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인데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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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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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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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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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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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DUMMY

응조법을 선택하자, 떠오른 메시지.


‘최종 1인이구나.’


미니맵 덕분에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직접 메시지를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운이 좋았어.’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운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인간과의 실전 경험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


그게 조금 아쉬웠다.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밝은 빛이 망막을 장악했다가 사라졌다.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그런데 처음 방문했던 곳과 완전히 달라졌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한쪽 벽을 차지한 쇼파.

과도하게 푹신한 바닥 매트.

TV없는 TV장.


그 TV장의 모서리에는 스펀지로 된 모서리 보호대들이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TV장의 위쪽으로 시선이 올라갔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내 결혼사진.


“으아아아!!”


쾅! 와지직!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때려 부셨다.


결혼사진을 뜯어내 갈기갈기 찢었다.


은혜가 혼수로 해온 쇼파를 집어 들고 벽을 향해 휘둘렀다.


콰작!


박살난 쇼파를 바닥에 내던지고, 벽으로 달려들어 벽지를 뜯어냈다.


은혜와 같이 골랐던 벽지다.


벽지가 지저분하게 찢겨 나간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바닥에 깔아놓은 푹신한 매트.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생기가 뇌를 계속해서 식혀주고 있었지만, 이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직 이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기에.


그러다 그게 눈에 들어왔다.


모서리 보호대.


그걸 잡고 거칠게 뜯어냈다.


끈적거리는 흔적이 남는다.


거슬린다.


손가락으로 문질러댔다.


미친 듯이.





*****


멍하니 계속해서 TV장의 모서리를 문질러대고 있었다.


그러나 끈적거리는 흔적은 끈질기게도 계속 남아있었다.


그걸 계속해서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내 기억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듯이.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다.


“씨발...”


인생 참 뭣 같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남편으로 아빠로.


그리고 친구로.


찬수 놈의 아버지 발인 때는 내가 있었고, 우리 부모님 발인 때는 찬수 놈이 있었다.


은혜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소라는...”


소라가 태어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발가락이 나를 아주 쏙 빼닮아 있었다.


하품하는 모습도.

잘 때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던 습관도.


‘그런데 소라가 그놈 딸이라고?’


콰앙!


TV장의 모서리가 박살난다.


끈적거리는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 모조리 박살내주마.”


끈끈해서 떨어지지 않아?


그러면 박살을 내버리면 되지.


[대기실의 풍경을 변경하시겠습니까?]


친절하기도 하셔라.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놔둬.”


짐승이 으르렁 거리는 듯 한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모르겠다.


진짜 짐승이 되어버려서 목소리도 그렇게 변한건지도.


어찌되었든 내 이 원한을 뼈에 새기기 위해서라도 이곳은 이렇게 유지되어야 한다.


[다음 회차로 가져가지 않으실 능력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시스템도 포기했나 보다.


‘그래. 친구 놈도 마누라도 포기했는데, 너라고 다르겠냐?’


어쨌든 할 건 하자.


그리고 강해지자.


“바람 학파 기초 연공법.”


[삭제되었습니다.]


[더 있으시면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없어.”


[등급을 상승시킬 능력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강시공.”


[등급 상승이 불가능합니다.]


“응조법.”


[현재 단계 입문. 다음 단계 1성. 소모 진금 100G. 진행하시겠습니까?]


“대기. 근력 향상 가호 상승비용은?”


[현재 단계 1단계. 다음 단계 2단계. 소모 진금 200G. 진행하시겠습니까?]


“대기. 내 정보.”


=====

이름 : 강시우

종족 : 망자

진금 : 1,039G

=====


‘1,039G.’


우승 진금이 아니었으면 고작 39G.


그런데 응조법은 입문에서 1성으로 올리는데 100G.


근력 향상 가호는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리는데 200G.


‘계산을 해보자.’


차원전장에 소환되는 최대 인원은 100.


거절하는 인원들도 있기 때문에 숫자는 더 줄어든다.


만약 100명을 꽉 채운 상태라고 가정하고 내가 모조리 죽여도 900G.


물론 현실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잘해야 10명에서 20명 사이가 되겠지.’


그렇다면 플레이어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진금의 기대 수익은 100G에서 200G 사이.


‘무조건 최종 순위 안에 들어서 보너스 진금을 얻어야겠구나.’


원래는 플레이어 자격을 유지할 정도만 되면, 실전 경험을 최대한 쌓는 게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 전략이 맞을지 조금 더 고민해보고 판단해야겠다.





진금의 소모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얻기 힘든 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내 힘으로 올릴 수 있는 건 올리고, 올릴 수 없는 것만 진금으로 올린다.’


응조법은 수련으로 어떻게든 올릴 수 있다.


익히는 속도와 막히는 부분이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가능하다.


‘가호는 불가능.’


이건 무조건 진금으로 올려야 한다.


[등급을 상승시킬 능력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메시지가 독촉을 해오듯이 다시 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공지능 같단 말이지.’


그렇다면.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기능들에 대해서 설명해봐.”


[정확한 명령어를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 봐라?’


불가능하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되고, 그런 기능 자체가 없으면 응답을 안 하면 된다.


그런데 정확한 명령어를 사용하라고 말을 한다.


대기실의 풍경을 바꿔 주냐고 할 때부터 느꼈는데, 이 메시지는 스스로 판단할 줄 안다.


‘내가 남들보다 유리한 지점이 이것일지도 몰라.’


강렬한 예감이 든다.


무인, 마법사, 기사, 궁수 등등.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내 상대다.


거기에 그들은 그들의 현실 세계에서 단련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을 거다.


‘그러니 강해진 거지.’


차원전장에서 익힌 기술들을 숙달할 수도 있을 거고, 새로운 고급 기술들도 익힐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아무도 없는 무인도뿐이고.’


출발선부터 주변 환경까지.


모든 것이 나에게 불리하다.


딱 하나.


‘시스템 활용은 내가 나아.’


누군가는 나와 같이 시스템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이미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는 아닐 거다.


실제로 전 주인도 차원전장에서 오래 참여하고 있었지만, 사용하는 기능들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차원전장 안에서는 아예 없었고.


대기실에서도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들만 사용했다.


아니. 아예 그 기능만 알고 있었다.


‘기억이 덜 주입된 게 아니야. 그랬으면 대기실과 차원전장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어야지. 그건 분명하게 남아있어.’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이건 지능 문제와 다르다.


이런 시스템과 얼마나 친숙하냐의 차이다.


비슷한 걸 유추하는 건 쉽지만, 세상에 전혀 없는 것을 상상해서 찾아낸다?


‘우리 세상에서 접속한 자들이 있다면 모를까. 판타지 세상이나 무협 세상의 인물들보다는 내가 무조건 유리해.’


[등급을 상승시킬 능력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재촉을 해오는 메시지.


“도움말. 내 도움말. 설명. 내 설명.”


[정확한 명령어를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만... 정확한 명령어라.


“명령어. 내 명령어. 사용 가능 명령어.”


[현재 사용 가능한 명령어는 능력 삭제, 등급 상승, 상점 이용입니다. 최종 1인 보상으로 상점 이용 명령어가 해금되었습니다.]


“떴다!”


능력 삭제, 등급 상승.


이 두 가지는 대기실에 입장하면 시스템에서 기본적으로 질문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명령어가 없더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물어볼 때 하면 되니까.


그런데 새로 해금된 상점 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


즉. 새로 생기는 기능들은 본인이 알아내서 사용해야 한다는 뜻.


‘굉장히 불친절해.’


그래서 다행이다.


내가 어려우면 남들은 더 어려울 테니까.





“상점 이용.”


=====

개당 구매 비용 100G


미니맵 듀얼 시야

생존자 수 실시간 확인

천리안 횟수로 변환(10회)

=====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상점창이 떴다.


내가 생각했던 상점창은 차원전장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과 마법, 스킬, 아이템들이 정리되어 있는 형태.


아니면 최소한 내가 있는 차원전장의 수준에 맞는 것들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상점창이 아니라, 시스템 업그레이드 창이라고 봐야한다.


다행인 건 이름만 봐서는 전부 다 효율적인 것들이라는 거다.


물론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그런 기능을 하는 건지는 사봐야 안다.


‘다행히 가격은 100G. 싸다.’


사실 싼 건 아니다.


기능 하나당 무려 플레이어 10인의 목숨 값이다.


늑대 몬스터로 따지면 100마리 분.


다행히 진금은 여유가 있었다.


“전부 다 구매.”


[진금 700G가 차감됩니다. 남은 진금 339G]


“뭐?”


=====

개당 구매 비용 800G


다음 입고 대기 중.

=====


“이게 무슨 짓이야!”


[차원전장 입장 시, 미니맵이 뇌에 새겨집니다.]


[차원전장 입장 시, 뇌에 남은 생존자의 숫자가 표시됩니다.]


[천리안이 12시간에 10분사용에서 10회, 회당 10분사용으로 변경됩니다.]


뭣 같은 장난질을 친 시스템이 내 항의에도 불구하고, 제 할 말만 지껄인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정확한 명령어를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아... 이걸 그냥.”


화가 나지만, 방법은 없다.


이럴 시간에 상황 분석과 대책을 생각해봐야 한다.


‘1회 구매마다 2배씩 상승했구나.’


조금만 더 신중 했더라면 당하지 않았을 수작.


다음에는 당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기왕에 구입했으니, 구매한 기능들에 대해서 확인해 보자.’


[차원전장 입장 시, 미니맵이 뇌에 새겨집니다.]


‘이건 무슨 뜻이지?’


뇌에 새겨진다고?


‘설마 무공서나 마법서를 습득할 때처럼 뇌에 정보를 새겨주는 건가?’


그렇다면 대박이다.


이미 몇 차례 겪어봤지만, 차원전장의 힘은 신의 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런 차원전장에서 뇌에 새겨준다는 의미는 차원전장의 돌멩이 하나의 위치까지도 모조리 새겨준다는 뜻일 거다.


그뿐이 아니다.


[차원전장 입장 시, 뇌에 남은 생존자의 숫자가 표시됩니다.]


‘이것도.’


설명이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설마 초기에 한 번만 새겨진다는 뜻은 아닐 거다.


아마도 실시간으로 생존자 수를 알려준다는 뜻일 거다.


어떤 식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천리안.’


[천리안이 12시간에 10분사용에서 10회, 회당 10분사용으로 변경됩니다.]


‘천리안?’


미니맵의 상단에 떠 있던 12시간에 한 번씩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표시하던 기능 말하는 건가?


느낌상으로는 맞는 것 같다.


앞선 둘 다 미니맵의 기능을 분화시키는 것들이었으니, 이것도 그럴 확률이 높다.


12시간과 10분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그게 12시간에 한 번씩이 아니라, 10회로 변했다는 거겠지?’


오히려 이게 훨씬 나을 것 같다.


긴장하면서 이동하다보면, 시간의 흐름을 놓칠 확률이 높다.


‘운 나쁘면 싸우다가 놓칠 수도 있고.’


저번에는 운 좋게 두 번 다 시간에 맞춰서 이용해 먹을 수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버린 시간이 상당했다.


‘중간에 적절하게 사용해도 되고. 몇 명 남지 않았을 때 사용하기에도 좋겠지.’


업그레이드된 기능들 모두가 마음에 드는 기능들이다.


‘후우... 그래도 열 받네.’


시스템 주제에 인간을 속여먹다니.


“쯧.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해야할 건 마저 해야지. 등급 상승. 근력 향상 가호.”


[현재 단계 1단계. 다음 단계 2단계. 소모 진금 200G. 진행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속여보지. 왜 물어봐?”


대답이 없다.


“됐다. 진행해.”


[진금 200G가 차감됩니다. 남은 진금 139G]


[1단계 근력 향상 가호가 2단계 근력 향상 가호로 상승합니다.]


뿌드득!


온 몸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압축된다.


인대의 장력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정확히 측정을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인간의 한계점에 거의 다다른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한 번만 더 업그레이드를 하면 무조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것 같다.


“등급 상승. 근력 향상 가호.”


[현재 단계 2단계. 다음 단계 3단계. 소모 진금 400G. 진행하시겠습니까?]


역시나 예상대로 비용은 이전의 두 배.


“진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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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회차 시작. 24.09.09 609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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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응조법. 24.09.07 651 23 13쪽
» 대기실. +1 24.09.06 653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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