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성좌님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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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S
작품등록일 :
2024.08.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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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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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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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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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니어쳐 월드 (1)

DUMMY

“흐흐흐.”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벌써 30분도 더 지났지만 이하루는 여전히 상태창만 들여다보며 웃어댔다.

이쯤되면 슬슬 지겨울 법도 하건만 보고 또 봐도 도통 질리지가 않는 광경이다.


“각성. 드디어 각성이다. 이제 나도 남들처럼 각성을 했다, 이 말이지.”


이젠 월세 걱정도 없겠다.

어디 그뿐일까?

어쩌면 온 세상이 깜짝 놀라게 될 최고의 헌터가 될지도 몰랐다.


“이젠 매일 아침마다 먹던 시리얼 한 끼 식사에서 조금 더 위쪽을 노려봐도 될지도.”


한 번에 시리얼 두 그릇, 아니 세 그릇도 가능하려나?


어쩌면 삼분카레까지 노려봐도 될지 모른다!

지금 이하루는 긁지 않은 복권이나 마찬가지였다.


두근거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글을 올렸다.


[작성자 : 나 각성했다!]

[ㄴ ㅇㅇ : ㅋㅋㅋㅋ이 새끼 또 왔네.]

[ㄴ ㅇㅇ : 참 꾸준글 지겹지도 않냐. 매일같이 똑같은 글 올려대네. 진짜 하루도 안 빠지는 새끼.]


[작성자 : 그렇지만 오늘은 진짠데... 나 진짜로 각성함!]

[ㄴ ㅇㅇ : 야. 너 몇 년 전부터 주욱 이 소리 했던 놈 아니냐?]

[ㄴ ㅇㅇ : 아, 씹! 그때부터 매일 저 개소리를 찍찍 싸댔던 놈이라는 거임? 개무섭네]

[ㄴ ㅇㅇ : 이 새끼 설마 10년 동안 능력 각성 못했던 무능력자 이하루인 건 아니겠지? 몇 년 동안 각성 못하는 인간 대한민국에 몇 없지 않냐?]

[ㄴ ㅇㅇ : ㄹㅇㅋㅋㅋㅋ]


“...”


기분이 안 좋아졌다.

심장에 직격타인 소리를 들어버렸다.

그 10년 동안 각성을 못했던 이하루가 그였으니까.


그렇지만 우울했던 기분도 잠시였다.

그의 입가 위로 금세 자신만만한 미소가 다시금 떠올랐다.

이제 그는 저런 말들에 상처입지 않는다.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말이지.”


띠링.

그때 요란한 알람음과 함께 눈앞에 뭐가 떠올랐다.


[위대한 초월자의 운명을 타고난 예비 성좌여.]

“아, 깜짝이야. 이건 또 뭐지?”


뜬금없이 허공에 떠오른 한 줄기의 문장.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곧 흐물거리며 이전의 문장이 물감처럼 흐트러지더니 새로운 문장을 드리웠다.


[저는 시스템입니다. 성좌들의 보좌를 맡은 관제인격으로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세계를 잘 가꿀 수 있도록 조력과 조언을 답해주는 일종의 가상 AI입니다.]

“시스템? 네가?”

[그렇습니다.]


오... 아무래도 헛것은 아닌 것 같다.

신기해서 눈앞에 떠오른 문장을 쿡 건드리니 마치 물결처럼 파문이 일며 흐트러지는 게 보인다.

역시나 만져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나저나 시스템이라면, 혹시 소설에 나오던 그런 건가? 막 각성자 도와주고 한다는?”

[그렇습니다.]


각성자들한테 이런 게 보인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혹시 나한테만 보이는 건가?

하긴 각성자들마다 각성을 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같은 능력을 지녔어도, 누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능력이 개방되거나 아니면 다른 수준을 지니기도 했으니까.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이내 시스템은 새로운 메시지를 눈앞에 드리웠다.


[현재 당신은 아직 예비 성좌의 신분입니다.]

“어... 그렇긴 하지.”

[이제 오랜 시간 멈춰있었던 당신의 시간을 본래대로 돌릴 차례입니다. 눈앞에 떠오른 수식언들을 확인하시고 원하는 것을 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ㅡㅡㅡㅡㅡ


[수식언 선택창 : ]

[긴고아의 죄수 ㅡ 한때 온 우주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초월적 성좌. 성물 여의(如意)는 온 우주의 길이만큼이나 넓어진다는...]

[그림자용의 군주 ㅡ 세상 모든 그림자용들의 군주. 그의 어둠은 온 세상을 집어삼킬 정도로...]

[마법의 시조 ㅡ 이 세상 모든 마법들을 알고 있다고 하며 전능한...]

[번개와 독수리의 제왕 ㅡ 올림포스의...]

[시작의 불의 역사 ㅡ 시작의 불을...]


ㅡㅡㅡㅡㅡ


뭔가 떠오르는 게 셀 수 없이 많았다.

이하루가 눈을 깜빡였다.


“이건 뭐야?”

[성좌의 수식언입니다.]

“수식언?”

[수식언은 이제 당신이 지니게 될 능력과 성향을 의미하는 일종의 칭호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수식언, ‘강철의 주인’ 은 이 세상 모든 철의 속성과 조작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수식언, ‘용의 시조’ 라 함은 세상 모든 용들의 시초가 되어 그들의 주인이 됨을 의미합니다.]


여전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지만 대충 표현하자면 대단하다는 의미같다.

소설에서 보면 성좌라는 게 다 앞에 자신을 설명하는 무언가 칭호같은 걸 달고 있던데 그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일단 신중히 골라보자.”


하나같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것들 뿐이다.

그림자용의 군주. 마법의 시조라니.

대충 봐도 다들 설명이 거창하고 군침을 흘릴 만한 내용들.

이런 걸 택하면 정말로 온 세상의 모든 마법이나 용들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걸까?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입안에 자꾸만 침이 고였다.

이거라면 어쩌면 S급 헌터가 아니라 정말로 슈퍼 국가권력급 헌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푸엣취!”

그때 순간 재채기를 튀어나온 탓에 손이 픽 미끄러졌다.


그 결과.


“아.”


[선택 완료.]

[수식언, ‘방구석 대군주’.]


전혀 원치 않던 이름을 고르게 됐다.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수식언은 성좌, ‘방구석 대군주’ 입니다!]




* * * *




“...”


이하루는 오랫동안 눈앞의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방구석.

방구석 대군주라.

그의 눈길이 위아래를 살폈다.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잠시 물끄러미 눈앞의 상황을 응시하던 이하루가 물었다.


“그, 혹시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위대한 성좌. ‘방구석 대군주’ 시여.]

“혹시 무르기 같은 거 가능한가? 좀 전에 고른 건 실수였는데.”

[가능은 합니다만, 정말로 택하시겠습니까? 이미 방금 전의 선택과 동시에 온 우주의 기운이 이미 당신에게 집대성되었습니다.]

“어... 그게 무슨 의미야?”

[이미 당신은 온 세상의 방구석이 지닌 기운이 집대성되어 결합된 존재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해당 선택을 취소한다는 것은 사실상 모여든 모든 기운을 파하고 육체적 붕괴를 선택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육체적 붕괴? 그거 혹시 취소하면 내가 죽는다는 의미인 건가?”

[그렇습니다.]


...울고 싶어졌다.

그러면 취소하나 마나라는 소리 아닌가.

1등 복권이 재채기 한 번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또 모를 일이긴 했다.


그래도 명색이 성좌는 성좌였다.

방구석 대군주!

그래도 이름에 대군주라는 석 자가 들어있기는 하지 않은가?


“그래서, 방구석 대군주는 무슨 능력이 있지?”

[방구석의 절대자, 방구석 대군주는 세상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그거 말고는?”

[후원을 할 수 있습니다.]

“...”


어째서 그리 조촐한 내용들만 설명하는 거지.

관측이니 후원이니, 왠지 딱 방구석에서만 할 법한 내용들뿐이지 않은가.

설마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

조금씩 불길해져가던 찰나,

그를 멈춰 세우는 한 마디가 있었다.


[당신은 세계를 창조하고 다스릴 수 있습니다. 성좌 방구석 대군주는 창조의 속성을 띄고 있습니다.]

“세계를 창조?”

[그렇습니다. 당신의 세계를 구현하시려면 장소를 지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장소? 장소라면...“


그 말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하루가 물었다.


“시스템아. 혹시 이 거실이면 될까?”

[충분합니다. 지금부터 거실에 당신의 세상을 구현하겠습니다.]


쿠구궁-.

거실 바닥이 드드득거리며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해 못 할 여러 메시지들이 함께 연달아 떠올랐다.


[구현할 장소를 거실로 선택하였습니다.]

[거실의 변화를 시작합니다.]

[배경, 우주를 구현합니다.]


순식간에 별들이 빼곡이 박힌 새카만 우주가 거실을 집어삼킬 듯 피어오르며 천장이며 벽이며 할 것 없이 모두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자그마한 사이즈의 대륙이 떠올랐다.


“오? 저건 뭐지? 섬인가? 아니면 대륙?”


[지금부터 ‘하늘 섬’ 의 생성을 시작합니다.]

[현재 숲, 대지 환경을 생성 중입니다...]

[현재 호수를 생성 중입니다...]

[현재 숲을 구성할 기초 생물군계 생성 중...]


우주의 한 가운데에 떠오른 자그마한 하늘섬.

그곳에 푸른 숲과 호수, 손톱만한 구름들이 생겨나는 게 보였다.

넓은 평야가 생겨나더니 밀이나 과일 나무로 보이는 것들이 뽕뽕 여럿 솟아나기도 했다.


“오, 오오...”


그 중에서도 하루의 눈을 자극한 것은 따로 있었다.


“저거 사슴 아니야? 곰도 있네!”

[크아앙!]

[끼이이-!]


그의 손톱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를 한 늑대들과 고블린 무리들이 숲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세상, ‘하늘 섬’ 의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이 태초의 행성에서, 당신의 창조물들을 잘 가꾸고 보듬어주시기 바랍니다!]


“와... 이거 완전 미니어쳐 월드네.”


거실에 생겨난 아주 작은 섬.

입을 벌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자그마한 살아있는 세상이었다.




* * * *




오래 전.

세상 사람들은 이 세계가 평평한 하나의 대륙이라고 생각했다.


세계의 가장자리 끝으로 가면 끝없는 낭떠러지가 있다고.

그래서 세계의 끝에 가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다.

콜럼버스가 세계를 항해하고 진실을 밝혀내기까지만 하더라도 모두가 그렇게만 알았다.


지금 이하루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그러했다.


거실 중앙에 위치한 가장 커다란 하늘섬.

그 너머의 세상은 새카만 별 박힌 우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끝없는 낭떠러지의 세상이다.

거실에 생성된 우주 곳곳에 또 다른 하늘섬들이 곳곳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얼음섬도 있고... 황량한 사막섬도 있네. 여기 이 섬은 울창한 열대숲에 비가 계속 내리고 있고. 섬들마다 다 특징이 다른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 시스템은 이렇게 칭했다.


[저 섬들 모두가 저마다 다른 특성들을 지닌 환경들입니다. 태양계를 빗대어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앙의 행성,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또 다른 행성들인 셈이지요.]


하루는 우주의 바깥 부분에서 공전 중인 하늘섬을 보았다.

어떤 하늘섬들은 크지만 또 어떤 섬들은 정말로 작았다.

꼭 소행성같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

자잘한 소행성 무리처럼 몇몇 부서진 하늘섬 조각들끼리 우주를 유영하기도, 혹은 커다란 하나의 하늘섬이 지닌 중력에 서서히 뭉쳐가는 모습들도 보였다.


이하루는 자신의 앞을 지나쳐 가던 아주 작은 크기의 소행성을 한 번 건드려봤다.


쿠웅-.

가볍게 밀치니까 더욱 잘게 부스러져서 조각나버렸다.


“와...”


입이 절로 벌어졌다.


“진짜 작네. 혹시 지금 이거 내가 헛것을 보는 건 아니겠지?”

[이 모든 것은 분명한 실재입니다. 물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들 또한 모두 실체를 지녔습니다.]

“오...”


이하루는 중앙의 하늘섬으로 다가가 보았다.


가장 크기가 커다란 중앙 하늘섬.

그곳에는 온갖 생명들이 살고 있었다.


[이곳은 당신의 세상입니다. 아직은 섬이 기운이 적어 아직 한쪽 변의 길이가 약 500미터 정도에 불과한 작은 세계이지만, 점차 이 세상은 당신이 성장해감과 함께 거대해질 것입니다.]


가로세로가 각각 500미터씩인 섬이라.

생각보다도 훨씬 작은 규모의 세상이었다.


“어? 잠깐만. 저 안에 뭐가 보이는데?”


하늘섬 속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뭐가 보였다.

매우 작아서 눈을 집중하니 겨우보였다.


“아! 설마 저건 동물인가?”

[그렇습니다.]

“오오...!”


조그만 세계임에도 정말 다양한 존재들이 있었다.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아주 작은 미니어쳐 생물들이 보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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