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수상한 스테이지 기억상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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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h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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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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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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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_설마

DUMMY

“···아뇨. 뭐 저도 좋습니다. 같이 가시죠.”



정윤성은 그리 말하며 앞장섰다.



“감사합니다···!”



자연스럽게 서하와 사람들은 정윤성의 뒤를 따라 걸었다.



“혹시, 힘들면 말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은데···”


“아하하. 괜찮습니다···”


“혹시 나이가···?”


“저 스물셋입니다.”


“형이셨네요. 되게 동안-.”



서하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빠른 시일 내에 멀쩡한 옷을 좀 얻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의 옷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 서하를 힐끔대던 시선은 이윽고 거두어졌다.



안경을 치켜세운 정윤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채 자신의 눈 앞에 남아 있는 알림창을 보았다.




-[상대방의 잠재력은 현재 측정이 불가합니다.]




‘현재··· 측정 불가라···’





***





시간이 꽤나 흘렀다.



우리는 미로의 길을 어느 정도 걸어온 상황이었다.



미로 안의 돌로 이루어진 벽들은 아주 오래된 듯 보였다. 단 한 번도 누군가 청소를 하지 않은 양 새까만 떼와 먼지가 눌러 붙어 있었고 군데군데에는 벽을 타고 자란 넝쿨과 이끼가 있었다.



그리고 습기 탓인지 먼지 탓인지, 미로 전체에는 심각한 악취가 퍼져 있었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이들은 이마저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콜록. 어우~ 진짜.”




오직 한 명, 김시은만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코와 입을 한 손으로 감싸며 다른 한 손으로는 허공을 휘저었다.



미로를 들어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들려온 넋두리였다.



하지만 이번엔 이전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저기, 좀 조용히 하고 걷지. 혼자만 힘든 것도 아닌데.”



참다 못해 한마디 쏘아붙이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이지현이었다.



힐끔.



나는 재빨리 눈치를 보았다.



모두들 위험을 감지하였는지, 조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 한 사람, 정윤성을 제외하고 말이다.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길을 빨리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건지 그는 그저 묵묵히 선두에서 걸을 뿐이었다.



“···허. 힘든데 혼잣말 좀 할 수도 있죠.”



김시은은 누군가 자신의 말에 토를 달지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었다.



“혼잣말이더라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잖아. 여기엔 네 어리광 받아줄 사람 없으니까 이런 것 정도는 혼자 이겨 내.”



둘 사이에 신경전이 오고 갔다.




-···오.



이 녀석은 무슨 영화라도 보고 있나···


나는 옆에서 흥미롭다는 듯 싸움을 구경하는 녀석을 보았다. 22살 최상원. 붙임성이 좋으나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지 나와 몇 마디 나눈 후에는 지금껏 말을 하지 않았던 이였다.



“저··· 이제 그만들 하시죠··· 하핫. 싸우면 힘, 힘만 빠지니까요···”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신인철이 끼어들었다. 스파크를 튀기는 눈싸움을 보다 못해 나선 것 같았다.





그 때였다.





“여러분, 지금 다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껏 나서지 않던 정윤성이었다.



그의 말에 우리 모두는 앞을 보았고, 마침내 벌어진 상황을 인지했다.



두 갈래의 길.



미로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마주한 선택지였다.



“혹시, 의견 있으신 분 계십니까?”



정윤성이 물었다.




총 인원수는 다섯 명. 인원을 나눠서 다른 길로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미로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 지를 모르기 때문에.



결국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를 선택해야 하는데···



나는 다시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흐르는 정적 속에서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는 이가 없었다.



스윽.



깊게 고민하던 신인철이 의견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저-“


“의견 없으시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겹쳐오는 목소리가 신인철의 말을 끊고 들려왔다.



정윤성이었다.



-으음.



신인철은 잠시 멈칫하였으나, 정윤성의 말을 듣기 위해 더 나서지 않았다.




우연이었나.




정윤성은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이야기를 계속해왔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지, 저희 모두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둘 중 어느 길로 가야 탈출할 수 있는지는 저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니, 일단 신속하게 하나를 골라서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좋은 판단이었다. 달리 방도가 없으니 말이다.



모두의 동의 속에서 그는 오른쪽 길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신속한 그의 실행력에 감탄을 할 즈음, 그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무언가 살피려는 듯한 그 시선은, 나의 얼굴을 향하더니.



시선이 마주치자, 금방 돌아갔다.



‘여러모로 특이하네···’





첫번째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코너를 돌자, 끝에 막다른 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우리는 쉽사리 몸을 돌릴 수 없었다.



“저거 생수 맞지···?”



막다른 길의 끝에는 여러 개의 생수병들이 놓여 있었다.



“하아··· 곤란한데요.”



정윤성은 머리를 쥐어 쌌다.



스테이지를 깨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이틀. 탈출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를 상황에서 수분 공급은 필수적이었다.



“왜요? 그냥 가져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함정인 게 분명한데 어떻게 다가가겠어.”



김시은의 질문에 최상원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누가 보더라도 미끼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정윤성은 고민이 되었는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함정의 종류는 모르더라도 그 발동 조건만 운 좋게 피해간다면 안전하게 물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모한 짓을 누가···



“제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정윤성의 말이었다.



“괜찮겠어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물었다.



“네.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일어나면 전속력으로 뛰어서 돌아오죠 뭐.”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걸어 나갔다.



남들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걸까. 그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조심하세요···”


“위험하다 싶으시면 물은 포기하고 그냥 오셔도 됩니다.”



다들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정작 그를 도와 따라가려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정윤성은 정말 혼자 가는 것이 개의치 않았는지 미소를 지어준 뒤 걸었다.




“···읏?”




갑자기 머리를 찌르는 듯한 감각.



일순간 안구에 느껴지는 열기 탓에 나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아무 일도 없는데?”



김시은의 말.



“그러게···? 다같이 갈 걸 그랬나··· 괜히 쫄아서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 들려왔다. 막다른 길의 끝에서 정윤성은 생수병들을 끌어안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바닥 밑에 숨겨진 것.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 바닥의 타일.




이전까진 보이지 않던 것. 절대 보일 리가 없는 것들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저벅. 저벅.



푸르게 빛나는 타일과 가까워지는 정윤성의 발.



‘내가 지금 예상하는 게 맞다면.’



나는 재빨리 외쳤다.



“정윤성 씨. 잠깐 멈춰요!”



빠른 속도로 다가가는 나의 목소리였겠지만.



툭.


덜컹.



이미 늦은 상태였다.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정윤성의 발은 빛나던 타일의 위에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울려오는 진동과 굉음.



정윤성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땅을 박차고 달렸다.



쿠구구궁.



길의 끝에서부터 떨어져 내려가는 바닥의 타일들.



나는 곧바로 외쳤다.



“다들 뛰어요!”



“ㄴ, 네!”


“으어억!”



지나쳐 온 코너.



함정이 끝나는 지점이 보였다.



“저기 코너까지만 가면 돼요!”



이지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걸 어떻게 알고있냐는 듯한 시선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나조차 내가 어떻게 이걸 알 수 있는지 모르니까···



코너에 다다른 나는 빠르게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렸다.



“어우. 힘들어.”


“헉. 헉.”



뭐야.



분명 보여야 할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으윽. 후우.”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주저 앉은 채, 발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빌어먹을 클리셰 같은 상황.



“김시은 씨, 빨리 오세요!”



그녀는 코너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흡!”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 그녀였지만, 그녀의 몸은 쉽사리 이동하지 못했다.



허나, 우리 중 그 누구도 쉽사리 그녀를 도우려 나설 수 없었다.



쿠구구구.



떨어져 나가는 타일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멀리서 온 힘을 다해 뛰어오는 정윤성조차 금방이라도 따라 잡힐 듯한 속도였다.



“···미친.”



모두가 얼어붙은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살려야 해.’



내가 앞으로 발을 딛기 직전이었다.



“김시은 씨!”



정윤성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김시은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신의 손을 붙잡을 준비를 하라는 표시였다.



그는 김시은을 돕기 위해 절반 가량의 물병마저 버린 상태였다.



김시은은 곧바로 다가오는 정윤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들의 손이 닿기 직전.



“으윽?!”



정윤성의 상체가 휘어지며 손은 닿지 못한 채, 지나쳤다.



“아, 안 돼.”



타닥.



“박서하 씨??”




나는 무언가 생각할 새도 없이 김시은을 향해 질주했다.



“서하 씨!”



한껏 당황한 표정의 정윤성도 지나가는 나를 보며 외쳤지만, 이미 달려 나온 이상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하···’



무모한 짓이었을까.



내려앉는 타일들은 이미 내 목전 앞에 놓여 있었다.



으득.



“오···오빠?”



나는 빠르게 겁에 질린 김시은의 어깨를 팔로 감쌌다.




‘이제 죽을 지도 모른다···’




아니···



거의 확신하다시피 든 생각이었지만, 내 발은 멈추지 않았다.




쿠구구!




내가 밟고 있는 타일마저 내려앉기 직전의 순간.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밟고 뛰어올랐다.




“꽉 잡아!!!!”


“···어? 꺄아악!!”




몸에 느껴지는 부유감.


몸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나는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



나와 김시은은 허공 높은 곳에 붕 뜬 채 날아가고 있었다.



땅에서 우리를 올려다보는 사람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제일 놀란 사람은 단언컨데 나 자신이었다.




‘뭐야 미친.’




나는 김시은을 붙잡은 채,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착지했다.




쿠웅.




“허억. 허억.”



사람들은 재빨리 우리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그··· 다리 안 부러졌습니까?”


“···우와.”



그 정도 높이에서 아무 도움 없이 착지했으니, 일반적이라면 다리가 부러지는 것이 당연했겠지만 나의 다리는 부러지긴커녕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바로 묘신이 말했던 게이머들에게 주어지는 힘과 같은 것일까.



“저는··· 괜찮습니다.”


“흐어어··· 저두요.”



김시은은 주저앉았다.



나는 어지러운 머리 속을 정리하며 아직 정리되지 않은 안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떠올렸다.



정윤성은 아무 말도 없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갑작스레 휘어졌던 상체. 스쳐 지나가던 손.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설마.



‘설마, 일부러 그랬을까봐.’




정윤성의 얼굴엔 여느 때와 같이 은은한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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