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파괴 병기에 자아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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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배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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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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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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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훌륭한 재활 상대(2)

DUMMY

살을 에는 겨울. 정신 나간 북부의 기사들이 웃통을 벗고 연병장을 돌고 있었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얼어붙은 땅을 내달린다. 수염이 얼어붙고 어깨 위에 살얼음이 맺혀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이다. 따르는 병사들은 그나마 얇은 옷가질 걸치고 있지만 춥긴 매한가지.


“미친 거 아냐? 마물도 얼어 죽는 날씨에 저게 뭐 하는 거야.”


레인은 마공학 난로 앞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현재 위치는 송골매 기사단의 병영. 그녀가 자신과 연이 없는 장소에서 떨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뛰어. 뛰어. 뛰어. 처지는 놈 누구야?]

“젠, 장. 지는 안 지친다고···”

[축하한다. 세 바퀴 추가!]


메인이 훈련을 지도하고 있었다. 선두에서 쿵쿵거리며 나아갔다. 그 뒤를 기사들이 바짝. 그리고 병사들이 뒤따랐다.


[체력은 강함의 기본이다! 복창해!]

““체력은 강함의 기본이다!””

[북부에 약자는 없다!]

““북부에 약자는 없다!””


훈련을 요청한 게 본인들이라 불평도 할 수 없었다. 다행인 건 실제 메인의 훈련 참여가 매우 효율적이란 점이었다.


인간은 쉽게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종종 그것을 제 한계로 착각한다. 한데 메인은 그 한계를 아무렇지 않게 부숴버렸다.


[뒤처지는 놈은 나랑 종일 대련이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 욕이 나왔다.


“나쁘지 않은데?”

“좀 과해도 훈련은 제대로 된단 말이지.”


기사들은 이런 반응이었다. 성장을 향한 욕구 크기. 기사와 병사의 근본적 차이였다.


“어디 부러졌다고 비명 지를 땐 언제고. 학습 능력 부족한 거야, 의지가 강한 거야.”


레인은 그러한 기사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고통을 즐기는 변태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마커스, 일부러 뒤처지지 마라.]

“미, 미안하네.”


특히 늙은 기사, 마커스가 그랬다. 메인과 싸움에서 깨달음을 얻고 부쩍 성장. 누구보다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회피력뿐만 아닌 치명적인 공격력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다른 기사들도 자극받았다.


결론적으로 기사들의 힘을 추구하는 욕망과 메인의 강도 높은 훈련이 만나 상승효과를 자아냈다.


“폐, 폐가 터질 거 같아.”

“나도··· 이런 느낌, 진짜 오랜만···!”


구토는 흔하고 중간에 혼절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게 기초 훈련이 끝난 뒤의 광경.


[오늘 10초는 넘겨라, 토끼 자식아.]

“그··· 너무하지 않나?”


이후 원하는 이들과 실전 대련이 이어졌다. 이는 기사 전원과의 대련을 의미했다.


“끄응··· 오늘은 어깨인가.”

“그래도 부러지는 빈도가 줄고 있어.”

“그건 그래. 나름 성취감 든다니까. 끝나고 개선점을 짚어주는 것도 좋고.”


대련 이후엔 줄지어 치료 마법을 받으러 갔다. 짧은 시간이나 실전처럼 훈련했다.


일반적인 대련관 밀도가 달랐다. 기사들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강해지고 있었다.


“다들 재능이 있어선가. 성장이 빨라.”


잘 모르는 레인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애당초 기사는 재능 없는 이가 닿을 수 없는 영역. 부족한 건 대체로 계기와 경험이었다.


“후우··· 오늘도 닿지 않았나.”

[마지막 공격은 좋았어. 당연히 피하리라 생각했는데 날카롭게 치고 들더군.]

“늙은이의 고집이지. 부끄럽게도 감정적으로 굴고 말았어.”


덕을 가장 많이 본 마커스는 메인과 가까워졌다. 일으켜 주는 손길에 익숙해졌다.


[나도 자네에게 닿지 않았으니 똑같지.]

“하하! 위로하지 말게. 더 초라해지니까.”


말은 그리하면서도 기분은 좋아 보였다.

마커스가 먼지를 털며 허허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슬슬 돌아올 때군.”

[선발대 이야기인가?]

“자넨 모르는 게 뭔가?”

[아는 거 빼고 전부.]


가주가 자식과 형제, 그리고 기사단을 이끌고 떠난 죽은 땅 원정. 마물 사냥은 북부 중요 수입원 동시에 안전한 미래를 위한 투자. 그리고 훌륭한 실전 훈련이었다.


“이번엔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자네 덕에 위로가 됐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많은 기사가 원정에 따라가 경험을 쌓고자 했다. 하지만 모두가 영지를 비울 순 없는 노릇. 남은 기사는 다음 해를 기약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뭐, 돈은 못 벌겠지만.”

“대신 죽을 일도 없잖아.”


선정은 강자나 경험이 필요한 젊은이 위주로 돌아갔다. 고로 따라가지 못한 기사는 어느 한쪽에 속하지 못한 애매한 이들이었다.


[구시렁거리지 마. 아쉬우면 강해져서 원정대에 합류하든가.]

“또 한 소리 들었네.”

“사실이긴 하잖아.”


다행히 좌절하지 않았다. 되려 더 강해져 다음 원정에 함께하겠다며 단련에 힘썼다.


[그래서 생각들 좀 해봤나?]

“아, 그거···?”

“우리야 좋지.”

“근데 우리가 좋다고 되는 건가.”


메인의 질문에 기사들이 난감하단 듯 반응했다. 여느 때처럼 연장자가 먼저 나섰다.


“난 좋네. 단장님께서 돌아오시면 내가 한번 말해보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걸세.”

“마커스 경이 그러시다면···”

“나도 가능하면 지금처럼 훈련하고 싶어.”


메인은 남은 송골매 기사단에 제안을 건넸다. 지금까지 훈련은 맛보기. 레인을 지지 해준다면 계속해서 훈련을 시켜주겠다고.


기사들의 가장 큰 욕구인 성장.

이를 정확히 노린 공략법이었다.


[그럼 됐어. 그대로 이야기가 잘 되면 좋고. 아니면···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지.]


메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기사들이 눈을 크게 뜨고 마주 보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단장이랑도 싸울 생각이야?”

[싸움이라니. 훈련이다.]

“어쨌든. 검을 맞댈 생각이란 거잖아?”


메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단장은 우리랑 달라. 다음 경지 목전에 있다고.”


여기서 말하는 다음 경지는 소드 마스터.

기사들의 지향점, 꿈이자 이상이었다.


[그래서?]

“···어?”

[내가 질 거란 말인가?]


하지만 기사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과거 검성은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다.


[고작 소드 마스터도 아닌 녀석에게?]


그 위. 감히 칭할 단어가 없는 아득한 경지. 젊은 나이에 이미 그곳에 있었다.


[자아를 의탁할 시간에 훈련이나 더 해라. 인형도 못 당하는 주제에 누굴 평가해.]


북부는 힘이 지배한다. 메인의 말대로 약자인 그들이 강자를 평가할 건 아니었다.


제 분량을 채운 메인이 레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 그의 등을 향해 누군가 말했다.


“기대하지.”


마커스의 담담한 한마디는 검을 휘두르게 될 미래에 대한 예언. 그런 그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승자의 책임.


[기대해라.]


패배를 그리진 않는다.

그래도 확실히 하기 위해선 조금 일찍.


[연구비는 나왔어?]

“곧 나올 거야. 그것 때문에 삼촌 머리털 빠질 때까지 쪼았거든. 그런데 왜?”

[조만간 필요할 일이 있을 거 같아서.]


힘을 되찾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


레인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됐다.

굉장히 열 받았단 이야기였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연구비 지급이 밀어졌다뇨!”


레인이 달려들 듯 몸을 숙였다. 평소에도 ‘연구비는 학자의 소금이자 빛.’이라고 하던 걸 보면 상당히 민감한 듯했다.


[빨리 해명해라. 나도 한계가 있어.]

“아오! 놔 봐, 아저씨! 내가 저 실낱같은 머리털을 오늘 전부 잡아 뽑아 버리려니까!”


그런 레인을 붙들어 말렸다. 맞은 편에 앉은 밀턴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레인,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원래 돈 만지는 인간들이 가장 악랄하다고 했어. 이거 봐! 같은 핏줄한테도 뒤통수치는 인성! 싸워서라도 받아낼 거야!”


통제 불능. 밀턴이 날 물끄러미 봤다. 그의 구원 요청에 레인의 어깨를 잡고 살짝 힘을 가했다.


“꺄아아앗!!”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좀···”

[안마다.]


공격 행위는 안 돼도 안마는 되더라.


<어깨와 목, 허리가 많이 뭉쳤습니다>

<시간을 들여 꾸준히 풀어주십쇼>


이거 봐라. 시스템도 막지 않았다.


[상대방의 이야길 경청해라.]

“아, 알았어. 그러니까 어깨에서 손 좀 때 주시면 안 될까요오?”


세상 얌전해진 레인을 해방. 밀턴이 눈빛으로 감사를 전하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영지 운영 예산이 빠듯해. 본래 원정 전엔 그게 보통이고. 와중 어떻게든 여유를 만들어 연구비를 지급하려고 했던 건데···”


북부엔 자원이랄 것도 없고 농번기도 짧았다. 봉급 날 직전이 그러하듯 원정이 끝나기 전이 가장 힘들었다.


“숲에 문제가 생겼어.”

“숲? 강철 숲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 벌목 일에 차질이 생겼다지 뭐냐.”


북부에서 숲이라 하면 보통 강철 숲을 의미했다. 그곳엔 크고 단단하고 내열성도 뛰어난 상품 가치 높은 수목이 자라났다.


건축, 가구 제작, 선박 건조 등. 온갖 곳에 쓰이는 소중한 북부의 자원다운 자원이었다.


밀턴의 말을 들은 레인이 멍한 표정이 됐다.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잠깐.”


자원 수급에 문제가 생겨 예산에 영향이 갔다는,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이야기. 하나 어릴 때부터 연구비를 놓고 교수들과 다퉜던 레인에겐 선뜻 용납되지 않았다.


“강철 숲 목재는 적어도 1년 정도 건조 기간이 필요하잖아. 문제가 최근에 생겼다면 지금 예산이 아니라 내년이 문젤 텐데···”


실험을 통해 온갖 재료를 다뤘다. 의도치 않게 재료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습득했다.


밀턴의 표정에 난감함이 서렸다. 설마 이런 정보까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다.


[간단하잖아. 공짜로 연구비를 주긴 싫으니 일 좀 처리해 달란 말이지.]


정확했다. 그래서 곤란했다. 다른 후계들은 이렇게 구슬리면 그만인데 둘은 달랐다.


“삼촌··· 나랑 장난해?”


어투가 가벼워졌다.

동시에 감정은 묵직해졌다.


“아, 아니. 실제로 문제가 있는 건 맞고. 너도 공적을 쌓을 기회니까···”


묘한 압박감에 말끝을 흐렸다. 연구자에게 약속했던 연구비를 주지 않겠다니. 마물 주둥이에 들어간 고기를 빼앗는 격이었다.


“···광역 말살 마력 폭탄 제조법이···”


눈이 돌았다.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해서 은밀히 다가온 마수에 무방비해졌다.


“으갸아아악!!”

[진정해라.]

“말로 하라고! 이거 진짜 아파!!”


짜릿한 안마에 나쁜 생각이 흩어졌다.


[강철 숲 건은 우리가 처리한다.]

“왜?!”

[천재가 직접 제작한 고성능 자율 인격의 판단 결과, 하는 편이 좋다고 결정했다.]

“아저씨, 치사하게···!”


속아 넘어간 기분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노의 대상이 메인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보수도 넉넉히 쥐여주겠지. 내 말이 틀렸나, 밀턴?]


그러다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시선의 압박이 두 배로 늘었다.


“그래··· 줘야지, 보수.”

“흥!”

[나중에 보지.]


토라져 집무실을 나서는 레인의 뒤를 메인이 따라붙었다. 쿵쿵대며 복도를 걷다 인기척이 없어진 걸 확인하곤 말했다.


“우선순위가 달라. 강철 숲 문제가 중요치 않단 게 아니라, 선발대 귀환 전까지 마력 저장 기관을 수리하는 게 먼저란 말이야.”


레인이 옳았다. 메인은 생명체가 아니라 오러가 없었다. 오러를 다루는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해당 기관의 수리가 먼저였다.


[알아.]


당연하지만 메인도 이를 알았다.


“알면서 왜!”

[그래서 가는 거야.]

“뭐?”


그렇기에 더더욱 강철 숲을 들러야만 했다. 나무꾼들의 안타까운 사정이나 북부 영지 운영 자금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거기 놓고 왔거든.]

“···뭘 놓고 와. 움직이지도 못했으면서.”

[나 말고 네 시조가 놓고 왔어.]


검성과 전투에서 부서진 것도 많았으나 빼앗긴 것도 많았다. 빼앗아 제멋대로 썼다.


[내 심장을.]


마력을 저장하고 폭발시켜 순간적 파괴력을 부여하는 내부 장치를 땅에 묻었었다.


심장은 황폐한 땅에 생명을 피워냈고, 옹골찬 수림을 만들어 많은 이를 먹여 살렸다.


지금 그 땅은 이렇게 불렸다.


[강철 숲에 놓고 왔어.]


강철 숲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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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키마이라, 만변의 돌 +2 24.08.27 94 2 11쪽
10 강철 숲의 늑대(4) 24.08.26 89 4 11쪽
9 강철 숲의 늑대(3) 24.08.25 92 4 12쪽
8 강철 숲의 늑대(2) 24.08.24 94 4 13쪽
7 강철 숲의 늑대(1) 24.08.23 104 4 12쪽
» 가장 훌륭한 재활 상대(2) +3 24.08.22 12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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