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하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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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8.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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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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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마법사(1)

DUMMY

귀족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잠들기 전 동화처럼 기사와 마법사들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일들이 많았다.


용맹한 기사 이야기도 많았지만, 없는 것을 창조하는 마법사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고대 마법사들은 손안에서 새싹을 자라나게 했으며 자연을 풍요롭게 만들거나, 사람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들을 거대한 회오리바람으로 물리친 채 드래곤을 타고 다닌다고.


이야기는 희극도 있지만 비극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법사는, 왕국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드래곤을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났답니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아주 멀리멀리.’


* * *


잠시간의 정적.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그들의 눈에 핏발이 들어찼다.

어렸을 적 들었던 고대 마법사의 동화라도 떠올린 것일까.

그들의 입은 떨어질지 몰랐다.

하지만 그 침묵도 오래가지 않았다.


“쳐라!”


왕성 기사 단장 마르셀이 빛살 같은 속도로 라온에게 쇄도했다.

그의 검엔 오러가 즉시 피어났으며 칼은 이미 라온의 정수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쇄액!


라온은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의 오러의 정제 수준은 그릭보다, 그리고 한츠보다 조금 더 나은 경지.


쩌엉!


마르셀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무쇠를 두부 자르듯 가를 수 있는 공격이 허공에서 막혀 버렸다.

반발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마르셀은 검을 든 팔이 크게 휘청이며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뭐 저런···!’


“전하를 지켜라!”

“마법사는 캐스팅을 준비하라!”


사방에서 기사들이 검을 치켜들고, 마법사들이 라온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일촉즉발의 상황.


병장기들이 철컥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라온이 말했다.


“뭐해? 계속해 봐. 너희가 좋아하는 짓거리들.”


저들이 좋아하는 것은 타인을 굴복시키고 짓밟고 빼앗는 것이다.

그때, 폰테우스 왕이 팔걸이를 쾅! 내려쳤다.


“지금 멀리서 온 손님에게 뭣들 하는 것이냐!”


그의 포효와 같은 소리에 모두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파란 머리의 귀족이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전하! 저 자가 블리운 후작을···.”


금발 머리의 귀족이 그의 말을 거들었다.


“감히 이 자리가 어떤지 자리인지도 모르고 전하와 본국을 능멸한 자입니다! 저런 작자라면 필시 던전에도 득이 되지 못할···.”


폰테우스 왕이 계단을 내려와 병사의 검을 빼앗았다.


“블리운 후작은 충분히 손님에게 경거망동한 언행을 보였다.”


서걱-


파란 머리 귀족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폰테우스 왕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금발의 귀족에게 다가갔다.


“너의 우둔한 말에 본국의 존폐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저, 전하 그런 것이 아니오라···.”


서걱-


그의 머리가 피를 뿌리며 붉은 카펫에 굴러갔다.


챙그랑!


검을 놓은 폰테우스 왕이 라온을 바라봤다.


“이쯤이면 그대의 화가 누그러지겠나?”


조금 전 라온의 무력은 가히 대단했다.

손을 대는 것 하나만으로 귀족의 머리를 터트려 버리고, 미르셀의 일격을 손도 들지 않고 튕겨냈다.

X급 던전을 닫은 핵심 인물의 실력을 제대로 본 셈이었다.

라온을 포섭하거나 데려오지 못한다면 핏줄이라도 납치해 협박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 계획을 목이 떨어져 나간 귀족들이 꾸몄다고 이해시키면 될 터.

라온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뒷 일이었다

라온이 피식 웃자, 폰테우스 왕의 눈빛이 촛불처럼 흔들렸다.


“지랄하네.”


이런 쇼까지 보여주면서 자신을 이용하려는 게 웃겼다.

라온은 적색의 눈으로 폰테우스를 비스듬하게 쳐다봤다.

너희들을 본보기 삼아, 다른 왕국에도 알릴 것이다.


순간, 라온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탓일까?

폰테우스가 급하게 손을 쳐들었다.


“잠깐···.”


하지만 때는 늦었다.

라온의 손에서 새하얀 빛이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각 달려들던 기사들까지, 거대한 빛이 그들을 집어삼켜 버리고 말았다.


* * *


성의 최상층.

창문과 작은 틈새 사이사이에서, 새하얀 빛이 눈부시게 새어 나왔다.


폭발음은 뒤늦게 이어졌다.


콰아아앙!


성 꼭대기가 폭발하며 잔해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정밀하게 쌓아 올린 돌과 상징적인 표식도.

역사가 부질없다는 듯 눈물처럼 와르르 무너지며 자욱한 먼지를 피워냈다.


갑자기 강풍을 느꼈던 성 밖의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바보처럼 멍하니 서버렸다.

아크릴리아의 상징이자, 각 영지를 지배하는 귀족들이 왕의 부름에 모이는 곳.

먼지가 하늘까지 치솟아 구름과 맞닿았다.


“저, 저게···.”

“······.”

“세상에···.”


누군 꿈 일 것이라며 눈을 비비고, 어떤 이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야!?”

“던전 때문에···.”

“무슨 소리야? 아직 던전 기일이 남아 있는데!?”

“몰라 시발 가자고!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했잖아!?”


한편, 라온은 무너진 꼭대기 층에서 어깨의 먼지를 툭툭 털고 있었다.

주변이 엉망진창인 가운데 라온의 주변만 깔끔했다.

라온이 발현한 보호막이 작용한 것이었다.

귀족과 왕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폭발과 함께 증발해 버린 것이었다.

성 내의 사람들은 안전했다.

수뇌부들만 폭발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성 아래를 내려다 보던 라온이 몸을 훌쩍 뛰어내렸다.

텔레포테이션을 이용해 단번에 성밖으로 나온 라온이 장작더미를 이고 있던 사내에게 물었다.


“X급 던전이 나타났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라온은 잠깐 소문이 어떻게 돌지 생각해 봤다.

아크릴리아의 성을 폭발시킨 라온 백작이, 던전도 닫고 돌아갔다.


나쁘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수십 개의 아티팩트를 섭취했기에, 아직 절반이나 남아 있는 상황.

던전의 성을 터트리고도 충분히 남을 마나의 양이었다.

사내가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북쪽이었다.


“이대로 쭉 가다 보면 산속에서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 나오는데···.”

“고맙습니다.”


라온이 그를 스쳐 지나가려 하던 그때였다.


“그, 그런데 누구시오?”


병사도 아니고 마법사, 혹은 기사도 아닌 것 같은 사람이 무서운 던전을 찾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렌시아 왕국에서 온 라온 백작.”


라온은 그렇게 자리를 떠나버렸다.

성이 꼭대기가 폭발해 놀랐던 사람들의 행동은 비슷했다.

위화감을 느끼며 집이나, 어디론가로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을 뒤로한 라온은 산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던전을 더 빠르게 찾기 위해 파문을 멀리 퍼트리는 중이었다.

그때,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파문에 몇 사람의 인기척이 걸려들었다.


수는 총 다섯.

그런데 그들의 움직임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라온이 파문으로 느낀 사람들은 창과 검을 든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의 시선은 무너진 성에 꽂혀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가, 가 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이야기에 목소리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내가 그랬다.”


유령처럼 나타난 라온의 목소리에 병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창과 검을 치켜세우는 병사들에게 라온이 몇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바렌시아에서 온 라온 백작이다. 저 성은 내가 무너트렸고.”

“우, 움직이지 마!”


라온이 병사들에게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창끝에 손을 가져갔다.

병사들이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기다란 창이 쇳가루를 흘리며 사라지고 있었다.

맨손이 되어버린 병사가 엉덩방아를 찧었고, 다른 이들은 발에 못이 박힌 것처럼 얼어붙었다.


라온은 그들을 무시 한 채 언덕에 90도로 박힌 던전 입구로 다가갔다.

그렇게 던전 입구에 손을 가려던 찰나, 뒤를 돌아 병사들을 쳐다봤다.


“같이 들어가려고?”


병사들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부리나케 자리를 떠나버렸다.

던전 입장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라온은 이윽고 벽에 손을 가져가 마나를 불어 넣었다.

눈부신 빛이 시야를 잠식하더니, 곧 울창한 살림과 어둑어둑한 밤하늘이 라온을 반겼다.


- 키에에에엑!


라온을 발견한 VI급 던전 주인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날카로운 울음을 뱉었다.


라온은 손을 들어 올렸다.

마물들의 수가 많을 땐, 일일이 텔레포테이션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


라온의 머릿속으로 이상 기체 법칙이 스쳐 지나갔다.

PV=nRT.


라온의 손에서 P(압력), V(부피), n(기체 분자 수), R(기체 상수), T(온도)가 서로 관계를 형성했다.


곧 부피가 감소했다.

부피가 감소함에 따라 압력(P)이 증가하고, 동시에 온도(T)도도 상승해 공기의 에너지 밀도가 방대하게 높아졌다.

곧 압축된 공기의 에너지가 터질 듯 팽창했고, 라온은 그 에너지를 곧장 방출시켰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쇄액! 쇄액!


수십 가닥의 마나가 빛의 화살처럼 마물들의 머릿속에 박혀 들어갔다.


마물들은 추락하기도 했고, 서서히 라온에게 날아오기도 했다.

심연 지배를 건 것이었다.

그렇게 라온을 둘러싸고 있는 마물의 수는 총 열다섯.

마물 하나하나가 감히 라온에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라온은 저 멀리 보이는 검은 성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가자.”


문지기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 * *


라온은 검은 성문 앞에서 마물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라온이 부리는 마물들은 문지기, 즉 두 개의 사자 머리를 한 마물에게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 캬아아아악!

- 크아아앙!


문지기 마물은 불과 한기를 뿜어내며 격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강철 같은 문지기의 비늘도, 라온이 부리는 마물의 손톱과 발톱에 베여 피를 철철 흘렸다.

피해는 라온 쪽에서도 있었다.

마물의 숫자가 네 마리를 줄은 상태.


“끝이 안 나겠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라온의 신형이, 문지기 머리 위로 나타났다.

전보다 빠른 텔레포테이션이었다.

그렇기에 문지기 마물은 라온의 존재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연구의 결과였다.


‘분해.’


마물의 머리에 라온의 손이 닿자, 극렬하게 싸우던 놈이 허무하리만치 털썩 쓰러져 생기를 잃어갔다.


철컹!


끼이이이익.


듣기 거북한 소리와 함께 성문의 철창이 위로 올라갔다.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전과 똑같았다.


“날려 버려?”


잠깐 생각하던 라온은 고개를 저었다.

폭발시킨다면 예전처럼 마정석이나 보물 같은 것을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나를 더 갈구하듯 맹렬하게 회전하는 고리에, 더욱 방대한 마나를 먹여보고도 싶었다.


라온은 남은 마물의 몇 마리 중, 한 마리를 쳐다보며 문지기를 가리켰다.


“마정석 꺼내와.”


명령을 받은 마물이 문지기의 사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라온은 어두운 성문을 다시 쳐다봤다.

그러며 천천히 파문을 일으켰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문은, 포물선을 일으키며 성안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라온의 미간이 모아졌다.

파문이 무언가에 절삭된 실처럼 여러 갈래로 끊어져 버렸다.

너무 빨라 정체를 가늠할 시간도 없었다.


라온이 옆에 있던 마물에게 명령했다.


“들어가.”


마물이 곧장 비행하며 성문으로 쏘아져 나갔다.

마물의 몸뚱이가 어둠에 묻혀 사라졌을 때쯤.


사사사삭!


라온의 눈이 살짝 커졌다.


들어갔던 마물의 몸뚱이가, 수십 토막이 난 채로 누가 뱉은 것처럼 토해져 나왔다.

라온은 고개를 내려 마물의 토막을 살펴봤다.

여태껏 여러 일을 겪고 놀랄 일도 많아, 별로 충격적이게 와 닿지도 않았다.


“······.”


핏물에 절은 마물의 잔해는 아주 예리하게 잘려 있었다.

라온은 이내 고개를 들어, 블랙홀 같은 성의 입구를 쳐다봤다.

지난번엔 그냥 부쉈지만, 이번엔 얻어야겠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간단하게 생각하자.

어둠은 밝히면 되고, 실체완 싸우면 된다.


작가의말

바트3698님! 연달아 세 번의 후원금을...

소중한 후원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왕이 라온을 바라 볼 때 조금의 추가가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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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가문의 시작(3) +15 24.09.18 7,053 313 13쪽
25 가문의 시작.(2) +17 24.09.17 7,051 303 10쪽
24 가문의 시작.(1) +17 24.09.16 7,378 263 12쪽
23 새로운 던전.(2) +15 24.09.15 7,121 256 15쪽
22 새로운 던전.(1) +12 24.09.13 7,217 255 11쪽
21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3) +13 24.09.12 7,336 250 11쪽
20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2) +8 24.09.11 7,328 263 11쪽
19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1) +13 24.09.10 7,572 253 10쪽
18 까 먹었습니다.(5) +14 24.09.09 7,831 261 13쪽
17 까 먹었습니다.(4) +10 24.09.08 8,117 264 8쪽
16 까 먹었습니다.(3) +13 24.09.07 8,509 273 8쪽
15 까 먹었습니다.(2) +11 24.09.06 9,152 264 11쪽
14 까 먹었습니다.(1) +16 24.09.04 9,172 292 11쪽
13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2) +8 24.09.03 9,211 297 14쪽
12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1) +16 24.09.02 9,725 293 13쪽
11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3) +11 24.08.31 9,890 299 10쪽
10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2) +17 24.08.29 10,266 293 11쪽
9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1) +21 24.08.28 10,769 317 7쪽
8 인연인가 악연인가(4) +8 24.08.27 10,910 333 9쪽
7 인연인가 악연인가(3) +23 24.08.26 11,180 345 11쪽
6 인연인가 악연인가(2) +29 24.08.25 11,909 345 17쪽
5 인연인가 악연인가(1) +13 24.08.24 12,648 353 10쪽
4 각방 쓰셔야합니다. +13 24.08.22 13,324 389 13쪽
3 분해. +20 24.08.21 13,672 395 14쪽
2 재밌는 현상. +23 24.08.20 14,893 410 14쪽
1 마법의 물약이 아니라, 그냥 H₂O라고... +26 24.08.19 18,195 39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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