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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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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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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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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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적중

DUMMY

***


삼강그룹 회장실.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더욱 확산될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한번 큰 폭의 상승을 보이게 될 게 분명했다.


과거 1차 오일쇼크로 호되게 당한바 있는 설대호 회장은 대책을 준비하기 위해 긴급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만약, 이정순 여사의 결정적 조언이 없었다면 유가 폭등이라는 덫에 꼼짝없이 걸렸을 게 분명했다.


“이래서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입에 떡이 들어오는 게지.”


아직 최악의 상황은 도래하지 않았다.

대처할 시간 역시 충분히 남아 있었다.

난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을 때 위성일 비서가 다급히 들어왔다.


“부회장을 포함한 삼강정유 임 사장, 송 부사장 그리고 임원 전체 회의 소집 완료되었습니다.”

“염병할 놈들 이 판국에 두 발 뻗고 잠이나 자다니. 튀겨먹어도 시원찮은 놈들 같으니라고···.”


직원들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 필요한 건 문책이 아닌 확실한 대비였다.


“UAE에 전화 연결하라고 한지 언제인데 여즉 함흥차사야?”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계속해서 시도 중입니다.”

“되는대로 곧장 연결해.”

“알겠습니다.”


때마침 회장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온 김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주었다. 위성일은 조심스레 다가가 두 손으로 수화기를 공손히 건넸다.


“전화 연결됐습니다.”


설 회장이 수화기를 들었다.

UAE 현지로 파견 나가 있는 맹승우 상무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그간 두루 평온하셨습니까?”

“이런 육시럴 놈을 봤나. 네 눈에는 내가 지금 안녕해 보이더냐?”

“죄송합니다. 회장님.”

“네놈하고 한가하게 노닥거리자고 이역만리까지 전화한 게 아니야.”


실수 했을 땐 변명이나 쓸데없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다면 상황만 더 악화할 뿐이다. 설 회장 성향을 익히 알고 있는 맹 상무가 재빨리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위 비서한테 얘기는 전달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현지 사정을······.”

“아쉽지만, 지금 한시가 급해서 욕은 나중에 하지. 용건부터 간단히 하자.”


이미 잔뜩 성난 설 회장의 심기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기 위해 맹 상무는 현지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보고했다. 이는 이정순 여사의 의견과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


“그쪽에서 시위가 점점 커지는 걸 아는 놈이 어째 꿀 먹은 벙어리마냥 그리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게냐?”

“UAE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 판단했습니다. 또한, 시위가 이렇게 확산될 줄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한심한 것들 틈만 주면 노닥거릴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그쪽 정세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 턱이 있나.”

“죄송합니다. 보다 자세히 상황을 파악해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그저 가시방석 같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궁리만 하고 있었다. 설 회장은 이 부분이 몹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따위 잡소리 다 집어치워. 이제 매듭을 지어야 되는데 자네라면 어찌 대응할 텐가?”

“먼저······. 이란 시위 상황에 대해 면밀히 살피며 동시에···.”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지만, 목구녕까지 밀고 나온 분노는 차마 다시 삼킬 수 없었다.


“쇠좇매로 태형을 쳐도 모자란 놈 같으니라고! 어째 매사 쥐새끼처럼 살 궁리만 하는 게냐?”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놈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든 무릎을 꿇던 내가 보낸 계약서 들이밀고 사인받아내서 원유 최대한 확보해!”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설 회장은 전화기가 부서질 정도로 수화기를 강하게 내려놓았다.


“자식놈들에 완장 채운 놈들까지 어째 이리 하나같이 아둔하고 우매할까···.”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비벼 끄며 무언가를 잠시 고심하던 설 회장이 말을 이어갔다.


“성일아.”

“예. 회장님.”

“이번 일 매듭짓고 저놈들 책상 전부 빼라. 헤엄쳐 오든지 바다에 빠져 죽든지 신경 쓰지 말고 비행기 표도 전부 불살라버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슬쩍 눈치 보던 위 비서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 들었다.


“회장님. 회의 준비 끝냈습니다.”

“가기 전 저 밑에 가서 소금 두어 자루만 사 오거라.”


미신을 믿는 설 회장은 액운을 쫓기 위한 지시를 내렸다.


“예? 죄송하지만, 소금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재수 없는 놈들 득실거리는 곳에 이대로 갈 수 없지. 고춧가루하고 붉은 팥도 넉넉히 사 오거라.”

“알겠습니다.”

“사방천지에 믿을 놈 하나 없고 아둔한 놈들뿐이야···.”


위 비서가 나가자 슬며시 미소지은 설 회장은 한남동으로 전화를 걸었다.


“임자. 덕분에 무탈히 넘어갈 것 같구려.”


설 회장은 이 모든 것이 강현의 계획임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삼강고속 사장실.



사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장남 설백철은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인지하고 못 하고 있었다.


늘 그래왔던 대로 허허실실 대며 여동생 설가윤과 노닥거리고 있었다.


“오빠 새벽 댓바람부터 아빠가 회의 소집했다는데 우리 정말 안 가봐도 되는 거야?”

“정유 쪽 일인데 우리가 뭘 하겠어? 가봐야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밖에 더해?”

“그건 그렇지. 그래도 그룹 내 중요한 일인데 우릴 안 부른 게 어째 좀 쌔하지 않아?”

“괜히 부르지도 않았는데 갔다가 욕만 먹는 것보다 조용히 입 다물고 중간만 가는 게 백번 낫지. 아버지 성격 몰라서 하는 소리야?”


설 회장이 자식들을 호출하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이번 사태를 준비함에 있어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타들어 가는 속도 모르는 우매한 두 자식의 관심사는 설 회장의 테스트뿐이었다.


“알았어. 오빠 말대로 가끔은 쥐죽은 듯 조용히 있는 게 낫지. 그건 그렇고 내가 말한 대로 투자 진행하고 있지?”

“안 그래도 벌써 20% 넘고 재미 쏠쏠하다. 이거 어디서 얻은 정보야?”

“나 복부인들하고 모임 있는 거 오빠도 알잖아. 거기서 좀 얻었는데 생각 보다 쓸만하네?”

“우리 애들 이번에 잘 되면 아마 아버지가 한 자리씩 꽂아주시겠지?”


위기를 직감한 설 회장은 원유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강현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물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이룰 수 없는 망상을 계속해서 논했다.



“이제 우리 큰아들도 얼추 졸업할 때 됐으니까 사원은 좀 그렇고 부장부터 올라오면 딱 맞긴 하는데.”

“형주는 경제학 전공이니까 여기저기 쓸데가 많을 거야.”

“내가 그래서 경제학 전공시킨 거지. 장손인데 설마 한직으로 보내기야 하겠어?”


뭔가 곰곰이 생각하던 설가윤.

뜬금없이 화제를 전환했다.


“강현이 걔는 뭐할까?”

“뻔하지 뭐. 신문이나 끄적거리다 되지도 않는 주식 사지 않았을까?”

“오빠. 그래도 강현이가 똘똘하긴 해. 최소한 마이너스는 안 볼 것 같은데?”

“야! 넌 기대할 걸 해라. 걔가 우리처럼 돈이 있냐 정보를 주는 사람이 있냐?”

“하긴 오빠 말 들어보니 그렇긴 하네. 근데 또 하나 걸리는 게 있긴 해.”


커피를 홀짝인 설가윤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 아들 담임했던 뻐드렁니 난 선생 기억나?”

“광대뼈 툭 튀어나와서 사마귀처럼 생긴 놈 말하는 거지?”

“어. 저번에 백화점 갔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슬쩍 물어봤거든. 강현이가 한국대 들어갈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했어.”

“아니? 한국대가 개나 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야? 과외도 못 받고 학원도 안 다닌 놈이 무슨 수로 거길 들어가겠어?”

“그래도 선생이 설마 허튼소리 했겠어?”


첩 자식인 강현이 한국대에 입학한다면 다른 손자들의 학력은 한순간에 빛이 바래게 된다.


썩 유쾌하지 않은 소식에 설백철은 현실을 부정했다.


“괜한 소리 한 거겠지. 그 선생이 담당한 애 중에 누군가 한국대 들어가면 가오다시 사는 일이니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고. 오빠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케이. 안 그래도 요 며칠 술 마셨더니 속 쓰려 죽겠다. 시원한 복국이나 한 사발 하자.”




***


동교동.



좌혜주 여사는 강현의 식사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소화 잘되는 무국하고 집중력에 도움 된다는 등푸른생선, 계란까지 이 정도면 강현이가 분명 좋아할 거야.”


보글보글 끓는 무국의 간을 본 후 냄비 뚜껑을 덮을 때 거실에 놓인 전화가 울렸다.


앞치마에 손을 닦은 뒤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네. 여보세요.”

“제주댁 오랜만이야.”

“아이고 여사님 안녕하세요?”

“그래. 그간 잘 지냈지?”

“저야 항상 무탈하죠. 여사님 소식은 도련님한테 종종 듣고 있었어요. 건강은 좀 어떠세요?”

“걱정할 거 없네. 이제 다 괜찮아.”

“정말 다행이에요.”

“이게 전부 제주댁이 강현이 잘 돌본 덕분이지.”


두 사람 대화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강현이었다.


“자네 요리 솜씨 좋다고 강현이가 어찌나 자랑하던지.”

“뭐든 잘 먹어줘서 사실 저는 더 바랄 게 없어요.”

“우리 강현이 공부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면 잠깐 통화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지금 저녁 먹기 전이거든요. 잠깐 기다려주세요.”


강현의 방문을 조심스레 연 좌 여사가 환한 미소와 함께 손짓했다.


“강현아. 할머니한테 전화 왔어.”

“이 시간에요?”

“어. 좋은 소식 있는 것 같으니까 얼른 받아봐.”

“네. 알았어요.”

“이모는 저녁 준비하고 있을게. 통화 끝내고 바로 식탁으로 와.”


수화기를 든 강현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할머니!”

“그래 우리 강현이 공부하고 있는데 할미가 방해한 거 아니지?”

“언제든지 전화하셔도 돼요. 전혀 지장 없어요.”

“잘됐네. 혹시 옆에 제주댁 있니?”

“아니요. 저녁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어요.”


상황 파악을 마친 이정순 여사가 말했다.


“이쪽 일은 우리 강현이 덕분에 무사히 마쳤단다.”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의견을 수용하셨다는 말씀이시죠?”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 똘똘한 우리 손자 해결책이지.”

“할머니 아니었으면 말도 못 꺼냈을 거예요.”


이 여사는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숨을 고른 뒤 질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될 걸 전부 예상하고 삼강정유 주식을 산 거니?”


속내를 드러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 강현이 대답했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에요.”

“그래? 때가 되면 대답해주렴. 저녁 잘 먹고 시험 끝나고 할미하고 밥 한 끼 하자꾸나.”

“네. 할머니.”


강현의 예견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점점 커진 이란 혁명의 불씨와 함께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하며 2차 오일쇼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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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파급 +6 24.09.15 3,824 70 13쪽
18 18화 무게 +2 24.09.14 3,908 78 13쪽
17 17화 낯꽃 +1 24.09.13 4,044 78 13쪽
16 16화 아연실색 +1 24.09.12 4,158 75 12쪽
» 15화 적중 +1 24.09.11 4,215 74 11쪽
14 14화 비책 +2 24.09.10 4,154 72 11쪽
13 13화 영험 +1 24.09.09 4,228 76 12쪽
12 12화 이목 +2 24.09.08 4,325 78 12쪽
11 11화 집중 +2 24.09.07 4,458 68 13쪽
10 10화 가중 +3 24.09.06 4,663 71 10쪽
9 9화 제안 +4 24.09.05 4,703 78 15쪽
8 8화 선물 +2 24.09.04 4,743 80 13쪽
7 7화 운수 +3 24.09.03 4,917 78 12쪽
6 6화 시험대 +7 24.09.02 5,379 87 13쪽
5 5화 기적 +5 24.09.01 5,501 92 11쪽
4 4화 운명(2) +5 24.08.31 5,466 91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5,728 83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5,844 87 12쪽
1 1화 푸대접 +3 24.08.29 7,061 7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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