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야구부터 메이저리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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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아바
작품등록일 :
2024.08.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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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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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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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1).

DUMMY

방금 나의 대답을 누군가가 들었다면, 그는 내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혹시 팀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에 그 대답을 선택했나요?’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가 이길 거라는 확신한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물론 현재 우리 팀은 2점 차이로 지고 있다.

그리고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한 개였기에 상황은 파스코 드래곤즈에게 더욱 유리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자.

일단 드래곤즈 마운드에는 2군 마무리 투수가 올라와 있었다.

그 말인즉슨, 더는 교체할 투수가 없고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어쨌든 경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면서 지금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의 얼굴을 살펴보자.

어디 아픈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저절로 들 정도로 매우 창백한 표정이다.


지금 그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위축되어 있다.

하긴 투아웃까지 잘 잡았다가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셈이니 멘탈이 좋은 상황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으로 저 투수를 상대해야 할 정근호 선배의 얼굴을 살펴보자.

상대적으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여기서 살짝 정근호 선배의 이력을 살펴보면, 역대 KBO 2루수 통산 WAR, 타점, 득점, 안타 1위, 타율 2위, 출루율, 홈런 3위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부성 나이츠의 전성기, 그러니까 나이츠 왕조의 주축 멤버였고,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금메달부터 야구계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프리미어 대회 우승까지, 그러니까 야구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룬 선수가 바로 정근호 선배였다.


이런 분석 하에서 어떠한 답을 내리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그래서 내 대답은 ‘우리가 이긴다.’였다.


따악.


[쳤습니다!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결대로 밀어치는 정근호입니다! 타구는 빠르게 굴러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릅니다! 그 사이 1루 주자 홈인, 2루 주자도 홈인, 그리고 1루 주자였던 이우진까지 홈을 향해 쇄도합니다. 그런 이우진을 잡기 위해 파스코 드래곤즈 수비진은 공을 빠르게 릴레이합니다. 홈을 향해 강하게 던지는 2루수, 그와 동시에 이우진 선수가 몸을 날립니다. 세이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포수의 태그를 피해서 홈을 터치하는 이우진입니다! 주자일소 2루타! 레전더스의 멋진 끝내기 승리입니다!]


* * *


KBO리그.

한국의 프로야구 리그를 일컫는 말이다.

1982년에 시작된 이 리그는 2024년 올해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프로 스포츠로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야구 팬이 생겼고, 그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패에 따라 오늘도 일희일비한다.


“블리츠 또 졌더라.”


KBO리그 소속 팀 중 현재까지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 연도가 가장 오래된 팀이자 현존하는 구단 중 단일 리그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험이 없는 유일한 팀인 LD 블리츠의 팬인 대학생 최하늘은 같은 과 동기이자 오랜 침체기를 겪는 팀을 응원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친구 이유석의 비웃음 섞인 말에 곧바로 반응했다.


“DS 로얄즈도 겨우 연패에서 벗어났더라. 그것도 9위 팀 가까스로 잡고. 그런 주제에 혹시 우리를 비웃는 거야?”


“에헤이, 친구. 비웃는 거라니. 걱정해주는 거지. 자꾸 지니까 말이야. 게다가 꼴찌잖아, 꼴찌. 빨리 벗어나야 할 거 아냐. 언제까지 꼴찌만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래서 이제 곧 벗어날 거야. 꼴찌가 어울리는 DS 로얄즈한테 그 자리 내주고 말이야. 조금만 기다려라. 너희는 언제나 사정거리 안이야.”


“크크, 뭐래. 이기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서로의 심기를 살짝 긁던 두 사람은 이내 열렬히 싸우기 시작했다.


“DS 로얄즈는 올해도 이런 캐치플레이드를 걸었다고 하더라. 올해는 분명 다르리라. 이거 매년 하는 말 아냐. 그리고 그 정도 속았으면 이제는 안 속을 때 되지 않았나? 로얄즈는 안 돼. DS 로얄즈는 절대 안 된다고. 시즌 초반 반짝 1위 해봤자 뭐하냐?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잖아. 침대는 과학이 아니라 DS 로얄즈는 때가 되면 하위권으로 돌아온다··· 이게 과학이라고.”


“과학? 진짜 과학은 우리 로얄즈가 아니라 네 팀인 LD 블리츠한테 적용되는 말이야. 사람들이 LD 블리츠를 어떻게 부르는 줄 알아? 블꼴이라고 불러. 블리츠는 어차피 꼴찌라는 거야. 그리고 현재 KBO 순위는 봤냐? 꼴찌 팀이 누구더라? 블리츠지? 어차피 LD 블리츠가 꼴찌한다. 이게 진짜 과학이라고. 알겠어?”


점점 더 흥분해서 싸우는 두 사람.

그러나 이내 그들은 자기들끼리 이렇게 물고 뜯고 할퀴어봤자 남는 건 쓰라린 상처와 누군가의 비웃음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또 싸우냐? 맨날 왜 싸워? 항상 하위권에서 이웃하는 팀들 팬끼리는 친해야 하는 거 아냐? 맨날 붙어 있고, 맨날 하위권에 머무는 팀을 응원하는 팬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이잖아. 안 그래? 그런데 너희는 신기하게도 매번 이렇게 싸우더라고. 나로서는 이해가 안 돼. 아주 조금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하하.”


싸우는 두 사람을 비웃고 지나가는 동기 주진철.

참고로 그는 현재 KBO 1위 팀인 대현 블독스의 팬이었다.


“···그만하자. 야구도 못하는 꼴찌팀 팬들끼리 싸운다는 소리는 좀 그렇다.”


“···동감이다. 그런데 말은 똑바로 하자. 꼴찌는 너희야. 우리는 8등이고.”


“···그래, 좋겠다. 무려 8등이라서.”


“···”


이렇게 의기소침해진 두 사람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다정히 어깨동무하고 학교 앞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동병상련이란 말처럼 원래 LD 블리츠 팬의 속상한 마음은 DS 로얄즈 팬이 제일 잘 알아주는 법이다.


“유석아 너는 내 맘 모른다.”


“모르긴 뭘 몰라? 우리 팀 8위다. 까딱 잘못하면 바로 네 팀이랑 찰싹 달라붙을 팀이 바로 우리 팀이라고.”


“그래도 달라, 인마. 너희는 그래도 희망이 있잖아. 돌아온 에이스가 KBO에 적응만 해주면 무조건 10승 이상에 방어율 3점대 정도는 가뿐히 찍어줄 거고. 이제 막 포텐을 터뜨리는 젊은 에이스에 올해 용병 장사까지 잘 되려고 하니··· 바람만 타면 올라갈 팀이 바로 DS 로얄즈야. 그런데 우리 팀을 봐. 도저히 가망이 없다, 가망이··· 크윽.”


그렇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두 팀의 사정은 확연히 달랐다.


최하늘이 방금 말한 것처럼 DS 로얄즈는 현재의 팀 순위가 반등할 계기가 많았다.

그러나 LD 블리츠는 정말 답이 없었다.


“그나마 믿었던 선발진은 토종이며 용병이며 다 엉망진창이고··· 타선은 10개 구단 꼴찌다. 그리고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할 필승조는 거의 소멸 수준이야.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반전이 일어나겠냐? 올해 꼴찌는 무조건 우리 블리츠야. 승률 4할도 못하고 이대로 시즌 끝날 때까지 쭉 꼴찌 자리를 벗어나지 못할 팀이 바로 우리라고.”


이유석은 울분을 토하듯이 말하는 친구에게 딱히 해줄 위로의 말이 없었다.

그래서 술잔을 들었다.


“···한잔할래?”


“···그래. 술이나 마시자.”


그렇게 두 사람은 술잔을 계속 기울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취기가 돌기 시작했을 무렵 최하늘이 다시 이유석에게 물었다.


“그래도 야구는 모른다. 맞지?”


“그렇지.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왜 생겨났겠냐? 포기하지 않으면 어떤 기적과 같은 일어날 수도 있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란 말이야. 안 그래?”


“그렇지. 그게 바로 야구의 묘미지. 우리 블리츠와 로얄즈도 다시 한번 날아오를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그게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라고. 그런 의미에서 묻자. 방구석 야구 전문가인 네가 보기에 지금 우리 블리츠가 다시 비상하기 위해서는 어디가 달라져야 하냐? 투수? 아니면 타자? 그것도 아니면 수비? 뭐냐고?”


이유석은 취한 상황에서도 아주 냉정한 대답을 했다.


“그거야 전부 다지. 다 엉망이니까. 그러니까 질문을 바꾸자. 뭐부터 달라지는 게 필요하냐고.”


“이 자식, 이런 상황에서도 속상한 친구 기분 좋아질 만한 빈말은 안 하네. 좋다, 질문을 바꾸자. 그나마 꼴찌라도 면하기 위해서는 뭐부터 달라져야 하냐?”


“그야 당연히 수비지. 모든 프로 스포츠의 기본은 수비야. 그런 의미에서 블리츠는 내야부터 재건해야 해. 지금 내야 수비 자체가 엉망이잖아. 여기서 내가 너한테 물을게. 지금 현재 블리츠의 내야 수비 중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포지션은 어딜까?”


최하늘은 이유석의 물음에 잠깐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유격수?”


“맞아. 내 생각에도 유격수 자리가 가장 시급해. 유격수는 원래 내야 수비의 핵이잖아.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지금 블리츠의 유격수 자리에는 제대로 된 선수가 없어. 거금을 주고 데려온 FA는 계속 아프다고 드러눕고, 그나마 좀 괜찮아졌다고 시합에 나오면 컨디션이 엉망이고, 그나마 수비는 봐줄 만한 백업 선수의 타격은 웬만한 고등학교 선수보다도 못한 실정이고.”


현재 LD 블리츠의 주전 유격수는 노진수였다.

그는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발돋움한 후 LD 블리츠와 거액의 FA 계약을 맺고 입단한 선수였다.

그러나 작년 시즌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유격수가 문제다? 완전히 동감할 정도의 명쾌한 진단이야. 그런데 진단을 하면 뭐해? 약이 없는데 말이야. 지금 LD 블리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뭔 줄 알아? 그건 바로 그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거야. 백업 멤버는 물론이고 2군에서도 선수가 없어.”


“···나 역시 동감이야. 블리츠는 몇 년 동안 계속해서 팀의 리빌딩을 외쳐 왔는데, 놀랍게도 결과는 내야수 뎁스가 오히려 약해졌다는 거야. 완전히 미스테리한 결과지.”


“젠장.”


이유석은 화가 나서 다시 술잔을 비워버리는 친구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는 한 선수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 맞다. 좋은 생각이 났어. 유격수 자리를 메워줄 좋은 선수가 말이야.”


“좋은 선수? 누구?”


최하늘의 물음에 이유석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선수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우진 있잖아. 원래 블리츠의 구멍 난 내야를 막아왔던 전문 수비수 이우진. 나는 이번에 단장이 바뀌면서 이우진이랑 FA 계약을 맺지 않은 게 제일 이상했어. 최고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온갖 허드렛일 다하면서 팀 내야 수비를 책임졌던 게 이우진이었잖아. 그 정도 했으면 FA 계약은 무조건 해줘야 하는데 매몰차게 버려 버리더니 정작 지금 팀 내야 사정은 엉망이 된 거잖아.”


“그래, 맞아. 이우진이 있었지. 이우진과 계약 안 한 건 한편으로 이해가 안 되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어. 타격이 늘 아쉬웠잖아. ‘몸쪽을 못 친다.’라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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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계약(2). +1 24.09.04 79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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