, 말라리아 치료제 ‘신종 코로나 치료’ 효과 소식에 ↑, ’20.2.5』

『중국발 악재, 금융시장 덮쳤다..2002년 사스 악몽 되살아나나.』


이게 뭐야.

누워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나는 급히 HTS창을 켰다.


개미가 시드머니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나.

고작 3천 5백만원이었지만, 이 또한 내게는 큰 돈이었다.


홈화면에는 내 잔고가 적혀있었다.

이게 맞는건가?


나는 눈을 비볐다.

분명 쓰러지기 전까지는 어느정도 +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왜··· -42%가 된거지?


처참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혼수상태로 만들어 매도도 못하게 하다니.

아내가 불륜한 것도 억울하고, 그 상대가 내 친한 후배인 것도 억울하고, 혼수상태가 되었다가 깨어난 것도 억울한데··· 가장 억울한 건 매도를 못했다는 것이다.


호가창을 바라보던 내게 갑자기 하나의 창이 추가로 뜨기 시작했다.


현성차 [+284.49%, 289,000원, ’21.1.8]


지금 현성차의 주가는 75,000원인데?

그럼, 저 금액은 뭐지?


일단 확실한 건 저 창은 휴대폰에서 뜨는 창은 아니라는 것.

나는 눈을 다시 비볐다.

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머물러있었다.


간호사가 수액을 교체하기 위해 잠시 들어왔다.


“저, 간호사님.”

“네?”

“이거 보이세요? 284.49%라는 숫자.”


나는 HTS창을 그대로 간호사의 눈 앞으로 들이밀었다.


간호사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떡해··· 계좌 보고 충격 먹었나봐. 머리 다친 사람이 주식 잔고까지 확인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나. 딱한 사람 같으니라고.’


“아니요. 환자 분. 힘내세요. 존버는 승리할거에요.”


간호사는 급히 수액을 교체하고는 힘내라는 듯 주먹을 불끈쥐어보였다.


뭐라는거야.

그래서 보인다는거야 만다는거야.


우선, 이 창은 내 눈에만 보이는 것만 같았다.


저 창이 알려주는 메시지에 대해 정리해보면, 저 날짜에 저 가격이 된다는 것.

그리고, 저 금액이 되면 지금 금액 대비 저 정도의 수익률이 발생한다는 것 정도인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다.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현성차는 284%.

굉장히 높은 수익률이다.

문득, 아까 뉴스에서 봤던 신통제약이 떠올랐다.


한 번 검색해볼까.

신통제약의 현재가는 5,550원

그리고, 보란 듯이 아까와 같은 창이 신통제약 옆에 펼쳐졌다.

[+3,747.55%, 214,000원, ’20.9.21]


3,700%라고??

천만원만 넣어도 3억 7천만원이다.


이건 어쩌면 세상이 내게 준 행운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창이 내 눈에만 보일 리 없었다.


나는 신통제약 매수를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주식을 처분했다.

수수료를 떼고나니, 잔고에는 21,025,798원이 찍혀있었다.


“후··· 그래. 어차피 이혼하면 위자료 두둑히 받을 수 있을테니까. 질러보는거다.”


나는 그대로 신통제약에 현재가 매수를 진행했다.


[신통제약 매수 체결, 5.580원, 3,768주]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

나는 달리 할 것도 없기에 호가창을 빤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 종목에 2천만원을 태우다니.

나도 참 미친놈이라 생각했다.

이런게 야수의 심장인 것인가.


나 자신에게 도취한 것도 잠시.

정말 순간이었다.

긴 장대양봉이 세워지기까지.


[VI 발동. 11:23]


20분만에 자그마치 200만원을 벌어들였다.


주식토론방에서는 찬티와 안티의 불꽃튀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돔황챠! 뉴스에 팔아라ㅋㅋ]

┗ ㅋㅋ응 못사서 배아프쥬?

┗ ㅉㅉ 그래가지고 언제 돈 벌래?

[이거 최소 10만원 갑니다. 안전벨트 꽉 붙들어 매세요]

┗ ?? 10만원? 100만원 감.

┗ 60억 인구 주사 한 대씩 다맞는다고 생각하면 돈이 얼마임?


나는 개미였다.

그래서, 10% 급등에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엇보다 가장 두근거리는 건 내 눈 앞에 보이는 창이었다.


저게 만약 진짜라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3시 20분.

장이 마감됐다.

결국 신통제약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수익률 27.6%를 달성했다.


주식 잔고에는 26,828,918원이 찍혔다.

하루만에 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걸 보며,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돈이 더 필요해.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이.


***


저녁 8시.

정우용이 병동에 도착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며, 정우용은 빠른 걸음으로 내게 걸어왔다.


“진짜 괜찮네?”

“그럼, 괜찮지. 뭐 죽는 줄 알았냐?”

“아니, 제수씨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하아-, 너 담배 있냐?”

“담배? 너 끊었잖아.”


끊었지.

수영이가 싫어해서.

누가 그랬다.

담배는 끊는게 아니고 참는거라고.


이제는 참을 이유가 없어졌다.


“염병. 끊기는.”


나와 정우용은 병원 옥상으로 향했다.


탁. 탁.


연초에 입에 물고 붙을 불였다.


“후우-”


저녁이라 그런지, 연기가 선명하게 뿜어져 나왔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 연초를 보며 생각했다.


거즘 6년만인건가.

오랜만에 펴서 그런지, 머리가 띵했다.


그런 나를 정우용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봤다.


“무슨 일 있는거지?”

“그래. 무슨 일 있다.”

“뭔데 그래?”

“회사에 지금 진영이 다니는 중이냐?”

“주진영 사원? 잘 다니고 있지.”

“얼굴에 철판 하나는 기가 막히게 깔았군.”

“뭐?”

“그 새끼랑 수영이랑 바람폈다.”

“뭐라고!!?”


정우용의 눈이 크게 떠지며, 입이 벌어졌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소식이란 말인가.


“듣는 그대로다. 쌍년놈들. 내가 퇴원하는대로 족쳐버릴거니까 너는 모르는 척 하고 있어.”

“그럼, 그 교통사고는 무슨 소리야? 그건 진짜야?”

“아니. 내가 차량에 탑재된 블랙박스에서 그 새끼들 불륜 내용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는데, 그 증거 없애려고 집에서 몸싸움하다 내가 서랍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쓰러진거다. 아마,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겠지.”

“하아, 이게 대체 무슨···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하긴. 이혼부터 진행해야지.”


정우용이 올 때까지 이혼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봤다.

남녀가 갈라선다는데, 그것도 작별인사 하듯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하려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해볼테니까. 우용이 너한테는 한 가지 부탁 좀 할 게 있다.”

“부탁?”

“너네 삼촌 흥신소 하신다고 하셨지?”

“우리 삼촌? 그렇지?”

“불륜 이런거 잘 잡아낸다고 했지?”

“뭐, 그래도 이 바닥에서는 나름 이름 좀 날릴 걸? 근데 단가가 조금 비싼데.”

“얼마인데?”

“일주일 따라 붙는데 500만원.”

“그래. 그럼, 부탁 좀 하자.”

“뭐?”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으로 치면 2개월을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

그렇기에, 그 금액을 듣고 아무런 미동도 없는 내 표정에 되레 당황한 건 정우용이었다.


“하겠다니까?”

“오백이라니까?”

“그니까.”

“너··· 돈 많냐? 요새 주식장도 다 파랭이라 가뜩이나 사람들 다 어렵다어렵다 하는데.”

“그래서 해주겠다고 말겠다고? 싫으면 그냥 연락처 알려줘. 내가 말할테니까.”

“알았어. 그건 내가 조금 싸게 해줄 수 있는지 삼촌이랑 얘기해볼게. 그래도 나 통해서 가면 조금은 싸게 해줄거다.”

“싸게고 비싸고간에, 최대한 빨리 붙어야한다. 나 깨어난 거 알면, 둘다 다시 조심스러워질테니까.”


증거가 사라졌으면,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그래. 다시 연락할게. 밥 잘 챙겨먹고,”

“응, 조심히 가라.”


나는 옥상에서 축 처진 어깨로 먼저 내려가는 정우용을 다시 한 번 불러세웠다.


“잠깐만.”


내 소리에, 정우용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응?”

“너, 신통제약이라고 아냐?”

“신통제약? 오늘 상한가 간거?”

“응. 그거 지금이라도 사라. 그리고 꽁꽁 묵혀둬. 최소 20만원은 갈테니까.”

“풉. 푸하하하하핫!”


내 말에 정우용이 나를 비웃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다시.


“민규야. 너 주식 경력이 얼마라고 했지?”

“나? 한 3년 됐나.”

“내가 대학생부터 시작해서 자그마치 14년이다. 주식 시장에서 바이오는 금기사항이야. 독이라고 독! 한 번 물리면 빠져나올 수가 없어. 가끔 운 좋게 얻어걸려서 돈 좀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 있는데 그 사람들 끝은 하나같이 폭망이다. 너도 내 말 신경써서 들어라. 친한 동기이자 친구라서 말해주는거니까.”

“나도 친한 동기이자 친구라서 말해주는 거였는데···”

“됐다 됐어. 간다 인마!”


정우용은 손을 휙휙 내젓고는 옥상을 먼저 벗어났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분명 말했다. 친구야.

나중에 멱살 잡고 왜 그 때 더 강하게 사라고 말 안했냐고 하면 흥신소에다 너 폭행해달라고 의뢰할거다.


나도 남은 담뱃재를 털고는 병동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돈은 어디서 구한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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