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성좌님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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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S
작품등록일 :
2024.08.21 15:15
최근연재일 :
2024.08.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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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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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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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니어쳐 월드 (2)

DUMMY

빠오오-.

크르릉.

아주 작은 코끼리와 기다란 어금니를 지닌 검치 호랑이.

막 불을 피운 탓에 놀랐다는 듯 삑삑대면서 문명의 기초를 습득 중인 고블린 무리까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하늘섬을 살펴보던 와중이었다.


이하루는 더욱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보다 한참이나 작은 생명체들.

이 작은 존재들은 이하루가 고개를 수그려 관찰하고 있음에도 그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마치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푹-.

그가 하늘섬 위를 둥둥 떠다니던 손톱만한 구름에 손을 가져다댔다.

구름에 구멍이 뚫렸다.


“그나저나 정말 작네. 집중하지 않으면 저게 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야.”

[세계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으신다면 한 번 세계를 확대해보시기 바랍니다.]

“확대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스마트폰의 확대 조작과 같습니다.]

“아, 이렇게인가?”


손을 들어 근처의 행성을 클릭했다.

하루는 스마트폰의 터치 스크린을 조작하듯 보이는 시야를 확대했다.

그러자 작았던 화면이 크게 확대되어 보였다.


“이야!”


정말로 놀랐다.

이런 조작도 다 있구나.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그는 근처에서 불을 피운 채 모여 있는 고블린들을 보았다.


[고블린 부락.]

[고블린이 한데 모여 생활하는 소규모 부락입니다.]

[현재 부락에서 생활 중인 개체 수 : 3마리.]


확대를 한 덕분이었을까?


고블린들이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보였다.

사냥한 토끼 고기를 서로 더 많이 먹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흉악한 놈들이 이렇게 보니까 또 영 나빠 보이지만은 않아 보이네.

너무 작아서 오히려 앙증맞아 보이는 느낌이다.


왠지 한 번 건드려보고 싶다.


“혹시 이 녀석들,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무렵의 일이었다.


꺄아-!


“응?”


순간, 들려온 아주 미약한 비명소리에 이하루가 한쪽을 보았다.


중앙 하늘섬. 그곳의 울창한 숲 한 켠.

그곳에서 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그의 눈이 커졌다.


“저건?”


[엘프 아일라.]

[외딴 세상에 홀로 떨어져 버린 불쌍한 엘프 생존자입니다.]

[위험! 현재 위기에 처했습니다!]


“엘프잖아?”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를 한 긴 귀의 엘프 소녀.

엘프가 고블린에게 위협을 받고 있었다.


[키르르르-!]

“으아아...”


고철 단검을 손에 쥔 고블린이 천천히 엘프에게 다가갔다.

아일라라는 이름의 엘프는 겁에 질린 듯 몸을 떨고 있었다.


“위험한데, 이거.”


이하루는 고블린에 대해 잘 알았다.

그도 한때는 헌터였다.

이 녹색의 소인 몬스터는 보기보다 상당히 몸이 민첩하고 사나웠다.

덩치도 별 볼일이 없고 키도 작아서 우습게 보기 쉽지만, 사람과는 달리 무언가를 죽인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망설임이 없어서 위험한 것들이었다.

초보 헌터들도 이따금씩 피해를 입을 정도로 위험한 상대다.


“왜 못 움직이고 있는 거지? 아, 다리가...!”


자세히 보니 엘프의 한쪽 다리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가 걷지 못하는 건 아마 그래서인 것 같았다.

이대로면 위험했다.


그 순간 이하루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ㅡㅡㅡㅡㅡㅡ


[튜토리얼 퀘스트 발생!]

[당신의 세상에 살던 작고 여린 존재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불쌍한 존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시겠습니까?]


ㅡㅡㅡㅡㅡㅡ


그야 물론이다.


이하루는 오래 전 배웠던 내용을 여전히 잊지 않았다.

어려움에 처한 상대를 돕는 건 헌터로서 가장 먼저 배우는 정신이자 의무였다.


“저 엘프를 도우려면 어떻게 하면 돼?”

[당신의 존재 일부를 지상에 현현(顯顯) 하세요. 그것만으로도, 여기선 충분한 효력을 보일 것입니다.]

“현현?

[저 지상에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물리력?

아. 이해했다.


“그러니까 저 고블린 녀석을 직접 손가락으로 찍어버리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전능한 성좌 ‘방구석 대군주’ 의 힘을, 직접 세상에 드러내십시오.]


시스템이 직접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멈춰라!”


이하루는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들어.


그대로 지상을 향해 내려찍었다.




* * * *




[키르르르-!]

“으아아...”


엘프 아일라.

그녀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먹을거리를 찾아 나온 길에서 고블린을 마주쳐버렸다.


놈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던 그녀였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고블린은 잔혹하고 능숙한 사냥꾼이었다.

그녀를 쫓아온 녀석의 검날에 끝내 다리를 크게 다치고야 말았다.


[키히.]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고블린이 히죽 웃어보였다.

그에 비해 아일라의 안색은 그만큼 어두워졌다.


단검을 손에 쥔 고블린이 천천히 엘프에게 다가갔다.


아일라는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마지막을 예감한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여기서 끝인 걸까? 헤어진 내 일족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고블린이 마침내 흉성을 터뜨리며 다가서려던 순간.


[싸ㅡ움ㅡ을ㅡ멈ㅡ춰ㅡ라ㅡ!]


그때 천둥과 같은 거대한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익?!]


순간 엘프 아일라도, 고블린도.

그 우레와 같은 고함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 아아...”


그건 직접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쿠구구구-.

하늘이 갈라지고 있었다.

너무도 아득한.

한 눈에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의 손이 하늘을 가르고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신의 심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이 세상 전부를 합친 것보다도 더욱 거대한 손가락이었으니.


쿠구구구-.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져내리던 그 손가락은,


꽈ㅡ앙ㅡ!!


정확히 고블린이 있던 자리를 덮쳤다.


이내 잠깐의 시간 후,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세상에 대한 천벌을 끝마친 손가락이


쿠구구구-.


도로 하늘 위로 사라졌다.


털썩.

엘프 아일라는 그 자리에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아, 아아...”


그녀는 입을 벌렸다.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녀에게서부터 불과 몇 걸음이 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자리.


손가락이 떨어진 그곳에 더 이상 고블린은 없었다.


그저 한 때 초월적인 존재의 심판이 있었음을 증명하듯,

지면에 선명하게 남은 크레이터 자국만이 전부였을 뿐이다.


당황한 엘프 아일라는 이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게... 이게 대체...?”




* * * *



[고블린을 사냥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최초의 튜토리얼 업적 달성!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와!”


진짜 신기한 경험이었다.

고작 손가락 하나로 고블린을 잡는다니!


이하루는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보았다.

모기만큼이나 작았던 존재라서 잡는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어째 그의 손가락이 피콜로의 마관광살포보다도 더 쎈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사기적인데? 무슨 고블린이 손가락 한 방에 잡혀?”


[당신은 성좌 ‘방구석 대군주’입니다. 지상의 존재들에게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좌이기에 이 정도는 당연한 것입니다.]

“혹시 다른 성좌를 선택했어도 이랬을까?”

[지상 만인을 내려다보는 건 세상 모든 성좌들이 지닌 공통적인 권능이지만 이 중에서도 지상의 존재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건 성좌 ‘방구석 대군주’ 만의 특권입니다.]

“그 말은 방금 전 같은 일은 나만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성좌 ‘방구석 대군주’ 이니까요.]


아무래도 성좌 방구석 대군주에게도 다른 성좌처럼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기는 있던 모양이다.


하긴 그렇지.

이런 전용 특전 하나 없으면 아쉬워서 어떻게 하겠는가?

게임에서도 보면 직업 전용 스킬이 있고 그랬다.


“그나저나...”


이하루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그는 고블린이 있었던 자리를 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내려찍혔던 자국은 고스란히 지면에 남아있었다.


움푹, 들어간 손가락 자국이 보였다.


“저게 내가 한 거란 말이지...”


확실히 보고도 놀라운 일이기는 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강한 걸지도 몰랐다.


그때 이하루는 순간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지? 뭔가 묘하게 좀 지치는 것도 같고. 기운이 쭉 빠지네.”

[지상에 물리적인 힘을 사용했던 부작용입니다.]

“힘을 사용한 부작용? 그런 게 있어?”

[세상 모든 성좌는 힘을 사용할 때마다 응당 마땅한 대가를 감당해야 합니다. 지금은 지상에 극히 일부의 영향력을 발휘하였기에 사소한 수준의 부담을 가지지만 만일 더욱 큰 힘을 사용할 경우 사용하는 힘의 수준에 따라 더욱 큰 부담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지금만 해도 이렇게 어지러운데?”

[신성력의 보유 수준에 따라 감당해야 할 부담감이 줄어듭니다. 현재 당신이 보유한 신성력은 14 로, 이는 하급 신관 클래스의 수준만큼도 안 됩니다. 당연히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성좌가 지상에 힘을 사용하는 데에는 신성력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었다.


고작 손가락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고 이 정도라니!

만약 다섯 손가락 전부 사용했다간 쓰러지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강대한 초월적 힘의 행사에 충격을 먹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엘프 아일라가 당신의 존재를 인식하였습니다.]

[그녀가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날 두려워한다고?”


그 말에 아래를 보니 아일라가 몸을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이크.

아무래도 도운다고 했던 게 상상 이상의 효과를 일으킨 모양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럴 것 같기는 하다.

하늘에서 그런 거대한 손이 떨어져내리면 누구라도 기겁하는 게 정상이기는 하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길 추천드립니다.]

“메시지?”

[메시지를 보내려면 생각을 강하게 떠올릴 경우 가능합니다. 그녀는 화신체 후보에 적합한 대상입니다. 이 상황을 기회로 하여 그녀에게 친밀감을 높이고 화신체 계약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오. 알겠어.”


화신체 계약이라.

그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집중하면 된다는 것 같다.


이하루는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고는 두 눈에 힘을 주었다.

잠시간 노려보듯 집중하니 곧 뭔가가 눈앞에 떠올랐다.


“이건 키보드잖아?”


뜬금없이 키보드 자판이 나타났다.




* * * *




‘어, 어서 여길 도망가야...’


아까 전에 보았던 그 거대한 존재.

그게 이번에는 아일라 자신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다,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아일라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보려 했지만 금세 주저앉았다.

긴장이 탁 풀려서 힘이 없었다.

다리를 다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때 그녀의 눈앞에 이제껏 본 적 없던 기이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당신에게 몸 상태는 괜찮은 것이냐고 묻습니다.]

“어...?”


그녀는, 순간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이게 뭐지?”


무심코 손을 가져가 톡 건드려봤다.


그러자 눈앞의 메시지가 파문이 일 듯 일렁였다.

기묘한 광경이었다.



* * *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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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니어쳐 월드 (1) +1 24.08.22 195 6 12쪽
1 각성하다 +2 24.08.21 245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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