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성좌님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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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S
작품등록일 :
2024.08.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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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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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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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체 아일라 (3)

DUMMY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숲의 저편.

거의 사람의 배 이상 큼지막한 사이즈의 부엉이가 근처의 나무 위에 걸터앉아 있는 게 보였다.


[달 부엉이.]

[마력을 머금은 부엉이 과의 몬스터.]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사냥감을 노린다.]


달 부엉이라는 이름을 가진 몬스터였다.

그런데 이 녀석이 바라보는 방향이 다름 아닌 아일라가 있는 방향이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 녀석, 설마 지금까지 계속 저 자리에서 아일라를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저 녀석은 이미 한참도 더 전부터 아일라를 노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오는 것도 본 적이 없었는데 대체 언제부터?


아일라 또한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긴장한 표정으로 거목의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은 달 부엉이를 노려보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빈손이었다.

달 부엉이를 경계하듯 급한 대로 옆에 놓여있던 돌맹이라도 손에 쥐었지만, 고작 그걸로 사람의 배는 될 법한 체격의 몬스터를 감당한다는 게 가능할 턱이 없다.


[부우우ㅡ!]


녀석이 다시 한 번 어둑한 숲을 울리는 위협스런 소음을 발했다.


이전에는 그저 주변 동물이 우는 소리로만 여겼지만 녀석이 몬스터였다는 걸 안 이상은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이제 저건 아일라를 노리고 있다는 명백한 맹금의 위협성 포효로 들려왔으니까.


“이게 어딜 감히ㅡ!”


이하루가 나선 게 바로 이 순간의 일이었다.


쿠구구구-!

하늘과 구름을 뚫고서, 대지의 어떤 거목들보다도 크고 두꺼운 성좌 이하루의 손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우우ㅡ?!]


성좌 이하루.

그는 한없이 거대한 손아귀를 놈을 향해 휘둘렀다.


쿠구궁.

거대한 강풍과 함께 숲을 뒤흔드는 성좌의 손.

단지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을 뿐인데도 온 숲과 대지가 요동쳤다.


이하루가 외쳤다.


“저리 꺼져!”

[부우우우!!]


초월적인 거체(巨體) 의 위협에 화들짝 놀란 달 부엉이가 날개를 퍼득거리며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다.


순식간에 하늘섬을 박차고 우주 너머로 날아간 달 부엉이.

녀석은 그대로 서너 개의 하늘섬들을 지나쳐가며 저 멀리 시야 너머로 도망쳐버렸다.


“도망쳤네.”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질겁을 하며 도망을 친 녀석은 끝내 이 거실 너머의 세상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거든.


여튼 그녀 아일라의 위험은 이렇게 사라지게 됐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이 우주 너머로도 세상이 더 이어져 있었구나.


아마 거실이 담을 수 없는 그 너머의 세상이라서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제까지는 거실 안에만 세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쿠구구구-.

이하루는 그대로 자신의 손을 지상에서부터 빼내었다.


“하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일라.

그녀는 놀란 듯 가슴에 손을 얹은 채였다.


아일라가 긴장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꼭 달 부엉이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역시 보고 또 봐도 쉽사리 거대한 성좌의 손이 적응이 되질 않는 모양이다.

그렇겠지.

하루 그라도 그럴 것 같기는 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더라도 말이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아, 아니에요. 성좌님. 절 구하려고 하신 거였죠?”


그녀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애써 웃어넘겼다.

약간은 긴장한 티가 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 맞다.”


방금 전 아일라가 무기가 없이 빈손이었던 게 떠올랐다.


“일단 아일라한테는 무기부터 쥐어주자.”


상점에서 아껴두었던 100포인트를 사용해 장검을 구매했다.


파앗!

환한 빛무리와 함께 생겨난 검은 아일라의 두 손 위에 부드럽게 안착했다.

무심결에 받아든 아일라가 눈을 깜빡였다.


“어... 성좌님? 이건?”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스스로의 몸을 지킬 무기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언제까지고 빈손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포인트가 아깝긴 하더라도 아일라보다 소중한 것은 아니니까.”


아일라가 그 큰 눈망울로 눈가를 붉히며 두 손을 모았다.


“정말 감사해요, 성좌님.”

“뭘 이 정도를 가지고.”


그녀에게 장검을 사주었으니 이로써 200포인트가 남았다.

혹시 직접 주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의외로 이런 건 시스템이 알아서 해결해주는 듯하다.

하긴 성좌가 일일이 직접 나서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하루는 상점창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은 저 활을 사주고 싶었지만... 어차피 저건 지금의 내가 살 수는 없는 거고.”


활의 요구 포인트는 무려 1000포인트였다.

고작 200포인트가 달랑 남게 된 현재의 이하루로서는 쳐다볼 수 없는 물건이었다.


시스템이 이르길 포인트라는 건 화신체의 활동, 혹은 성좌인 하루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따라 지급된다고 했다.

일종의 활동에 대한 보상인 셈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조금 참을 수밖에.

머잖아 저 활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찌르르르-.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숲은 슬슬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밝은 달이 비추어 밝히는 유일한 고지대인 이곳 섬의 중심부 공터지역도 점차 어둠이 찾아들었다.


“하아암.”


수풀 사이에서 울리는 풀벌레 소리를 가만히 듣다보니 저절로 하품이 나왔다.

그도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여긴 불 하나 제대로 안 피워져 있네.”


천막 아래로 들어간 아일라는 모아두었던 나뭇잎 사이로 파고들어 몸을 웅크린 상태였다.

이따금씩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으음... 음...”


설마 이대로 잠을 자려는 걸까?

그러기에는 아마 조금 추울 것 같았다.

밤이라는 게 생각보다 쌀쌀하기 마련이니까.


“에취!”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일라가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아일라는 추운 모양인지 주변의 나뭇잎들을 끌어모아 몸을 웅크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것들만으로는 모자라 보였다.


이하루도 잘 아는 사실이다.

유튜브나 각종 서바이벌 영상들에서야 나뭇잎이라는 게 푹신하고 잠을 자기에 좋은 거라지만 사실 직접 겪어보면 그렇게까지 칭찬일색을 할 만한 잠자리가 아니다.

밤에 자려고 하면 춥기는 엄청 춥고 나뭇잎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횡해서 바람도 숭숭 엄청 들어오는 편이거든.

오히려 이파리라는 건 작을수록 게 더 좋았다.

그래, 이를테면 침엽수 같은 거 말이지.

모으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잠자리론 그나마 최적의 잎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 섬에서 그런 이파리는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상점창으로 시선이 갔다.


ㅡㅡㅡㅡㅡ


[상점창]


[물고기 (식량) : 100포인트.]

[모닥불 (도구) : 100포인트.]


[현재 200포인트 보유.]


ㅡㅡㅡㅡㅡ


“음... 역시 모닥불을 구매해야 할까?”


그도 던전에서 추위를 겪어봐서 잘 안다.

사실 조금 춥고 만다고 참고 무시할 게 아니었다.


여긴 위험한 세상이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


이런 곳에서는 사실 조금만 몸이 약해져도 그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거든.

만일 감기에 걸려서 몸이 쇠약해졌는데 몬스터가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그것만큼 안 좋은 일이 없었다.

게임으로 치면 상대는 체력이 100인데 나는 체력을 80, 90으로 제한한 채로 싸우는 것과 같았다.


“그렇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도 모르는데 괜히 구매했다가 반 나절만에 픽 꺼져버리면 아까운데.”


보니까 설명도 안 적혀 있었다.

모닥불이란 설명이 전부였다.


그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시스템이 대신해 주었다.


[모닥불은 한 번 구매 시 한 달 가량 유지됩니다. 비바람이 부는 경우엔 조금씩 빨리 소모되기도 하지만 이때에도 꺼지지는 않습니다. 구조물의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와. 한 달씩이나?”


그 정도면 사실상 거의 공짜가 아닌가?

효용성이 넘치도록 충분했다!


“뭐, 그렇지 않아도 불이 필요하긴 했어. 여기엔 고블린이나 맹수들도 여럿 있었으니까.”


모닥불은 대부분의 맹수류에게 꽤나 효과적이다.

불을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고블린들도 비슷한 이유로 효력을 보이곤 한다.

이렇다 보니 아일라가 이곳 중앙 하늘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을 피워두는 편이 몬스터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방책이었다.


포인트가 한정된 상황이었다.

솔직히 필요하기는 모든 물품들이 다 필요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우열을 골라야 했다.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거나 구매할 수는 없었다.

생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을 골라야 한다.


[현재 엘프 아일라의 체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 사자!”


눈 딱 감고 모닥불을 구매했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선택이다!




* * * *




“으음...”


아일라는 이따금씩 추위에 몸을 떨었다.


잠이 들었다가도 싸늘한 바람이 훅, 불어오면 정신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으슬거리는 몸을 참아내며 다시금 잠에 들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화륵!


‘...따듯해.’


문득 아일라는 언제부턴가 으슬거리던 몸이 편안해졌음을 느꼈다.

마치 어머니의 품 안에 안겨있던 때와 같이 따스한 온기로 훈훈했다.


‘대체 뭘까...’


그녀는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타닥. 타닥.

막 잠이 깨서 흐릿한 시선.

그 너머로 주홍빛의 밝은 불빛이 보인다.

아직 밤일 텐데 뭔가 묘하게 주변이 밝은 것도 같았다.


“으음...?”


천천히 정신이 들던 아일라.

곧 그녀는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건?”


모닥불이었다.

혹시 너무 추워서 헛것이라도 보는 걸까?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


그때 익숙한 알람이 팟 떠올랐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이제 몸 상태는 좀 괜찮으냐고 묻습니다.]

“어, 어? 성좌님?”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아일라는 이전에도 이미 경험한 바가 있었다.

그녀가 받았던 장검과 마찬가지로.


“혹시... 이 불은 성좌님께서 피우신 건가요?”

[물론이라고 대답합니다. 고마워해도 괜찮다고 자부합니다.]


고마움이라.

그 소리에 순간 아일라는 입을 가리고 옅지만 웃음을 흘렸다.


설마 자신이 추위를 탄다는 걸 알고서 한 걸까?


아마 그런 것 같았다.

보기보다 따스한 내면이 지닌 이 성좌는 지금 그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라는 진심으로 자신의 성좌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감사해요, 성좌님. 덕분에 좀 나아졌어요. 이제 춥지도 않고요.”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앞으로도 자신만 믿으면 된다고 자신합니다!]

“전 성좌님을 믿어요. 당연한 일인 걸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일라의 시선이 정확하게 이하루가 있는 방향을 향했다.


띠링!

그때 그녀를 바라보던 이하루에게도 알람이 떠올랐다.


“어?”


[성좌 ‘방구석 대군주’ 에 대한 아일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당신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 이제부터 보다 다양한 제안이 가능해집니다!]


“이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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