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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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3 16:36
최근연재일 :
2024.09.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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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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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능력

DUMMY

2. 새로운 능력



볼품 없는 흙벽돌 집 안.

그곳은 나를 돌봐주던 한 여인의 거처였다.

시녀가 사는 곳이기에 좁고 허름한 곳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하나 있는 작은 창문으로 악취가 진동을 했다.

무더위에 시신이 썩어 문드러지는 냄새였다.

문을 열고 들어간 누군가 와쳤다.


“저 여자는 죽었습니다.”


그게 내 인생의 첫 기억이었다.


[어느 치과의사의 자서전, 프타하 著.]



+



말린 흙과 대추야자잎을 반죽해서 쌓아올린 작은 흙벽돌 집이었다.

고작 성인 두어명 누울 수 있을 법한 좁은 거처에는 익숙한 얼굴이 푸르딩딩한 시체가 되어 누워있었다. 문을 연 동네 장정들이 코를 막고 뒷걸음질 쳤다. 고약한 악취가 사방에 가득했고 바닥에는 구더기가 꾸물거렸다. 그러나 그 무엇도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잔뜩 부패한 시신보다는 끔찍하지 않았다.


“시신은 네가 수습하거라.”


시종의 보고를 들은 아버지는 내게 명령했다. 이집트 왕족의 방계 혈통인 자신이 그런 것에 일일이 동요해야 하냐는 듯 오만하고 무심한 말투였다. 수많은 시녀를 데리고 있는 그에게는 그녀의 죽음이 큰 의미를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시녀의 일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고작 시녀라면, 어째서 아들에게 처리를 맡기는 걸까.

그것도 아직 5살 난 어린아이에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군말 없이 그녀의 시신을 정돈했다.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잔뜩 헝클어져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도 물에 적신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주었다. 빠진 앞니는 모아다가 같이 묻어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언젠가 미라에 대해 그녀에게 물어봤을 때 사람의 몸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미라로 시신이 온전히 잘 보존해놓으면 영혼이 저승을 여행하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고 싶을 때 자신의 육체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지.


죽은 이의 치아는 푸석푸석하고 잘 부스러졌지만, 조심히 구멍을 내어 구슬을 꿰듯이 치아 사이를 금사로 묶었다. 손재주가 좋았던 탓에 치아는 금세 제자리에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차가운 손을 마주 잡았다.


-다음 생에는 행복하길.


초라한 장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어머니와 나의 마지막이었다.



+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주먹을 날릴 듯 씩씩대던 김현식이 멈칫했다. 항상 얌전히 맞던 녀석이 오늘따라 상태가 이상했다. 자신을 밀치고 핸드폰을 뺏질 않나, 겁먹으라고 보여준 동영상에 죽자사자 달려드는 건 무슨 경우인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이건가?’


그래, 뭐. 이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근데 저 헛소리는 뭐지?


“그랬군. 결국 나도 전생한건가. 내세라는 게 정말 있었어.”


아아, 이제 알겠다.

김현식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뭐래. 찐따 새꺄. 오늘 제대로 맞을 것 같으니까 겁나지?”


하루 이틀 괴롭힌 것도 아닌데 녀석의 속내를 모를 수가 없다. 미친 척이라도 하면 덜 맞을 줄 알았나 본데. 저 중2병 같은 컨셉질이 몇 초 가지 않는다는데 두 쪽을 다 걸 수도 있다. 김현식이 턱짓하자 남은 인원도 진성훈의 주변을 빙 둘러쌌다. 사방이 그림자로 어둑해지자 그제야 혼잣말을 하던 진성훈이 고개를 들었다.


“뭐지?”


그러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김현식은 생각을 바꿨다. 진성훈의 눈빛이 평소와 전혀 딴판인 탓이었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분위기마저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김현식은 생각했다. 이 새끼 제대로 맛이 갔구나. 그리고 자고로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랬다.


“뭐긴 뭐야. 시발 니 뒤지는 날이지.”


진성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그렇지. 찐따 주제에.


“죽었어, 씨바.”


잘못이라도 빌려는지 손을 드는 게 보였다,

이제와서 정신이 든 모양인데 한참 늦었다 새꺄.


싹싹 빌면 실컷 비웃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성훈의 손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와서 양옆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본의 아니게 입을 크게 벌려서 진성훈에게 입안을 보여주는 꼴이 되었다. 김현식은 다시 뇌정지가 오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미친 건가?

겁 먹어서 머리가 돌아버렸나?


짧은 순간동안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런 수치스러운 플레이는 난생 처음이었다.


‘미친놈은 패야한다.’


정답은 이거다.

판단을 마친 김현식이 주먹을 들었다,


빠앙-


그때였다. 고급 승용차 한 대가 클락션을 울린 것은.


“어.”


김현식의 말아쥔 주먹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진성훈은 짧은 감탄사를 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에 묻은 흙먼지를 한차례 털고 가방도 단정히 매더니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차량쪽으로 옮기는 발걸음 역시 차분했다. 기품마저 흘러나오는 이 일련의 행동에 남은 무리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아무도 쉬이 입을 열지 못하는 가운데.

오로지 핸드폰의 잡음만이 정적 속에 울려퍼졌다.


-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당시 기술력을 생각해보면 이 술식을 집도한 치과의사는 몇 천년의 세월을 앞지른 엄청난 선구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의학계에서는 이 집도의가 ‘최초의 치과의사’가 아닐까 공공연히 추측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높은 땅값하면 한 손안에 드는 한남동의 한 2층 주택. 한쪽에 마련된 차고로 잘 빠진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소년은 정성스레 가꾸어진 정원을 가로지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고대 이집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부호였던 아버지의 밑에서 자란 그가 보기에도 집은 꽤 넓고 쾌적했다. 누가 봐도 상당히 잘 사는 집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성훈이 왔니?”


성훈은 가정부 이모에게 마주 인사한 뒤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바로 거울을 찾았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평균보다 조금 큰 키에 누가 봐도 깡마른 체격.

눈을 가린 긴 앞머리 아래는 우중충한 인상이었다.


‘이름은 진성훈. 나이는 19살.’


전생에서는 무려 52년을 치과의사「프타하」로 살았다. 때문에 두 인격이 혼합되자 프타하의 정체성이 좀 더 강하게 나왔다. 여기에는 「진성훈」의 미미한 존재감도 한몫하고 있었는데 프타하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지금껏 쥐죽은 듯이 숨만쉬고 살았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여기 저기 눈치보느라 기도 못펴고 지내왔던 시간이 한 세월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전생을 각성한 순간 성훈은 이번 생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대 이집트의 모습에서부터 치의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요하는 지식까지 모든 것이 한 순간 물밀 듯 들어온 탓에 머리에 과부하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전생의 기억은 방대한 정보의 양만큼이나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성훈은 방금 전에 보았던 김현식의 입안 구조와 타액의 상태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김현식의 침은 점도가 강하고 양이 적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유추할 수 있었다. 끈적거리고 적은 양의 침은 충치가 발생할 확률을 높이고, 입안이 건조하게 만들어서 입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보진 않았지만 잇몸도 부어있을 확률이 크겠지. 여기까진 흡연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물론 이 정도는 성훈도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프타하에게는 남들은 모를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일찍이 사람의 뇌는 여러가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종류로는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시각-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및 자연탐구지능으로 보통 7개의 큰 줄기를 분류했다.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더 많은 종류의 지능이 존재하겠지만, 그까지 고려할 필요도 없이 프타하는 5살, 사람의 몸에 처음 손을 댄 순간 자신의 천재성을 깨달았다. 인체에 한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공간 지각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때문에 그는 사람의 외형만 보고도 뼈와, 힘줄, 근육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근데 아까 그건 뭐였지?”


아까 김현식의 얼굴에서 뭔가 봤는데. 그걸 뭐라고 하더라.

기억을 더듬자 자신이 보았던 현상과 비슷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엑스레이(X-ray).”


성훈은 망막에 맺혔던 김현식의 얼굴 내부 골격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아무리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살 아래의 뼈를 볼 수 있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엑스레이를 볼 수 있는 지 핸드폰으로 검색해보기로 했다.


‘감마선과 자외선의 중간 파장에 해당하는 전자기파 「X선」’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파장.’


평소라면 보기만해도 머리 아파지는 내용들에 바로 창을 닫았겠지만 프타하의 성격이 융합된 성훈은 달랐다. 학구열에 가득 찬 눈을 번뜩이며 빠른 속도로 검색 결과를 읽어 내려갔다. 지식을 탐구하는 학자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정리하자면 「X선」이라는 전자기파가 있는데 이걸 촬영해야 사람의 몸 내부를 볼 수 있다는 말이군. 그러기 위해선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고.”


순식간에 글의 요지를 파악한 성훈은 고민했다. 분명 자신은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 눈으로 뼈의 모양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일종의 초감각적인 영역의...'


생각의 끝에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투시(透視).


순간 벼락치듯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번개처럼 찌릿한 느낌은 시원하게 머릿속을 관통했다.


‘신체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초능력.’


자신이 일하던 당시에는 치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마취도 없이 무작정 충치가 의심되는 치아를 못 같은 도구로 파내거나 소독한답시고 그 안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사람을 죽이기 일쑤였다. 치아 내부를 살펴보지 않는 이상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건 살인자라는 악명뿐이었고, 주변 동종업계 친우들만 해도 웬만한 범죄자는 명함조차 못 내밀 만큼 엄청난 킬 수를 자랑했다.


‘제대로 된 관측 장비가 없어서 일어난 촌극이지.’


누군들 죽이고 싶어서 그랬겠는가. 기술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기에 할 수 있는 치료법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때의 병원은 말이 의료기관이지, 사람이 죽어나가는 거대한 관짝이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임상 경험을 거친 프타하 자신조차 실수투성이였으니 말이다.


때문에 성훈은 장담할 수 있었다,

신체 투시야말로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초능력이라고.


사람의 구강 내를 미리 관측하고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항상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랬다면 그 많은 생명을 그렇게 안타깝게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성훈은 스스로의 몸을 투시하기 위해 가만히 거울 속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한참을 노려보아도 아무 변화가 없었다. 다시 그 감각을 떠올리고자 했으나 전혀 요지부동이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자신의 몸에는 발현되지 않는 능력일 가능성도 있었다.


김현식을 좀 더 보고올걸 하는 아쉬운 맘이 든 그때.

부르르, 핸드폰이 한 차례 진동했다.


-야.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였다. 하지만 누군지 바로 짐작이 갔다.

아까 일진 무리에 껴있던 자신의 배다른 동생, 진신호일 것이다.


-김현식이 너 내일 죽인대.


조용히 알림을 끄려던 성훈은 멈칫했다.


“···내일?”


그리고는 불현듯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 생의 자신은 고작 19살 즉, 대한민국의 고삼이었다.

매일 아침 학교라는 곳에 가서 공부를 해야되는 나이였다.


‘개인 시간이 거의 없잖아?’


전생의 프타하는 치과의사였지만 지식을 탐구하는 자이기도 했다.

마음이 풍족해지는 지적 충족감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학자,


공부도 중요하긴 하지만,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컴퓨터라는 유용한 도구가 있었다.

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줘야겠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가득했지만.


“일단···.”


가장 큰 관심사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기로 했다.

그의 눈이 모니터 속 화면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현대 치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부터 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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