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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
작품등록일 :
2024.08.20 23:12
최근연재일 :
2024.08.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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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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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6차선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고층빌딩들.


이곳은 빈민가다.


도시국가가 지은 정식명칭은 30번 길이지만, 사람들은 ‘스트릿’이라 부른다. 과거 모든 게 좋았던 시절의 길거리를 연상시켜서라는 이유다.


차도 중앙선에선 노점상이 시끄럽게 떠들며 기름에 인조 단백질을 튀겨대었다. 인도에선 깡패들이 스마트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대었다. 한량처럼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름 암시장 골목을 지키는 것이다.


중앙선과 인도 사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니, 미어 터진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소매치기의 눈엔, 꽉 짓눌려 속재료가 삐져나온 샌드위치처럼 보였다. 고개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돌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쭉한 샌드위치 말이다.


“진짜 이상한 놈들이네. 이런데도 영업을 안 한다고?”


『일요일의 스트릿에선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


어린 소매치기는 오늘 아침 28구역 판자촌에서 막 넘어온 참이었다. 그런 녀석의 눈에 일요일의 스트릿은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도로는 끔찍하게 혼잡했다. 암시장을 들락거리는 사람과, 노점상을 구경하는 무리 그리고 기를 쓰고 스트릿의 저편으로 가려는 세 부류가 섞인 탓이다.


스트릿의 끝엔 대성전이 있다.


전쟁과 재난으로 세상이 뒤집어진 지금, 사람들은 종교를 찾아갔다. 제대로 된 종교는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기 마련.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희망을 꿈꿨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스스로 만든 희망에 기대었다.


그래서 이토록 수많은 인파가 꾸역꾸역 대성전으로 걸어가는 것이리라. 손에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을 하나씩 들고 말이다.


소매치기는 한참동안 손주의 손을 꽉 잡고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할아버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눈이 거의 멀은 듯 했고 손주는 걸음이 너무 짧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나아갔다.


물론 소매치기는, 그 할아버지가 손주만큼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거의 똑같은 꿈과 희망을 품고 대성전으로 나아갔었다는 건 결코 알지 못하겠지만.


아무튼 소매치기가 털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잘못 건드렸다가 할아버지가 주저앉기라도 했다간 더 복잡해진다.


‘좀 만만한 놈 없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녀석 주변으로 작은 소용돌이가 생길 지경이었다. 다들 품에 뭐 하나씩 들고 가는 와중에, 녀석은 쇼핑카트를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다. 오른쪽 앞바퀴가 이리저리 휙휙 돌아가는, 참 말 안 듣는 카트였다.


“어우, 그만 좀 밀어요!”

“도로 혼자 쓰냐!”


카트엔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생필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 거의 성인 남자 한 명을 태웠다고 봐도 될 수준이었다. 그런 주제에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있으니,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괜찮은데.’


결정을 내린 소매치기는 빌딩 아래로 내려갔다.


어디를 가나 성질 급하고 덩치 큰 사람들이 있다. 길이 없으면 사람을 밀쳐서라도 만들어내는 유형의 인간들인데, 소매치기는 그런 사람들 뒤로 요령 있게 붙었다.


“어이쿠야, 미안합니다.”


작업은 쉬웠다. 옷소매 주머니 아래를 숨겨둔 면도칼로 긋고, 옆사람에게 떠밀린 것처럼 밀착해 뽑아낸다. 두꺼운 지갑은 땅에 버리고 크레딧만 슬쩍 챙겼다.


‘좋아. 좋아. 이 정도면 일주일 치 밥은 먹을 수 있겠다. 이 정도면 약값도···.’


소매치기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보이는 건 두툼한 주머니. 손끝에서 느껴지는 건 크레딧 지폐의 감각. 동작은 단조롭고, 빠르고, 정확했다. 아직 안 걸린다. 돈을 번다. 안 걸렸다. 돈을 번다. 돈을 번···.


텁.


“아.”


카트를 밀던 사내에게 손목을 붙잡혔을 때, 소매치기는 자백 아닌 자백을 해버렸다.


“뭐야, 이거 놔!”


뒤늦게 반항을 해 보았지만,


“아아악!”


자기만큼이나 앳된 얼굴의 사내는 손아귀 힘이 무척이나 강했다. 손목 관절을 교묘하게 비틀자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 바람에 손가락 사이에 숨긴 면도칼이 쨍그렁 소리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 스트릿 사람이 아니구나?”

“무슨 상관이야!”

“너 죽어.”


카트를 밀던 사내가 주변을 가리켰다. 분명 인도에 서 있었어야 했던 깡패들이 사람들을 밀치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소매치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쩔래.”


카트 사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뭘 어째.”

“살려줄까? 스트릿에서 금기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 거 아냐. 어디서 왔어? 허튼 수작은 하지 마. 저기 모히칸 머리 보이지? 신원 확인 장치 가지고 있어. 네 지문 찍으면 바로 뜬다고.”


소매치기는 이를 갈았다.


도시국가는 모든 지역구 사람들의 이름과 DNA, 지문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두고 있다. 개인정보를 팔지는 않았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돈을 받고 팔았다. 그래야 형체도 남지 않은 사람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테니까.


“···살려줘.”

“시키는 대로 할 거야?”

“할께.”

“카트 끌어.”


말을 마치자마자 모히칸 머리가 불쑥 다가왔다.


“어이, 유진. 좋아 보인다?”

“한.”

“옆의 녀석은 누구야?”

“응, 여기서 친해졌어. 글쎄, 이환 사제님에게 인생상담을 받아보고 싶다잖아.”


모히칸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아. 그러냐.”

“별 일 없지?”

“스트릿이 다 그렇지. 카트에 이것저것 담긴 건 뭐야. 복권이라도 당첨된거야?”


카트를 끌던 사내, 유진이 환하게 웃었다.


“야, 나 취업했어.”


* * * * *


의식이 끝났다.


소매치기는 풀이 죽은 채 신도들이 바친 공물을 여기저기 정리했다.


그 옆을 이환 사제가 따라다니며 훈계와 설교를 늘어놓았다. 자기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큰 사람이 경건한 말을 늘어놓으니, 풀이 안 죽을래야 안 죽을 수가 없었다.


소매치기는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보육원 문이 열리고 꼬마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자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했다.


“잘못했습니다.”


일요일의 스트릿에서 도둑질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아직 일할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물품들을 사 일요일 의식 시간에 공물로 바치기 때문에.


스트릿의 아이들은 다들 보육원에서 자랐다. 부모가 있든 없든, 돌봐줄 사람이 있든 없든. 스트릿은 위험하고, 불결하며, 사악하다. 그러나 어린이만큼은 이렇게 자라지 않게 되기를 다들 바랬다.


“자식아!”


유진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이환 사제가 유진을 꽉 붙잡고 감격의 울음을 터트린 것도 그래서였다.


“정말 취업된 거 맞지? 사기당한 거 아니지? 어디야. 나도 아는 업체야?”

“진짜라니까요. 이것 보세요.”


유진은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테이프로 붙이긴 했지만 산산조각이나 다를바가 없어서 사제는 꽤 섬세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아, 올바른경호! 여기 알아. 그럭저럭 괜찮은 곳이지.”


‘그럭저럭 좋은 곳’이라는 말에 마음 상했을 법도 하지만 유진은 헤헤거리며 웃었다. 31구역 스트릿 출신 사람이 다른 구역에서 멀쩡한 일자리를 잡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열심히 해. 그래야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고 돈도 더 많이 벌지.”

“더 좋은 곳이라고요?”


유진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을 뒤룩거렸다.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 준 회사가 올바른경호인데, 더 좋은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녀석아. 내가 말했지? 그럭저럭 좋은 곳이라고. 그 말은 아주 좋은 곳은 아니란 뜻이야. 너, 아직 일 시작도 안 했잖아. 그런데 벌써 돈 받았지?”

“네.”

“뭐라고 하면서 주던?”

“어, 그게···. 첫 월급 미리 주는 거니까, 이걸로 개인 보호 장비 구매하라고 그러더라고요.”

“내 그럴 줄 알았다.”


사제가 혀를 끌끌 찼지만 유진은 신이 나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또···총기는 자체 지급되지만, 총알은 돈 주고 사야 한대요. 작전 끝나고 탄창 단위로 결제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총알값이 비싸서 그렇대요.”

“개인 장비 뭐 샀냐?”

“어, 잠시만요. 스마트폰에 적어놔서···아, 여기요.”

“제일 저가형이잖아! 너 설마 남는 돈으로 보육원 애들 줄 거 산 거냐?”


이환 사제가 안타까운 눈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그 눈빛이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밝게 웃었다.


“어렸을 때 형들도 이랬었어요. 제가 얼마나 형들처럼 되고 싶어했는데요.”

“형들처럼 일찍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사제의 목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렇지만 유진에게 뭐라 하고 싶진 않았다. 비록 장비 자비부담도 모자라 총알값까지 받는 블랙기업에 취업했다고 해도 말이다.


“유진아. 스트릿 사람들에게 넌 희망이야. 사기꾼에 부랑자 소리 듣는 스트릿 출신도 멀쩡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오래 살아 남아야 해. 알았어?”

“···네.”

“목숨값은 내주지 마. 절대로.”

“그럴께요.”

“···따라와라.”


사제는 유진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왔다. 벽장을 열자 가지런히 정리된 개인 장구류와 잘 손질된 총기가 보였다. ‘스트릿 자경단’ 마크가 선명했다.


“여기, 방탄조끼하고 바지, 외투, 헬멧 가져가라.”

“사제님 거잖아요!”

“사이즈가 맞아야 입을 것 아니냐. 걸쳐 봐. 어이구, 딱 맞네.”


이환 사제는 유진에게 착용법과 관리법을 가르쳐주었다. 착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새 것은 아니었지만, 잘 관리된 물건들이었다. 무엇보다 이환의 체격이 아니라 유진의 체격에 딱 들어맞았다.


“숙소 생활하나?”

“그럴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집은 스트릿입니다.”

“시끄러워. 돈이나 많이 벌어서 안전한 곳에서 살아. 스트릿은 잊어. 사제님이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도요. 제가 받은 게 있는데.”

“···그럼 애들 데리고 언제 박물전시관이나 한 번 가보던가. 알지?”

“당연하죠!”


유진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신구역에 따른 차별이 심각한 도시국가였지만, 메인구역의 박물전시관만큼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돈이 없는 구역 아이들이라고 해도 단체 관람이 가능했었다. 온갖 기괴하면서도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전시관이었다.


“기합 빡 넣고, 기죽고 다니지 마! 스트릿 출신이라고 무시하면 코를 뭉개버려. 알았어?”

“에이, 뭐 별 일 있겠어요? 일이 다 똑같을텐데요, 뭐.”


유진은 세상 행복하게 웃었다.


첫 월급으로 보육원에 먹을 걸 잔뜩 사들고 오겠다는 꿈도 이루었고, 사제님에게 좋은 선물도 받았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새 스마트폰도 사고, 라디오와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집도 한 칸 마련하고.


어쩌면 좋은 반려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만 한다면 앞날은 분명 장밋빛일 터였다.


* * * * *


일주일 후.


29번가 뒷골목 쓰레기장에 승합차 한 대가 굴러들어왔다. 라디오에서 시끄러운 레게 음악이 흘러나왔다.


성한 데 없이 여기저기 찌그러져서 쓰레기 더미 옆에 있어도 별 위화감이 없었다. 문짝엔 원래 『행복쇼핑몰』이라 적혀 있었던 것 같지만 마킹이 떨어져버려서 『항복쇼핑몰』로 보인다.


그래도 승합차 안은 꽤 널찍한데다 정리정돈도 잘 되어 있었다. 비록 닳아빠진 시트에서 꿈지럭거릴 때마다 묵은 먼지가 피어 올라오긴 했지만, 총까지 소지한 여섯 남자를 태우기엔 충분했다.


잔뜩 긴장한 유진은 총몸을 꽉 움켜쥐었다. 총구는 천장을 향하고 안전장치도 확실했지만, 여러모로 굳어 있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 동안 유진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했고, 한달 치 월급을 미리 받았다는 증서에 서명했으며, 연사 라이플과 권총을 각각 한 자루씩 지급받았다.


영점을 맞추자 자기 총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꽤 여러 발을 소모하는 바람에 다음 달 월급 일부를 차감해야 했다.


그 밖에는 회사 조직 체계를 배웠고 무전기 사용법을 익혔다. 이 모든 일이 입사 첫 날에 끝났다.


나머지는 자유를 빙자한 방치였다. 사무실에 출근은 했지만 누구도 일을 시키지 않았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뭔가 물어보려고 해도 ‘바빠.’ 라는 퉁명스러운 대답 뿐.


“3팀 소속이라고 했죠? 지금 임무 뛰고 있어요. 기다려요.”


남는 시간엔 3팀 사람들 이름과 얼굴을 외우고, 체력을 단련하고, 총기 손질하는 연습을 했다. 총탄은 돈을 내고 쏴야 했기에 사격연습은 할 수 없었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야, 유진은 3팀 사람들 얼굴을 직접 보았다. 맞은편에 앉은 뚱보는 3팀장, 모리.


“유진아. 우리 임무가 뭐라고 했었더라?”

“네. 골목길에서 대기하다 노란 오리가 그려젼 소형 트럭이 지나가면 따라가는 거라고 했었습니다.”


유진은 사전 브리핑받은 대로 답변했다. 모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따라가?”

“너무 지나치게 붙지 않으면서, 절대 시야에서 떨어지지 않고, 긴급상황 발생 시 즉각대응이 가능한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라고 하였습니다!”

“이야, 박수. 박수.”


정작 3팀장 모리를 포함한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유진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의 얼굴엔 짜증과, 지루함과, 피로감이 가득했다. 운전석의 조쉬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이, 스트릿.”


고개를 돌려서 그렇다기엔, 얼굴이 지나치게 삐딱했다.


“예.”

“노란색은 뭔지 알 거고, 오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냐?”


팀원들이 숨을 죽이고 낄낄거렸다. 유진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건 그러려니 해도, 스트릿을 무시하는 건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자 조쉬가 유진에게 손을 뻗었다.


“알긴 아나보네. 지금 네 입술이 꼭 오리 주둥아리 같으니까. 오리가 어떻게 우는지는 아냐?”


더 큰 웃음소리. 침묵을 채우는 시끄러운 레게 음악.


“시끄러워, 조쉬. 앞이나 봐. 노란 오리 놓치면 네 책임이야.”

“아니, 팀장님. 좀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우리 벌써 4일째 철야근무라고요. 졸린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좀 씻고 싶단 말입니다. 가랑이 근질거려 미치겠어요.”

“그럼 이직하던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스트릿 녀석하고 같은 직장에 다닌다니 가슴이 여간 뻐근해서 말이죠.”


목이 뻐근했는지 조쉬는 다시 앞을 쳐다보았지만, 이번엔 뚱보 모리 옆의 홀쭉한 바린이 시비를 걸었다.


“스트릿에서 왔다고? 장하네. 그런데 말야, 궁금한 게 있는데.”

“뭡니까?”

“뭡니까, 크. 좋네. 스트릿에 화장실이 몇 개나 있냐?”


유진은 말문이 막혔다. 20층 높이 고층빌딩만 서른 개가 넘는 길쭉한 거리다. 그 건물에 화장실이 얼마나 있는지 세어 본 적은 없다.


“없나본데.”

“스트릿에선 그냥 길에 싼다면서?”


팀원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유진은 이환 사제에게 배운 걸 떠올렸다. 여러 명에게 모욕을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래서 유진은 모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무튼 그가 책임자였으니까.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십니까? 제 출신 때문에요?”


그러나 모리는 태연하게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빌 뿐이었다.


“병신들 말 마음에 새겨놓지 마. 다음 주엔 여기 없을지도 모른다.”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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