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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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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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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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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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또 다른 생존자들.(4)

DUMMY

당황하는 린네에게 또 다른 마공학자인 로버트가 다가와 웃으며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에 놀란 표정으로 대대장들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짐작하는 발데스의 실력이라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강행군을 한 탓인지 모두가 숙소에 옹기종기 모여 잠에 빠져들었다.

잘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는 이들.

죽을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며 밤낮없이 도착했는데 휴식시간은 고작 6시간.

가혹한 일정이다.

그럼에도 쪽잠을 병사들이 억지로 일어나 꾸역꾸역 마력발전기 앞으로 모였다.

피곤한 표정이 역력한 병사들.

그래도 그동안 거점에 있던 이들이 떠날 준비를 최소한은 끝내놨는지 준비는 얼추 끝난 것 같다.

이 거점을 떠날 모든 이들이 모인 것을 확인한 발데스가 한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쉽네."


발데스가 거대한 창고에 웅크리고 있는 골렘들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선 거점에서 꾸역꾸역 가지고 갔던 것처럼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제시간 안에 중간거점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몰살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생존자들을 중심으로 더 빠르게 올라가야만 했다.


"빠르면 이틀 뒤, 눈 폭풍이 몰려올 겁니다."


그 말에 병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쪽 역시 이미 다른 거점처럼 한계에 맞이한 지 오래다.

이 많은 인원이 버티기엔 부족하고, 어느 정도 규모의 눈 폭풍이 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다들 또다시 온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발데스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그 눈 폭풍을 맞이했다간 대부분 죽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 저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러한 발데스의 말에도 몇몇 이들은 '거기 간다고 달라질까?'란 생각을 했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지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제 요새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구식의 마력발전기를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다들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생존 확률을 높여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기적일 수는 있지만 제 요새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전 여러분들을 데리고 돌아갈 겁니다."


단순히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숭고한 이유만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발데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새에 모이면 살 확률은 높아진다.

거기에 그걸 보조할 사람들이 많으면 더더욱 확률은 높아질 터.


구닥다리 마력발전기?

마공학자가 있는 이상 개조하면 된다.

오래된 시설들도 마찬가지다.

거점의 물자들을 가지고 개조한다면 가장 구닥다리 같은 요새가 제일 생존 확률이 높은 요새로 탈바꿈될 터.

어차피 여기 있으면 죽는다.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가야 할 터.


'현실적으로 단번에 요새까지 가긴 힘들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

혼자라면, 수색조들만이라면 이틀 안에 밤낮없이 가서 어떻게든 도달하겠지만 체력이 꽝인 마공학자들이 섞여 있는 이상 불가능했다.


"일단 저 위에 저희들이 중간기지로 삼은 곳에서 버텨야 합니다. 여기보다 마력발전기 성능은 안 좋더라도 버티기엔 더 수월할 테니까요."


그 말에 린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곳이니 눈사태 위험도 적을 거고 몬스터에 대응 역시 시야가 확보된 상황에서 더욱 수월할 것이다.


"골렘은 놓고 갑니까?"


아쉽다는 듯 말하는 로버트.

그런 그에게 발데스가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상황이 나아지면 찾으러 올 겁니다."


그 역시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여유가 되면 반드시 이쪽 거점들까지 확보할 생각이었다.

군단 사령부까진 무리다.

현실적으로 털 수 있는 지역은 딱 이곳과 옆 거점까지가 마지노선인 셈.

그렇기에 반드시 이쪽 지역까진 확실하게 확보해 놓을 생각이었다.


"아! 그리고 저희 요새에도 골렘을 운반하는 작업은 진행 중일 겁니다."


부관 클라크가 거점 루트 장악에 성공했다면 슈테인을 데리고 남은 두기의 골렘을 무조건 운반했을 거다.

그만큼 골렘은 쓸모가 많았으니까.

고작 세기에 불과하지만 없는 것보단 무조건 낫다.

마찬가지로 군용으로는 쓸모없는 연구형 소형 골렘들 역시도 없는 것보단 낫다.


"그럼 부품이라도 챙겨갑시다. 소형 골렘이라도 조립해놓는다면 쓸모가 많을 겁니다."


그 말에 로버트의 조수들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들은 린네 역시 손을 들고 다급히 말했다.


"종자들도 챙겨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식량 상황을 안정화하려면 온실을 통해 안정적으로 식량을 재배해야 합니다."


두 마공학자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가 리스크를 안고 온 이유가 두 마공학자의 말 때문이었으니까.


"많이는 못 챙길 겁니다. 당장 급한 부품과 보존 식량부터 챙기고 남은 건 최소한으로만 챙기세요."


그 말에 로버트가 씨익 웃으며 조수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조수 한 명이 수레에 한가득 가방을 싣고 오는 것이 보였다.


"설마···."

"예. 전부 공간확장 마법이 걸린 가방들입니다."

"저희 거점에도 확보 중인 것이 있습니다."


린네 역시 종자 보관을 위해 아득바득 긁어모은 가방들을 보여주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런 두 명의 마공학자를 본 발데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노력이라면 가져가도 될 것 같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것들이지만 연구가 일찍 시작된다면 뭐든 좋은 것 아니겠는가?

혹시 결과물이 일찍 나온다면 요새 전체의 안정감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발데스가 허락하자마자 취소할까봐 허겁지겁 준비하는 마공학자와 조수들.

그와 동시에 병력들 역시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선 대기했다.


"갑시다."


그의 명령과 함께 일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병력들.

내려올 땐 순식간이었으나, 올라갈 땐 굉장히 버거운 일정이 되었다.

마공학자와 조수들을 중간에 두고 간부급을 뒤에, 맨 앞에는 발데스와 병사들이 서며 올라간다. 꽤 많은 사람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몰려오는 몬스터들.

북부 산맥의 몬스터들에게 인간들은 장난감이나 먹잇감.

그러니 많다고 해서 야생동물처럼 도망가는 것이 아닌 놀거리가 더 많아졌다고 생각하는 것.


"정신 차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발데스의 명령에 이를 악무는 병사들.

재앙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여기서 죽을 순 없었다.

악착같이 버티는 병사들의 모습에 발데스 역시 힘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마력은 단시간 안에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용할 힘은 오염된 힘일 수밖에 없는 상황.

아이러니한 점은 오염된 힘에 의존할수록 점점 더 컨트롤하기 쉬워진다는 점이었다.


휘우우웅!


마치 눈 폭풍이 온 것 같은 강풍.

신기한 건 그 강풍이 병력엔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점.

물론, 오염된 힘이기에 다들 힘겨워하는 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죽는 것보단 낫다.


"버텨!"

"체력 낭비하지 마! 도망가는 놈은 놔둬!"

"무리하지마라! 앞으로 몬스터들 최소 열 번은 더 상대해야 한다."


대대장들의 부대장들이 병사들을 지휘하며 체력을 아끼게끔 유도했다.

지금이야 발데스가 막아주고 있다지만 오염된 힘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점점 지쳐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발데스의 힘이 전부 빠지게 되면 자신들이 나서서 험한 눈길을 개척해야만 했다.

그때를 위해 힘을 아끼는 대대장들.

이런 그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비축한 체력을 제대로 쓰긴 힘들었다.

경험 많은 발데스의 분대장들 이미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했다는 듯, 길을 어느 정도 닦아놨기 때문이다.

딱 산의 중턱에서 기다리고 있는 분대장들.

만약을 위해 병력 대부분을 데리고 나와 있었다.


"이번에도 초주검이 되셨네요."


라흐티가 피곤이 역력한 발데스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무리한 것이 눈에 보이니 속이 상할 수밖에.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발데스가 이런 무리를 안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 역시 섞여 있었다.


"대강 정리는 해놨습니다. 남은 부분은 부탁드립니다."


라흐티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다 두 대대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터놓았을 뿐, 안정화된 상태가 아니기에 여전히 몬스터들의 위협은 상존해 있다.

늘어난 병력, 어느 정도 터놓은 길로 인해 한층 더 안정적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피곤해도 참아. 고지 얼마 안 남았다."

"거의 다 왔어."


마도구의 불빛에 의지한 채 산을 오르는 병력들.

본래라면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가야 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이라면 환하게 빛을 뿌리면서 더 안정적으로 등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나석 소비가 많긴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그런 걸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을 터.

꾸역꾸역 졸음을 버텨내면서 밤늦게까지 걸은 결과 자정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던 생존자들.


몬스터와 싸우고 모두를 지키느라 고생한 병사들이 어떻게든 중간거점까지 데리고 왔으니 이젠 그 자신들이 재앙으로부터 이들을 지킬 차례였다.


"마력 발전기부터 점검해!"

"건물 주위로 마도구 설치하고 건물들 보강할 준비해!"


두 마공학자가 재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자신들 역시 싸우진 않았지만, 꾸역꾸역 올라오느라 지치고 힘들다.

그럼에도 병사들이 자는 동안 기본적인 작업은 다 끝내놓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밑 작업을 끝내놓으면 나머진 일어난 병사들이 마무리할 수 있을 테니까.


"움직여!"


로버트의 명령에 모든 조수들이 재빠르게 각자 맡은 바 영역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부터 하나둘 좁은 숙소 한 자리를 배정받아 골아떨어졌다.


"부대장님도 주무세요."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무리했음을 알기에 라흐티는 이번에라도 푹 자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그들이 할 일은 없었으니까.


"요새에 연락은?"

"신호탄 세방을 쏘아올렸을 때 신호 받았습니다."


날씨가 흐린 탓에 텀을 두고 세방을 쏘아올렸을 때 겨우 확인했지만, 요새에서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눈 폭풍이 끝나면···."

"부관의 요새 병력과 저희가 중간지점에서 만날 겁니다. 마공학자와 조수분들, 신병들 위주로 먼저 보내고 남은 병력은 천천히 주위를 장악하면서 갈 것. 전부 숙지해놓았습니다."


그렇게 말한 라흐티가 이제 제발 좀 자라는 듯 빤히 바라보자 피식 웃은 발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남은 건 잘 좀 부탁한다."


그 말과 함께 숙소로 들어간 발데스.

피곤했는지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드는 걸 확인한 라흐티 역시 마공학자와 조수들의 제안에 결국,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들이 일어난 건 기초공사가 어느 정도 끝냈을 때였다.

고생한 병사들을 위해 무리하려고 하는 마공학자와 조수들을 어느새 깨어난 발데스가 반강제로 재워버렸다.

나머지야 병사들을 굴리면 충분히 마무리되는 공사들이었으니까.


"많이도 작업했네요."


라흐티의 말에 발데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해 작업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마력발전기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특수장치들.

거기에 요새처럼 성벽과 첨탑에 쓰고남은 자재들까지 마력발전기 주위에 둘러 열이 낭비되는 걸 막으려 한 흔적들이 보였다.

눈 폭풍이 올 때 영하 오십 도는 우스울 정도로 내려가 버리니 마도구가 설치된 지하시설이 아니고선 버티질 못한다.

그러니 대다수의 병력들은 마력 발전기의 열에 의지한 채 버텨야 했다.

그렇기에 주위에 여러 시설을 만들려는 흔적들이 보였다. 이젠 저걸 마무리 지어야할 때.


"시간 없다. 곧 눈 폭풍이 몰려올 거야."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어느새 눈에 보일 정도로 몰려들고 있는 눈폭풍을 보면서 명령하는 발데스.

그에 모든 병력들이 살기 위해 자신들의 손으로 마력발전기 주위를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공사가 간신히 끝나갈 무렵, 마침내 거대한 먹구름이 북부산맥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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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 또 다른 생존자들.(1) +1 24.09.11 30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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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 생존을 위한 발전!(3) +1 24.09.09 35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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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 24.09.02 938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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