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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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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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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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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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이목

DUMMY

***


삼강그룹 회장실.




설대호 회장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검토하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담배를 태워봤지만, 머릿속에 가득 찬 의문은 오히려 더욱 커져만 갔다.


“주는 돈을 마다하고 투자를 한다······. 분명 뭔가 있는듯한데···.”


떠올리지 않으려 했지만, 강현의 기이한 행보는 쉬이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정순 여사의 비행기 사건도 모자라 자신이 그리 애지중지하던 시발자동차까지 떡하니 가지고 왔다.


심지어 상으로 건넨 돈을 거절했다.

오히려 배짱 두둑하게 투자를 제안했다.

곱씹어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덜 익은 감을 먹은 것처럼 입안이 텁텁한 건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분명 그놈도 자기가 불리한 상황이란 걸 빤히 알 텐데······. 왜 그리했을까?”


이번 테스트가 강현에게 현실적으로 불리하다는 건, 설 회장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자금은 동일했지만, 투자정보마저 같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맘 같아서는 회장실로 호출해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첩 자식 존재는 액운이 낀다는 낭설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여전히 꿈틀대며 설 회장을 괴롭혔다.

예전처럼 모른 체하고 싶었지만, 강현이 자극한 호기심으로 인해 이미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희뿌연 연기를 내뱉으며 시계를 바라봤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35분.

삼강정유에 잠시 다녀온다던 위성일 비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미스 김! 미스 김!”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김미정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난데없는 설 회장 호통에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대답했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성일이 나간 지가 언제인데 여즉 함흥차사야? 정유 쪽에 당장 전화 넣어봐.”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 비서가 뒤돌아 나가려는 찰나 때마침 도착한 위성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녀왔습니다. 회장님.”

“11시에 온다던 놈이······. 지금 몇 시야?”

“죄송합니다. 항구 정박 문제를 해결하느라 늦었습니다.”

“임 사장 이놈 미리 기름칠 좀 해두라니까 하여간 고지식해서는······. 다음엔 이런 일 발생하지 않게 단단히 일러둬.”

“알겠습니다.”


답답한 듯 직접 휠체어를 밀어 창가로 이동한 설 회장이 넌지시 물었다.


“그놈 대답은 여즉 없고?”

“시발자동차에 관하여 질문했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묵묵부답이라······. 그건 나중에라도 들을 수 있으니 됐고 객장에서는 별일 없었나?”

“예. 탈 없이 잘 진행됐습니다. 한데 도련님은 이번에도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가뜩이나 맘이 싱숭생숭한 설 회장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구체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최대한 에둘러 표현했다.


“설마 성일이 네가 그깟 애 하나 갈무리 못 친 건 아니지?”

“예. 도련님은 워낙 예의 바르고 정중한 만큼 우려하시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째 앞뒤가 영 부산스러운데······. 혹 나한테 뭘 숨기는 게냐? 혹 돈이 부족하다며 난쟁이라도 피운 게냐?”


설 회장이 오해하지 않도록 위 비서는 공손히 보고를 이어갔다.


“아닙니다. 투자를 포함한 그 외적인 부분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현의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점차 귀가 쏠리고 있었다.


“제가 알기로 도련님의 객장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널 보낸 건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도련님은 매우 익숙한 듯 주문서를 작성하고 주문을 넣었습니다.”


강현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게 많이 없었기에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요즘 신문이며 테레비에서 워낙 떠들어대니 미리 공부하고 갔을 수도 있으니 그럴 수 있네. 종목 선정은 자네가 도움을 줬나?”

“아닙니다. 저는 어떤 조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약관도 안된 그놈이 스스로 투자할 회사를 골랐다?”

“예. 그렇습니다. 미리 충분히 정보를 파악한 듯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아직 세상 물정 몰라 겁이 없을 때인 하지···. 그래 투자는 어디에 했나?”


시작부터 불리한 게임이었다. 차마 강현이 쥐고 있는 패까지 전부 열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위 비서는 함구를 선택했다.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뭘 샀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이냐?”

“예. 주식도 바로 주머니에 넣은 터라 볼 틈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한 회사에 모두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확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결단이었다.

이는 설 회장으로서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아니 그 큰돈을······. 어찌 그 어린놈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넣을 수 있다는 게냐?”

“저도 너무 놀라 구체적으로 물어봤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궁금하시면 제가 증권사 다시 방문해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번잡스레 그럴 필요까지 없네. 어차피 결과 나오면 알게 될 일인데.”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궁금증은 머릿속 한쪽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희뿌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강현이 어디에 투자했는지 짚이는 게 없었다.


“배짱이 좋은건지 어려서 겁이 없는건지 어디로 튈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

“만약 걱정되신다면 제가 매일 동교동 다녀오겠습니다.”

“걱정은 무슨.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팔자야. 남는 놈 하나 적당히 붙여놔.”

“알겠습니다.”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한 위 비서가 회장실 문을 닫고 나갔다.


설 회장은 여전히 창가에 선 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애써 부인하고 있었지만, 이정순 여사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나와 가장 근사치가 그놈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









***


이태원동.



“학생 이쯤에 세워주면 될까요?”

“네. 횡단보도 앞에 세워주세요.”


택시에서 내린 강현은 고개를 들어 목적지를 바라봤다. 76년 개원한 서울 중앙성원. 흔히 이태원 모스크라 불리는 새하얀 건물이었다.


“할머니를 설득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이제 곧 2차 오일쇼크가 한국을 덮치게 된다. 12달러에 불과하던 오일가격은 불과 몇 달 사이에 40달러까지 폭등하게 된다.


한국은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만큼 그 충격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원유가 오르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매우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다.


생필품, 전기, 가스 모든 비용이 상승한다. 덕분에 사라졌던 물레방아가 등장했다.

바닷가에서는 기름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돛을 달고 출항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미리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삼강그룹 역시 거대한 태풍을 맨몸으로 오롯이 견뎌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이며 확실한 방법은 충분한 재고분을 비축해 놓는 것이다.

그만큼 모두 이익으로 돌아가는 만큼 삼강정유 주가 역시 상종가를 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강현의 포지션이었다.

여전히 팔자 더러운 첩의 자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설대호 회장을 설득하는 것은커녕 독대 자체가 불가능했다.


상황은 암담했지만, 강현은 설 회장을 움직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한남동 베갯머리 송사였다.


원유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란 혁명이 발발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입구에 다다르자 대기하고 있던 안내원이 조금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내가 필요하다면 말해주십시오.”

“무슬림은 아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 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환영합니다.”


누구보다 강현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정순 여사였지만, 삼강그룹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했다.


‘이때 분명히 여기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원을 조심스레 이동하던 강현의 시야에 익숙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 생 UAE 왕세자의 오른팔이자 비서 역할을 했던 이란 빈민가 출신 술탄 아딜이었다.


물론 지금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가난한 유학생일 뿐이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정장 입을 입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저 추위를 막기 위해 낡고 얇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얼굴에 있는 수염도 정리하지 못한 듯 너저분했다.

눈이 마주친 강현은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ٱلسَّلَامُ عَلَيْكُمْ”


강현은 이전 생 중동 비즈니스를 위해 아랍어를 배워두었다. 현지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완벽한 아랍어에 술탄 아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발음이 너무 정확한데······. 혹시 아랍어를 할 줄 아세요?”

“네. 페르시아어도 조금 할 수 있어요.”


술탄 아딜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한국에서 아랍어 말하는 사람 처음 봤습니다. 그것도 매우 잘합니다. 어떻게 말합니까?”

“혼자서 공부 조금 했습니다.”

“와 정말 대단합니다.”

“한국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지 오늘까지 15일 됐습니다.”


2주 전까지 이란에 있었다는 건 현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을 뜻했다. 간단한 통성명을 마친 두 사람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 이란 정세는 어때요? 뉴스에서 보니까 그닥 좋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반왕정시위가 굉장히 거세졌어요. 저도 한국 오기 전까지 계속 시위에 참여했고요.”

“시위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거죠?”

“예.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테헤란에서도 아주 큰 시위가 일어났어요. 다들 학교도 직장도 안 가고 전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팔라비 2세가 축출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람이라면 앞날은 그 누구도 쉬이 속단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술탄 아딜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그 인간은 반드시 축출 될 거에요.”


사실이었다.

이란은 당시 일부 파업은 불가피했다.

사회 곳곳이 멈췄고 자연스레 석유 생산량 역시 급격히 축소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곧 발발한다.

다음 해에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터진다.


이제 곧 유가는 40달러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 충분히 비축해 놓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모스크에서 심각한 얘기를 더 하는 건 실례가 될 것 같은데 혹시 시간 있으면 저하고 밥 한 끼 하실래요?”


강현의 예상대로 술탄 아딜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쭈뼛거리다 대답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실은 돈이 없어서······.”


강현은 이 남자가 필요했고, 술탄 아딜은 돈이 몹시 궁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균형을 이루었다.


강현은 미리 준비한 두둑한 봉투를 보여주며 말했다.


“제 부탁 들어주면 밥도 사고 친구도 해주고 서울 구경도 지켜줄게요. 이 돈도 주고요.”

“예? 아니 이걸 왜 저한테 주는 거예요?”

“이란 현지가 어떤 상황인지 인터뷰 한 번만 해주시면 돼요. 어때요? 가능하시겠어요?”


술탄 아딜의 시선은 이미 두둑한 돈 봉투에 꽂혀 있었다. 거절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할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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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달시
    작성일
    24.09.17 15:35
    No. 1

    재벌 가족을 포기하기가 아깝겠지만 능력도 많은데 왜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지... 회귀 전 취급이 너무 심해서 분노하지 않았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괴인h
    작성일
    24.09.19 03:06
    No. 2

    타고난 노예도 아니고, 복수의 칼을 갈아도 부족한데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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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무게 +2 24.09.14 3,904 7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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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아연실색 +1 24.09.12 4,156 75 12쪽
15 15화 적중 +1 24.09.11 4,213 74 11쪽
14 14화 비책 +2 24.09.10 4,152 72 11쪽
13 13화 영험 +1 24.09.09 4,227 76 12쪽
» 12화 이목 +2 24.09.08 4,321 78 12쪽
11 11화 집중 +2 24.09.07 4,456 68 13쪽
10 10화 가중 +3 24.09.06 4,657 71 10쪽
9 9화 제안 +4 24.09.05 4,700 78 15쪽
8 8화 선물 +2 24.09.04 4,737 8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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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기적 +5 24.09.01 5,500 92 11쪽
4 4화 운명(2) +5 24.08.31 5,463 91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5,722 83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5,842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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