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수상한 스테이지 기억상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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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h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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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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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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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_콰득

DUMMY

식은 땀이 흘렀다.



스킬을 너무 남발한 탓일까.



왜, 게임 같은 데 보면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스킬을 한계치까지 자주 사용하면 나타나는 부작용.



서하는 지금 그것을 겪고 있었다.



지친 몸, 헐떡이는 숨.



흐려져가는 정신을 그는 다시 부여잡았다.




-게이머의 의지에 따라 스킬을 종료합니다.




서하는 잠시 멈춰 숨을 골랐다.



사람들의 위치, 괴물의 위치.



잘만 하면 괴물이 사람들을 찾기 전에 내가 더 괴물을 빨리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괴물을 더 빨리 만나서 좋을 게 뭐가 있겠냐만···’



서하의 계획은 이러했다.



괴물이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그 시선을 자신이 끈다. 괴물의 타겟이 된 서하는 전속력으로 뛰어 사람들로부터 멀어진다. 그 다음은 뭐. 먹긴 했는지도 모를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괴물에게서 도망치면 된다.



이론상 완벽한 계획. 실행만이 남았다.



서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괴물이 이동하고 있을 곳을 향해 다시 뛰었다.




······




‘짜증나.’



교복 차림에 땋은 머리를 한 여자 아이는 사람들의 맨 뒤편에서 걷고 있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아아악.



그녀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은 이후 지금껏 그 무엇 하나 위 속으로 들인 게 없었다.



열 받네.



공복, 목마름, 다리 아픔. 도합 세 개의 고통, 삼중고를 겪고 있는 그녀는 매고 있던 가방이 슬슬 흘러내리자 다시 가방을 들어올려 어깨에 안착했다.



끄응-차.



가방에 든 거라고는 공책, 필기구, 문제집 등. 지금 상황에서는 쓸모가 없는 물품들이었지만 그녀는 다시 돌아가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하루종일 가방을 들고 다녔다. 지금에 와서는 싹 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공책 정도는 버려도 되지 않을까?



학교 선생님께서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건 어차피 학교에 있을 교과서에 표시가 되어 있을 터. 새로 공책을 사서 옮겨 정리하는 건 좀··· 많이 귀찮겠지만.



뭐. 그건 미래의 내가 분명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어쩔 수 없잖니? 이러다가는 내 어깨가 나가 버릴 것 같은데 말이야.



그녀는 가방의 지퍼를 열기 위해 가방을 앞으로 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 기회에 문제집도 버릴-



“음?”



그녀의 눈에 무언가 걸렸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없다.’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가방을 내려다봤다.



‘없다!!! 내 엔젤링!’



분명 지퍼에 매달려 있어야 할 인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남아 있는 거라곤 처량하게 좌우로 흔들리는 철 고리뿐···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엔젤링’이었다. 총 5명의 마법 소녀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블링블링 엔젤스’는 초등학생들에게 아주아주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초등학생은 아니지만 ‘엔젤링’에게 진심이었던 그녀는 그 조그만 인형에 무려 3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들였던 것이다.



남들에겐 아닌척하였지만 나와 오랜 기간 마음을 나누고 함께 해온 우리 ‘엔젤링’.


같은 반 친구가 알아보는 날에는 아 얘가 안젤리? 뭐, 엔젤링? 걔야? 아 난 몰랐네 이건 그냥 아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거야, 절대 내가 직접 사서 일주일의 눈물 나는 배송 기간 끝에 겨우 손에 넣게 된 내 최애 인형은 절대 절대 아니고 어쩌구 저쩌구-하며 말했지만 집에 가서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 흘리며 사과의 말을 전했던 그 ‘엔젤링’.



바로 그, ‘엔젤링’이 사라져버렸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대체 어디에 두고 온 거지? 오다가 떨어진 걸까?



그녀는 왔던 길을 되돌아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봤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



‘으음···’



‘잠깐 동안은 찾아봐도 괜찮겠지···’



뭐 별 일이야 있겠나. 왔던 길만 따라 가면 안전할 거고···



엔젤링만 빨리 찾아서 돌아오자.



그녀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인형?



서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주웠다.



하늘색 머리칼에 지팡이 같은 것을 든 인형. 그녀의 등 쪽에는 새하얀 날개가 조그맣게 달려 있다.



‘천사 인형?’



서하가 인형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 때였다.




-키야악.




늦지 않게 왔다.



서하는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괴물을 바라봤다.



3m 정도의 높이로 보이는 몸체. 털이 수북한 다리들.



이미 멀리서 보긴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욱 더 거부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붉은 눈.



시력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후각? 아니면 청각?



괴물이 무엇을 통해 사람의 위치를 아는지 서하가 고민할 때였다.




“저, 저기요!!”



서하는 놀란 눈으로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중학생?”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서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고등학생이거든요! 아니, 그 인형··· 어?”



순간, 그녀의 몸이 굳었다.



“어··· 어어어??”



서하의 뒤편에서 다가오고 있는 무시무시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라···’



서하는 설마설마 했지만 그녀는 그 설마를 실행에 옮겼다.



“괴물이다아아악!! 괴물!!”



서하는 당황한 채, 괴물을 돌아봤다.



‘···처, 청각은 일단 아닌가 보네.’



다행히 괴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서서히 다가오기만 할 뿐.



“꺄아아악! 저기요오! 저거 안 보이세요????”



“···”



서하는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온 거겠지···’



서하는 들고 있던 인형을 그녀를 향해 던졌다. 가벼운 인형은 멀리 날아서 그녀의 손 위에 떨어졌다.



표정을 보니 인형을 찾으러 온 게 맞는 모양이다.



그녀는 인형의 구석구석을 잘 살피더니, 서하를 또렷이 쳐다봤다.



“빨리 이 쪽으로 오세요!”



따를 수 없는 명령을 그녀는 내렸다.



애초에 사람들로부터 괴물을 멀리 떨어뜨려놓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었기에.



서하는 고개를 돌리고는 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서하는 심호흡을 했다.



아까도 했었으니. 분명 이번에도 될 것이다.



서하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키야아아아악!!




괴물의 반응.



그것은 서하에게 마주 달려왔다.



그리고는 정확히 서하가 있을 곳을 향해,


그 날카로운 다리 끝을 그었다.



하지만 서하는 그 곳에 있지 않았다.



그 날렵한 신체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바람을 맞아 머리칼은 흩날렸다.



소리를 빽빽 질러대던 이도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만 보았다.




쿠웅.


타닥.




서하는 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질주했다.



괴물 또한 그를 놓치지 않으려 빠른 속도로 따라갔다.



-키야악!




“···”




길 가운데 혼자 남은 이는 괴물과 서하가 사라져버린 길 끝을 응시했다.



“···미친?!!”




한편.



“으으윽!”



서하는 잠시 자신을 쫓아오는 괴물을 돌아봤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입을 벌린 채 자신을 따라오는 괴물의 모습은 흉측했다.



괴물은 서하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서하는 마음 같아서는 속도를 더 높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가빠져 오는 숨.



스킬을 무리하게 사용한 부작용이 아직도 남아 있는 탓이다.



서하는 말을 잘 듣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끌며 뛰었다.



그는 직감했다. 이대로 계속 괴물과 술래잡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런 속도로는 괴물을 완전히 따돌릴 수도 없을 뿐더러 뛰는 도중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대참사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서하의 이마에 맺힌 땀들이 떨어져 내렸다.



-키아아악!



괴성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



-저 멀리 누군가의 형상이 비춰 보였다.



그 누군가는 서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윤성 씨?”



그는 분명 정윤성이었다.



여기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은 얼굴이었으나 그렇기에 서하는 그 얼굴이 반가웠다.



순식간에 정윤성과의 거리가 줄어들고, 정윤성은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서하의 옆에 따라붙었다.



그런 그에게 서하가 먼저 물었다.



“정윤성 씨, 왜 여기 있어요?!”



“걱정이 돼서요!”



정윤성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걱정 마세요 잘 가고 있을 테니까요. 근데 저건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정윤성은 시선으로 뒤를 가리켰다.



공포를 유발하는 외형의 괴물은 지칠 줄도 모르고 일관된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설명하자면 긴데··· 일단 저 괴물을 좀 따돌려야 합니다.”



“···그래야 될 것 같긴 하네요. 속도만으로 따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



서하는 그것을 떠올려냈다.



저 괴물의 특징.



“후각···”



“···저 괴물은 오로지 후각으로만 사람들을 탐지합니다.”



사람의 냄새를 지울 수만 있다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생각에 잠긴 서하를 바라보던 정윤성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서하가 정윤성을 바라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괴물의 체액을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미로 전체에 퍼져 있는 악취.



그것은 괴물이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닌 타액에서 나온 것이었다.



스테이지가 시작되기 전, 사막에는 벽이 세워지고 미로가 생겨 났다. 하지만, 그 벽은 새로 만들어진 모습은커녕 아주 오래전부터 어딘가에 존재했었던 것과 같이 오래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벽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점액, 그것은 악취를 유발하는 괴물의 타액이었다.



비록, 스테이지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 밤이 되고 나서야 괴물은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스테이지가 시작되기 이전 그 어딘가에 존재했을 미로에서는 괴물이 미로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벽에 붙은 타액.



그것을 통해 사람의 냄새를 지운다면···



괴물은 더 이상 그들을 사냥감으로 인식하지 못할 터였다.



정윤성의 이야기를 들은 서하와 정윤성은 뛰는 동시에 벽에 붙은 끈적한 것들을 낚아 채,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역한 악취가 코를 찔러 왔지만, 그들은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먹잇감의 냄새를 조금이라도 더 지우기 위해.




그 짓을 몇 분간 지속하자, 괴물의 움직임이 조금은 느려졌다.



아마도 희미한 냄새를 겨우겨우 찾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박서하 씨, 이제는 속도를 조금 올려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앞장설 테니 따라와 주세요.”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앞을 달리는 정윤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믿어주었던 정윤성.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 항상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나를 믿고 비밀을 이야기해줬었다.



나와 같은 알 수 없는 현상을 겪게 된 사람. 조금이라도 힘을 합치는 것이 그 현상을 파악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텐데.



하지만, 나는 나를 돕기 위해 이 곳까지 온 그를 의심했었으며 나의 과거를 숨겼다.



‘이 일이 끝나면···’



사실대로 말해야겠다고 서하는 생각했다. 자신의 비밀에 대해 솔직하게.




‘그나저나···’




‘정윤성 씨가··· 이렇게 속도가 빨랐었나?’




서하는 그를 쳐다봤다.



“···?”



언뜻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



순간 흐릿해지는 그의 뒷모습과 함께-




꽈앙!




서하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혀 넘어졌다.



-어으헉.



순간적으로 암전되었던 눈앞은 수 초가 지나자 다시 불빛이 들어왔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눈이 뜨임과 동시에 서하의 사고가 정지했다.



“이건··· 뭐야.”



서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서하가 부딪힌 그것. 그것은 벽이었다.



뒤를 돌아보자, 괴물은 이미 코 앞에 있었다.



-키약.



서하는 지금 막다른 길에 있었다.



‘분명, 분명히 길이 있었는데.’



방금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길은 막혀 있고, 자신의 앞에서 뛰고 있던 정윤성도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보이지가 않는다.



스킬 남용의 부작용? 그것도 아니라면 또다른 기억상실?



생각은 이어졌으나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서하는 움직이려 했으나, 몸은 두려움에 얼어붙은 채 말을 듣지 않았다.



-키야아아악.



괴물의 구강구조가 전부 눈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넓게 벌려지는 괴물의 입.



그것이 서하의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순간.


서하의 머릿속에 낯설지 않은 기계음이 들려왔다.




「정보 발현(發現) 완료. 시스템『LsS-02』은 스스로 종료됩니다.」




콰득.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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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화_콰득 24.09.12 10 0 12쪽
6 제5화_아무래도 24.09.10 7 0 11쪽
5 제4화_똑같지 않습니까? 24.09.08 7 0 12쪽
4 제3화_설마 24.09.06 9 0 11쪽
3 제2화_어떻게 생각하세요? 24.09.04 11 1 11쪽
2 제1화_너네 납치된 거야 24.09.02 12 0 10쪽
1 제0화_꿈을 꾸었다. 24.08.31 16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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