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후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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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
작품등록일 :
2024.09.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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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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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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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피부 등급: A] → [피부 등급: S]

DUMMY

20화 - [피부 나이: 25/100] → [피부 나이: 5/100]


[피부가 탱글탱글! 상추를 수확하실 수 있습니다]

[효능: 한 장 먹으면 피부가 좋아집니다]


피부가 좋아진다는 신기한 상추.

이건 나도 관심이 생겼다.

멋 부리고 싶은 욕심은 그닥 없지만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피부가 삭기 시작했으니까.


[피부가 탱글탱글! 상추를 수확하시겠습니까?]


“그럼, 수확을··· 앗!”


곧바로 수확하려는 순간 아차 했다.

아무리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건 좀 그랬다.


분명 수확할 때 텃밭에서 찬란한 광채가 번쩍일 테고 그 기적을 목격한 어르신들은 기겁하실지도 모른다.

어르신들에게 비현실적인 현상을 보여드리는 건 위험 요소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세상의 상식과 충돌하는 광경은 자칫하면 놀란 심장과 뇌에 충격을 줄지도 모르니까.


혹시 모를 위험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이 비밀을 숨기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 상추 수확을 뒤로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장님요! 상추가 없습니데이!”

“뭐라고예? 아이고, 내 정신 좀 보래이. 고기에 신경 쓴다고 상추를 많이 안 챙겼네.”

“우리가 읍내 마트라도 갔다 올까요?”

“술 자셔 놓고 어딜 갑니까? 앉으이소!”

“걸어 댕겨 오믄 되지!”

“거리가 얼만데! 안돼요, 안돼!”


상추가 떨어졌지만 수급도 어려운 상황.

꼭 없어도 되는 상추이긴 하지만 쌈을 싸 먹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은 마냥 아쉬운 눈치다.

어쩔 수 없이 김치에 마늘을 얹어 싸 드시긴 하지만 아무래도 상추가 드시고 싶은 모양이다.


상추 한 장이 아쉬운 상황에 상추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가만히 있는다는 건 도리가 아니지.

게다가 집들이를 축하해주러 바리바리 먹을 걸 싸들고 오셔서 냉장고도 가득 채워주신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바로 상추를 수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가지 꾀를 내어야 했다.

어르신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음··· 아하!”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송나은.

사람의 이목을 확 끌어 당기는 그녀라면 내가 원하는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은아.”

“앗! 네, 오빠! 뭐 도와드릴까요?”

“응. 혹시 어르신들께 별자리 이야기 들려줄 수 있어?”

“네? 하지만 별자리는 오빠가 더 잘 아시잖아요. 전 고작 대표적인 별자리 몇 개 아는 게 전부인 걸요···”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런데 갑자기 별자리 이야기는 왜요?”


순간 당황했다.

차마 텃밭에서 시선을 거두고 하늘을 바라보게 할 수작질이란 걸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야 말로 매니저 일로 갈고 닦은 입담을 써먹을 수밖에.


“어르신들에게 이 마을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테니까.”

“아하! 그렇군요!”


송나은은 손뼉을 짝! 치며 동의했다.

어쩐지 도로 가든 모로 가든 서울로 가면 상관없다는 작전이 되고 말았다.


“어르신들. 제가 별자리 이야기 들려드릴까요?”

“어이구, 서울 아가씨가 그런 것도 아는가?”

“별에도 뭔 이야기가 있어?”

“무엇이다냐, 별에도 이름이 있다고들 하던디.”

“쩌어기~ 세 개가 나란히 늘어서서 밝게 빛나는 별자리가 오리온의 벨트에요. 그 위로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양새로···”


송나은은 어르신들에게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내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용케 기억해 두고 잘 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말하는 것보다 흡입력이 달랐다.

사람들이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달까.

역시 톱배우는 다르다.

순식간에 자기만의 매력으로 이 판을 장악해 버렸으니까.


“좋아, 이틈에···”


어르신들의 시선이 모두 밤하늘의 별로 향해 있을 때였다.

나는 텃밭에 기적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탱글탱글! 상추를 수확하시겠습니까?]


“부탁해.”


부디 최대한 얌전하게 수확하고 싶은 마음에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이 텃밭에 찬란한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푸릇푸릇한 상추가 돋아났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늘 5개 정도만 자라던 작물이 이번에는 텃밭을 가득 채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 자란 것이다.


땀을 삐질 흘리며 주변을 돌아보니 다행히 이 광경을 목격한 어르신은 없었다.

나는 이 틈에 얼른 상추를 수확했다.

제법 많은 양이었지만 송나은이 주의를 끌어준 덕분에 조용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흐음. 냄새 엄청 좋은데?”


손에 가득 쥔 상추에서 푸릇푸릇한 풀내음이 풍겼다.

어두운 밤에 보더라도 그 녹빛이 섬광처럼 빛났다.

그것을 물에 씻어 털어내니 더욱 향긋한 냄새가 터져 나왔고 마치 숲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상추를 얼른 어르신들께 자랑하고 싶어졌다.


“어르신들! 상추 가져왔습니다! 마음껏 드시죠!”


내가 상추를 들고 나타나자 하늘을 보고 있던 어르신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띠용, 하며 눈알을 굴리는데 놀라우면서도 반가운 모양이다.


“에잉?! 상추가 있었어?”

“네네! 제가 텃밭에서 기른 건데 냉장고에 넣어둔 걸 깜빡했더라고요.”

“언제 상추를 다 키웠대?”

“마침 잘 됐네! 이장님요! 고기 좀 팍팍 구우소! 쌈 싸먹게!”

“아이고! 팔 빠지겠네! 고기도 힘이 있어야 굽지! 누가 쌈 하나 안 싸주나?!”


상추가 등장하자 잔치 분위기는 단숨에 고조되었다.

이 분위기에 취했는지 이장님이 짓궂은 장난을 쳤다.

몇몇 영감님들은 껄껄 웃었고 할머니들은 등짝을 마구 후려치셨다.

송나은을 바라보며 투정을 부렸으니까 말이다.


“내가 언제 여배우가 싸주는 쌈 한번 먹어보겠나!”


물론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닐 테다.

다만 송나은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걱정이었다.

혹시나 무리하는 건 아닐까하고 말이다.


“아! 제가 쌈 하나 싸드릴게요!”


역시나 송나은은 분위기를 생각해서였는지 벌떡 일어났다.

직접 쌈을 싸다가 이장님께 먹여드릴 셈인 모양이다.

싫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나는 만류하려 했다.


그러나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어이쿠. 우리 이장님께서 쌈이 드시고 싶은가 봅니다?”


어마무시한 피지컬의 소유자 최영길이 묵직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상추 다섯 장을 낚아채간 것이다.

그 위에 고기 다섯 점을 얹고 마늘 세 쪽에 청양 고추까지 잔뜩 쌓은 뒤 쌈장에 절이다시피 쌈을 만들었다.

최영길이 쥐어서 작아 보였지 막상 이장님의 얼굴 코앞까지 들이밀자 그 크기가 얼굴만했다.


“시장하시죠? 마음껏 드십시오, 이장님.”

“아, 아니, 이봐 영길이··· 나 죽어··· 허업!!!”

“허허허!”


최영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질투가 불타올랐다.

감히 내 최애 송나은에게 쌈을 요구한 것이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 광경에 마을 어르신들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캬하하하!!!”

“영길이 잘한다!”

“이장님요! 그러게 왜 그랬디요?!”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그러면 큰일납니다!”

“에헤이, 여기가 무슨 80년대 다방인줄 아시오? 정신 좀 차리시구랴!!”


어르신들에게 말로 몰매를 맞은 이장님은 볼이 빵빵해져서는 면목 없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어으어아이으엉···”

“아아! 전 괜찮아요!”


진심으로 사과하는 이장님에게 송나은은 손사래치며 난처해했다.

이 상황을 스무스하게 넘기는 건 역시 내 역할이겠지.


“자! 다들 상추 좀 드세요!”


나는 어르신들께 상추를 건넸다.

여러 바구니에 옮겨 담아 잔뜩 수확한 상추를 아낌 없이 나눠드렸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했다.

상추가 일으키는 기적을 보고 싶은 마음에.


“역시 고기 먹을 땐 상추가 있어야지!”


마침내 어르신 한 분이 상추를 야무지게 잡수셨다.

그러자 머리 위에는 안내창이 반짝, 하고 떠올랐다.


[피부가 탱글탱글! 상추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

[피부 탄력: 22/100] → [피부 탄력: 32/100]

[피부 수분: 21/100] → [피부 수분: 31/100]

[피부 미백: 12/100] → [피부 미백: 22/100]

[주름: 84/100] → [주름: 74/100]

[기미: 67/100] → [기미: 57/100]

[검버섯: 75/100] → [검버섯: 65/100]

===============================

[피부 등급: E] → [피부 등급: D]

===============================


보고도 믿기 어려운 놀라운 효과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의 피부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푸석푸석한 피부에 수분기가 돌기 시작했고 쫀쫀한 탄력이 붙었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빛깔은 밝은 하얀 톤이 밝아와 생기도 돌아왔다.

무엇보다 주름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탱탱해지더니 기미와 검버섯의 크기가 줄어들어 적어도 10년은 젊어 보이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상추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효과는 조금이지만 발동했고 80대 어르신은 70대의 피부로, 70대 어르신의 피부는 60대의 피부로 젊어지면서 외모가 회춘하셨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큰 효과를 보여준 것은 송나은이었다.


[피부가 탱글탱글! 상추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

[피부 탄력: 74/100] → [피부 탄력: 94/100]

[피부 수분: 73/100] → [피부 수분: 93/100]

[피부 미백: 76/100] → [피부 미백: 96/100]

[주름: 23/100] → [주름: 13/100]

[기미: 11/100] → [기미: 1/100]

[모공: 15/100] → [모공: 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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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등급: A] → [피부 등급: S]


어르신들의 지수가 모두 ±10 정도의 변화를 보여준 것에 비해 송나은의 지수는 모두 ±20 정도의 무려 두 배나 되는 효과를 본 것이다.

덕분에 송나은의 피부 나이는 5세라는 말도 안 되는 아기 피부 수준으로 각성하는 기염을 통했다.


당연히 숫자만으로도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는 이 변화는, 어르신들의 눈에도 충격적으로 보였다.


“세상에, 세상에! 이제 보니 나은 처자 피부가 정말 곱네!”

“진짜네. 비단결 같다, 야.”

“어머, 어머. 얼굴에서 빛이나는구먼. 보름달이 여기도 떴네.”

“어쩜 꼭 아기 피부 같구마이. 혹시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어르신들은 모두 송나은에게 몰려들어 피부의 비결을 물었다.

솔직히 평소에 피부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송나은은 당황했다.

톱 여배우이면서 화장품 광고를 양심상 거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원래 평균 70점 정도의 피부 수준이라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었던 피부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칭찬을 받다니.


“후후. 저 피부 좋은 편 아니에요. 고기 기름 때문에 번들거리는 거 아닐까요?”


송나은은 겸손하게 둘러대면서 어르신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았다.

그런데 오히려 칭찬을 들어야할 사람들은 바로 어르신들이었다.


“다들 처음 뵈었을 때보다 피부가 훨씬 좋으신데요?”

“에잉? 그게 무신 소리여?”

“오매나! 언니! 볼따구에 있던 검버섯 어디 갔는가?!”

“자네는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기미 어디갔어?! 엿 바꿔 먹었는가?!”

“오늘 따라 팔자 주름이 안 보이는구만! 이게 뭔 일이래?!”


그제야 어르신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놀라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 얼굴이니 만큼 주름, 기미, 검버섯 개수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런데 늘 보던 잡티들이 사라지니 충격이었던 것이다.


“허허허! 김 장군이랑 있으면 귀신에 홀린 것 같다니까!!”


간신히 바위만 한 쌈을 삼킨 뒤에 이장님은 껄껄 웃었다.

그런 이장님의 얼굴도 반질반질 윤이 났다.


나는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아직 잔뜩 남은 이 상추는 송나은이 서울에 가거들랑 챙겨줘야겠다.


연예계 사람들은 어떤 반응일까?

피부가 좋아지는 상추를 먹고 일어난 기적적인 변화에.


아마 이 상추를 주변에 나눠주면 송나은은 큰 사랑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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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후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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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나누리 마을 단톡방에 초대되었습니다 NEW +4 13시간 전 317 13 13쪽
» [피부 등급: A] → [피부 등급: S] +1 24.09.18 587 19 12쪽
19 마을 잔치에 나타난 톱 여배우 24.09.17 761 20 14쪽
18 진짜배기 시골 솥뚜껑 삼겹살 +1 24.09.17 852 18 14쪽
17 톱 여배우와 톱 여가수의 만남 24.09.16 925 19 14쪽
16 손님 10명을 6시간 동안 머물게 하세요 +4 24.09.15 992 22 13쪽
15 왜 나한테 자고 가라고 했어요? 24.09.14 1,096 23 14쪽
14 오빠, 나랑 여기서 카페나 차릴래요? 24.09.13 1,153 23 13쪽
13 너도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 +1 24.09.12 1,193 22 15쪽
12 관절 염증이 치유되는 뼈가 튼튼! 포도 24.09.11 1,259 23 13쪽
11 톱가수가 집에 찾아왔다 24.09.11 1,409 24 14쪽
10 여배우와 또다시 하룻밤을 24.09.10 1,581 22 14쪽
9 다시 찾아온 여배우 24.09.09 1,518 24 13쪽
8 나는야 마을의 인기쟁이 24.09.08 1,542 22 15쪽
7 식혜 받으러 가자고 +3 24.09.07 1,833 24 13쪽
6 용기 만땅! 체리 +1 24.09.06 1,973 27 14쪽
5 역시 태진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24.09.05 2,205 31 14쪽
4 톱 여배우와 하룻밤 24.09.04 2,483 34 13쪽
3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 +3 24.09.03 2,058 27 12쪽
2 나누리 마을 회관 +2 24.09.03 2,163 29 15쪽
1 쉬고 싶어서 +2 24.09.03 2,472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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