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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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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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게이트 너머에 위치한 드넓은 평원 한가운데.


그곳에는 커다란 활을 들고 있는 남자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대한민국의 S급 헌터들 중 하나, 파천궁(破天弓)— 오지후.


한국의 S급 헌터들 중에서는 최약체로 평가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아무도 없는 게이트에서 혼자 괴물들의 부속물을 수집하는 중이었다.


“[경매장] 기능이라······.”


오지후는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을 바라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지금 그의 눈앞에 떠올라있는 창의 정체는, 오지후가 ‘tex11’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였다.


그가 매일 밤마다 무단으로 게이트에 찾아와 사냥을 이어가는건 [커뮤니티]의 영향 때문이었다.


[커뮤니티]에 그가 사냥한 몬스터의 부속물을 판매하면 포인트로 정산해주는 까닭이었다.


물론 오지후 본인의 실력때문에 혼자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의 수준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탓에 그가 지금까지 모은 포인트를 정리하더라도, 고작해야 3812포인트밖에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포인트를 받고 물건을 판매하는게 적어도 이 지긋지긋한 사냥보다는 효율적이겠지.”


서걱, 서걱-.


오지후의 시선이 제 앞에 놓여있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처참한 몰골로 쓰러진 몬스터가 오지후의 손길에 의해 부위별로 해체되는 중이었다.


원래같았으면 길드의 직원이 처리했을 작업이었지만, 허가없이 게이트에 입장한 지금은 오로지 오지후 본인의 몫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괴물들을 도축해야하는 이 상황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허가없이 게이트에 들어와야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결코 자신의 손으로 이런 작업을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후우··· 빌어먹을 해체 작업······.”


퉤엣-.


정리가 끝난 괴물들을 바라보던 오지후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쾌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코를 틀어막은 그는, 이내 손에 쥐고 있던 해체용 칼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는 정리한 부산물을 모조리 [커뮤니티]에 때려박았다.



- 186포인트가 정산되었습니다.



띠링-.


정겨운 소리가 나며 오지후의 눈앞에 메세지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그가 야밤의 해체작업을 이어나가며 획득한 포인트가 186 포인트.


매일 출석체크 보상으로 지급되는 100포인트와 비교해도 얼마 차이나지 않는 액수였다.


수백억 자산가인 그가 기울인 노력에 비해 초라한 보상이었던 것이다.


“고작 186포인트?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몬스터를 잡아오라는건지, 참······.”


초라한 정산창을 바라보던 그는 피묻은 장갑을 벗어 바닥에 집어던졌다.


아무리 그에게 포인트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런식으로 늦은 밤에 나와서 작업하는건 비효율적이었다.


적어도 S급의 말단에 위치한 오지후의 수준에서는 충분한 사냥 효율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럴바에는 그냥 [경매장]에 아이템을 처분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게 오지후의 생각이었다.


툭-.


바닥에 떨어진 해체용 장갑을 짓밟던 그의 시선이, 이내 제 허리춤에 매여있던 부적으로 향했다.


“······.”


오지후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화려한 디자인의 부적.


그것은 그가 일찍이 게이트에서 습득한 S급 장비중에 하나였다.


<오르타의 은총(S)>.


소모성 아이템의 효과를 100% 증가시켜주는 장신구.


여태껏 오지후의 여정을 함께해온 물건들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소모성 아이템의 사용빈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최상위 등급의 몬스터에게 통할만한 수준의 소모성 아이템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자랑했다.


그런만큼 오지후에게 있어서는 계륵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걸 판다면 포인트를 꽤 수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소모성 아이템을 애용하는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훌륭한 장비이기도 했다.


[커뮤니티]에 속한 S급 헌터라면 이 장비의 진가를 알아보고 구매하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을 터.


후우-.


한숨을 내쉬며 고민하던 오지후의 손이 허리춤에 있는 부적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커뮤니티]의 메뉴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 판매하실 물건을 올려주세요.



오지후는 <오르타의 은총(S)>을 반투명한 창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 아래에 가격을 입력하기 위한 창이 떠올랐다.


경매를 붙여 입찰을 받을 것인지, 지정한 가격으로만 판매를 받을 것인지 설정하는 창이었다.


입찰이 들어오는 경우 지정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셈이었다.


“경매는 무슨 얼어죽을 경매야. 이게 대체 얼마에 팔릴줄 알고.”


오지후는 잠시동안 입찰을 받을지 고민했지만, 이내 경매를 포기하고 즉시판매가를 선택했다.


판매가 10,000포인트.


1만 포인트를 지불하면 <오르타의 은총(S)>을 팔겠다는 이야기였다.


해당 가격 밑으로는 절대 팔지 않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판매가를 결정한 오지후는 착잡한 마음으로 등록버튼을 눌렀다.


“후우··· 이번 [리워드]가 갱신되기 전에 팔려야할텐데.”


긴장한 얼굴의 오지후가 눈앞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커뮤니티의 [경매장]에 올려놓은 아이템을 미련이 담긴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오지후가 <오르타의 은총(S)>을 올려놓고서 1분여 후.


띠링-.


그의 눈앞에 있던 아이템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오르타의 은총(S)>이 10,000포인트에 판매되었습니다.


- 수수료 10%를 제외한 9,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오지후가 올렸던 장비 아이템이 올린지 1분만에 팔려나갔다.


무려 1만 포인트나 되는 고가에 아이템을 올렸는데도 빠르게 팔려나간 것이다.


순식간에 팔린 아이템을 바라보던 오지후는 당황한 눈으로 [경매장]의 화면을 조작했다.


허나 사라진 아이템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 1분만에 팔려?”


파천궁 오지후가 자신의 애착 아이템을 판매한 날이었다.




* * * * * *




천시예와의 약속 이후로 어느덧 며칠이 흘렀다.


그와 함께 내가 그녀와 나누었던 약속의 순간도 빠르게 찾아왔다.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천시예가 나를 고급 일식집에 불러들인 것이다.


그것도 대화를 위한 프라이빗 룸을 예약해서 말이다.


평소라면 나도 아주 큰 마음을 먹었을 때나 찾아갈 수 있을만한 가게였다.


허나, 1년에 수백억을 벌어들이는 S급 헌터쯤 되면 씀씀이부터가 다른 것일까.


그녀는 자신이 저녁을 사겠다며 나를 식사자리에 초대하는 모습이었다.


“비싼 곳이라 그런가, 가게 분위기가 좋아보이네.”


“아무리 나라고 해도 가볍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괜찮은 곳으로 예약했어.”


천시예는 그렇게 말하며 제 앞에 놓여있는 젓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가격대가 제법 있는 곳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도자기 받침대에 정갈하게 수저가 놓여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천시예를 바라보면서, 안주머니에 넣어둔 든든한 물건의 존재감을 느꼈다.


S급의 장비 아이템, <오르타의 은총(S)>.


[경매장]에 올라온 물건을 내가 포인트를 생성해 구매한 물건이었다.


‘다른 물건들보다도 이쪽이 더 나한테 적합하다.’


물론 경매장에는 <오르타의 은총(S)> 이외에도 다양한 물건이 올라와있었다.


최두식이 올린 쓸모없어보이는 물건들을 포함해, 각양각색의 헌터장비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는 어마무시한 가격에 올라온 S급의 무기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액수였기에 대놓고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다만, <오르타의 은총(S)>의 경우 적당한 가격에 올라왔기에 바로 구매했다.


내가 아무리 헌터라고는 하지만, 나 개인의 능력보다는 소모성 아이템의 위력쪽이 더 강한 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르타의 은총(S)>은 나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물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경매장]에 올라오는 소모성 아이템을 주기적으로 사들여야겠어.’


소모성 아이템을 구비해두는 것만으로도, 헌터 비스무리한 흉내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게이트가 열릴지 모르는 세상이었다.


제 한몸 건사할만한 능력은 갖추고 있는 편이 좋을 터였다.


“크흠, 흠······.”


그렇게 내가 자리에 앉은 채로 테이블 위의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으면, 이내 이 자리의 주인공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대한 체격의 중년.


일찍이 TV에서 수차례 보아왔던 S급 헌터가 방에 들어와 착석했다.


불사기사, 최두식.


커뮤니티 닉네임 ‘마산사나이 최두식’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막내야, 뭘 이렇게 비싼 곳으로 잡았냐.”


자리에 앉은 최두식은 내 옆자리에 있던 천시예를 향해 이야기했다.


천시예가 일찍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이 천시예는 제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올리며 이야기했다.


“늘 이야기하지만 내가 아저씨 입맛이랑 못맞춘다니까.”


“하여간 요즘 것들은 입만만 까다로워서는, 쯧.”


“아저씨도 돈만 쌓아두지말고 좀 쓰고다녀. 헌터 생활 그렇게 오래했으면 돈이야 많이 있을거 아냐.”


“아서라. 비싼데 다녀봤자 입맛만 버린다. 오마카세니 뭐니 하는 곳들 다닐바에야, 돈 덜내고 실비집이나 찾아가고 말지.”


나는 마산사나이를 표방하면서도 서울말이 능숙해보이는 최두식을 바라보았다.


헌터계의 원로이자 거두인 최두식이지만 천시예를 상대로는 손녀 대하듯이 구는 모습이었다.


천시예 역시 허물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건데, 그녀가 왜 촬영허가를 받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천시예와 짧은 대화를 나눈 최두식은, 머지않아 나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그런데 이쪽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신지?”


“처음 뵙겠습니다. 헌잘알 채널을 운영하는 신유호라고 합니다.”


“그래, 헌잘알··· 잠깐만, 헌잘알 채널이라고 했나?”


내 유튜브 채널명, 헌잘알.


그것을 들은 최두식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구독자 59만 1천명의 월드클래스 유튜버, 헌잘알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눈이 휘둥그래진 최두식을 향해 물었다.


“혹시 저를 알고 계신겁니까?”


“헌잘알··· 잘 알고 챙겨보기도 하지. 옛날부터 구독도 했어.”


역시나 뛰어난 식견을 가진 S급 헌터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내가 운영하는 헌잘알 채널의 구독자이기까지 했다.


다시 말해서 그가 알림설정만 한다면 매일같이 내 프리미엄 분석영상을 시청할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였다.


최두식은 유튜버 헌잘알인 나를 향해 악수를 청했고, 나는 그런 최두식의 악수를 공손하게 받아들였다.


“유명한 유튜버를 이렇게 실제로 만나니 반갑구만.”


“저야말로 이런식으로 구독자를 뵙게될줄은 몰랐습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최두식 헌터님.”


아무래도 불사기사 최두식과는 말이 잘 통할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거두어들이면, 최두식이 시선을 돌려 천시예에게 묻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막내야. 유튜버는 갑자기 왜 데려온거냐?”


“이 사람이랑 내가 아저씨한테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약속? 갑자기 무슨 약속? 그것도 천하의 검귀가 다른 사람의 약속을 들어준다고?”


천시예의 이야기를 들은 최두식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인터뷰조차 받아주지 않던 검귀 천시예가 나를 위해 부탁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당연히 그럴만도 했다.


S급 헌터쯤 되면 평범한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슈퍼스타였으니까 말이다.


최두식의 시선을 받은 천시예는 한쪽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나를 향해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정체 말해도 돼?’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천시예.


아무래도 복잡한 이야기를 대신해 내가 S급 헌터라고 설명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곤란한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결국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면 몇명에게는 정체를 털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눈앞의 최두식같은 S급 헌터들을 내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내 허락을 받은 천시예는 최두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저씨. 지금부터 말하는 이야기는 절대 밖에서 꺼내면 안돼. 알겠지?”


“알았으니까 빨리 말해봐라. 내가 입 무거운 사람인거 막내는 잘 알지?”


천시예의 이야기에 최두식은 알겠다며 물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컵에 담긴 냉수를 들이키는 모습이었다.


그런 최두식을 향해 천시예의 진지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 사람 말이야··· 사실 실력을 숨기고 다니는 S급 헌터야.”


“푸흡······!”


최두식의 입에서 냉수가 쏟아져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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