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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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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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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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DUMMY

[속상하지는 않아?]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삼촌의 걱정 섞인 목소리에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속상하기는요. 괜찮아요.”

[그래도 같이 고생했잖아.]

“흠. 그것도 맞죠. 그런데 진짜 괜찮아요. 별 신경 안 쓰고 있어요.”


지금 삼촌이 말하는 건 내가 각색으로 참여한 [와이파이 대마법사]라는 만화에 관련해서다.


[인기 급상승 웹툰]


기대 이상이었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사람은 사람을 불러왔다.

분명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지금 삼촌의 말하는 건 호평 섞인 사람들의 관심이 나에게는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 그림 진짜 장난 아니네요. 원작 분위기랑 찰떡입니다.

- 덕분에 원작도 보고 왔는데, 최고입니다. 이후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 좋은 작품에 좋은 스튜디오가 만났구만.

- 주인공 살벌하다.

- 와. 연출 장난 아니다. 그림체가 좋아서 그런가?


원작과 그림에만 시선이 쏠려 있었다. 각색에 참여한 나에 관한 관심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어쩔 수 없지. 예전과 비교하면 각색의 중요도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고는 하더라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각색은 그림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연관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런 자세한 사정까지 알 리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랑은 또 다르기도 하고.


영상 쪽은 그동안 쌓인 업보나 악명이 두터웠다. 그 때문인지, 각색의 중요함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화나 웹툰은 아직 중요도를 크게 차지하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는 인식의 차이겠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아쉬움은 뒷전이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고,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네가 괜찮다면 다행이다만··· 아무튼, 축하한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야]


나의 반응에 삼촌도 이 부분에서 더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빠르게 분위기를 돌리며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삼촌의 모습에 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부에서도 좋게 보고 있는 거죠?”

[당연하지. 아마 추가로 이야기도 더 나올 거야]

“어떤 거요?”

[계약 말이야. 여기서 끝낼 리가 없잖아]


짧게 숨을 내뱉는다. 이번에 계약한 건 1부라는 명목하에 50화가 전부였다. 그리고 지금 삼촌의 말을 빌리자면 추가 계약에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였다.


하긴. 이야기가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하지.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이번 웹툰화를 통해 원작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었다. 시너지가 상당했다.


“이야기 나오면 또 연락 주세요.”

[오케이. 거절은 안 한다는 거지?]

“일단은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조건이나 이런 것만 아니면요.”


나로서는 손해 볼 게 전혀 없는 입장이었다. 기존의 각색가들이 어떤 식으로 작업하며 시간을 투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가 선보인 작업을 본다면 시간도 크게 잡아먹지 않으며 무엇보다 재미까지 추가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당장 시스템 파악하는 것에 영향이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나에게 있어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기에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 할 필요가 없었다.


[좋아. 그러면 조만간 좋은 소식 들고 다시 연락할게]


좋은 분위기 속 이야기가 일단락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한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


“교체요?”


급하게 약속을 잡은 삼촌이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말을 쏟아냈고, 나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표정이 점점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체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삼촌이 나에게 했던 말을 짧게 요약하자면 예상한 대로 [와이파이 대마법사]의 2부 이야기가 빠르게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에 함께 작업중인 컬러 스튜디오에서 다른 스튜디오로 변경 및 교체에 대한 것이었다.


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돈.


“컬러에서 금액을 높게 불렀나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하지만 삼촌의 반응은 나의 예상을 깨트렸다.


“아니야. 금액을 기존보다 높게 부르기는 했는데, 말도 안 되는 금액 정도는 아닌 걸로 알아.”

“그런데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거죠?”

“다른 쪽에서 끼어들었거든.”


다른 쪽?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또 다른 내부 사정이 있는 것 같았고, 삼촌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휴우. 혹시 레인보우 스튜디오라고 알아?”


레인보우?


처음 들어 본다. 아니, 애초에 컬러 스튜디오도 이번에 각색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곳 아니겠는가?


“아뇨. 처음 들어요.”

“그래. 그렇겠지. 덩치가 그렇게 큰 곳은 아니니까.”


나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삼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삼촌은 여러모로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곳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저기서 일거리를 막 물어가는 것 같더라. 그것도 금액을 엄청 낮춰서 말이야. 이번 건도 마찬가지야. 심지어 지금 잘 나가는 작품이라서 더 가져가고 싶었나 봐.”

“그래서 얼마나 낮춰서 불렀는데 그러는 거예요?”

“거의 절반이야.”

“절반이요?”


두 눈이 절로 커진다.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이는 삼촌의 표정에 나는 입이 그대로 다물어졌다.


진짜 절반이라고?


충격이다. 기존에 컬러 스튜디오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일을 주고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절반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절반이면 얻어가는 게 있기는 해요?”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거울이 눈앞에 있었다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표정을 짓고 있었으리라.

아무튼, 나의 물음에 삼촌은 고개를 내저으며 객관적으로 판단했다.


“금전적으로는 얻어가는 게 없겠지. 오히려 손해라고 봐.”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곳이라고 했잖아. 지금 당장은 돈보다 몸집 불리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큰 그림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절반을 불러요?”

“그건 나도 이해가 안 돼. 그런데 어쩌겠냐. 진짜 이렇게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한숨 섞인 삼촌의 대답에 나는 입맛을 다셨다. 삼촌도 한 단계 거쳐서 이야기를 전달받는 입장이었을 뿐, 완전한 담당자는 또 아니었다.


“그러면 각색은요?”

“안 그래도 그 부분 관련해서 너랑 이야기를 좀 나누려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삼촌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게 된 핵심을 주고받을 시간이었다.


“일단 너 할 생각은 있어?”

“작업은 어디랑 하는 거예요?”

“이대로 흘러가면 아무래도 컬러 스튜디오랑은 어렵다고 봐야지.”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얼굴 한 번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메일을 주고받으며 같이 작업한 정이 있었다.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더군다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안 했으면 해.”


그동안 나의 의견을 전적으로 우선시하던 삼촌이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레인보우 측에서는 각색도 본인들이 직접 맡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진짜요? 내부에서는요?”

“조금 갈려. 나랑 너를 컬러 스튜디오랑 연결해 준 담당자는 그동안 해놓은 게 있고,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윗선에서는 그게 아닌가 봐.”

“이유는요?”

“뭐, 일단 레인보우 스튜디오가 실력이 나쁜 건 아니야. 오히려 좋다고 봐야지. 아직 몸집이 작아서 그렇지 그동안 맡은 작품들 보면 꽤 준수하거든.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이거 아니겠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드는 삼촌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것도 돈이에요?”

“그렇지. 거기다 엄청 아낄 수 있잖아. 그렇다고 실력이 안 좋은 것도 아니거든.”

“그래도 그동안 쌓아놓은 게 있잖아요. 독자들을 배려하거나 존중 같은 건 없는 거예요?”

“돈 앞에는 장사 없는 법이야.”


냉정하게 말하는 삼촌의 모습에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은 없다. 이것도 하나의 사업이었다.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똑같을 수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아직 초기라서 그런 것도 있어.”


그때 삼촌이 본인의 의견을 더 밝혔고, 나는 삼촌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집중했다.


“100화 훌쩍 넘어가면서 완전히 궤도에 올라간 이후라면 의견이 제대로 어필이 될 거야. 그런데 아직 그건 아니잖아.”

“그래도 지금 입소문 타면서 잘 되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지금 잡고 가겠다는 것 같더라. 몸값 더 오르기 전에 말이야. 마침 단기 계약이라서 잘 됐다 싶었을 거고. 휴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길게 했으면 좋았을 뻔했네.”

“가능했을까요?”

“물론, 힘들었겠지. 그냥 답답해서 농담 좀 해 본 거야.”


씁쓸하게 말하는 삼촌을 보며 나도 어색하게 웃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대충 알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사업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과연 이게 옳은 방향인가 싶었다.


“어떻게 할래? 그래도 네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래도 하고 싶으면 한번 말 해 볼게.”


삼촌이 묻는다. 나는 삼촌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조건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무래도 동결 아닐까? 정말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조건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

“거기서요?”

“만일의 경우야.”


탄식이 절로 나온다.

돈이 궁한 입장은 아니다. 이번에 각색을 맡은 것도 돈 때문에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돈이라는 건 나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였다.


아쉬운데.


재미와 경험 등이 많기는 하지만, 가장 먼저 걸리는 건 아무래도 지금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특수한 경우를 무시할 수 없었다.


원작의 캐릭터를 홀로그램 식으로 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지금 2단계로 올라간 [존 칼슨]의 한해서는 간단한 움직임까지 볼 수 있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계기가 지금 내가 작업하는 각색을 떼놓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전해 온 삼촌의 말은 나에게 있어서는 여러모로 불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고민의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러면 저도 안 할래요.”


단호하게 말한다. 할 이유가 없다. 그간 해온 작업이 있었기에 아쉬운 건 있었지만, 삼촌이 말한 것처럼 이건 비즈니스의 한 과정이었다.


“그래. 잘 결정했다.”


나의 결정에 삼촌이 한숨 가득 섞인 목소리를 내뱉는다. 뒤이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내가 먼저 제안하고, 소개했는데 담당자는 또 아니라서 힘쓰기가 쉽지 않네.”

“에이. 괜찮아요. 덕분에 좋은 경험했는걸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이건 진심이다. 안 좋은 소식을 들은 건 맞지만, 처음 의도가 좋았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네요.”


더 나아가 현자의 마음으로 응원의 한 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이 삼촌의 눈에는 다르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원망스럽지는 않아?”

“살짝 기분 나쁜 건 있는데, 작품을 응원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니까요.”

“정이 들었나 보네.”

“그러게요. 이제는 제 손을 떠나겠지만, 그래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이자 진실이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이 삼촌에게도 잘 전달이 됐는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단단하네. 그런데 이왕 말 나왔으니까 물어보는 건데··· 냉정하게 봤을 때 어떻게 될 것 같아?”


분위기가 많이 풀어졌다. 조금 전과 확실한 다른 분위기 속에 삼촌은 음흉한 시선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묻는다. 이에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그래도 잘되지 않을까요? 레인보우 스튜디오? 거기가 실력이 없는 건 아니라면서요?”

“맞아. 실력은 좋아. 그런데 처음부터 맡는 거랑 이어받아서 하는 건 또 다른 법이니까.”

“비교 대상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으신 거예요?”

“맞아. 언젠가는 비교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보거든.”


사회는 상대적인 법.

미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삼촌을 보며 나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그러면 많이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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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24.09.05 179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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