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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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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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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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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윤명수 회장의 실력

DUMMY

손자와 대화를 나눈 다음 날, 윤명수 회장은 회사로 평상시보다 일찍 나섰다.


몽심그룹이라는 손자의 답에 윤명수 회장은 나름 좋게 평가했다.


‘어린 손자가 생각한 것 치고는 상당한 의견이었지. 몽심그룹과 동맹하자는 말만 했으면 반쪽짜리 답이었겠지만, 몽싱그룹은 우리와 로열의 상황을 모른다는 걸 고려했으니.’


회사에 도착한 윤명수 회장은 바로 박창공 실장을 회장실로 호출한 다음에 말했다.


“박 실장, 몽심그룹 신충호 회장이랑 아주 은밀하게 만남을 주선하도록. 그리고 오늘 임원들 전부 불러서 회의 좀 열도록 하게.”


“회장님, 사장단만 부를까요? 아니면 핵심 임원 몇몇까지 더 부를까요?”


“믿을 수 있는 전무 몇몇까지 포함하도록 하게. 이번에는 꽤 크게 움직일 생각이니.”


윤명수 회장의 발언을 들은 박창공 실장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회장님, 설마 로열그룹과 결국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워싱턴제과가 로열그룹에게 넘어간 다음이라면 명분이 생기지만, 로열그룹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박창공 실장은 기본적으로 확장이나 견제보다는 내부 관리와 안정에 더욱 신경을 기울이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항상 윤명수 회장의 공격적인 운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가끔 윤명수 회장에게 다시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서율이 너무 보수적인 전략을 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다만, 윤명수 회장은 본인이 확신만 있으면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면모가 강했기에, 그는 박창공 실장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전략을 잘 세워서 접근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상대야. 우리의 상대는 로열그룹 전체가 아니라 로열제과와 로열식품이라고. 아군을 끌어들이면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동충그룹입니까? 음, 민우현 회장님이 회장님께 빚이 많이 있으니, 배려를 좀 해주신다면 손해는 보지 않겠군요. 다만, 조금 아까운 면이 있지 않습니까?”


“민우현에게는 나중에 시멘트 사업에서 배려 좀 해달라고 할 생각이야. 이번 싸움에는 몽심을 부를 생각이야.”


분명히 처음에 몽심의 심충호 회장과의 자리를 만들라는 명령을 들었으나, 박창공 실장은 몽심그룹을 로열그룹과의 대결에 끌어들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아니, 동맹을 만든다면 당연히 친분이 있는 동충이 옳다. 심충호와는 아무런 연이 없는데, 그가 과연 손해를 무릅쓸까? 물론 로열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형제 아닌가?’


박창공 실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장님, 로열과 몽심의 사이가 별로인 건 알지만 혹시 제가 모르는 심충호 회장님과의 친분이 있으십니까?”


박창공 실장은 비서실장이면서 동시에 서율의 개국공신이었기에, 윤명수 회장의 말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어느 정도는 논의를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윤명수 회장도 바로 본인의 의중을 설명했다.


“우리의 시각에서는 전쟁이지만, 몽심의 시각에서는 단순한 견제나 음모에 가까운 행위를 하면 되네. 내 인맥을 동원해도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뜻은, 몽심그룹은 전혀 지금의 사태를 알 수가 없다는 뜻이지.”


“회장님, 따로 제가 미리 준비할 것은 무엇입니까?”


“부산에서 그, 음식의 위생이나 뭐 그런 것들 담당하는 부서에 사과 좀 돌리거라. 조만간, 부담스러운 부탁 하나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느 선까지 동원해야 하겠습니까?”


“일단은 김진중 사장이 부산으로 또 내려갈 때 국장급까지만 접촉하게 해. 그리고 조만간 부산에 행사 하나 만들어서, 내가 직접 시장을 만나야겠어.”


“시장을 직접 만나실 생각이시라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회장님. 요즘 시국이 영 혼란스러워서 말입니다.”


“만남을 피하려는 기색을 보이면은, 먼저 백자 몇 점 보내거라. 그 친구, 유물 특히 도자기를 아주 좋아하니 말이다.”


윤명수 회장은 본인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할 예정이었다.


‘로열그룹에서 압박하기 시작하면 국장급만으로는 견딜 수가 없을 터, 시장에게 적당히 중재하라고 하는 수밖에.’


워싱턴제과를 서율이 인수하든, 로열에게 넘어가든, 윤명수 회장은 참고 넘어가자는 생각을 접은 시점에서, 로열에게 마땅히 응징할 생각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회의를 잡은 시각이 되자 윤명수 회장은 직접 회장실을 나섰다.


***


서율그룹 본사, 대회의실.


서율을 이끄는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임원들이 전부 모여있었지만, 그중에서도 4명의 사내가 독보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장 많은 임원이 말을 걸고 있는 인물은 윤명수 회장의 장남인 윤창수 서율방직 사장이었다.


반대로 오직 노년의 임원들만이 간혹 말을 거는 인물은 서율그룹을 통틀어서 최고령자인 남궁허 부회장이었다.


1980년 기준으로 6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궁허 부회장은 무려 윤명수 회장에게도 반말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적지 않은 지분 또한 가지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였다.


적당한 수의 임원이 곁에 있는 두 사람은 각각 표천수, 인재익 전무로 둘 다 서율의 개국공신이자 각각 건설과 식품에 영향력이 큰 대주주이자 핵심 인물이었다.


혹자는 그들이 반대하면 건설과 식품의 사장이 하는 일에도 제동이 걸린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이 가지는 비중은 대단한 것이었다.


마침내 윤명수 회장이 회의실에 들어서자 모든 임원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우렁찬 외침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윤명수 회장도 평상시보다 큰 목소리로 응답했다.


“다들 아주 기운이 넘쳐나는 것 같아서 좋구먼! 본론부터 미리 말하지. 로열이랑 한 판 붙어야겠어.”


임원들은 윤명수 회장이 폭탄 발언을 한 다음에 자리에 앉자, 일제히 표정 관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인물은 윤명수 회장의 눈치를 가장 보지 않는 남궁허 부회장이었다.


“명수, 진심이야? 로열이라면, 심격후 그 양반이잖아? 부산에서 뭐, 나도 모르는 큰 사건이라도 터진 건가? 아, 그 제과 관련해서인가?”


윤명수 회장은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제과의 김진중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 사장, 자네가 간단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도록.”


갑자기 지명된 김진중 사장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설명에 나섰다.


“적자가 크게 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부산의 워싱턴제과 인수에 나섰으나, 잠정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증거는 없지만, 로열그룹에서 수작을 부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서율그룹의 임원 중에서 가장 성질이 불과 같은 표천수 전무는 대놓고 얼굴을 찌푸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몇몇 임원들은 부정적인 기색을 슬쩍 내보였다.


윤명수 회장은 손을 들어 임원들을 진정시킨 다음에 직접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전면전은 아닐세. 내가 원하는 건 제과와 빵집, 두 산업에서만 로열을 이기는 것일세. 그래서 몽심그룹과 힘을 합쳐서 로열과 싸우고자 하네.”


서율그룹에서는 손익에 가장 민감한 편인 인재익 전무가 나섰다.


“회장님, 제과도 막상 따지고 보면 규모가 절대로 작지 않은 산업입니다. 출혈 경쟁에 나서면 어쩌면 10억 이상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워싱턴제과 정도라면 넘어갈 수준이 아닙니까?”


그러자 표천수 전무가 일갈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에서 일을 벌였다는 건 이제 자존심 문제요! 우리 앞마당에서 수작을 부리는 걸 그대로 넘긴다면은 누가 부산에서 서율을 의지하겠소? 물러나는 건 절대 불가요!”


언쟁이 격해지기 전에 남궁허 부회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하거라. 천수, 장사꾼한테 자존심이 밥이라도 먹여주니? 재익이, 넌 문제가 숫자만 너무 따진다는 거다. 영향력, 분위기, 명성 그런 것들도 고려해야 기업을 이끄는 사람이다.”


분위기가 안정되자, 윤명수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본론은 내가 몽심의 심충호 회장과 담판을 지어서 전장에 끌어들인다. 그들은 지금 우리의 상황을 몰라. 단순한 견제라면 내 제안에 응하겠지.”


남궁허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원하는 건 무엇인가?”


윤명수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꾼 다음에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부회장, 직접 사장들을 총괄해서 여유 자금을 빵집과 제과로 밀어 넣도록 하게. 내부 운영은 나보다 더 위니깐, 적당히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금을 밀어 넣어.”


“천수야, 로열그룹의 약점을 최대한 조사해 봐라. 찌를 수 있을 것 같으면 네가 직접 움직이고. 다른 놈에게 맡기지 말고 네가 직접 챙겨. 건설은 당분간 사장단에게 맡기고.”


“재익아, 몽심에게 어느 정도까지 내어줘야지 우리가 이득을 얻는지 계산해라. 그리고 로열제과랑 서율제과 꼼꼼하게 비교할 수 있지? 장부는 네가 제일 잘 보니깐.”


“김진중 사장, 워싱턴제과 김병룡 사장이랑 담판 한 번 지어. 돈, 로열의 해코지를 막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제안해. 끝까지 회유하지 못하면, 로열이 김병룡 사장을 협박한다고 소문을 내.”


윤명수 회장은 그 외에도 여러 임원에게 임무를 하달한 다음에 몇몇 임원과는 논의도 나누면서 3시간 이상 회의를 이어갔다.


마침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의를 끝낸 윤명수 회장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전면전은 아니지만, 물밑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공격을 쏟아내는 것이니만큼, 신중해야 한다. 정우와도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게 좋겠지.’


어떻게 보면 장손을 너무 특별하게 대하는 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윤명수 회장은 대범하게 추진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밀어붙일 때 오히려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남궁허 부회장처럼 윤명수 회장을 오래 알고 지낸 이들은 알고 있는 윤명수 회장의 습관은 중요한 일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동네 사우나에서 만난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고 거기서 영감을 받은 것을 실제 사업에 반영했을 정도로 윤명수 회장은 다채로운 의견을 듣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


윤명수 회장의 저택.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문을 열고 자신을 마중하는 장손을 본 윤명수 회장은 인자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정우야, 이 할애비한테 듣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구나. 이 할애비도 이야기할 것이 적지 않은데, 서재로 가자꾸나.”


***


할아버지께서 내 말을 경청해주신다고 말씀을 하시고 나서는 나도 아주 자유롭고 편하게 기업에 대해서 말할 수가 있었다.


이번에도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서재로 이끄셨고, 나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면서 할아버지의 말씀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에 할아버지의 기세는 평소와는 달랐다.


마치 전장에 나선 장수처럼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비범한 기세가 할아버지에게 느껴졌고 나는 덩달아 표정이 진지해졌다.


“정우야, 네가 이야기한 몽심그룹과 함께 로열을 칠 생각이란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할애비가 너에게 사업하는 비법을 알려주마.”


나는 눈을 빛냈고 할아버지께서는 아주 진지하신 태도로 말씀하셨다.


“사실, 지금 로열과 붙으면 이 할애비가 이길 수 있단다. 왜냐면 로열은 지금 심격후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들은 말에 나는 의아함을 숨기지 못했다.


“로열그룹에서 심격후 회장님의 의도 없이 이런 일을 벌어질 수가 있나요?”


“허락은 했겠지. 하지만 심격후가 아니라 일반 임원도 할 수 있는 규모의 일이란다. 사업을 하다 보면 누가 내 적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단다, 정우야.”


내가 감을 잡지 못하는 얼굴을 하자 할아버지께서 설명을 이어가셨다.


“아마 아들내미나 친인척 중 누가 일을 벌인 것이겠지. 회장의 시야와 임원의 시야는 다르단다. 심격후는 전면에 나서서도 워싱턴제과를 인수할 수 있고, 또 협박이 아니라 화술만으로도 김병룡 사장 정도는 구워삶을 수 있단다.”


“그런데 협박이라는 수단을 썼다는 것은 로열의 다른 임원이 나섰다는 의미인가요?”


“이 할애비처럼 경험이 많이 쌓이면 알 수 있단다. 지금 로열그룹의 움직임은 애송이의 수야. 협박은 양날의 검이지. 그걸 너무 쉽게 휘둘렀어. 그것도 김병룡 사장을 잘 알지 못할 텐데 말이야. 또한 너무 겁이 없단다. 부산에 터를 잡겠다는 로열그룹이 굳이 김병룡 사장을 협박해?”


나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더욱 나누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할아버지의 실력은 대단했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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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 윤명수 회장의 실력 24.09.17 87 2 13쪽
9 009 적의 적은 친구 24.09.16 115 2 13쪽
8 008 로열그룹이라는 난관 24.09.15 142 2 13쪽
7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73 3 14쪽
6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203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37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71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311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46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9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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