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파괴 병기에 자아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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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배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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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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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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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물결(1)

DUMMY

수인.

인간과 동물을 악의로 비틀어 섞으면 탄생하는 저주받은 존재. 두 다리로 걷고 나름의 언어도 있으나 목적은 오로지 파괴에 있다.


사냥. 포식. 번식.


수인을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게 전부.

그들은 사냥하고 먹고 수를 늘린다.


주로 숲과 산맥에 기거하며 대륙을 방랑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랑 수인이 수를 불려 도시 혹은 영지 차원의 문제가 됐을 경우 이르는 말이 호드(Horde).


“지금이라도 알아차려서 다행입니다.”

“맞습니다! 이것들 새끼 까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라 잠깐이면 군대처럼 불어납니다!”


마커스와 스틸가가 의견을 말했다.


“맞아요! 종류도 다양해서 병과도 나누고 전략도 쓰고 진짜 귀찮아진다니까요?”

“우두머리급 개체도 많아져. 그것들은 강해. 아주 드물게 재해급 수준도 있어.”


스트롬 자매도 힘을 실었다.


[동의한다. 빨라서 좋은 건 수인 토벌과 고객과의 잠자리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메인도 마찬가지.


“아저씨, 그런 농담 은근히 좋아한다?”

[아저씨잖아.]

“오··· 반박할 말이 없네.”


모두의 의견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면 추적부터 시작할까?”

[정보수집부터. 직접 상대했으니까 상회 용병들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나을 거야.]


정보수집 그리고 추적. 순서도 정해졌다.


“안내해 주시겠어요, 지부장님?”

“물론입니다, 레인 아가씨.”


일행이 상회 지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술기운은 달아난 지 일찍. 호드(Horde)는 가볍게 다뤄 질 문제가 아니었다.


최대한 빨리,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어설프게 했다간 큰 재앙이 될 수 있었다.


“아, 마침 잘 됐군요.”


상회로 돌아오니 마당에 몰려있는 이들이 보였다. 통일성 없는 복장과 장비. 특유의 거친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용병.


“칼리드 단장. 잠깐 시간 좀 내주십쇼.”


검은 송곳 용병단. 상회와 전속 계약을 맺은 용병단. 이번 사건의 당사자였다.


“이발드 지부장? 그럼 그쪽 분들은···”


검은 곱슬머리의 중년인이 일행을 훑었다. 자신들관 다른 깔끔한 차림. 느껴지는 무게감과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


“대공가에서 나오셨겠군요.”


입은 공손했으나 기꺼워 보이진 않았다.


“맞아요, 레인 샤인스워드라고 해요.”

“아, 그 영특하기로 유명하신···”


이름을 듣고 말끝을 늘였다.


“크흐흐···!”


그의 뒤로 비웃음도 들려왔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아가씨.”

“···”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으나 불쾌했다.

레인의 표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응? 무슨 볼일 있으쇼, 기사 나으리?”


해서 메인이 움직였다.


[너지?]


레인을 비웃었던 용병을 내려다봤다.


“무슨 말인 줄 모르겠는데? 생사람 잡―!”


그리곤 목을 틀어쥐어 들어 올렸다.


[들개 새끼들 주제에 분수를 모르는구나.]

“컥! 커억!!”


용병들이 무기에 손을 얹었다.

기사들은 기세를 드러내지 않았다.


[고작 너 따위가 조롱할 대상이 아니다.]

“살려! 살려, 줘!”


살짝 비틀면 그걸로 끝.

메인이 나약한 목을 쥔 채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비틀어 버릴까?]


레인을 바라봤다.

그녀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면 안 돼, 아저씨.”


레인은 용병대장, 칼리드를 보며 말했다.


“약자를 괴롭히면 안 된다고 시조님께서 말씀하셨단 말이야. 우린 악당이 아니라고.”


그녀의 말에 용병이 해방.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을 굴렀다.


“송구합니다, 레인 아가씨!”


날 선 상황.

지부장이 중재하려 앞으로 나섰으나.


“하하하하!! 인상적이군요!”


칼리드가 폭소하며 막아섰다.

손뼉까지 치며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모두 멍청한 부하를 휘어잡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깊게 고개 숙였다.

담긴 감정이 처음과 미묘하게 달랐다.


“노여움을 풀어주시겠습니까?”


용병답게 고개가 가벼웠다.


“들어가죠, 물어볼 게 많아요.”

“기꺼이.”


칼리드와 레인이 지부로 들어섰다.

기사들이 다음이고 메인이 마지막이었다.


[또 까불어 봐.]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남은 용병들을 향해 경고했다.


[다음엔 머릴 으깨버린다.]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이었다.


-

-

-


으레 다른 용병들이 그러하듯.

검은 송곳 용병단도 개성이 강했다.


통일되지 않은 복장과 제각각 다른 무기.

인종, 출신, 전투 방법, 말투까지.


<사용자의 생각에 동의를 표합니다>


하나,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전체적인 장비의 질이 우수한 편입니다>


마물 가죽 갑옷. 비싼 광석으로 만든 무기 등. 보통 용병답지 않게 우수한 장비였다.


[검이 꽤 좋은데?]

“···고맙습니다.”


옆에 선 칼리드의 부하에게 물으니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메인이 불편하기 때문인지.


<추정 1. 상단의 풍족한 지원>


아니면 무언가 걸리는 점이 있는 건지.


<추정 2. 봉급 외 활동으로 인한 수익>


그건 본인들만 알았다.


“확실히 그건 호드였습니다.”

“역시···”


뒤에서 메인의 생각이 깊어지든 말든.

칼리드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구성 대다수는 염소 수인. 수는 삼백 내외. 직접 확인한 우두머리급 개체는 둘.”


간결하고 직관적인 보고였다.


“무리 전체가 전투에 능숙합니다. 우두머리 개체 역시 전략을 이해하고 사용합니다.”


그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알게 됐다.


“저희는 녀석들과 총 세 번 부딪혔습니다. 최초에 상단을 습격한 수인을 격퇴. 이후엔 추적해 더 큰 무리를 사냥. 솔직히 여기서 마무리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검은 송곳 용병단의 주 업무는 상단 호위.

수인은 도적 못지않게 익숙한 위협. 그 익숙함이 독이 되어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오만했습니다.”


그 독의 이름은 오만.


“저희가 처리한 건 놈들의 정찰대였고, 본대와 맞닥뜨린 순간 무력하게 당했습니다.”


오만은 용병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놈들은 저흴 언덕 아래로 몰아 넣고 농락했습니다. 웃어대며 독 바른 창을 던졌죠.”


검은 송곳 용병단은 큰 해를 입었다.

나름 분전했으나 수적 열세가 분명했다.


“시체도 수거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엔 아무런 시체도 없었다. 수인을 괜히 ‘청소부’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전 북부 출신이 아니라 이 땅의 안위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본래 용병들이 그랬다. 제 이득이 우선인 걸 생각하면 상인과도 닮았다. 둘이 붙어먹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책임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놈들은 부하들을 죽이고 잡아먹었습니다. 분명 개중엔 아직 죽지 않은 녀석들도 있었겠죠.”


상인과 용병의 차이는 은원을 다룸에 있었다. 상인의 은원은 실익 뒤에 있고, 용병의 은원은 실익 앞에 있었다.


“반드시 복수할 겁니다.”


유독 원한이 그러했다.


“저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주십쇼.”


문젠 그들의 힘만으론 어쩔 수 없다는 것.

레인과 메인이 이곳에 오게 된 경위였다.


“기꺼이 검을 휘두르겠습니다.”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정제된 감정에서 짙은 분노가 비쳤다.


“대신 놈들이 가져간 동료의 유품을 수거할 수 있게 해주십쇼. 이를 보수 대신으로 삼겠습니다.”


이후 그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곤 지부장과 함께 물러났다.


일행만 남은 자리.

가장 먼저 침묵을 헤친 건 메인.


[거짓은 아닌 것 같다.]

<동의. 거짓일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나머지 모두 고갤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적은 수가 많아.”

[개개의 강함도 뛰어나지.]


우두머리급 개체의 강함은 최소 평기사. 오래 살고 마력을 축적할수록 강해지는 마물의 특성을 그대로 공유하는 수인의 경우 최댓값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


대(對)수인용 마도구는 진작 준비했다.

대략적인 위치는 칼리드에게 들었다.


“스틸가 부단장, 병사를 준비시키세요.”

“예, 아가씨.”


스틸가가 마커스와 함께 방을 나섰다.


[너흰 마차에 실어뒀던 상자를 가져와.]

“네!”

“알았어.”


스트롬 자매도 곧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레인이 일어서 메인을 봤다.


[사실일 순 있으나 진실이 아닐 순 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빙그레 웃는 얼굴로 긴장을 숨겼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지?”


이 정도 규모의 출전은 처음이라.

레인도 떨리는 모양이었다.


[해야지. 그러려고 돌아왔잖아.]

“맞아. 이러려고 돌아왔지.”


작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하지 마라.]


떨림이 잦아들었다.


[내가 누군지 알잖아.]

“응!”


믿음이 그렇게 만들었다.


====


발리아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


“많다.”

“많네.”


새하얀 언덕 몇 개 넘어 위치한 그곳은.

뿔 달린 짐승들로 우글거렸다.


“후욱···! 후욱···!”


날카로운 뿔과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가진 이족 보행 염소. 조악한 무기를 쥐고 사람을 닮은 걸음걸이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 수는 어림잡아 삼백 근처. 경계하는 소수를 제외하곤 짐승답게 곳곳에 늘어졌다.


[저것들이 우두머린가.]


유독 눈에 띄는 거대한 두 개체. 보통 수인보다 배는 크고 내뿜는 기세도 남달랐다.


“평기사 수준은 아닌 듯한데···”

“저랑 좋은 승부가 되겠군요.”


그 강함은 부단장 수준. 스틸가와 호각.


“난 이길 수 있어.”


나리아 아래.


“스틸가 경보다 강하니까.”

“남자답게 깔끔히 인정합니다.”


즉, 저것들은 부단장 둘이 이끄는 수백의 병사 무리. 충분히 차고 넘치는 위협이었다.


[하난 내가 맡고 하난 나리아가 맡는다.]

“나는?”

[넌 병사들을 도와. 그게 효율적이야.]


스틸가가 덤덤히 받아들였다.


“여기 버튼을 누르고 5초 안에 투척···”


와중에 레인은 자신이 만든 마도구를 설명하고 있었다. 메인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무기라나.


[준비됐어?]

“언제든지.”


끝마친 준비에 메인이 일어섰다. 거대한 몸이 언덕 위에 서니 이목이 모여들었다.


―!!


모두 수인의 이목이었다.


[팔 힘 좋은 녀석들로 엄선했겠지?]

“걱정하지 마. 기사들이 던질 거야.”


충분했다.

메인을 발견하고 무기를 꽉 쥔 수인들.


[날 향해 던져라.]


마지막 말을 남기고 메인이 도약했다.


“와···”


휘몰아치는 강풍. 무게에 어울리지 않게 가볍게 날아서 수인들 사이로 떨어졌다.


―?


자진해 사지로 뛰어든 적에게 의문.


“그어?”


우두머리 역시 잠시 당황했으나, 메인의 강함을 알아차리고 기회를 잡았다고 여겼다.


“그어어어!!”


우두머리의 명령을 받아 거칠게 공격. 메인은 망토로 몸을 감싸고 그대로 웅크렸다.


어지간한 힘과 무기론 은빛 망토를 뚫지 못했다. 그럼에도 몸을 최대한 단단히 했다.


곧 닥쳐올 걸 알아서였다.


“투처어어억!!”


레인의 구령에 기사들이 일어섰다.

둥그런 구체의 버튼을 누르고 던지기.


“크응?”


매끈하게 생긴 공에 머릴 맞은 수인이 영문을 표하며 그것을 주워들었다.


동료들이 적을 공격하는 와중. 호기심 많은 수인은 공을 이리저리 둘러봤고.


“그악!”


구체 사이로 새어 나기 시작한 빛.

불온한 진동에 당황했을 땐 이미 늦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한때 메인의 몸속에 있던 결합 마석.

매우 높은 확률로 폭발하는 결함품.


[폭발은 걸작의 아버지다.]


이를 터지지 않게 만드는 건 어려워도.

되려 터지게 만드는 건 쉬웠으니.


콰과광―!!


설원이란 이름의 흰 도화지가.

새빨갛게 물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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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강철 숲의 늑대(3) 24.08.25 92 4 12쪽
8 강철 숲의 늑대(2) 24.08.24 94 4 13쪽
7 강철 숲의 늑대(1) 24.08.23 104 4 12쪽
6 가장 훌륭한 재활 상대(2) +3 24.08.22 127 4 12쪽
5 가장 훌륭한 재활 상대(1) 24.08.21 15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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