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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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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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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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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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존을 위한 발전!(4)

DUMMY

계약할 당시부터 궁금했던 그곳에 손을 대보는 발데스.


"음?"

-그르르···.-


발데스가 놀란 표정으로 거대한 뱀을 바라보자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 오염된 힘이 정화된 곳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연습하라고 닦달했구나?"


발데스의 말에 거대한 뱀이 알았으면 연습에 집중하라는 듯 재촉했다.

그러자 피식 웃으면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공학자를 통해 마도구를 공급받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혹한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모든 상황을 대처하기 어렵다.

결국, 본인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 필요했다.


"후···."


작게 한숨을 쉬는 발데스.

북부 산맥 쪽으로 보이는 오염된 힘으로 이루어진 회오리.


'분명 커졌다.'


자신이 이곳에서 근무한 지도 연수로 두 자리에 다다를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저렇게 큰 회오리가 치는 걸 보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이번만 저랬으면 싶지만, 발데스의 감은 저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오염된 힘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는 것.


고대의 정령사들은 자연을 품었다고 말한다.


개소리 같겠지만 저 말을 잘 뜯어서 분석해보면 그냥 자연의 힘은 정령력을 체내에 품고 마력처럼 활용했다는 말이다.

문제는 오염된 힘으로 그 짓을 했다가 괴이가 되어 뒤진다는 것.

방법은 두 가지다.


1. 면역력을 지금보다 몇배 이상 올리며 다루는 힘의 크기를 늘려나갈 것.


이건 지금 당장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뿐이다.


2. 마력과 섞어 쓸 것.


이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발데스가 마력과 오염된 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가 상반된 힘의 결로 인해 반발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걸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시도해볼 방법은 마력을 외부에 발현한 후 오염된 힘을 발현해 융합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현재 컨트롤 가능한 수준과 반발력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의 수준부터 찾는 게 선결되어야 할 과정이라 쉽지 않았다.


"어렵네."


그렇게 중얼거린 발데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거대한 뱀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네 이름도 모르네."


본래라면 계약 당시 정령 스스로 이름을 알려주며 계약을 맺게 된다.

그만큼 정령에게 이름이란 중요한 것.

하지만 현재 오염된 존재에게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임시 이름이라도 지어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머릿속으로 전생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산맥의 주인,

거대한 뱀,

폭풍을 다스리는 존재.


이런 존재가 딱 하나 떠올랐다.


"라칸."


허리케인의 모체가 되는 우라칸.

거기에서 따온 이름을 부르자 거대한 뱀이 가만히 발데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뱀을 보면서 발데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마음에 안 드냐?"


그 물음에 잠시 머리를 들이밀어 발데스의 손에 가져다 댔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지은 것이 궁금하다는 듯.

그에 직접 입으로 자신이 이런 이름을 지은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한참 후 만족스럽다는 듯,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면서 미소를 지은 발데스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르!-


한참 동안 발데스의 손길을 즐기던 라칸이 이럴 시간 없다는 듯, 연습하기를 종용했다.

그에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인 발데스.

반발하는 두 개의 힘을 컨트롤하기 위해 점점 힘의 크기를 줄여나가며 실험하는 발데스.

미약한 힘 두 개가 융합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뭐든 한번 성공했을 때의 감각이 중요하다.

그것만 제대로 기억한다면 이후에 그 감각을 토대로 발전시켜나가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운 성벽 위에서 한참 동안 연습에 매진하는 동안, 요새 중심부엔 온갖 자재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공사를 진행하진 않았다.

그 이유는 사전에 마공학자와 발데스가 입을 맞춰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왕 하는 거 정교하게 시작해봅시다.'


발데스의 말에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다.

솔직히 그가 이런 말을 할 줄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게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구닥다리 요새의 부대장, 그것도 귀족 출신이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평민 출신이 도시 계획에서나 할법한 생각을 설명했다.

사실 발데스 입장에선 이번 요새 개조에 제대로 성공하고 싶기도 했다.

평생 거지같은 건물에서 살 줄 알았는데, 재건축 기회가 왔다.

비록 재앙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지만 그래도 그럴듯한 요새 하나 만들어보는 꿈 정도는 꿔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언제나 시작이 제일 중요하다.


'미래의 계획까지 최대한 고려해보시죠.'


이 말에 슈테인은 오히려 환영했다.

상황이 다급하긴 하지만, 연구에 미친놈답게 요새 개조 역시 일종의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했다.


'자신의 설계 사상이 담긴 요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자신의 계획만을 밀어붙이진 않았다.

일류는 절대 멍청하게 자신이 정답인 것처럼 굴지 않는다.

마도구 역시 사용자의 상황을 철저하게 고려하여 설계하는 데 요새 설계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일단 마력 발전기를 업그레이드할 것까지 고려해서 넉넉하게 공간을 확보해놓고, 주위 건물들을 정교하게 배치할 생각이오."


슈테인의 말에 조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재들을 좀 더 뒤로 밀었다.

지금 당장은 열기에서 멀어지는 것에 병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졌으나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법.

그것만이 아니었다.


"연구소는 반대편에, 추후 확장될 것까지 고려하겠소."

"확장하려면 이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뒤에 건물들이 많습니다만."


조장의 말에 슈테인이 웃으면서 발데스가 했던 말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발데스 부대장이 어차피 나중 가면 다 부수고 새로 지을 거라고 했소."

"배급소는 어떻게 하겠소?"

"놔두시죠. 일단 숙소가 급해 보입니다. 나머진 부대장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다시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병들의 숙소를 금방 완성한다 해도, 그게 끝은 아니지 않은가?

연구소와 자신들이 묵을 숙소 역시 새로 지어야 했다.

오염된 힘의 농도가 짙은 곳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이지, 편하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라도 자신들 역시 좋은 숙소에서 생활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 어차피 먹는 것이야 대부분 보존식품뿐이고, 그마저도 아껴먹기 위해 스프로 만들어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지금 당장 특별할 필요는 없다는 것.


"위치나 지정해주십시오. 그에 맞춰서 바로 기초 공사 들어가겠습니다."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슈테인.

그리고 얼마 후, 놀란 표정으로 기초공사에 들어가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전문 기술자가 아니기에 엉성할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거점의 병사들은 대부분 그러했다.

잡무는 따로 파견 나온 공병들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의 병사들은 달랐다. 모든 걸 자신들이 알아서 해야 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노가다에 능숙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겠네."


공병 못지 않은 병사들의 숙련도를 보며 미소를 짓는 슈테인.

당초 목표대로 발데스가 수색에서 돌아올 때쯤 숙소와 연구소는 완료되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자기 일에 집중했다.

마력 발전기의 수리야 다 끝났지만, 그에겐 아직 급한 일이 남아있었다.

바로, 수색을 나갈 이들의 마도구를 만드는 것.

재료들을 결합해 술식을 연결하는 것뿐이지만, 그걸 자신 혼자 다 해야 하니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임무를 제시간 안에 끝내기 위함일까?

마력 발전기의 빛에 의지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슈테인.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수색을 나간 이들 역시 밤늦게 들어오기 일수였다.

언제 또 재앙이 닥쳐올지 모르니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겠다는 듯, 무리해서 움직이는 병사들.

오늘도 밤늦게 도착한 수색조 하나가 피곤에 쩔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어여 교대해라. 피곤해 뒤지겠다."

"너만 힘든 거 아니니까 그만 찡찡대."


라흐티가 괜히 로웰에게 시비를 걸자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등장한 클라크.

로웰의 수색조를 보내기 무섭게, 부하들부터 숙소로 보낸 라흐티가 마력발전기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의외입니다?"


밤이 깊어졌음에도 마력발전기의 빛에 의지해 여전히 공사 중인 병사들.

대부분의 거점에서 온 병사들이 의외라는 듯 바라보는 라흐티.

힘들 것이다.

처음 온 병사들은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것도 힘들 상황에서 저렇게 고강도 노동을 밤늦게까지 한다는 것 자체가 의외였다.

그에 부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들 숙소 짓는 거잖아. 열심히 할 수밖에."

"허···그럼 우리 숙소 지을 땐 저렇게 열심히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글쎄. 그럼 지옥이 뭔지 보여줘야지."


부관의 말에 라흐티가 웃으며 거점에서 온 병사들을 빤히 바라보다 성벽쪽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연습 중인 겁니까?"

"어. 뭔가 성과가 있으신 모양이야. 잘 되면 우리도 계약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더라고."

"저희도 말입니까?"


라흐티가 놀란 표정으로 부관을 보며 물었다.


"그래. 근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마. 내가 보기에 부대장님이 특이해서 된 것일 가능성이 크니까."

"하긴···."


기사들 사이에서도 괴물이라 불릴 정도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발데스.

그런 그이기에 가능했을 거에 동의했다.

그래도 혹시 몰랐다.

발데스라면 자신들 역시 계약할 방법을 찾을지도.

방법이 악랄하긴 해도 이런 엿 같은 곳에 버틸 면역력을 만들어준 장본인 아닌가.

그렇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한참을 지켜보던 라흐티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말하는 라흐티.


"어우···피곤해서 안 되겠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쉬어라."


먼저 들어간 라흐티.

얼마 후, 다른 이들도 하나둘 요새 내의 빈 건물 안에 들어가 눈을 붙였다.

다음 날도 빡센 강도로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들 일어나!"


조장들의 고함소리와 함께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병사들.

피곤해 죽을 것 같았지만 악착같이 일어나 다시금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 강도는 어제보다 더 빡셌다.

이렇게 일하다간 금방 퍼질 것 같지만 악착같이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사들의 눈에 보일만큼 오염된 힘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땅! 땅!


아침부터 시작된 망치소리와 함께 다시금 요새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삐 움직였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3교대로 진행되던 수색조까지 전원 복귀해 마력 발전기 앞으로 모였다.

그곳에서 슈테인에게 한 명씩 마도구를 받았다.


"얘기했던 대로 오늘 작전을 시작한다."


발데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어두웠던 하늘과 달리 오랜만에 해가 뜬 하늘.

오염된 힘의 폭풍이 끝나 농도가 짙긴 하지만 수색하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다.


"다들 맡은 바 역할 잘하고, 웃는 모습으로 모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


그 말과 함께 발데스가 가장 먼저 3명의 분대장들과 함께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 보이는 요새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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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 생존을 위한 발전!(3) +1 24.09.09 354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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