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성좌님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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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S
작품등록일 :
2024.08.21 15:15
최근연재일 :
2024.08.27 19:10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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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7
추천수 :
41
글자수 :
34,249

작성
24.08.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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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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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8쪽

각성하다

DUMMY

[패배!]

“아, 씹! 내 배치저어언!”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이하루는 눈앞에서 벌어진 결과에 대해 믿을 수가 없었다.

탑! 탑!

그놈의 탑이 문제다.

탑에서부터 내려온 똥이 미드와 봇을 넘어 끝내는 이 게임 전체를 말아먹은 것이다.


“아, 아... 망할, 탑신봉자 새끼들...”


머리를 쥐어싸맨들 이미 때늦은 후회이긴 했다.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진 마당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가 탑을 갈 걸 그랬다.

그 인간이 탑 안보내주면 기어코 던진다는 말에 그냥 참았더니.


나중에 찾아본 탑신봉자의 전적이란 그야말로 하루를 경악케 만들었다.


“아니, 무슨 놈의 전적이 올 빨강이야?”


전적을 보자마자 소름부터 돋았다.

패배, 패배, 그리고 또 패배라니.

심지어 2,3 연패도 아니고 무려 7연패였다.

이런 녀석이 무슨 깡으로 탑으로 향했다는 말인가?

이건 차라리 루나코인 대표를 믿는 게 더 나을 뻔한 정도이지 않은가.


롤에는 점멸이라는 특성이 있다.

눈앞의 모니터가 꺼져 새카맣게 점등하는 것처럼 그의 정신 또한 함께 점멸하는 듯했다.


“하아... 어쩌겠냐. 이미 게임은 진 마당에.”


짤막한 한숨과 함께 털썩 침대에 누웠다.

어차피 배치전도 이미 망한 마당에 미련을 가져봐야 뭐하겠는가.

오늘 그는 패배자였다.


“잠이나 자야겠다.”


침대에 누운 그의 눈앞에 무언가가 보였다.

반투명한 창화면이었다.


ㅡㅡㅡㅡㅡㅡ


[상태창.]


이름 : 이하루.

클래스 : 예비 성좌.

레벨 : 1

힘 : 21

민첩 : 17

마력 : 13

신성력 : 14


[각성하세요.]

[하나의 세상을 멸망시켰을 때, 비로소 성좌로서의 능력을 각성합니다.]


ㅡㅡㅡㅡㅡㅡ


“하... 각성은 무슨.”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른 메시지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각성이라.

그렇게 각성이 쉬웠다면 진작에 했겠지.

벌써 몇 년째 저 메시지만 보이는 상태로 멈추는 게 아니라.


한때는 하루에게도 이능을 가졌다는 사실에 기대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는 각성을 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그런 기대감도 벌써 수 년이 흐른 현재에 와선 더 이상 소용이 없음을 알고 있다.

이따금씩 이하루 그와 같은 처지의 이들이 있었다.

끝내 능력을 각성하지 못하고서 평생 일반인도, 각성자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는 이들이.


어떻게든 각성을 해보려고 용을 써봤지만 벌써 몇 년이 넘도록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아닌 게 아니라 각성을 하기 위한 조건이 문제지. 하나의 세상을 멸망시키라고? 그런 게 가능할 턱이 없잖아.”


세상에 살다살다 그와 같은 조건을 지닌 이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진작 각성자가 되고도 남았을 거다.

아니, 아마 국가권력급 헌터가 되지 않았을까?

그 때문에 남들은 진작 다 깨고도 남았을 각성 조건을 아직까지도 넘어서지 못한 채 이렇게 남겨두고 있다.


하긴 나오지 않는 결론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생각해봐야 소용이 없는 문제다.


“에휴. 잠이나 자자.”


한숨을 내쉬며 그는 돌아누웠다.

이내 하루의 호흡도 평온해지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쿠구구-.

난데없이 미약한 진동이 집안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바로 게이트의 전조였다.


그러나 사람이 감지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매우 작은 규모의 진동이었으니.

개미들이나 느낄 법한, 소소한 사이즈의 진동이었다.


쩍!

이내, 충만한 마력이 한데 뭉치며 게이트가 열렸다.

하루가 잠을 자던 머리맡에.


다만, 게이트치고는 그 크기가 매우 볼품없었다.

불과 손가락 한 마디만한 사이즈의 매우 작은 사이즈에 불과했으니까.


그때 우연의 일치였을까?


“으음.”


무슨 꿈이라도 꾼 건지 순간 잠을 설치던 하루는 머리맡에 생겨난 게이트를 쿵 때렸다.

갓 생성된 게이트에게 있어선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너머에 존재하던 세계 전체를 울릴 만큼이나 큰.


덕분에,


콰득.

이날 아무도 모르게 하나의 작은 세상이 멸망했다.


띠링!


[각성 요건을 충족하였습니다.]


“...”


변화를 감지한 시스템의 알람이 떠올랐다.

물론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던 하루는 눈치채지 못한 사실이다.




* * * *





짹짹짹.

닫힌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들이 짹짹거리며 우는 소리들 또한 함께 들려왔다.


날이 밝았다.

하루는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일어났다.


삑.

하루는 언제나처럼 소파에 엎어진 채로 뉴스 방송을 틀었다.


[속보! 차세대 헌터, 18세 소년 이준수 B급 승급 확정!]

[최근 애완동물로 유행을 하기 시작한 던전산 거대 꿀벌, 푸르의 분양가가 급상승하여ㅡ,]


삑, 삑삑.

채널을 빠르게 넘기며 볼 만한 화제가 없는가를 찾아보던 도중이었다.


“어찌된 게 재밌는 내용이 없냐. 영 볼만한 게 없네.”


엊그제는 롤챔스도 하고 시공의 폭풍 방송도 했었는데.

오늘은 볼 게 없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이하루.

그때였다.


“응?”

[긴급 속보입니다. 방금 전, S급 헌터 이지혜 양이 신흥 게이트 던전 ‘수화’의 공략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수화 던전은 최근 발생한 최상급 게이트 중 하나로ㅡ,]


“오... 드디어 말썽이던 게이트를 닫았나 보네.”


던전 수화水火.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상급 던전이다.

몇 개월 동안 도전을 한다만다 하더니 끝내는 도전을 성공한 모양이었다.


[아. 이지혜 양, 요즘 유명하죠. 근래 떠오르는 신예입니다.]

[그렇죠. 이제는 엄연한 대한민국에 떠오른 새로운 다섯 별 중 하나이니까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 S급 헌터라곤 자색성운의 신유라만이 유일했었는데ㅡ,]


“...”


그러고 보니 다음 주가 고등학교 동창회던가.

어쩐지 속이 더부룩해졌다.


“...설마 저 녀석, 나오진 않겠지.”


한때 후배에 불과했던 녀석이 지금에 와선 그를 앞질렀다는 걸 이따금씩 상기할 때면 울적해질 수밖에 없다.

단지 그뿐이라면 괜찮지만 저 녀석은 수시로 뉴스에 튀어나오곤 한다.

거의 매주 이 사실을 상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다음 주 동창회는 미뤄야할지도 모르겠다.


“에휴. 슬슬 아침이나 먹어야겠다. 그만 일어나서ㅡ,”


머릿속이 복잡해짐에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이었다.


“...어라.”


그는 선 채로 얼어붙었다.


그의 시선이 상태창이 떠오른 천장을 무심코 향한 그대로 멈췄다.

전에 보지 못한, 꿈도 꿔보지 못한 광경이 보였기 때문이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성좌 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세상을 관리하여 위대한 성좌로서 온 우주에 이름을 남기시기 바랍니다!]


툭.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이 아래로 떨어졌지만 전혀 깨닫지 못했다.


하루는 정신없이 눈을 깜빡였다.


“가, 각성했다? 내가?”


마침내.

십년 만에?


떨리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불러냈다.


“사, 상태창.”


ㅡㅡㅡㅡㅡㅡ


[상태창.]


이름 : 이하루.

클래스 : 예비 성좌.

레벨 : 1

힘 : 21

민첩 : 17

마력 : 13

신성력 : 14


스킬 : 세계 오픈.

[축하합니다! 각성하였습니다!]

[이제 당신은 만인을 굽어 살피며 그들을 위한 힘을 후원할 수 있는 대우주의 초월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수식언을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ㅡㅡㅡㅡㅡㅡ


“됐다! 됐다고!”


예전부터 바라마지 않던 광경에 제자리에서 주체를 못하고서 펄쩍 뛰었다.

각성했다.

거기에 스킬도 생겼다!


“저기요!”


얼마 안 가 현관문이 탕탕 울렸다.

뭔가 싶어 바라보니 그의 아랫집 이웃이었다.


“좀만 조용히 해주세요! 아래층 울리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너무 뛰어댔던 것 같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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