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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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작품등록일 :
2024.09.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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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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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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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 생존의 시작!(1)

DUMMY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버린 북부산맥의 봉우리 위에 세워진 요새.

그 요새의 성벽 위에서 한참이나 주변을 바라보던 남자가 익숙하지 않은 문신을 바라보았다.

계약하는 순간 어떻게 힘을 사용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느껴졌으나, 아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은 다른 법.

마치 처음 마나를 사용할 때처럼 익숙하지 않은 기분.


고대 기록에 남아있는 정령사는 제 몸처럼 자연의 기운을 다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염된 존재라서 그런 것일까?


'힘을 사용할 때마다 온몸이 욱신거린다.'


여기까지는 억지로 참아보겠는데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힘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걸 컨트롤하는 건 현시점에선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상을 찡그리는 남자에게 거대한 뱀이 마치 자신의 힘을 제어하는 게 어렵다는 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한때 대정령이었다는 거냐?'


거대한 뱀을 보면서 피식 웃은 남자.

지금이야 거무튀튀한 피부에 눈만 동그랗게 나와 있는 거대한 뱀에 영역 밖에선 실체화조차 힘겨워하는 멍청이지만 한때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북부산맥 일대의 바람을 휘어잡은 존재였다.

그런 존재인 만큼 제대로만 다룰 수 있다면 혹한의 바람을 막는 것쯤은 스프먹는 것도 쉬울 것이다.

문제는 오염되었기에 힘이 제멋대로 날뛰어서 그런지 컨트롤이 안된다는 것.


"후··· 안 되겠다."


남자의 말에 거대한 존재가 좀 더 해보라는 듯 거대한 머리로 남자를 재촉했다.


-그르르···.-


자신을 툭툭치는 거대한 머리를 쓰다듬어준 남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선 이게 한계야. 천천히 늘려보자."


그렇게 말하며 손을 휘젓는 남자.

보랏빛 기운이 퍼져나오며 주변의 바람을 휘어잡아 작은 회오리를 만들었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하위 정령사는 정령 실체화나 작은 바람의 화살을 만드는 것도 힘에 겨웠다는데 처음부터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쩝. 아직은 3~4명 정도 겨우 막아줄 수 있는 수준인가?"


마력을 다뤄봤던 경험 때문인지 제멋대로 날뛰는 힘을 억지로 컨트롤한 끝에 회오리치는 바람을 늘려 결계를 만들어봤다.

그 결과 1분 내외에 작은 공간을 막는 정도가 한계.

그마저도 혹한의 폭풍이 몰아치면 얼마나 짧아질지 몰랐다.


'이걸론 발전기를 대신하긴 어렵겠어.'


그렇게 판단한 남자가 곧바로 차선책을 떠올렸다.

지금 당장 이 바람을 사용할 방법은 딱 하나다.


'외부 수색.'


언제 또다시 눈폭풍이 몰려올지 모른다.

그러니 그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일단 발전기부터 살려야 해."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요새 중심부에 있는 마력 발전기가 있었다.


마력 발전기란 본래는 몬스터의 공격을 어느 정도 차단해주는 결계로 사용할 장치였다. 그러나 이곳에선 조금 다른 용도로 쓰인다.


오직 혹한의 추위만을 막아주게끔 개조된 형태.


열기를 내뿜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레 발생하는 화염 속성을 가진 마력 파장으로 혹한의 기운을 차단해주는 장치.

이 역할만으로도 버거워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마력 발전기의 상태는 맛이 가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 마나석을 충분히 넣었음에도 꺼질 것처럼 덜커덩거리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저게 꺼지면 그대로 얼어 뒤진다.'


마나 각성도 시키고 나름 강하게 키운 부하들이라지만 압도적인 추위 앞에선 답이 없다.

결국, 저 발전기를 수리하는 것 말곤 살아남을 방법 따윈 없다는 것.


"적어도 이 힘이 익숙해지기 전까진 저 발전기가 버텨줘야 해."


그렇게 중얼거린 남자가 성벽에서 내려가 발전기쪽으로 걸어갔다.

수명이 다해가는지 가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남자가 부하들을 보면서 외쳤다.


"모여봐!"


남자의 외침에 옅은 열기에 몸을 맡기고 있던 병력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들을 빤히 바라보던 남자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목표를 말해주었다.


"저걸 수리할 기술자부터 찾자."


그 말에 다들 마력 발전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험지에 틀어박힌 곳 특성상 웬만한 장비는 스스로 수리할 줄 아는 만능 일꾼들이 이곳 요새의 병사들이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벌써 꺼져야 했을 마력 발전기를 아직까지 살려둘 수 있었다.


요새 전체를 커버해야 할 영역을 중심부만 커버하게끔 극단적으로 좁혀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한번 수리하러 올 때마다 교체한 중고 부품들을 갈아 끼워 넣는다.

수시로 확인하며 과열될 때마다 발전기를 끄며 관리한다.


이런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저 모양이다.

이젠 한계라는 것.

핵심부품의 수리나 교체 없이는 답이 없다.

다들 알고 있으나 여태껏 찾아볼 생각을 못 했던 것.

그 이유를 모두를 대표해 부관이 말했다.


"살아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눈에 뒤덮인 상황.

과연 살아 있을까?


"몰라. 그래도 찾아봐야지. 이대로 있으면 얼어 죽을 테니까."


그 말에 고개를 숙이는 병력들.

죽음을 앞에 둔 것 같은 묘한 침묵 속에서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분명 살아있을 거야. 지들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니까."

"하긴···. 그 새끼라면 분명 살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이를 바닥바득 가는 부관.

그도 그럴 것이 매번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모셔오다시피 했었기 때문이다.


"마법사도 아닌 주제에 더럽게 비싸게 굴던 새끼입니다. 지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던 새끼가 이대로 뒤졌을 리가 없습니다."


당한 게 많은 듯 이를 가는 부관.

그도 그럴 것이 마법사는 귀하다.

마법사라고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순간 전략 병기 취급이기에, 이딴 오지엔 파견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반쪽짜리 마법사'라 불리는 마도공학자들이 파견나온다.


마법사가 되는데 끝내 실패한 반쪽짜리 마법사.


그럼에도 마력회로를 다룰 줄 아는 이들이 극히 드물기에 거점에 하나씩 박아놓는 정도.

그렇기에 매번 부관이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 손바닥을 비벼야만 했었다.

그런 존재인만큼 군부 역시 이들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여러가지로 구상해놨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지하 벙커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시, 마공학자들이라도 살아남게끔 지하에 비밀공간을 만들어놨다.

어떻게든 구출대를 파견해 마도공학자만이라도 살려서 복귀시키겠다는 군부의 의지.

병사 입장에선 욕이 나오는 결정이지만 군부 전체로 봤을 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 정도로 귀한 존재인만큼 매번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

그때가 또 생각났는지 점점 표정이 흉악하게 변해가는 클라크의 얼굴을 보며 다들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하긴. 클라크 부관이 그 새끼가 오면 거의 기다시피 했죠."

"킥킥! 지랄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화를 풀어줄지 생각하며 식은땀 흘리던 것이 눈에 선합니다."


두 분대장이 놀리듯 말하자 눈을 부라리는 클라크 부관.

어느새 풀어진 분위기에 웃음 짓던 남자에게 클라크 부관을 놀리던 분대장이 물었다.


"그런데 수색은 발데스 부대장께서 직접 하실 겁니까?"

"그래. 라흐티 너랑 카누트, 로웰. 이 셋만 데리고 내려갈 생각이야."


전부 분대장급 이상의 향사들.

눈이야 자신이 어찌어찌 막아준다 해도 푹푹 빠지는 눈길을 개척하고 만약의 사태에도 살아남을 녀석들은 최소 분대장급 이상은 되어야 했다.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였으나 단 한사람, 클라크만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는 안 데려가십니까?"


클라크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발데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넌 남아야지."

"아니. 부대장님을 제외한 유일한 기사급 전력인 절 제외하고 저런 놈들을 데려가는 게 맞습니까? 차라리 저희 둘이 가는 게 낫습니다."


그 말에 분대장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지금 부대장님 명령에 항명하시는 겁니까?"

"이야~ 클라크 부관. 많이 크셨습니다."


클라크에게 직접 대들면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말할 것이 뻔하기에 부대장을 팔아먹는 영리한 분대장들. 그에 당장이라도 줘 팰 생각으로 노려보는 클라크.

그런 그를 보면서 발데스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라도 남아야지. 너까지 없으면 이 녀석들 불안해서 잠 못 자."

"···."


타이르듯 말하는 발데스의 말에 깊은 한숨을 쉬는 클라크.


"그럼 그 새끼 좀 반드시 찾아서 데려와주십시오."

"그래. 오면 이때까지 당한 거 실컫 풀게 해줄게. 뭐 그게 아니더라도 고통스럽겠지만."


발데스의 말에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클라크.

그런 그에게 발데스가 조금 전 연습했던 것을 보여주었다.

손바닥에서 보랏빛의 작은 회오리가 나타난 모습이 클라크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장? 이게 뭡니까?"


클라크의 물음에 다들 궁금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오염된 존재와 계약했다."

"아까 괴성을 질러대던 게···."


클라크의 말에 발데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 모두가 멍하니 한쪽을 바라보았다. 발데스로 인해 오염된 기운을 체내에 일부 축적한 덕분인지 흐릿하게나마 성벽 너머의 존재가 보인다.

성벽이 작아 보일 정도로 드럽게 큰 거대한 뱀과 계약했다는 말에 병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발데스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가면 요새 전체를 감쌀만큼 능숙해지지 않겠냐? 그러려면 미리미리 그 놈에게도 오염된 기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그 말에 병사들이 일제히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맨 처음 발데스에게 반강제로 오염된 기운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북부산맥에 적응하기 위해선 체내에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며 딱 봐도 오염된 안개가 자욱한 곳에 내던져지거나 심지어 오염된 물질을 강제로 먹기까지 했다.

그 결과 배탈, 두통, 발열등 온갖 잡다한 병에 시달렸으나 지금 와서 보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단지 익숙해지는 그 기간이 지옥 같았을 뿐.


그 지옥을 평소 깝죽대던 새끼가 겪는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을까?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클라크를 보면서 피식 웃은 발데스가 마지막으로 작전을 정리하듯 말했다.


"최우선 목표는 마공학자를 찾아오는 것. 만약 그 새끼가 죽었다면 차선책으로 마력 발전기 부품이라도 들고 와야 된다. 없으면 불이라도 피울 물자라도 챙겨올 거야."


그 말에 3명의 분대장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놈 살려놓고."


발전기를 툭툭 치면서 말하는 발데스.

그런 그를 보며 크라크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그렇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명령을 내린 발데스가 모두를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반드시 살아 있어라."

"대장님이나 살아 돌아오십시오. 안 오시면 저승 가서도 욕할 겁니다."

"부대장님 없으면 우리 다 죽어요."

"이왕 오시는 거 맛있는 것도 같이 챙겨와 주십시오!"


애써 웃으면서 발데스를 배웅하는 병사들.

그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3명의 분대장들과 함께 요새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으어어···뒤지겠다."

"마력 아껴. 거리 멀다."

"예."


자신도 모르게 추위를 막기 위해 과도하게 마력을 사용한 라흐티를 타박한 발데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능숙하게 검을 뽑아 눈을 헤쳐나가며 길을 만드는 발데스와 수색조.

그러다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산악인들이 눈 폭풍이 일어난 후, 등산하는 걸 자살행위라 말하는 이유.


바로 눈사태였다.


"아···조졌다."


라흐티의 말에 다른 분대장들 역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하필 지금 눈사태가 터지냐는 듯한 표정.

그에 발데스가 다급히 명령했다.


"나한테 붙어!"


그렇게 말하며 큼지막한 바위 뒤로 몸을 숨기는 발데스.

그에 분대장들 역시 다급하게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그 순간 거대한 눈의 파도가 모든 것을 휩쓸면서 지나갔다.

무지막지한 크기의 눈사태에 바위 뒤편조차 눈으로 가득 차려 할 때였다.

발데스의 보랏빛 바람이 확장하며 작은 결계를 만들었다.

바위 뒤편에 모인 네 사람만이 겨우 감쌀 정도의 작은 크기였으나 베테랑들에게 그것이면 충분했다.


"사···살았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는 라흐티.

그에 다른 분대장들 역시 웃으면서 부대장 찬양을 시작했다.

물론 얼마가지 않아 발데스한테 한 대 맞고 입을 다물었지만.


"근데 이렇게까지 해서 구해줬는데 투덜거리면···."


라흐티의 말에 다들 표정이 구겼다.

개소리같지만 여태껏 군부에서 지랄한 걸 보면 아닐 거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땐··· 진짜 죽빵 한 대 갈겨도 됩니까?"


그의 물음에 발데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대는 무슨. 자근자근 밟아줘라."


그 말에 라흐티를 비롯한 세 분대장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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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또 다른 생존자들.(3) +1 24.09.13 267 12 11쪽
11 3. 또 다른 생존자들.(2) +1 24.09.12 277 9 12쪽
10 3. 또 다른 생존자들.(1) +1 24.09.11 30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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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생존의 시작!(3) +1 24.09.05 457 15 13쪽
3 1. 생존의 시작!(2) +1 24.09.04 590 17 12쪽
» 1. 생존의 시작!(1) +1 24.09.03 769 21 13쪽
1 프롤로그 +1 24.09.02 938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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