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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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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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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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방침.

DUMMY

# 오늘도 퇴근. 3화.

팀장님의 방침.




퇴근해서 집으로 오는 내내 고민했다.


민수의 고민은 이준식 인사부장에게서 들은 VIP 관련 인사 건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어느 게 좋을까?’


좋은 것 두 개를 가지고 결정하는 건 언제나 쉽지가 않다.


결국 결정을 내린 건 돌솥비빔밥.


비빔밥도 좋지만 오늘은 돌솥비빔밥이 좀 더 당겼다.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은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의 차이를 글자 그대로 그저 돌솥이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둘의 차이는 무척 크다.


재료가 같다고 해서 회와 생선구이를 같이 볼 수 없는 것처럼 아예 다른 음식이다.


비빔밥은 원래 골동반(骨同飯, 骨董飯) 혹은 화반(花飯)이라고 불렀다.


골동반은 ‘어지럽게 섞은 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화반은 ‘꽃밥’이라는 뜻이다.


둘 다 비빔밥을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지만, 민수는 이 둘을 합친 게 비빔밥에 대한 진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흰 쌀밥 위에 형형색색의 나물들, 그리고 붉은 고추장과 노란색의 날계란 노른자. 계란프라이를 하면 흰자가 나물과 경계를 이루어 흰색의 여백미까지 느껴진다.


이렇듯 꽃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비주얼이다.


하지만 이런 꽃밥을 먹기 위해서는 사정없이 섞어 버려야 한다.


화반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골동반이 될 수밖에 없는 음식, 아름다움을 만들고 다시 아름다움을 깬 뒤, 실리를 챙기는 음식.


이게 민수가 정의한 비빔밥이었다.


그리고 비빔밥엔 독특한 특징 하나가 더 있다.


재료에 따라 어떤 것으로든 변신할 수 있다는 것!


나물을 넣는 게 일반적이지만, 회, 육회, 무채, 스팸까지 뭘 넣어도 되고, 하다못해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을 넣어도 결국은 다 비빔밥이 된다.

재료에 따라 맛만 달라질 뿐이다.


소스 역시도 고추장 대신 간장, 혹은 먹다 남은 된장찌개까지······.


중요한 건 재료가 어떻게 조합되는지이고, 더욱 중요한 건 간편하게 빨리, 맛있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었다.


반면에 돌솥비빔밥은 이렇게 재료를 다양화할 수는 없다.

아니, 다양화하지는 않는다.


들어가는 재료가 어느 정도 틀이 갖추어져 있고, 돌솥을 데워야 하는 까닭에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사라진다.


하지만 돌솥비빔밥은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구수한 맛이 있다.

후후, 불어 가며 먹어야 하는 온기도 있고.


비빔밥에 뜨거운 콩나물밥의 식감을 얹은 느낌이랄까······.


깔끔한 나물 비빔밥에 온기와 풍미를 더한 음식.

그게 바로 돌솥비빔밥이다.


어쨌든 무얼 먹을까에 대한 고민은 끝났다.

이제 돌솥비빔밥을 만들 시간.


찬장 아래에 있는 맥반석 돌솥을 꺼내서는 물로 대충 헹구고 가스렌즈에 얹은 뒤, 불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그러고는 돌솥이 열기를 머금을 때까지 같이 먹을 국을 준비했다.


작은 냄비에 물을 끓이고, 파를 먼저 잘게 썬다.

다진 파를 도마 위에 그대로 놔두고, 마트에서 파는 광천김을 꺼내 포장지에 김을 털어 넣어서 비비고 나면 김 가루 완성.


어느새 끓기 시작한 물에 멸치 다시다와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 가루후추와 참깨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쏟아부은 뒤,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노른자는 종지에 담아 두고, 흰자만 끓는 물에 한 바퀴 돌려서 넣는다.


숟가락으로 흰자를 대충 저은 뒤, 불을 끄고는 김 가루와 썰어 놓은 파를 털어 넣으면 끝.


이건 맛볼 필요도 없다.

비빔국수나 볶음밥, 카레라이스 등 어떤 것과 같이 먹어도 맛있는 간편한 국이다.


국은 냄비 채 그대로 놔두고 다시 돌솥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


먼저 중불로 낮춘 뒤, 돌솥 위에 참기름을 두른다.

이때 중요한 건 참기름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돌솥에 참기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기름의 첫 번째 용도는 맛과 향.

두 번째는 밥이 돌솥에 눌어붙지 않게 하는 코팅제의 역할.

세 번째는 바닥에 깔린 밥을 튀기는 용도이다.


이미 달궈진 돌솥이라 참기름에서 곧바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위에 밥을 깔면, 따다닥, 따닥······.


이렇게 군침 도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린다.


밥 위로 나물을 도넛 모양으로 얹고, 움푹 파인 중심엔 국을 만들 때 종지에 담아 두었던 계란 노른자를 올리면.


화반(花飯)이 완성되었다.


돌솥에 불을 끄지 않은 채 이렇게 잠시 놔뒀다가, 냄비에 있는 국을 국그릇에 옮긴 뒤 이제야 불을 끈다.

돌솥에 열기를 조금이라도 머금게 하기 위해서다.


작은 반상(盤床)에 돌솥비빔밥과 국을 올려놓았다.

반찬은 필요 없다.

이대로가 이미 완벽한 음식이니까.


마당으로 나가 평상 위에 반상을 올려놓자, 해질녘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저 멀리 고층빌딩 뒤로 스며든 노을을 잠시 감상하고는 국부터 한 숟갈 맛보았다.


MSG 멸치 육수의 감칠맛에 듬뿍 뿌린 후추 특유의 칼칼한 맛, 그리고 참깨와 파, 계란 흰자, 광천김 한 봉지로 풍미를 더한 맛이 꽤나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이렇게 먼저 국물 맛을 음미하고는 고추장을 두툼하게 퍼서 돌솥비빔밥의 정중앙에 있는 계란 노른자에 푹 찔러 넣었다.


화반(花飯)을 깨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골동반(骨同飯)을 만들어서는 큼지막하게 한 숟갈 떠서 후후 불었다.


드디어 입에 넣는 순간······.


“화악- 호호-”


후후 불어서 입에 넣었는데도 입 안에서 다시 호호 불어야 할 만큼 뜨겁다.


열기를 잔뜩 머금어서 뜨겁고 찰진 콩나물밥의 느낌이 드는 찰나 이내 반전이 밀려왔다.


바사삭-


참기름에 튀겨진 부분의 밥이 씹힌 것이다.

여기에 계란 횐자를 풀어 넣은 국물 한 숟갈.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게 없었다.


후후 불어 가며 꽤 바쁘게 돌솥비빔밥을 비우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립톤 복숭아맛 아이스티 분말을 물에 풀어서 얼음을 넣은 뒤, 다시 마당으로 가지고 나와, 난간에 기댔다.


글라스에 물방울이 송송 맺힌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하나밖에 없는 회장 딸이 밑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잠깐 머물다가 갈 거니까.


문제는 회장 딸과 함께 올 직원 두 명이었다.


회장 딸을 보좌하기 위해서 만든 TO는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오너 일가라고 해도 사원으로 입사시키며 보좌하는 직원을 두 명이나 집어넣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명색이 회장 딸이 들어갈 팀인데, 팀장 하나 달랑 있는 조직이다 보니 구색이라도 갖춰 놓기 위해서 넣은 직원인 듯했다.


그렇다는 건 능력 있는 인재는 아니라는 뜻.


능력 있는 인재가 ESG팀에 올 이유도 없고.


“흐음······.”


어느새 아이스티를 다 마시고는 아직 글라스를 채우고 있는 얼음 하나를 입에 넣었다.


아자작.


*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개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한 뒤 샤워를 하고 나와,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냈다.


캔 맥주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는데, 수족관 속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청거북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형과 함께 재래시장에서 산 청거북, 청룡이었다.

빨간색 플라스틱 대야에 들어 있던, 당시엔 5cm도 되지 않던 작고 귀여운 거북이었는데, 지금은 손바닥보다 커져 있었다.


청룡이를 키울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형과 함께 집으로 걸어오던 그때가 문득 생각났다.


아련한 얼굴로 26년 전의 그때를 회상한 민수가 마당으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는 캔 맥주를 땄다.


치익-


그렇게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는 그제야 마당으로 나갔다.

평상에 상체만 눕혀서 손깍지를 베고 가만히 누워 있는데, 문득 흐릿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으로 날씨를 확인하자, 내일 비 올 확률은 60%였다.


보통 60%이면 비가 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그게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있었다.


비 올 때는 그거에 막걸리 한잔이 최고여서였다.


그렇게 오늘도 나름 바빴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이······ 에스, 지 팀······.”


강채은이 자신이 들어가게 될 부서 이름을 중얼거렸다.


E(환경, Environment), S(사회 공동체, Social), G(지배구조, Governance).


지구환경과 인권,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 등을 고려해서 책임감 있게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그런 체제, 혹은 이념을 말하는 단어였다.


기업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개념을 경영에 억지로 끼워 넣은 것쯤으로 보면 되는 경영 방식.


그런데 세계 굴지의 기업 대부분이 이런 경영 방식을 채용하고 있었다.


이윤 추구에 가장 큰 목적이 있는 기업이 이런 돈 안 되는 이념을 앞다투어 채용하고 있는 이유는 UN과 각국의 정부가 권장을 넘어서 거의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국내에선 국민연금이 ESG를 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하며 모든 기업이 반강제적으로 이 ESG에 사활을 걸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소야그룹은 이런 ESG에 쥐뿔도 관심이 없었다.


창업 이래 무차입 경영을 한 까닭에 국민연금의 투자 따윈 아쉽지 않아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Q에 ESG팀을 신설한 이유는 보여주기만큼은 열심히 하겠다는 것······.


해서 이득 볼 건 없지만, 안 했을 때 발생하는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렇다 보니 수직적인 어떤 사업군에도 속해 있지 않고, 실무가 아닌 명분만 끝없이 만들어 내는 부서, 허깨비 같은 부서가 되어 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부서에 자신을 처박은 사람은 작은아버지인 소야케미컬 강태천 사장.


하지만 강채은은 이런 허깨비 부서에서라도 실적을 내고, 입지를 다져야만 했다.

그리고 영향력을 키워서 작은아버지 일가로부터 어떻게든 회사를 지켜내야 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빠의 손은 핏기가 없었고, 자신의 손은 너무 가느다랬다.


“아빠······. 아빠가 일어나실 때까지 회사는 제가 꼭 지켜낼게요. 그러니까······ 어서 일어나요, 아빠.”


좋은 꿈을 꾸기라도 하는 듯 눈을 감고 편안히 누워 있는 아빠를 보며 강채은은 다시 한번 작은아버지 일가로부터 회사를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ESG팀이라는 너무 열악한 환경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편의상 헬스케어 HQ에 속해 있다곤 해도 그룹 전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부서.

그래서 회사를 파악하는 데 적당했고, 어느 사업군에도 속해 있지 않기에 작은아버지 일가의 압박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적을 내기 애매모호한 부서라는 게 핸디캡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소야그룹이 ESG에 미온적인 것이지, 이미 모든 기업이 ESG를 핵심 가치로 두고 경영방침과 전략을 세워 나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누구 한 명 의지할 수 없는 그녀였지만, 이 ESG팀에서 어떻게든 입지를 다져 나가야 했기에 앞이 캄캄해도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


타닥, 탁, 타다닥, 딸깍, 탁.


“팀장님.”


모니터 위로 눈길을 올리자, 인사팀 직원 뒤로 세 명이 서 있었다.


“어, 그래.”

“들으셨죠? 새로 오신 분들.”


얼뜬 얼굴로 얼타는 듯한 표정을 한 남자, 시커멓게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는 얼굴에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는 남자.

그리고 갈색의 가죽 재킷에 늘씬한 다리가 돋보이는 청바지. 어깨를 살짝 덮은 생머리에 쌍꺼풀 없는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미모의 여자.


각각 주임, 대리, 회장의 딸인 듯했다.


눈이 마주치자, 대리는 고개를 살짝 숙였고, 주임은 90도 인사, 의외로 회장 딸 역시도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였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인사팀 직원이 가고, 어색한 첫 대면의 시간이 다가왔다.


“인사는 하던 일 끝내고 하기로 하고, 그동안 총무과에서 필요한 비품 받아 오시고, 우리 팀에서 기존에 해 왔던 업무 자료 살펴보도록 하세요.”


말을 끝낸 민수가 다시 하던 작업을 이어 나갔다.


타닥, 탁, 탁, 딸깍, 타다닥.


“······.”


*


꽤 긴 시간이 흐른 탓에 나른해져 있는 팀원들의 얼굴 위로 자판 소리가 흘렀다.


타다다다닥, 탁탁, 탁, 타닥, 딸깍, 딸깍.


점심시간이 지나고 2시 정도에 인사 배치가 되었는데, 하던 일만 끝내고 인사한다는 게 벌써 4시간째 이러고 있었다.


타닥, 딸깍딸깍, 딸깍, 탁.


이제야 하던 일을 끝냈는지 민수가 고개를 들었다.


“다들, 우리 팀에서 했던 업무 자료 살펴보셨죠?”


강채은과 정경준 대리가 민수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박지훈 주임이 대답했다.


“네, 팀장님.”

“그럼 우리 ESG팀이 어떤 업무를 하는 부서인지는 말씀드릴 필요 없을 것 같고,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저의 방침에 대해서만 잠깐 말씀드릴게요.”

“······.”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능력과 효율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각자가 업무 숙련도를 높여야 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팀워크를 잘 만들어 나가야 하겠죠.”


뻔하지만 옳은 말에 박지훈과 강채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정경준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강채은은 민수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기 위해 애썼다.


ESG팀에서 자리를 잡고, 또 ESG팀이 회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게 키우기 위해서는 팀장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샤프하고 능력도 있어 보이는 팀장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민수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팀에 중요한 일이 떨어져서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아무도 대답이 없자, 인사 서류를 흘끗 본 민수가 다시 물었다.


“정경준 대리가 대답해 보실래요?”

“뭐, 중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야근을 해야 되겠죠.”

“박지훈 주임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민수의 시선이 강채은에게로 향하자, 그녀도 대답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일이 우선이니까요.”

“흐음······.”


날카로운 눈으로 세 명을 둘러본 민수가 입을 뗐다.


“그게 틀려먹었다는 거예요.”

“······?”

“야근을 하는 것 자체가 능력이 없고,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했다는 걸 증명하는 거니까.”

“······!”


민수의 말에 박지훈이 ‘그렇구나-’ 하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정경준은 아까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강채은은 민수의 이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 갑자기 넘어올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그럼 아예 받지 말아야죠.”

“아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 들어 보셨죠?”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강채은을 보며 민수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일을 던져 준다는 건 그쪽에서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했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무능력과 비효율이 우리 팀에 전가된다는 것이겠죠. 이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

“······.”

“악화에 오염된 양화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는 우리의 방침을 지켜내야만 해요.”


긴가민가하는 얼굴로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박지훈이 물었다.


“그럼 야근을 해야 하는 일이 들어오면 무조건 받지 말라는 건가요?”

“맞아요. 무조건······. 무능력과 비효율의 악순환이 우리 팀에 번지지 않게요.”


보통의 팀장들이 하는 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말······.


‘이게 맞는 말인가? 일을 잘하려면 이 정도 강단과 원칙은 있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팀원들의 머리를 스칠 때,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이제 퇴근들 하세요.”

“네?”

“6시잖아요.”


말하기 무섭게 민수가 나가 버렸고, 세 명의 팀원들이 얼떨떨한 얼굴로 남았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정경준 대리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렀다.


“하하, 어서 퇴근들 하자고. 팀장님께서 무능력과 비효율에 오염된다고 하시잖아.”


박지훈은 그저 멍할 뿐이었고, 강채은은······.


그녀 역시도 멍했다.

개소린 것 같은데, 또 어찌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헷갈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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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팀장님의 퇴근생활. +16 24.08.21 31,759 618 14쪽
1 팀장님의 회사생활. +55 24.08.21 37,031 65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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