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후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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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태랑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8
최근연재일 :
2024.08.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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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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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미야케 칸나 상 三宅栞奈 上

DUMMY

1. 미야케 칸나 상 三宅栞奈 上


바다의 짠내가 소녀의 코를 찌른다.

간혹 바람을 타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바다 내음에 소녀는 놓칠세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맡으며

깊게 숨을 들이켜 보기까지 한다.

이곳 치바에 온 이후부터 봄바람처럼 찾아와 금방 사라져 버리는 바다 냄새가 소녀는 너무 좋았다.


"기분 좋아"


칠흑같이 어둡고 좁은 골목길 안쪽에 서 있는 소녀의 눈에 이 근방 들고양이 몇 마리가 어느새 모여들어 작은 소리를 내며 담 위에 자리를 잡는 모습이 들어왔다. 흔히들 말하는 식빵 굽는 모습으로.

어림잡아 대여섯 마리가 소녀를 보고 있다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쳇, 운 좋은 줄 알아"


"네년이 어디로 가든 내가 꼭 찾아낼 거니까"


그는 길목 안쪽을 향해 그렇게 작지만 소리치듯이 말했다.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에 확실히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한쪽 손이 두 배는 길어 보이는 소녀의 실루엣.


"제길"


그는 피투성이가 된 한쪽 팔을 몸에 바짝 붙이며 도검의 끝을 타고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한 자신의 피를 보더니 분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간······건가······. 갔나?"


어둠 속에 있던 소녀는 담 위쪽에 있던 고양이 중 한 마리의 눈을 마주치며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고양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서히 가로등 불빛 쪽으로 걸어 나왔을 때 비로소 이상하리만치 길었던 소녀의 한쪽 팔에는 목검이 쥐어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진검을 들고 여기까지 찾아올 줄이야"


그새 따라 나온 무리 중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를 내려보며 소녀는 한마디 덧붙였다.


"귀찮아······."


"너도 그렇지? 쿠로베"


대답이라도 하듯 고양이가 울었다.


그녀는 목검에 묻어있는 무언가를 털어내듯이 위아래로 힘차게 목검을 허공에 두어 번

내려친 후 길목에서 나와 자신이 머무는 맨션 쪽으로 돌아갔다.


겨울이 끝나간다고 하지만 아직 오후 5시만 넘어도 해가 져 주변이 금방 어두워졌다.

특히나 주택가는 이상하리만큼 더 어둡고 조용하기까지 했다.


가까이 있는 바다라고는 인공 해변뿐인 이곳 치바시 중앙공원 근처에 간혹 예고 없이

바람을 타고 바다 냄새가 지나갈 때가 있다.


"어젯밤에 어디 갔다 온 거야?"


세면실에서 거실과 연결된 미닫이문을 열며 누군가 말했다.


"아니 잠깐 콘비니(コンビニ 편의점)에"


이렇게 말하며 어젯밤 미처 제자리에 놓지 못한 목검을 조심스레 원래의 장소에 돌려놓았다.

손잡이에는 "미야케"라는 한자와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정말 안 데려다줘도 괜찮아?"


외출 준비를 마친 듯한 세리나(世里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


토요일 오후 미야케 칸나(三宅栞奈)는 거의 한 달간의 치바 생활을 마치고 동경 도내로

들어가기 위해 이제야 얼마 안 되는 짐을 트렁크에 정리 중이었다.


"괜찮다니까 마리링네 집까지 가는 법도 알아둘 겸······."


"그렇구나, 그럼 맛짱한테 안부 전해주고"


이미 현관 앞에서 구두를 신으며 세리나는 말을 이었다.


"아 참 열쇠는 그대로 가져가고 대신 잊어버리면 안 돼"


"괜찮겠어?"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와"


"응 네기(ネギ 파) 라멘 먹기 위해서도 꼭 다시 올 거야"

현관문을 닫으며 나가는 언니 등에 대고 칸나는 소리치듯 말했다.


언니보다도 먼저 근처의 맛있는 라멘집을 찾아낸 것에 괜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짐 정리를 마치고 자신의 흔적을 지우듯 가볍게 청소하려 했으나 차분하고 깔끔한

큰 언니답게 항상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난 역시 마리링 언니를 더 닮은 거 같아"


칸나는 자신이 한심한 듯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부본선(曽部本線)을 타기 위해 그녀는 치바중앙역까지 걷기로 했다. 이제 익숙해진 중앙공원을 가로질러 가고 싶었다.


나고야의 집에서부터 큰언니 세리나가 사는 이곳 치바로. 또 새로운 학교로 진학을 위해 2년 전부터 도내(都内)의 대학교에 입학해 상경한 둘째 마리나(真里菜) 언니네 집으로 가게 되었다.


원래 학교 근처의 원룸에 사는 것으로 알고 있던 칸나는 언니 마리나가 학교에서 떨어진 방 두 개의 신축 맨션으로 이사한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그 둘째의 이사 덕분에 예정에도 없던 큰언니의 집에서 한 달이나 묵게 되었다.


둘째를 걱정한 아버지가 칸나를 언니와 함께 살게 하기 위해 집과 이사 비용을 전부 부담했으리라. 도쿄로의 고교 진학은 예의 사건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충분히 나고야에서도 가능했다.


그래도 혼자 대학 생활을 만끽하는 천방지축 둘째 딸의 감시도 겸해 이때다 싶어 막내를 보내 같이 살게 하는 일석이조의 일을 아버지가 꾸민 것이 분명하다.


아키하바라(秋葉原)역에서 갈아탈 때까지 대략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닛뽀리(日暮里)역에서 모노레일로 한 번 더 갈아타야 한다.


"도쿄 너무 복잡해"

자기도 모르게 칸나는 혼잣말을 뱉었다.


모노레일로 여섯 정거장을 가자 둘째 언니가 사는 오우기오오하시(扇大橋)역에 도착했다.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몇몇 큰 창고를 빼고는 일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냥 주거지역으로 주택과 맨션들이 많았다.

모노레일이 생긴 지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신축으로 공사 중인 맨션들도 여기저기에 눈에 띄었다. 개찰구를 지나 펼쳐진 주변 환경을 멍때리듯 잠시 보던 칸나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마중 나오기로 했던 마리링은 보이지 않는다. 출구도 하나뿐인데 서로 만나지 못할 것도 없다.


막 전화를 해보려는 순간 왼쪽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양손가득 무언가를 들고 헐레벌떡 이쪽으로 뛰어오는 큰 티셔츠 차림의 여성이 보였다.


"으악 미안 미안"


단발머리에 털털해 보이는 이 여성은 양손에 식자재로 보이는 것들이 한가득한 비닐봉지 한쪽을 일부러 들어 올리며 연신 미안하다고 외쳤다.


"미안 많이 기다렸어? 30분에 도착이라고 했던가? 헤~ 너무 일찍 나와서 장을 좀 봤어"

조금은 장난기 많아 보이는 이 여성은 짓궂은 얼굴로 연신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마리링 요리도 해?"


오랜만에 만난 인사 대신 마치 지금까지 쭉 함께 있었던 마냥 대화를 이어갔다.


"응 물론이지! 아주······가끔은?"


"보고 싶었던 동생이 온 첫날이니 야채 듬뿍 돼지고기 캬베츠 나베!"

라며 마리나는 활짝 웃으며 올라왔던 반대쪽 출구로 향하며 말을 이었다.


"저쪽에서 왔잖아"


왼쪽 반대편 계단을 가리키며 칸나는 이상한 듯 물었다.


"아 저쪽은 라이프(대형슈퍼)가 있는 곳, 집은 이쪽이야"


짐이 많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로 쪽으로 내려와 큰길 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8층 정도 높이의 옅은 회색빛 건물이 나타났다.


"에~~ 새것 같아!?"

1층 입구에서 자동문을 열기 위해 작은 카드 열쇠를 꽂는 마리나의 등 뒤에서 칸나는 물었다.


"지은 지 1년 안 됐으니 신축이지"

마리나는 말했다.


"헤······.그렇구나"


칸나는 생각보다 좁은 맨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이제 진짜 새로 시작이구나..."


6층에서 내린 칸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복도라고 하기에는 사각형의 작은 방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앞뒤 각 대각선으로 문이 네 개 있다. 정면에 있는 조금 다른 모습의 문은 아마도 비상계단의 입구이리라.


"뭐해? 이쪽이야."

왼쪽 뒤에 있는 문 앞에서 마리나가 나지막이 말했다.


[602호] 위아래로 길게 손잡이가 있었고 특이하게도 양쪽 끝에 열쇠 구멍이 있어 위아래로 열쇠를 꽂아 한 번씩 돌려야 문이 열리는 구조다.


‘무슨 의미람······.’  

칸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의외로 정돈된 실내에 그녀는 내심 놀라웠다.


"오오 마리링 언니가?"

놀라움과 장난기가 반쯤 섞인 말이었다.


"히히 기꺼이 하나킨(花金 불타는 금요일)을 포기하고 어젯밤부터 청소를 했지. 죽이지?"


"시부이(しぶい 촌스러워). 분명 꽃 하나(花) 자를 쓴 거지? (華)가 아니고."


"아니거든. 그리고 별걸 다 알아.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얄밉다는 듯 마리나는 말을 이었다.


"아 음 아무튼. 맞다. 저 방이야. 이쪽으로 와 봐."


"여기가 네 방이야."

마리나는 가장 안쪽에 있는 방 앞에서 문을 열며 말했다.


[2DK] 방 두 개, 다이닝 그리고 부엌. 거실은 따로 없다. 방은 입구 바로 앞에 하나 그리고 다이닝을 지나 반대쪽에 하나 이렇게 두 개였다. 다이닝 맞은편 여닫이문을 열면 바로 정면에 세면대와 세탁기, 왼쪽으로는 화장실 문과 오른쪽으로는 샤워실과 작은 욕탕이 있었다. 당연한 거지만 새집처럼 깨끗했다. 나고야의 오래된 집과는 너무나 다른 새로운 분위기였다.


"넌 특별히 안쪽 방이야."

마리나는 선심 쓰듯 말했다.


"귀찮아서는 아니고?"

마리나를 쳐다보며 웃으며 대답했다.


"뭐라고? 요것이~"


칸나의 목을 팔로 감싸며 마치 레슬링의 슬리퍼 홀드 같은 포즈로 자매는 서로 소리 내 활짝 웃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저야말로요. 잘 부탁합니다."

마리나의 말에 칸나는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좋아 요리를 시작해볼까."


마리나는 팔을 걷어붙이며 부엌으로 향했다.

결국 나베요리를 하다 보니 캬베츠 밀피유가 되고 말았다. 사실 보기보다 손이 덜 가고 사람에 따라 데우기 전까지 대충 10여 분에 뚝딱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나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충 만들어도 그럴듯한 모양을 띠는 것이 캬베츠 밀피유이다.

마침 마리나가 산 고기도 얇은 샤부샤부용 소고기였다.


"돼지고기라더니."


팩에는 스티커로 호주산 소고기 앵거스라고 붙어있다. 게다가 매일 저녁 시간엔 떨이용 할인가의 스티커가 붙는다.


"뭐 어때 더 잘 됐지. 후후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이제 막 추워지기 시작한 요즘 날씨에 어울려 그 맛이 더욱 좋게 느껴졌다.


"할머니 한테 전화 왔었는데 네 걱정이 많이 되는 눈치야."

이렇게 말한 마리나의 눈빛이 이상하다.


"참 넌 특이해."


"특별해, 라고 하겠지."

칸나가 되받아쳤다.


"그래······."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하지만 그만두기로 하는 마리나였다.


"오후로(お風呂 욕탕) 먼저 들어갈래? 짐은 천천히 정리하고."


"응 그럴게."


참 긴 여행을 떠나 이제야 목적지에 도착해 기나긴 여행이 끝난 기분이었다.

탕 속에서는 양쪽 볼이 발그스레 붉어진 칸나가 긴장이 풀린 듯 얼굴의 콧등까지 따뜻한 물속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갔다.


목욕을 마친 칸나는 20여 분 가까이 탕 속에 있었던 탓인지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마리나에게 먼저 자겠다는 인사를 했다.


탕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고 있던 마리나는 잊고 있었다는 듯이 욕탕 물을 빨아들여 세탁기에 연결하는 양쪽 끝에 촘촘한 망이 달린 호스를 찾고 있었다.


"뭐 찾아?"


"빨래 호스."

당연하다는 듯 마리나가 말했다.


"에! 에에!?"

"갑자기 쇼와시대 아줌마가 되었어."


"몸소 절약을 이 몸이 실천하는 거야. 타지 생활은 장난이 아니라고. 시골 소녀 씨."

처음 보는 언니의 모습에 놀란 듯한 칸나를 향해 마리나는 대답했다.


"아. 참."


"내일 새로 전학 가는 학교에 한번 가볼래?"


"학······교?"


"네가 진학할 새로운 학교 말이야. 이 근처가 아니거든. 메구로(目黒)라고. 꽤 가야 해. 위치도 알려줄 겸."


"어린애도 아니고... 천천히 수속할 때 가면 되지."


"일요일이고 한번 구경 가보자. 나도 학교 안쪽은 아직 못 봤거든."

조금은 신이 난 표정으로 마리나는 말했다.


"고맙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 나 먼저 잘게. 피곤해."


"그래 그럼 오야스미(お休み 잘자)."


약간 아쉽다는 듯이 마리나는 대답했다.


칸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온 그녀는 잠깐 멈추어 섰다.


"이번엔 정말 정말 조용히. 평범한 보통 여고생처럼."


무언가를 다짐하듯 입술에 살짝 힘을 주며 중얼거렸다. 침대가 아닌 귀여운 핑크빛 커버의 매트 위에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다.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아버지의 전근이나 집안이 가업을 위해 귀향하는 등의 극히 일반적이 아닌 마냥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사연 있는 진학을 위한 상경이다 보니 지금, 이 순간까지도 떨쳐낼 수 없는 무언가에게 쭉 쫓기는 기분이었다.


‘이럴 필요 없다.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어젯밤의 치바에서의 일이 잠시 신경이 쓰였지만, 별일 아니게 느껴졌다.


"멍청한 놈. 그러고 다니면 어디선가 분명 금방 잡힐 거야."


한참을 천장을 보며 몰려오는 여러 생각들을 상대로 싸우던 칸나는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옆으로 돌며 말했다.


"새로운 친구가 생기면 호미빙에 꼭 같이 가보고 싶어."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롤로그와 함께 1화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본문중에 한국의 [불금]에 해당하는 [하나킨華金]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꽃花의"하나" 형용적표현인 빛나다의華"하나"랑 발음이 같습니다.

한자만을 틀리게 쓰는데요. 보통 일본인 친구들도 틀리게 알고 있는 친구들을 몇몇 본적이 있습니다. 사실 일본의 버블시기에 사용되던 오래된 유행어 입니다.

요즘에 학생들사이에서도 사용하는가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어집니다.

부족한 부분은 블로그 에서 추가 설명을 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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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검도부 24.08.30 5 0 13쪽
5 4화 이치노세키 카에데 하 一関かえで 下 24.08.30 4 0 12쪽
4 3화 이치노세키 카에데 상 一関かえで 上 24.08.29 4 0 14쪽
3 2화 미야케 칸나 하 三宅栞奈 下 24.08.28 5 0 13쪽
» 1화 미야케 칸나 상 三宅栞奈 上 24.08.27 10 0 13쪽
1 프롤로그 24.08.27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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