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성좌님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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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S
작품등록일 :
2024.08.21 15:15
최근연재일 :
2024.08.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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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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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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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화신체 아일라 (1)

DUMMY

아일라는 눈을 깜빡였다.


“어... 만져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지금 헛것을 보는 건가?”


어쩌면 아까 전 다쳐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고블린에게 습격을 당하며 숲길을 한 번 크게 굴렀었으니까.

그때 머리를 다쳤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찰나였다.


메시지가 일렁이더니 새로운 문자로 바뀌었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방금 전의 일은 미안하다고 전합니다.]

[너무 급했던 상황인지라 무턱대고 힘을 사용해야만 했던 건 어쩔 수가 없었던 일이라고 당신에게 전합니다.]


“힘을 사용한다니...? 아.”


아일라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방금 전의 일. 힘.


아, 설마.


“호, 혹시.”


지금 눈앞에 메시지를 보내오는 건.

그녀는 이전보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전 고블린에게서부터 절 구해주셨던... 그 존재신가요? 하늘에서 거대한 손을 드러내셨던.”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그것은 자신이 한 일이 맞다고 합니다.]

[방금 전에는 깜짝 놀래켜서 정말 미안하다고 합니다.]


“...!!”


엘프 아일라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앞을 향해 넙죽 허리를 숙였다.

화살이 박힌 다리에서 피가 주륵 흘렀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위대한 존재시여!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연거푸 허리를 숙였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그렇게까지 예를 차릴 필요는 없다고 전합니다.]

[그보다는 지금 크게 다쳐서 서 있기도 힘든 상태가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그렇지만 그녀가 서 있기도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피가 조금씩 베어나오는 상태였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당신을 염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리가 많이 아플 텐데 앉아있기를 권합니다.]


“그, 그러면...”


몇 번이나 연이은 자제.

그제야 큰 눈동자를 불안하게 굴리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위대한 부누을 앞에 두고서 염치가 없지만 조금만 앉아있겠습니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그제야 좀 낫겠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아... 다행이야.’


아일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존재는 생각보다도 더욱 따듯한 존재였던 것 같았다.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그토록 크고 두려운 존재가 사실은 마음마저 자신을 배려해줄 정도로 따듯하다니.

언젠가 그녀가 보았던 ‘그 존재’ 와는 전혀 달랐다.


“방금 전 그 일이 사실은 날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였다니...”


아일라는 아픈 와중에도 조금이나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 * * *




메시지가 떴다.


[당신에 대한 ‘아일라’ 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와, 됐다.”


역시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시스템이 했던 말대로였다.


“가능하면 이런 식으로 친근한 느낌이 좋겠지? 쓸데없이 위압감을 줄 필요는 없을 테니까.”

[현명한 판단입니다.]


시스템도 가능하면 친밀감을 높이길 추천했다.

여기서 위압감을 늘어나기라도 했다간 오히려 역효과만 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화신체 계약? 이라는 걸 따내야 한다고 했으니까.


그때 아일라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ㅡㅡㅡㅡㅡ


[엘프 아일라 (현재 심각한 부상상태).]

[외딴 세상에 홀로 떨어진 엘프 생존자.]

[궁수의 재능을 지녔습니다.]

[위험! 현재 그녀는 출혈이 심각합니다, 빠른 회복을 요합니다!]


[현재 그녀에게 회복 마법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ㅡㅡㅡㅡㅡ


회복 마법이라고?


“그렇지만 난 신성력이라곤 전혀 쓸 줄 모르는데.”


살면서 신관한테 힐을 받아본 적은 있었어도 누구한테 힐을 해본 적은 없었다.


헌터로 활동할 시절에도 그랬다.

그래도 나름 각성자라서 일반인보단 몸이 튼튼했으니 주로 전사계 헌터로 활동했었다.

결국 능력을 각성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성좌로 각성한 지금이라면 회복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상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세요.]


이하루는 시스템의 조언대로 그녀에게 집중했다.

곧 속에서 무언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일더니 환한 빛이 반짝였다.


“어... 어?”


파아앗!

그 순간 엘프 아일라의 몸에서부터 아주 환한 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아일라는 자신의 몸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밝은 빛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대체?”


그 순간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그녀의 다리가 서서히 본래의 상태를 되찾았다.

박혔던 화살을 밀어내고, 출혈이 멎었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듯한 광경이었다.


“다리가... 모두 나았어.”


아일라의 상처가 모두 회복됐다.

그녀는 신기한 듯 몇 번이나 상처 부위를 매만져봤지만 씻은 듯이 모두 나아져 있었다.

걸을 수도 있었다.


어, 그런데.

정작 이번에는 문제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하루에게 생겼다.

그는 속이 메스꺼운 걸 느꼈다.


“...어쩐지 좀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핑-.


아니다.

진짜였다.

이하루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나 죽어.”


진짜 쓰러졌다.




* * * *




“아.”


눈을 떴다.


이하루는 거실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의 머리맡으로 손가락 한 마디만한 하늘섬이 둥둥 떠다니며 스치듯 지나쳐가는 게 보였다.


...뭘까, 이건.

무심코 툭 건드리니 하늘섬이 저만치 퓽 날아가 버렸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직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렇지.

나 기절했었다.


“아일라한테 힐을 줬고, 그래서 그 이후엔 기절을ㅡ,”


아.


“아일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번뜩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하루가 물었다.


“시스템! 아일라는!”

[그녀는 완벽하게 몸 상태가 나아졌습니다.]

“아, 그래? 다행이네.”


그 말에 안도하며 도로 주저앉았다.

여전히 후유증이 있었다.


“아, 스읍. 머리 어지러.”


두통 탓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야?”

[두 시간 가량입니다. 만일 조금만 더 힘을 사용했다면 하루 내내 기절했을 것입니다.]


그 정도라니.


“힐 한 번 만 잘못했다간 사람 골로 가겠네.”


아무래도 함부로 지상에 힘을 사용한다는 것도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못 할 건 없어 보이지만, 몸소 느껴보니 각오는 단단히 하고서 힘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건 아직까지 당신이 성장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하면 다르다는 걸까?

아마 그런 것 같았다.


[당신이 지상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담감을 지금보다 낮추기 위해선 성장하여 신성력 스탯을 높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 신성력을 올린다면 내가 힐도 쓸 수 있어? 다른 신관들처럼?”

[그렇습니다.]


오. 그렇단 말이지?


예전부터 신관은 돈 잘 벌기로 유명한 클래스였다.

만약 지금보다 성장해서 신관들처럼 힐을 쓰거나 할 수 있다면 매일 아침으로 시리얼이 아니라 다른 걸 먹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관들은 언제나 이런 기분을 느꼈던 걸까?

어쩐지 다들 툭하면 죽을 것 같다고 골골대더니 이유가 있었다.


이하루는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아일라는 괜찮나 보네.”


그녀를 지켜보던 이하루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걸음이 꽤 건강하다.

그는 키보드 자판을 꺼내서 두드렸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이제 다리는 좀 괜찮냐고 묻습니다.]

“아, 성좌님!”


그가 보내온 메시지에 아일라는 곧장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요! 정말 모두 나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그렇게 과한 예를 차릴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성좌님 덕분에 이렇게 나을 수 있었는걸요.”


이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전폭적인 신뢰가 가득했다.

모르는 그가 보기에도 선명한 호의였다.


자신을 구해다주고, 심지어는 상처를 낫게끔 해주기까지 했다.

상대를 믿기에 이만한 것보다 더 이유가 필요할까?


띠링!

메시지가 떠올랐다.


[엘프 아일라에 대한 적정 호감도 달성 완료!]

[현재 화신체 계약 시도가 가능합니다! 그녀에게 계약을 제안하시겠습니까?]


화신체 계약이라!

이제 드디어 계약 시도가 가능한 모양이다.


하루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예’ 를 클릭했다.


“...?”


그러자 아일라가 곧장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허공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어... 성좌님? 이건 뭐죠? 여기에 계약? 이라는 게 떠 있어요.”


그녀의 앞을 보니 푸른 무언가가 떠오른 게 보였다.

진짜 모기만할 정도로 아주 작은 창이었다.


저게 바로 화신체 계약화면인 걸까?

그가 보는 화면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서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확대하듯 화면을 연거푸 키우니 곧 아알리가 보고 있는 화면이 보였다.


“아, 보인다.”


ㅡㅡㅡㅡㅡㅡ


[엘프 아일라여.]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당신에게 배후성좌(背後星座) 계약을 제안하였습니다.]

[이 위대한 존재를 배후성좌로 선택한다면 당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성좌의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ㅡㅡㅡㅡㅡㅡ


“어. 계약? 이건 대체...”


아일라는 의아한 듯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기웃거렸다.

조심스럽게 허공을 매만져보거나, 아니면 가만히 지켜보기도 했다.


곧 그녀가 이하루가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물었다.


“혹시 여기 이 제안이라는 게... 혹시 성좌님께서 보내온 내용인 걸까요?”

[성좌 ‘방구석 대군주’ 가 그렇다고 합니다.]

“아, 역시.”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하늘을 올려다보는 엘프 아일라의 눈빛에 선명한 호의와 신뢰감이 서렸다.

아일라가 은은한 미소 어린 얼굴로 물어왔다.


“성좌님께서 저의 후원자가 되어주신다는 건 역시 절 지켜주시겠다는 의미이겠지요?”


‘벌써 날 저렇게나 믿는다는 걸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하루를 믿는다니.

그렇지만 그녀의 시선에는 이제 뚜렷한 신뢰감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지, 오히려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저렇게 더 쉽게 믿을 수 있는 걸지도. 아일라가 아는 나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니까. 인간이 아닌 초월적인 힘을 가진 성좌, 신이지.”


엘프 아일라가 아는 이하루란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그녀가 목격한 광경은 하늘과 대지보다도 더욱 거대한 초월적인 존재의 일부.

그 광경 하나만이 전부였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이렇게 전폭적인 신뢰감을 보내올 수 있는 것이다.


아득한 힘을 지닌 존재인 성좌.

그러니 신뢰하기에 이보다 더욱 좋은 사실이 있을까?


하루는 얼른 키보드 자판을 두드렸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 는 엘프 아일라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합니다. 선택을 고르는 것은 자유라고 의사를 드러냅니다.]

“저는 성좌님을 믿어요. 절 지켜주신 분이니까요. 그러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신뢰감 어린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좌님과 계약할게요.”


띠링!

알람음 소리와 함께 이하루의 눈앞에 알람창이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첫 화신체와의 계약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300 포인트가 주어지며, 지금부터 포인트 상점이 개방됩니다!]

[이제부터 ‘화신체 관리’ 기능이 생성됩니다!]


“오, 계약했다!”


이하루에게 첫 화신체가 생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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