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수상한 스테이지 기억상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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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h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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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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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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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_폐허의 도시

DUMMY

그을린 창문과 현관문들. 금이 간 벽들 사이에는 벌레들과 쥐들이 우글댄다.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들은 이미 그 생명을 잃은 지 오래, 각자의 이파리를 잃고 썩어 문드러진 나무의 표면에는 버섯이 피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더 이상 탈 수 없게 된 자전거, 그리고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이 곳은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였다.



——

■ 폐허의 도시


-어떤 이유로 50년 전 갑작스레 멸망한 나라의 도시.

——



‘어떤 이유’.



서하는 어째선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사람의 모습과 50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듯 느껴지는 으슥한 기운.



이건 아마도···



-꾸엑!



···



서하는 잠시 고개를 돌려 방문을 보았다.



시끌벅적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유나도 깨어난 듯하다.



서하는 아까 전, 아이들을 데리고 두 번째 스테이지 장소인 이 곳 ‘폐허의 도시’에 입성하였다.



나란히 서 있는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공동현관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게이머들이 들어가 있기를 바라는 듯이.



서하는 아이들을 눕히기 위해서 아파트에 들어갔고 들어간 아파트 내부는 외관과는 달리 깔끔했다.



전기도 잘 들어오고.


물도 잘 나오고.


침대도 있고.


심지어 냉장고에는 음식까지 들어차 있었다.



혹시 몰라 같은 아파트에 다른 호수에도 들어가 확인해봤지만, 다른 호수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아마 추정컨대 그 모습이 본래 멸망한 이후의 본모습이었을 것이다.



지금 이 공간이 사람이 살 수 있게끔 바뀐 것은 ‘관리자’들의 소행이겠지.



게이머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처음 건물에 들어온 게이머가 있는 공간만 바뀌도록 한 설정이다.


그리고 한 번 건물에 들어갔던 게이머가 다른 건물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 공간까지 바뀌진 않을 것이다. 음식을 무한정으로 공급해주진 않을 테니 말이다.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을 위한 밑거름 작업···



아무래도 스테이지의 극초반인 아직까지는 게이머들 간에 전투를 직접적으로 유도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게 마냥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끼이익.


빼꼼.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네 개의 눈동자가 문틈 사이로 서하에게 향했다.



-저 사람이야?


-엉. 맞아.


-우리를 구해주고 너 어깨에 상처까지 치료해줬다는 사람이?


-맞다고. 좀 비켜봐 나가게···


-닥쳐. 조용히 좀 해봐.



다 들린다.



서하는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들을 애써 외면한 채, 눈 앞에 있는 것에 집중했다.



적대적인 눈초리가 따갑게 서하의 피부를 찌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뭐, 이해는 된다.



아무렇지 않게 본인들을 도와주는 것이 좀 의심스러울 수 있겠지.



오히려 아무런 대가 없이 구해주고 치료까지 해 주었는데 질문이나 의심하나 없이 나를 신뢰하는 듯한 눈빛만을 보내오는 도하라는 녀석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본인의 생명을 구해준 게 그렇게나 저 아이에게는 큰 것이었을까.



-후우···도···도와주세요···


-유나···만이라도 좋으니까···



아니.


본인의 생명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일까.



이해할 수는 없으나 그런 것은 상관없다.



소위 ‘호감작’이라는 것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호감작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밥 잘 주는 사람이 최고라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어디서 들은 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은 말이다.



스윽.



나는 재빠르게 날이 잘 든 칼을 빼어 들었다.



샥. 샥. 샥. 샥.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아주 출중한 요리 실력으로 눈앞에 잘 익은 소고기를 부드럽게 썰어낸다.



육중한 두 덩이의 소고기는 각자의 접시 위에 잘 썰려 먹음직스럽게 올라간다.



-···오.


-우와··· 아니, 큼. 이게 아닌데···



문 뒤로 들려오는 감탄은 뒤로한 채 서하는 아직 끝나지 않은 플레이팅에 집중했다.



핏기를 머금은 고기 옆으로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양송이 버섯과 싱싱해 보이는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소금, 후추와 함께 직접 만든 특제 소스를 곁들인다.



훗.


완벽하다.



-오오오. 짝짝짝.


-···꿀꺽.



박수 소리와 군침 소리.


이거라면 목표했던 호감작에 두 걸음 정도는 더 다가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 거야. 와서 먹어.”



무심한 듯 던지는 말까지.



잘은 모르겠지만, ‘감동’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멘트였겠지.



“넵! 감사합니다, 형!”


“···”



신속하게 튀어나오는 도하, 그리고 그 뒤로는 아직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서하와 음식을 번갈아 쳐다보는 유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서하가 조심스레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되돌아오는 무심한 목소리.



유나는 다소곳이 의자를 끌고 앉은 채 서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슬쩍.


시선이 오고간다.



“듣기로는 저희가 쓰러졌는데, 새로운 스테이지 장소까지 옮겨주신 거라고 들었어요··· 박서하···님도 아마 이곳에 끌려오고 나서 본인 혼자 살아남기도 힘드셨을 텐데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유나와 서하의 시선이 마주쳤다.



조금의 경계가 어린 눈빛이었지만, 유나는 서하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물었다.



“···이거 정말 제가 먹어도 되는 건가요?”



···간절한 눈빛이다.



“응. 마음껏 먹어···”



“감자함믜아.”



유나는 이미 소고기를 입 안에 밀어넣고 있었다.



서하는 머쓱해 보이는 웃음을 짓고는, 식사를 하고 있는 두 남녀를 번갈아 살펴보았다.



이들이.


평범해 보이는 이 두 18살의 고등학생들이.


모두 10칸 중 8칸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

▶「재현(再現)」



[전설(傳說)급] [특성]



[기본]


-상대방의 ‘그것’을 기억하고 모방하고 사용하며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



+

▶「재현(再現)」


▶목록


-감정<당황, 두려움>


-잠재력배터리(고유)

+



-고유 스킬의 재현 조건인 ‘확인->이해->스킬 보유자의 죽음’을 모두 충족하였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얻게 된 이후.



서하는 정윤성의 스킬 시전을 두 눈으로 보았고.



-[상대방의 잠재력은 현재 측정이 불가합니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 능력을 이해하였으며.



-희한한 눈을 가지고 있네.



본래 그 스킬의 주인이었던 이를 죽였다.



-후드드득. 털썩.



박서하에게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스킬조차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더러 재현의 조건 또한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재현의 조건이 오직 ‘고유 스킬’에만 해당한다 할지라도 크나큰 수확이다.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또다른 누군가의 스킬이라도 빼앗을 수 있기에.



8칸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 건지 서하는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었으나, 비교대조를 통해 어느정도는 가늠할 수 있었다.



마수 ‘아라네아’는 2칸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체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다.


실은 서하도 자기 자신의 잠재력과 비교하려고 해봤지만, 어째선지 본인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정윤성이 나를 계속 신경 썼던 것도 그 때문이겠지.’



왜 확인할 수 없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그치만 자신에 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서하였으니 이것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찌되었든, 잠재력 비교를 통해 알아본 바로 유나와 도하는 시간이 지나 성장한다면 아라네아 따위는 손쉽게 썰어버릴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그들의 계열과 특성 등 자세한 것들은 알 수 없었으나, 잠재력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들을 구할 이유는 충분했다.



서하가 어떻게 해야 그들을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도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형. 형은 혹시 안 드세요?”



도하의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유나는 그런 도하의 말에 마지막 남은 고기 조각을 포크로 찍은 채로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요리한 사람은 내버려두고 자기들끼리만 먹은 것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나는 괜찮아. 아까 전에 너희들 방에 있을 때 먹었어.”



“너··· 계속 방에 있었어?”



유나가 미심쩍은 듯 도하에게 쏘아댔다.



“어··· 뭐. 그치.”


“얼마나···?”


당황한 듯, 높아진 목소리로 유나가 물었다.



“뭐··· 하급 치료약을 쓴 이후부터였으니까 한 세 시간- 아 맞다!”



도하가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번뜩였다.



“야, 서유나. 너도 발목 다치지 않았었나.”



서하의 시선이 곧바로 유나의 발목으로 향했다.



움찔.



갑자기 집중된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유나는 몸을 살짝 떨고는 입을 열었다.



“···괜찮아. 잠도 자서 나았어.”



“어디 봐봐.”



유나의 상처를 보기 위해 도하가 고개를 식탁 아래로 숙였다.



“아이씨, 진짜. 괜찮다고!”



빡.


“억!”


빠악.


“어억!”



발에 맞은 도하는 그대로 몸을 일으키던 중, 머리를 또다시 책상에 찧었다.



“아으으으.”



도하는 책상에 맞은 이마가 꽤나 아픈 듯 매만지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



유나는 경직된 채 도하가 이마를 매만지는 것을 보았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린 듯.



그녀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오. 야, 너 성질 좀 죽여라 진짜.”



도하의 말을 들은 유나가 욱하는 마음에 말을 내뱉으려 할 때였다.



“아직 많이 부었네.”



서하의 말이었다.



“심하게 넘어졌던 것 같은데. 걸을 때마다 통증도 있을 것 같고.”



유나의 발목을 살펴본 서하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하급 치료약을 꺼내 들었다.



이 곳에서 두 개밖에 발견하지 못한 약.


하나는 이미 도하의 어깨 부상에 사용했기에 오직 하나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고작 발목이 부은 것에 사용하기에는 꽤나 아까울 터였지만, 서하에게 있어 아이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그보다 중요했다.



서하는 유나의 오른쪽 발목을 낚아챘다.



“아···”



고통스러운지 유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좀만 참아줘. 금방 나을 거야.”



서하는 지체없이 뚜껑을 열고는 발목에 들이부었다.



초록색으로 발광하는 액체는 발목에 스며 자취를 감추고, 몇 초에 걸쳐 발목의 부은 부분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우···와.”



처음보는 광경에 휘둥그래진 눈을 한 유나 옆으로 도하가 고개를 내밀었다.



“신기하지. 신기하지. 나도 아까 이랬는데. 나도 아까 이랬는데.”



-헤헤헤헤.



마치 사람으로 둔갑한 강아지인 양, 도하는 유나의 옆에서 계속 치댔다.



“이젠 걸어도 안 아플 거야.”



“···감사합니다.”



유나는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경계 태세를 늦춘 듯 보였다.



‘자연스럽게 말 놓기에 성공했다.’



호감작 프로젝트 성공에 한발짝 더 다가선 서하였다.



서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쉬고 있어. 수건이랑 이것저것 다 있으니까, 씻을 사람은 씻어도 좋고. 난 잠깐 나갔다 올게.”



서하가 아무렇지 않은 듯 밖에 나가려 하자, 도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어···어디 가시려고요?”



“잠깐, 근처에 좀. 스테이지는 아직 시작 안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시작 전까지는 꼭 올게.”



“어··· 그렇구나. 그, 조심히 다녀오세요.”



도하의 말을 뒤로한 채, 서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서하는 계단을 오르며 생각했다.



스테이지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스테이지 장소가 미리 개방되었고 게이머들이 꽤나 들어왔을 것이다.



내겐 좋은 눈이 있으니, 스테이지에 대한 단서를 혹은 나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혹시 모르니 주변 게이머들의 위치도 좀 알아두고···



끼릭. 캉.



서하는 오래되어 잘 열리지 않는 옥상문을 열어젖힌 채, 발걸음을 옮겼다.



탁.


탁.



난간 앞에 서자,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건물들이 보였다. 전부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은 모습이다.



서하는 곧바로 ‘하늘의 통찰’을 시전했다.



그와 동시에 도시 곳곳에 보이는 푸른색의 장치들.



잭팟이었다.



서하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파트 옥상. 그 바닥에 주먹 만한 크기로 쓰여 있는 대문자 H.



그 글자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서하는 그 글자에 다가섰다.



팟.



희미하게 스러지는 빛과 함께 사라지는 글자.



그리고 어느새 서하의 눈 앞에 무언가 떠올라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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