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야구부터 메이저리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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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아바
작품등록일 :
2024.08.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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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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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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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미션.

DUMMY

“하아.”


오랜만에 마시는 새벽 공기는 상쾌했다.


스윽.


핸드폰을 확인하니 현재 시각은 5시 40분이었다.

합격 후 첫 훈련에 임한다는 사실 때문에 너무 빨리 눈이 떠지다 보니 훈련장에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김정근 감독님과 훈련을 하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야.”


이우진은 프로선수 생활 내내 LD 블리츠에서만 뛰었다.

프랜차이즈까지는 아니었지만, 수비에서 보여준 활약 덕분에 원클럽맨으로서 FA 자격까지 얻었다.

그래서 자신의 야구 인생에는 김정근 감독님과 훈련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오늘 김정근 감독님의 첫 훈련을 앞두고 있다.


“잘해야 해. 그리고 그래야 돌발미션도 클리어할 수 있고.”


돌발미션?

그리고 클리어?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리일까?


그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제 테스트에 합격하고 김정근 감독님이 그에게 ‘새벽 훈련에 나와.’라는 말을 막 할 때였다.

그때 그의 눈에만 보이던 창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일제히 등장했다.


‘돌발미션이 제시됩니다.’


‘미션 내용, 김정근 감독에게 인정을 받아라.’


‘김정근 감독은 오랫동안 많은 야구인을 지도한 탓에 선수를 인정하는 말을 아낍니다. 그런 김정근 감독의 입에서 플레이어를 인정하는 말이 나오게 만드세요.’


‘미션은 3일 이내에 달성해야 합니다.’


‘만약 미션 달성에 성공한다면, 놀라운 보상이 주어질 겁니다.’


‘성공 시 받을 포인트는 총 1,000포인트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플레이어의 야구 실력을 늘려줄 야구 능력 향상 카드가 무려 20장이나 주어집니다.’


“돌발미션이라··· 뭐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무조건 성공하자. 이건 분명 좋은 일이야.”


솔직히 이우진은 아직도 자신이 살짝 미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다.

눈앞에 갑자기 이상한 게임창 같은 게 보였으니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건 지극히 당연했다.


그러나 꼼꼼히 확인한 결과 자신은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신의 야구’라는 이름의 창이 보이는 것 외에는 모든 게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한만 점은, 이 ‘신의 야구’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팠던 무릎도 거짓말처럼 나았고, 지금 몸 상태는 20대 초반처럼 좋았다.


“어차피 내가 최강의 야구팀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김정근 감독님의 눈에 들어야 해. 그러니 이건 돌발미션이니 뭐니 따질 필요도 없이 당연히 해내야 할 목표야. 그러니 이 미션··· 무조건 달성하자.”


그렇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기다리던 김정근 감독님이 훈련장에 나타나셨다.


“왔나?”


“네.”


“뛰어라.”


“네?”


“왔으면 운동 시작해야지. 먼저 뛰어라.”


“아, 네.”


이우진은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러닝을 시작했다.


* * *


프로 시절 내내 내 별명은 ‘이우방쓰’였다.

물론 좋은 뜻이 담긴 별명은 아니었다.

일명 ‘이우방쓰’는 이우진 방망이는 쓰레기라는 말의 줄임말이었다.


그러면 어릴 때부터 방망이가 약했나?

그건 또 아니었다.

전국 최고 유망주라 평가받던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데뷔 첫해까지는 매우 잘 치는 타자였다.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잘한다고 해서 한때 야구 천재 이종현의 재림이라는 평까지 들었던 게 나였다.


그러면 내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그 이유가 매우 복잡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프로 데뷔 시즌에 생긴 부상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퍽.


[아, 맞았습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이우진 선수의 얼굴에 맞았습니다! 쓰러진 이우진 선수, 움직이지 않습니다. 의식을 잃은 것일까요?]


모두의 기대 속에서 데뷔한 나는 프로에서도 잘했다.

고졸 신인 주제에 데뷔하자마자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것은 물론이고 개막전부터 팀의 1번 타순에 배치되어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부상이 생기기 전까지 타율은 무려 0.348이었고 모든 공격 부문에서 탑 5위 안에 들었었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던 괴물 신인이 투수의 실투에 안면을 맞고 쓰러진 것이다.


“광대뼈 부근에 골절이 있네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안와골절입니다.”


“그러면 치료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부상 부위가 안면이고, 그 정도가 심하니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마 올 시즌에 복귀하는 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는 남은 데뷔 시즌을 회복과 재활로 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듬해 나는 시즌 시작과 함께 복귀했다.

그러나 부상은 내게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겼고, 그것은 나를 타격 슬럼프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이번에도 몸쪽 공입니다. 투수의 집요한 몸쪽 공략에 다시 당한 이우진. 22타석 연속 범타에 머물고 맙니다.]


프로 세계는 냉정했다.

상대 팀들은 집요하게 나의 약점을 노렸다.

그래서 그 결과 나는 천재 타자라는 영광스러운 별명 대신 물방망이, 또는 쫄방망이(쫄보+방망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으로 불리며 부진의 늪 깊숙이 가라앉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꾸준히 1군에 머물며 뛸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해주던 수비 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FA 획득 바로 전시즌에 생긴 무릎 부상이 남은 수비 실력도 없애버렸고, 그 결과 계약에 실패해 FA 미아가 되었다.


까앙.


“다시.”


까앙.


“다시.”


까앙.


“다시.”


6시에 시작된 아침 훈련.

러닝과 스트레칭이 끝나자 감독님은 내게 티배팅을 주문했다.


그렇게 시작한 티배팅.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몇 개를 때렸는지를 잊었다.


까앙.


“다시.”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지켜보는 감독님은 여전히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그저 내가 배트를 휘두르면 없어진 공 자리에 다시 공을 올려놓는 것만 반복하셨다.


까앙.


“이제 됐다. 물 마셔라.”


“하악, 하악··· 네.”


티배팅을 한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감독님은 처음으로 쉬자고 하셨다.

그리고는 물을 마시는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스윙은 괜찮다. 네가 못 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혹시 그 이유를 알고 있나?”


“···네.”


늘 듣던 소리였다.

내 스윙은 좋았다.

어떤 코치님은 내게 스윙 하나만큼은 역대 최고라는 찬사까지 해주셨다.


그러나 문제는 실전이다.

이런 예쁜 폼을 지닌 나라도 타석에서는 언제나 범타였다.


“···네, 압니다. 마음의 문제입니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그러면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였다.

아니 풀지 못한 난제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맞다. 어려운 문제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랑 같이 노력해 보자. 일단 네 스윙을 먼저 가다듬자. 문제가 없다는 게 고칠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단 네 스윙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1단계다.”


“네.”


‘나랑 같이 노력해 보자.’라는 감독님의 말씀에 왠지 모르게 내게 큰 위안을 주었다.


“좋다. 다시 한번 스윙을 해봐라.”


“네.”


휘익.


“예쁜데 알맹이는 없다. 힘이라는 게 분산되면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이 정도 포인트에서 힘을 한 번에 터뜨리는 느낌으로 스윙해 봐라.”


“네.”


휘익.


“이번에도 아니다. 좀 더 집중에서 여기 이 포인트에서 힘을 줘야 한다. 다시 해봐라.”


“네.”


휘익.


다시 무한 스윙의 굴레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야구장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이 순간이 지금 내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 * *


“오셨습니까?”


“응.”


‘최강의 야구팀’을 제작 중인 정한석 피디는 내일 있을 관객 시합을 위해 일찍 출근했다.


“티켓 판매는 끝났지?”


“네,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끝났습니다.”


“좋아. 그러면 이제부터 여기는 네가 책임져라. 나는 현장에 나간다.”


“네, 다녀오십시오.”


후배 피디에게 스튜디오에서의 업무를 맡긴 정한석 피디는 곧장 내일 시합을 있을 고척스카이돔으로 향했다.


잠시 후 야구장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카메라를 세팅 중인 스태프에게로 다가갔다.


“다 됐어?”


“네.”


“앵글 좀 확인하자.”


“네.”


그렇게 직접 하나하나를 다 점검한 그는 이윽고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마시며 의자에 앉아 쉬었다.


“응?”


물을 마시던 그의 눈에 우연히 한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선수들이 모여 훈련할 시간이 아닌데도 레전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 한 명이 조용히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래서 의아했던 그는 때마침 그의 근처를 지나던 스태프를 불렀다.


“조 피디, 잠깐.”


“네, 피디님.”


정한석 피디는 스윙 연습 중인 선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 선수는 누구야?”


“이번에 새로 합류한 이우진 선수입니다.”


“왜 저러고 있어? 아직 팀 훈련 시간이 아니잖아.”


“김정근 감독님하고 따로 훈련하는 모양이더라고. 새벽부터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어제도 늦은 시각까지 훈련했다고 들었는데··· 따로는 하지 말라고 할까요?”


“아냐, 그냥 놔둬. 열심히 하면 좋은 거잖아. 그리고 시간 있으면 좀 찍어놓고. 그 화면이 언제, 어떻게 쓰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게 우리 일이잖아.”


“네.”


이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는데, 스태프는 방금 기억이 났다는 표정으로 보고했다.


“아, 맞다. 오늘 팀 훈련에 감독님이 못 나오실지 모른다고 들었습니다. 감기에 걸리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감기 같은 건 피해야 하는데 큰일이네. 웬만하면 댁에서 쉬시라고 해. 사모님께 부탁하면 될 거야. 감독님 고집 꺾을 만한 분은 사모님밖에 없거든.”


“네, 알겠습니다, 피디님.”


같은 시각 김정근 감독의 집.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던 그는 비상 약통에서 약을 챙겨 먹고는 기어이 외출을 준비했다.


“나가시려고요?”


“응.”


“몸살 기운 있는데 오늘은 좀 쉬시지 그래요? 안 그래도 방송국에서도 좀 쉬시게 하라고 연락도 왔어요.”


“···괜찮아졌어. 걱정하지 마.”


김정근 감독은 아내의 만류에도 집을 나섰다.

감독으로서 그는 오랜만에 열정이 불타고 있었다.


“열심히 하고 있네.”


고척스카이돔에 도착하니 자신이 시킨 대로 스윙 연습에 매진하는 이우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그런 그의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이윽고 다가갔다.


“오셨습니까, 감독님.”


“그래. 스윙은 얼마나 했나?”


“딱히 세면서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했습니다.”


“잘했다. 그러면 지금 스윙 한번 해봐라.”


“네.”


이우진은 김정근 감독의 말에 다시 배트를 들었다.

그리고는 숨을 고른 후 배트를 휘둘렀다.


휘익.


“오라이, 많이 좋아졌다. 다음 단계로 가자.”


“네.”


김정근 감독은 배팅머신을 준비했다.


“타석에 들어가라.”


“네.”


이우석은 곧장 야구 헬멧을 쓰고 타석에 들어갔다.


“자세 잡아라.”


“네.”


김정근 감독은 마치 정식 시합처럼 타격을 준비하는 이우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원래 그렇게 떨어져서 서냐?”


이우진은 원래 타석에서 살짝 물러난 편이었다.


“네. 몸쪽에 약점이 있어 이렇게 섰습니다.”


“그러면 역으로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못 칠 텐데···”


“···네,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러면 위치부터 바꿔야 한다. 좀 더 붙어라.”


“네.”


이우진의 스탠스 위치를 수정해준 김정근 감독은 이내 배팅 머신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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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계약(2). +1 24.09.04 79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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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단 테스트. +1 24.08.31 1,019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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