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하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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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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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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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시작.(4)

DUMMY

라온은 몬스터의 사체를 밟으며 나무에 늘어진 기사에게 다가갔다.


“왜 너희는···.”


왜 항상 이런 놈들은, 약자를 괴롭히며 약탈하고 빼앗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까.


“내가 거절했으면 나를 납치하든 에렌을 납치하고, 손가락이라도 잘라서 협박하려고 했었나?”


이제야 생활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시작했는데, 그걸 무참히 깨버리려 했다.


“쿨럭!”


기사가 핏물을 게워냈다.


“우, 우리가 실패 했더라도 끝이 아니오. 다른 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들이닥칠··· 쿨럭, 그 자들이 실패한다더라도 또 다른 무리가···.”


라온의 미간이 점점 모아졌다.

에렌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오빠가 최고야.’


자신이 내어준 문제를 풀어내고, 머리를 쓰다듬어 칭찬해 달라는 그때도.


‘오빠! 다 풀었어!’


손가락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를 바라보던 에렌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영상처럼 흘러갔다.


이런 에렌의 해맑은 얼굴들을, 지금 기사의 목소리가 피로 물들이고 갈기갈기 찢고만 있는 것 같았다.

사방에서 비처럼 뿌려대는 놈들에게서 에렌을 지켜 낼 수 있을까?

밤낮없이 에렌의 곁에 붙어있어야 할까.


라온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피를 뒤집어 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조차 싫었다.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내, 내가 그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알려 드리리다. 그러니 살려주시오. 고향에 처자식이 있소. 포, 포션 하나만 내어준다면······.”


그때, 기사의 눈빛이 꺼져 버렸다.

라온은 차갑게 식어가는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버렸다.

로데일이 지팡이를 짚으며 라온에게 다가왔다.


“재미있는 게 이런 게 아니었는데···.”


라온이 던전에서 돌아오면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로데일이었다.

산맥에서 거대한 오크 무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족히 500마리가 넘는 는 것 같아 추격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한 커다란 무리는 오크 족장이 있을지 몰랐으니까.

오크 족장을 심연 지배한다면, 500마리가 넘는 오크들을 넝쿨째 얻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라온이 말했다.


“다녀와서 보여 주시죠.”


라온의 말에 로데일은 단번에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혼자는···.”


라온이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충분합니다.”


내가 달라져야 상황이 달라진다.


한편 로데일이 머릿속으로 아크릴리아의 기사와 마법사들의 수가 스쳐지나갔다.

아니 그 생각들은 이내 지워버렸다.

라온에게 텔레포트라는 게 있었다.

여차하면 위기에서 바로 벗어 날 수 있는.


“저기 깨진 수정구들이 보이지? 저것만 조심하면 될 게다.”


마력을 억제시키는 도구였다.

아마 가진 것이 저게 전부였겠지만, 혹시나 또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던 라온이 미소를 지었다.

저리 담담하게 말해주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도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럴 필요도 없지.”


로데일이 몸을 틀며 한곳을 쳐다봤다.


“남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아크릴리아의 성이 나올게야. 말로 쉼 없이 이동하면 5일이 걸리겠지만···, 네 놈은 그 절반이 걸리지 않을까?”


땅을 접는 것처럼 텔레포트를 쓰면 말보다 빠를 테니까.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려고?”

“스승님.”


라온이 로데일을 스승이라 부르는 것은 별 다른 이유가 없었다.

베풂을 받고 배우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게 스승이 아니라면, 어떤 게 스승이란 말인가.


“제가 다녀올 때까지 에렌 좀 부탁드릴게요.”

“그래,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고개를 끄덕거린 라온은, 어두운 밤처럼 그대로 사라졌다.


* * *


3일 뒤.

라온은 아크릴리아 왕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크릴리아는 바렌시아와 별다를 게 없었다.

작은 영지와 큰 영지가 모여 한 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 쓰고 왕성으로 향하는 라온의 귓가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우리도 가자. 이러다 다 죽어!”

“바렌시아 말고도 다른 왕국에 도움을 요청을 해야지 뭐하는 거냐고!”

“다 거절했다던데···. 왕성에선 뭐하는 거야?”


거절할 수밖에.

다른 왕국도 마찬가지로 X급 던전이 생겨난 상황이었다.

아크릴리아 보다 늦게 출현해 시간적 여유가 있다지만, 굳이 자국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인재들을 다른 왕국에 파견할 이유는 없었다.

자국의 안전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걸어가자, 라온은 웅장한 성문에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문을 지키고 서 있던 병사들 중 하나가 라온에게 다가왔다.


말은 라온이 먼저 꺼냈다.


“바렌시아 왕국에서 왔다.”


병사들이 잠깐 눈을 굴리더니 병장기들을 치켜세웠다.


“바렌시아 왕국에서 왔다고?”

“정체를 밝혀라!”


라온이 후드를 벗었다.

검은 머리칼에 적색의 눈동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렌시아 왕국의 라온 백작이다.”


병사들의 눈이 커지는 듯싶더니.


“라온? 바렌시아의 그 라온 말이오?”


왕성의 근처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라온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최대의 관심사가 던전이었는데, 왕국들 최초로 X급 던전에 참여했다는 라온을 모를 리가 없었다.


“시, 신분 패를 보여주시오.”

“없다.”


신분 패를 챙길 새도 없이 무작정 달려왔으니까.

병사 하나가 곧 미간을 찌푸렸다.

신분 패가 없는 건 둘째 치고 행색이 너무 단촐 했다.

병사가 목소를 깔았다.


“거짓이라면 목이···”


순간, 병사가 눈을 달달 떨었다.

어느새 라온이 병사의 검을 뽑아 그의 목에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사의 귓속으로 한기기 같은 라온의 말이 흘러들어갔다.


“너희들한텐 감정 없으니, 날 왕에게 안내해라.”


병사들의 경악은 뒤늦게 터져 나왔다.


“바, 바렌시아에서 라온 백작님이 오셨다고 빨리 알려!”


병사 하나가 말에 재빠르게 올라타 사라졌다.


“모,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라온이 검을 병사의 검 집에 철컥 집어넣었다.


“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번거롭다 그냥 가자.”


라온은 병사들을 따라 걸어갔고, 남아 있던 병사들은 성문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만큼 중대한 사한이었으니까.


“이쪽으로···.”


라온은 병사들이 호위를 받으며 걷기 시작했다.

몰래 잠입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본보기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다.

다른 왕국들에게도 말이다.


나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감히 에렌까지 건드릴 생각은 상상조차하지 못하게.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은백색의 말이 달려오고 있었다.


히이이잉!


말이 고개를 쳐들며 멈춰 섰고, 말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기자가 내렸다.

기사가 의심어린 눈초리로 라온을 바라봤다.


“라온 백작?”


마법사는 경지가 높을수록 나이가 대부분 많았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써클 생성에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렌시아의 왕국의 마법사 아델리아는,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7써클을 이루어 대단한 천재라고 정평이 자자했다.

그런데 이 자가 훨씬 더 젊어 보인다.

라온의 이야기는 부풀려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기사가 재차 물었다.


“라온 백작님 되십니까?”

“그렇다.”


기사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왕성의 기사 단장 마르셀 뤼츠라고 합니다.”

“인사치레는 필요 없다. 네가 모시는 왕이 왕성에 있기는 한 건가?”


던전을 피해 달아날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까.

고개를 숙인 마르셀의 미간이 모아졌다.

말투가 상당히 오만하고 건방졌다.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 헌데.”


마르셀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왜 혼자 십니까? 라온님을 모시러갔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보이지 않는데.”


연락도 닿지 않았다.

라온이 그에게 시선을 틀었다.


“죽였다.”


라온이 죽인 것인 아니었지만, 그들의 목적을 로데일보다 먼저 알아차렸다면 비슷하게, 아니 똑같이 손을 썼을 것이었다.

마르셀의 눈이 부릅떠졌다.


“무어라···.”

“내가 그들을 죽인 게 문제가 되나?”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은 것들이었다.

마르셀이 침을 집어삼켰다.

결국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라온이 제 발로 찾아왔다.


“어떤 의미로 찾아오신 겁니까?”


마르셀의 손이 저도 모르게 허리에 걸친 검으로 천천히 향했다.


“닫으러 왔지.”


앞으로 개 같은 생각으로, 개소리를 찌걸이지 못하도록 네 놈들의 입을 말이다.


닫으러 왔다는 말에 마르셀의 손이 검과 멀어졌다.

작전이 좀 어그러졌다고는 하나, 그의 소문에 괜한 긴장을 하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만약 왕과의 얘기가 잘못되어 라온이 적으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이곳은 아크렐리아의 성안이다.

사방이 병사와 기사, 마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넓은 아량과 현명하신 선택에 감사드립니다. 가시죠. 왕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 *


휘황찬란한 방으로 안내를 받은 라온은 창가에 서 있었다.

자신을 이곳으로 안내한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계획을 꾸미는 진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다 모여라.’


파티엔 많은 사람들이 자리해야 빛이 나는 법.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노크 소리가 들리며 기사 단장 마르셀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께서 부르십니다. 모시겠습니다.”


라온은 마르셀을 그대로 따라나섰다.

커다란 복도엔 각가지 아름다운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었고, 벽면에 새겨진 그림들도 유려했다.


이윽고 커다란 문에 도착하자, 앞선 마르셀이 목소리를 높였다.


“라온 백작님을 모셔왔습니다.”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라온은 볼 수 있었다.

붉은 카펫이 수직으로 깔려 있는 끝에, 얼굴에 검흔이 그려진 왕이 앉아 있었다.

그의 이름은 폰테우스 브라치.

젊은 시절 전장을 휩쓸고 다녔다는 얘기와 걸맞게, 체격이 다부졌다.


귀족들은 붉은 카펫의 양쪽에 위치해 있었고, 그 뒤로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서 있었다.


“드시지요.”


마르셀의 말에 라온이 고개를 까닥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폰테우스의 얼굴엔 호기심 반, 기대감 반이 어려 있었다.

라온의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귀족들의 시선이 날카롭게 라온을 훑고 지나갔다.


그렇게 왕좌에 거의 다다랐을 때 쯤.


철컥.


기사 두 명이 더 이상 접근은 금지한다는 듯 창을 X자로 교차 시켰다.

왕좌의 앉아 있던 폰테우스가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시오. 라온 백작.”


라온은 반쯤 고개를 들어 왕을 올려다봤다.

왕을 오롯이 바라보는 행동은 참형까지 당하는 할 수 있는 큰 죄였지만, 여기 모인 귀족들은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트려야만 했다.


라온이 던전을 닫을 수 있는 핵심 인물이었으니까.

라온이 아무 말 없이 폰테우스만 쳐다보고 있자, 참지 못한 귀족 하나가 나섰다.


“라온 백작. 행실이 무엄하오. 왕께 예의를 갖추시오.”


라온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그 귀족에게 고개를 틀었다.


“예의? 아, 죄송합니다.”


라온이 그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먼저 예의를 친히 보여주셨으니.”


자신과 에렌에게 보여줬던 그 예의.

라온이 귀족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귀족을 두 눈에 담은 적색 눈빛이 착 가라 앉았고.

라온은 다짐하듯 다시 생각했다.

내가 달라져야 상황이 달라진다.


라온의 손이 귀족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이쪽에서도 답례를 해 드려야하는 게 맞긴 하지.”


퍼석!


귀족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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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1) +13 24.09.10 7,587 2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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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까 먹었습니다.(2) +11 24.09.06 9,169 264 11쪽
14 까 먹었습니다.(1) +16 24.09.04 9,187 292 11쪽
13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2) +8 24.09.03 9,230 297 14쪽
12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1) +16 24.09.02 9,742 293 13쪽
11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3) +11 24.08.31 9,910 299 10쪽
10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2) +17 24.08.29 10,288 293 11쪽
9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1) +21 24.08.28 10,795 317 7쪽
8 인연인가 악연인가(4) +8 24.08.27 10,931 333 9쪽
7 인연인가 악연인가(3) +23 24.08.26 11,199 345 11쪽
6 인연인가 악연인가(2) +29 24.08.25 11,935 346 17쪽
5 인연인가 악연인가(1) +13 24.08.24 12,678 353 10쪽
4 각방 쓰셔야합니다. +13 24.08.22 13,357 389 13쪽
3 분해. +20 24.08.21 13,710 397 14쪽
2 재밌는 현상. +23 24.08.20 14,931 4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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