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파괴 병기에 자아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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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배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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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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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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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스워드의 놀이

DUMMY

샤인스워드 저택의 이른 아침.

새벽 일찍 뒤뜰에서 비밀 회합이 있었다.


“보여줘, 그거 보여줘.”

[···이리와 구석에서 보여줄게.]


작은 쪽이 조르듯 부탁하니.

큰 쪽이 은밀하게 대답했다.


[따라붙은 사람은 없지?]

“응, 들키면 안 되니까 조심히 왔어.”


언뜻 보면 오해할 수도 있는 현장. 그들이 모인 이유는 간음도 범죄 모의도 아니었다.


“기이익···?”

“오, 오오!”


그저 어느 생명체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귀여워.”


그건 대검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마물.

녀석이 불안한 듯 사방을 바삐 둘러봤다.


[오러를 끌어올리고 만져. 과하게 힘을 주진 말고 겁먹으면 공격하려 들지도 몰라.]

“응, 알았어.”


나리아가 기생 무기를 쥐었다. 오러로 침투하려는 마력을 차단하며 부드럽게 들었다.


“기익?”


기생 무기가 저항하지 않았다. 메인 선에서 어느 정도 조련이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신기해. 어떻게 한 거야?”

[마물도 결국 짐승이야. 길들이고자 하면 길들일 수 있어. 보통 방법을 모를 뿐이지.]


마물은 짐승보다 위험하다.

고로 조련 난이도가 극적으로 높았다.


[이 녀석에게 두 가지만 알려주면 돼.]

“두 가지?”


기생 무기는 다른 마물에 비해 지능이 낮고 단순한 편이었다. 그래서 보다 간단했다.


[나와 함께하면 이득이 된다.]


적절한 마력을 먹이로 준다.

마석을 직접 먹이는 것도 괜찮다.


[난 언제나 널 부숴버릴 수 있다.]

“협박?”


상하 관계의 정립.

누가 위고 아래인지 확실히 새겨둔다.


[서열 정리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지.]

“협박이네.”


이 과정이 이전보다 이상할 정도로 쉬웠다. 새로운 마력 성질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나리아로부터 기생 무기를 건네받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진심 어린 아쉬움이 스쳤다.


“이름이 뭐야?”

[이름?]


딱히 이름을 지어줄 생각은 없었다.


“응, 이름은 중요해. 우리도 다들 지어.”

“기익···?”


해서 이건 단순한 변덕이었다.


[히드라.]

“뭔가 불길해.”

[왜, 멋있고 좋은데.]


이 단순한 변덕이 후에.

어떤 결과로 돌아오게 되는지.


“끼익···! 끼이익···!”


이땐 꿈에도 몰랐다.


====


[고생했다.]

“보고는 언제나 지친다니까?”


가주 집무실에서 나온 레인이 말했다.


[뭐라고 하든?]

“칭찬하지, 수고했다고 하고. 사탕무와 동전 상회를 영혼까지 털어주겠다고 하더라.”


레인의 보고를 들은 밀턴은 분개했다. 상대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


“또 회수한 밀수 마석량이 보통이 아니라 우리한테도 꽤 짭짤하게 떨어질 거 같아.”

[얼마나?]

“최신형 실험 기구 몇 개? 그간 비싸서 엄두도 못 냈는데 이번 기회에 들여놓아야지.”


마물 밀렵과 마석 밀수꾼들은 북부의 오래 묵은 문제였다. 안 그래도 벼르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평소에도 중앙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렇다 할 계기가 없었거든. 속이 시원하다던데?”


적잖은 마석이 중앙으로 흘러든단 심증은 있었다. 하나 물증이 없어 따지질 못했었다.


[그냥 밀수꾼 나부랭이도 아니고 대형 상회가 엮여 있으니, 중앙도 무시 못 하겠지.]


중앙이 마석 밀수 단속에 힘을 실어준다면 든든해진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의 수였다.


“글쎄··· 그게 말처럼 되려나 몰라.”

[황금 길 연합 녀석들?]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레인은 이번 밀수 사건 뒤에 흑막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응, 골든트리 공작가. 그들이 자기 명성에 누가 되는 인간을 가만둘 리 없으니까.”


그들이 바로 골든트리 공작가.

황금 길 상인 연합의 우두머리.


“그래도 뒤로 우릴 야금야금 뜯어 먹고 있었단 사실은 알았잖아. 소득은 소득이지.”


레인이 그리 말하며 시선을 고정했다.


“꽤 얌전하네.”

[말했잖아. 내가 잘 길들일 수 있다고.]

“남쪽 대양 건너에 마물 조련사가 있다곤 들었었는데··· 이게 진짜 되는 거였구나.”


메인이 등에 멘 대검을 바라봤다.

시선을 느낀 녀석이 눈치 보듯 실눈 떴다.


[내 허락 없이 눈 뜨지 말랬지, 히드라.]

“기이익···”


눈이 재빨리 다시 감겼다.


“그새 이름도 지었어? 애초에 소통은 어떻게 하는 거고. 그거 말도 알아듣는 거야?”

[마력은 위대해서 안 되는 일이 거의 없지. 특정 파장으로 의지 전달도 가능해.]


레인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지쳤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짙은 호기심만 남았다.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일단 공방으로 가자. 가서 말해줄게.]


태양 램프, 교란 피리, 마물 사냥 작살, 결합 마석 폭탄. 만들고 또 만들어도 레인의 창작 욕구는 쉽게 바닥나지 않았다.


“원래 내가 통신 마도구를 만들려고 했는데 번번이 실패했었거든. 그런데 방금 그―”


신나서 가벼워진 공방으로 향하는 발걸음.

평소와 같이 공방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 누군가 있다.]


메인이 레인을 낚아채 끌어안았다.


“아, 아저씨!?”


서둘러 히드라를 뽑아 쥐었다. 공방 안에서 허락받지 않은 손님의 기척이 느껴졌다.


[수는 둘. 저쪽도 우릴 알아차렸어.]


메인의 감각이 이전보다 예민해졌다.

마물의 마력 성질을 품은 부가효과였다.


[내가 먼저 들어간다.]


메인이 앞장서 공방 안에 들었다.

열리는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대화 소리.


“이게 뭐야, 난 봐도 뭔지 모르겠는데.”

“손대지 마··· 그러다 혼나도 몰라···”


한쪽은 남들보다 3할 정도 빠르게. 다른 쪽은 남들보다 3할 정도 느리게 말했다.


[꼬맹이들?]

“···너희 여기서 뭐 해?”


공방 주인의 물음에.

짧고 긴 은발이 동시에 움직였다.


“무슨 이야길 그렇게 길게 해.”


개구쟁이 소년은 뭔지도 모르는 부품을 쥐고 뚱한 표정으로 말했고.


“이번에··· 재밌는 일이··· 있었대.”


나른한 표정의 소녀는 친절하게 설명을 추가했다. 이에 개구쟁이가 인상을 쓰더니.


“엥, 진짜? 치사해! 나도 데려가지!”

“하지만··· 경쟁인걸···?”

“그냥 기사인 걸로 할게! 다음엔 데려가!”

“똑똑한데···?”


이상한 말을 해댔다.


“그래서 너희가 여긴 뭘 하러 온 거야?”


전혀 예상치 못한 손님이라.

공방에 무단침입한 것이 화도 안 났다.


“티파니, 그리고 티미.”


두 사람은 레인의 동생들.

여덟째 티파니와 아홉째 티미.


“미안한데 우린 누나한테 볼일 없걱―!”

“예의 없어··· 말조심해··· 티미.”

“아악! 왜 항상 때리고 말하는 거야!”

“난 말보다··· 행동이··· 빠른 편이니까?”


항상 티파니가 누나로서 행동했으나.

사실 두 사람은 같은 해에 태어났다.


“몇 개월 일찍 태어난 걸로 유세는···”

“그게 싫으면··· 일찍 태어나던가···”


티파니는 3개월 누나.

나이는 똑같이 열넷이었다.


[싸우지 마, 꼬맹이들아.]


해서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다. 사이가 좋다고 하면 좋고 나쁘다고 하면 나쁜 남매지간.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인데?]


공방에 찾아와 놓고 레인에게 볼일이 없으면 남은 건 메인. 남매가 그 말에 반응했다.


“약속을 지켜야지!”

“맞아··· 우리 기다렸어···”


서로 다른 온도로 밀어붙였다.


“약속? 아저씨 얘네랑 무슨 약속 했어?”

[흐음···]


막상 그렇게 들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전 후계들과의 다과 시간에 했습니다>


시스템이 정확히 짚어냈다.

그러자 기억도 함께 자연스레 살아났다.


[아, 그때 그 약속···?]


토너먼트에서 과하게 날뛴 결과.

본의 아니게 후계들에게 해를 끼쳤었다.


[지금?]

“지금!”

“원래 아버지가··· 해주시는데··· 없어서.”


본래 어물쩍 넘어가기 위해 맺었던 약속.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라 지킴이 옳았다.


[어디로 갈까?]

“장소는 상관없어.”

“나는··· 바깥도 좋아···”


메인이 남매를 데리고 사라졌다. 흐름에 발을 담그기 힘들어 멍하니 있으려니 공방에 덩그러니 남았다. 오히려 좋았다.


“난 연구나 하자.”


그래도 왠지 외로운 기분이 드는 것은.


“그나저나 자기들끼리 뭐야, 사람 따돌리는 것도 아니고. 이유라도 말해주면 덧나···”


어쩔 수 없음이라.


-

-

-


티파니, 티미와 나눴던 약속은 바로 대련.

두 사람과 검을 섞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그래, 너희 입으로 듣고 싶어.]


겸사겸사 자식들이 생각하는 가주에 대해 듣고 싶어졌다. 알아둬서 나쁠 건 없었으니.


“아버지는··· 강해···!”

“맞아. 죽은 땅의 재해급 마물들도 아버지에겐 상대가 안 돼. 누가 뭐라고 해도···”


샤인스워드 가주의 무력은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제국 내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강자.


“소드 마스터니까!”


소드 마스터란 칭호가 이를 증명했다.


“그냥 말고··· 가장 강한··· 소드 마스터!”

“황실 기사단장, 방랑 기사, 동쪽의 드래곤 슬레이어. 그 사람들 말고 저택에도 몇몇 있지만 아버지완 근본적으로 느낌이 달라.”


소드 마스터란 검으로 어느 ‘경지’를 넘어섰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이들. 그 수는 절대적으로 극소수였으나 아예 없지도 않았다.


[샤인스워드에만 일곱이었나?]

“맞아, 아버지, 숙부님, 고모님,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그리고 기사단장 둘. 이밖에 근접한 사람들은 수두룩하고.”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전투 병기. 대륙에서 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게 샤인스워드.


“큰오빠랑··· 큰언니도··· 후보야.”

“그건 모르지. 내가 먼저 될 수도 있어.”

“티미··· 겸손의··· 의미를 알아···?”


한 세대에 적어도 둘. 꾸준히 소드 마스터를 배출하는 괴물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티미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아무리 뛰어나도 경지를 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니까.]


메인도 들은 이야기였다.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기사에게 귀에 닳도록 들었었다.


재능만 있다면 누구든 목전까지 다다를 순 있으나 넘어서는 덴 천운이 필요하다고.


“봐! 이 아저씨가 역시 뭘 좀 안다니까?”

“못 믿어··· 오러도··· 없으면서···”


해서 샤인스워드의 가주는 보통 소드 마스터였다. 가주가 스스로 물러나고 싶을 때까지 쥐고 있는 자리이니 어린 형제들에게 기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차피 힘이란 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엇비슷해져. 너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검성과 메인이 공감한 이야기였다.

마력이냐 오러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강하지 않잖아···”

“웬일이래? 오랜만에 세게 나오는데.”


오늘 아이들과 놀아줄 장소는 동산이었다. 최대한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터로 삼았다.


[그래 보여?]

“그래 보여···”


샤인스워드의 놀이는 격하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이 남매의 놀이 상대는 가주였다.


“누나가 많이도 쌓였나 보네. 하긴 원정 이후에 검을 거의 잡지 못했지. 다들 귀찮다고 상대도 안 해주고.”


죽은 땅 원정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

겉모습은 여려도 실력은 진짜.


[그건 너도 같은 거 아니냐?]

“아저씨. 점점 마음에 드는데?”


샤인스워드는 검귀(劍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폭력을 즐기는 정신 나간 괴물 집단.


[여기면 적당하겠지.]


메인이 히드라를 뽑으니 남매도 따라 뽑았다. 재차 주변 기척을 확인하고 끄덕였다.


[나중에 불평하기 없기다.]


이전 여정으로 성장했다. 샤인스워드에게도 칼날이 닿을지 슬슬 검증하고 싶어졌다.


“···와, 이거 느낌이 좀!”

“응, 이거··· 인간이 아니야···”


하늘을 집어삼키는 새카만 먹구름이.

투구 안에서 빛을 발하는 새빨간 안광이.

마력을 받아 진동하는 흉흉한 무기가.


[목숨 걸고 덤벼라.]


과거, 재앙이라 불렸던 시절을 재현했다.

비록 그때와 비교하면 초라하고 하찮지만.


[꼬맹이들아.]


버릇없는 아이들과 놀아주기엔.

차고 넘치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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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후계 토너먼트(1) +1 24.08.30 6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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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선발대의 귀환(1) 24.08.28 75 2 16쪽
11 키마이라, 만변의 돌 +2 24.08.27 92 2 11쪽
10 강철 숲의 늑대(4) 24.08.26 89 4 11쪽
9 강철 숲의 늑대(3) 24.08.25 92 4 12쪽
8 강철 숲의 늑대(2) 24.08.24 94 4 13쪽
7 강철 숲의 늑대(1) 24.08.23 10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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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장 훌륭한 재활 상대(1) 24.08.21 15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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