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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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3 16:36
최근연재일 :
2024.09.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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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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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파절선

DUMMY

3. 세로파절선



역사 속 유명한 위인들은 떡잎부터 다르다던가.

어린 천재들은 한번 씩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벌일 때가 있다.


최초의 치과의사, ‘프타하’.

그에게도 전설처럼 떠도는 일화가 있었다.


한 치과의사가 치아를 통증 없이 뽑아준다며 동네마다 광고를 하고 다닌 일이 있었다. 이때는 치통이 생기면 치료받는 것보다 아예 뽑아버리는 게 더 살 확률이 높았기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솔깃해서 모여들었다.


이 치과의사는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즉석에서 지원자를 받고 마법처럼 치아를 뽑아냈다. 피도, 통증도 없이 말이다. 이처럼 신통방통한 능력은 금세 소문이 퍼져 옆마을 사람들까지 와서 웃돈을 주며 그에게 아픈 치아를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잘 짜여진 사기극이었다. 치과의사는 미리 준비해둔 치아를 가지고 지원자를 받았고 물론 지원자도 사전에 돈을 주고 포섭한 연기자였다. 그리고는 마법을 부리듯이 뽑는 척을 했다. 치아에 피가 묻어나오지도 않고, 지원자 역시 하나도 안 아프다며 감탄했다.

거기에 수많은 이가 속아 넘어갔고 피해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소문을 들은 파라오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기꾼을 잡아오라고 명령했고.

그렇게 만난 제일 악명높은 사기꾼은···


아직 작고 왜소한 어린아이였다.



+



성훈은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학교로 나섰다.

밤새 궁금했던 자료를 찾느라 피곤했지만 그만큼 수확도 컸다.

21세기 현대 의학은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높은 단계에 있었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마취제의 개발.

높은 안정성의 인공 치아 식립 기술.

레진, 크라운 등의 보철물의 정교함.


치과만 하더라도 어느 것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다.

성훈은 밤새도록 감탄을 거듭하며 최근 의학계의 기사를 빠짐없이 찾아읽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치과가 일반인들에게 더 이상 두려운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편안하고 아늑한 치과 의자와 살인 무기같지 않은 섬세한 도구들이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가 아플 때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치료받다가 죽을 걱정도 안 해도 되니 치과가 동네 놀이터처럼 느껴질 정도야.’


새롭게 습득한 지식들을 머릿속에 정리하느라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던 성훈은 문득 교실이 텅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침 급우 한 명이 남아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인가 싶었을 때 난데없이 그가 자신의 책상을 걷어찼다.


우당탕.


“야, 내 밥은?”


책상이 옆으로 구르며 큰 소리를 냈다.

성훈은 살짝 뒤로 물러서서 녀석을 마주바라보았다.


“누구?”


나한테 왜 밥을 찾지?

늬앙스를 봤을 땐 먹을 걸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모르는 척하지마. 새꺄. 안 사왔냐? 5분 준다.”


하지만 기억이 뒤섞이다 보니 정말 녀석이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

성훈이 얼른 안 움직이고 멀뚱멀뚱 자신만 쳐다보자 남학생은 빽하고 윽박질렀다.


“얼른 안 가? 현식이것까지 잊지말고 갖고와!”

“현식이? 걔 먹을 것도?”


떠올려보니 빵셔틀이라는 걸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는 이름이 나오자 잠시 고민하던 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의 프타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특히 한 번이라도 본 치아 형태와 구강구조는 절대 잊지 않는다.

때문에 주변 사람도 얼굴과 이름보다는 치아로 기억하는 편이었다.


김현식의 경우도 마찬가지. 성훈은 그의 치아 하나하나 빠짐없이 사진 찍듯 뇌에 저장해 두었고 벌써 맘에 드는 별명까지 붙여 둔 상태였다.


- 왼쪽 제 2 대구치 세로 파절.


어제 녀석의 왼쪽 제일 안쪽에 있는 어금니에 세로로 된 크랙을 발견했다. 그것도 치아 뿌리까지 이르는 꽤 길고 깊은 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은 여러 개의 미세한 실금으로만 갈라져 있는 상태지만 성훈은 보는 순간 바로 알았다.


이 치아가 두동강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을.


그리고 왠지 자신이 그 시간을 앞당겨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치료 받아야 할 부위니 조금 빨리 보내줘도 상관없겠지.

성훈은 편한 마음으로 근처 식당에 식사를 주문했다.


“간장게장 정식 세 개요.”


특별히 껍질이 튼튼한 놈으로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투시(透視).

신체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초능력.


모든 의사들이 한 번쯤은 간절히 바래봤을 능력이었고,

전생에 치과의사로써 명성을 떨치던 성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보인다.'


김현식의 어금니에 금이 간 것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식별 가능할 정도로 금은 세로로 길게 갈라져 있었다. 자신이 헛것을 보는 게 아니라면 엄청난 일이었다.


‘진작 보였으면 좋았을 것을.’


고대 이집트의 치과의사들이 이런 능력을 보았다면 억만금을 줘서라도 배우겠다고 줄을 설 것이 분명했다. 이집트 최고의 치과의사, 프타하의 집 앞에도 항상 배움을 요청하는 자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으니 말이다. 당시의 프타하는 아무에게도 비법을 전수해주지 않았다.


알려주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누굴 가르칠만한 실력이 안된다고 여겼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는 남보다 조금 더 좋은 눈썰미를 가진 게 전부였으니까. 통증의 원인도 어림 짐작하거나, 때려맞춘 게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꽤 감이 좋았는지 그 진단이 들어맞을 때가 많았을 뿐이다. 그러나 동료들 눈에는 그것마저 대단해보였던 모양이다.


- 이보게, 프타하. 어떻게 환자가 아픈 부위를 그렇게 척척 잘 찾아내는 건가?

- 그러게 말일세. 나는 엉뚱한 곳을 치료하다가 또 이빨만 다 아작냈어.


성훈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혀를 찼다.


'안타까운 일이었지.'


그때 당시에는 엑스레이같은 장비가 없었기에 병의 원인을 찾는 방법이 요원했다. 무조건 잇몸 안을 열어보거나 마취도 없이 치아에 구멍부터 내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 치료 방법이 무식했으면 사람들이 차라리 치아를 뽑아달라고 했을까.


'이 능력이라면, 환자가 아픈 부위를 눈으로 보고 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추측과 짐작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확히 치통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전생에 수많은 임상실험을 겪은 성훈에게는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허상이 아니어야 했다.


'오늘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


학구열에 이글거리는 성훈의 눈빛이 한 곳을 향했다.

거기엔 옥상 한켠에 자리잡은 김현식 무리가 투덜대고 있었다.


"뭐야. 지금 점심 시간 10분 남기고 처먹으라고?"


점심시간이 10분 남은 미묘한 시간. 1시 20분.

툴툴거리면서도 김현식은 도시락을 열었다.


"먹는 동안은 안 때린다. 기다려라."


먹느라 때릴 시간이 없는 거겠지만 성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간장게장을 막 한 입 베어먹으려던 김현식은 멈칫했다. 영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뚫어질 듯한 시선을 느낀 탓이었다.


“이 새끼 눈빛 뭐야? 침 뱉은 거 아냐?”


때마침 타이밍 좋게 옆에 누군가 외쳤다.

김현식의 의심어린 눈길이 진성훈을 향했다.

저 쫄보 녀석이? 설마?


“아니, 목 막힐 것 같아서 이거라도 마시라고.”


성훈은 그저 차가운 음료수를 내밀 뿐이었다.


"새끼, 뒤지긴 싫었나 보네."


음료수를 받아들어 한 모금 들이킨 김현식이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말은 안했지만 불편한 감각이 있는지 김현식의 손이 왼쪽 턱을 부여잡았다. 성훈은 곰곰히 생각했다.


'시린 모양이네.'


아마 지금도 통증이 어느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했던가. 왼쪽 턱이 아프면 오른쪽으로 씹으면 된다. 그래서인지 김현식의 턱은 우측 저작근이 불퉁히 튀어나와있었다. 한쪽 근육만 사용한 탓이다.


'안면비대칭이 진행되고 있고.'


더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 일부러 늦게 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급하게 밥을 먹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도 씹을 확률이 컸다. 성훈은 차분하게 가라앉는 눈으로 김현식의 치아를 면밀하게 살폈다. 그의 눈앞에는 이미 엑스레이가 펼쳐져 있었다.


"근데, 형님. 이빨 아프다고 하시지 않으셨···"


후배 한 명이 말을 걸자 김현식이 고개를 저었다.


"스트레스성 치통이다. 진성훈만 좀 조지면 나을 예정."


내내 무표정으로 있던 성훈이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있게 왼쪽으로 씹는 김현식의 모습이 보였다.


우득.


그 결과 김현식의 왼쪽 어금니는 뿌리 끝까지 수직으로 쪼개졌다.

깔끔하게 두동강 난 어금니를 보며 성훈은 카운트 다운을 했다.

셋, 둘, 하나.


“으아아악! 시바아알!"


경쾌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어떤 음악보다도 달콤한 선율이었다.


'역시 착각이나 허상이 아니었어.'


정말 투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치과의사가 꿈에도 그리던 그 능력을 말이다.


"야, 현식이 왜 저러는 거야?"

"나도 몰라. 말 좀 해봐!"

"누가 양호실 좀 데려가봐."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기다리던 남은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멀쩡히 밥을 먹던 김현식이 데굴데굴 구르자 영문을 모른 채 당황하기만 했다. 턱을 부여 잡은 걸 보니 턱이라도 부러진 건가 싶을 정도로 김현식은 괴로워했다.


"내가 도와주겠다."


성훈이 앞으로 나섰다. 그동안 괴롭힘 당하던 성훈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다들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고통에 울부짖던 김현식마저 잠깐 정신이 들었을 정도였다. 성훈이 교복 마이에서 뭔가 꺼내자 김현식의 눈이 부릅 떠졌다.


'저게, 저게 뭐지?'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구였다.


'······뺀치?'


생긴 모양은 뺀치인데 철근이라도 뽑을 수 있을 것 같은 무식한 사이즈였다.

살인 흉기를 든 성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김현식은 까무러칠 것 같았다.


"오···오지마!"


바닥을 기며 도망쳤지만 금세 따라잡혔다.

성훈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김현식의 몸 위로 올라탔다.

양 무릎으로 김현식의 머리를 단단히 잡고는 말했다.


"어제 치아 뽑는 방법이 궁금하다 했지?"



+



하굣길,

성훈은 뒷좌석에 앉아서 방금 맛보았던 손맛을 상기했다. 집에 가는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아까의 상황만 무한재생되고 있었다.


'입안을 열면 엑스레이 처럼 내부가 투시가 된다.'


자그마한 흥분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김현식의 치아를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당장 후처치를 하기에는 위생적으로 안좋았기 때문에 일단 손으로 간단히 만쳐보며 상태만 살핀 뒤 그자리를 빠져나왔다.

증상명을 알려줬으니 병원에 가서 빠른 처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안됐지만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니,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이건··· 엄청나다.'


자신의 능력과, 과거의 경험, 그리고 현재의 의학 기술을 이용해서 뭔가 엄청난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치의학계의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성훈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발걸음 또한 하늘을 나는 듯이 가벼웠다.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이 먼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막 퇴근한 모양인지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아버지가 먼저 눈인사를 했다.


“성훈이 왔구나. 앉거라.”


성훈은 동생의 옆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어쩐지 공기가 조금 무겁다고 느낄 찰나,

어머니가 불안한 듯 눈빛으로 한곳을 힐끔거렸다.

시선의 끝에는 반듯이 펴진 종이 한장이 있었다,


'성적표?'


아버지의 찌푸린 미간과 깊은 한숨을 보며 성훈은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공부를 딱히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꽤 처참한 편에 속했다.


전교석차 260명/22등


하지만 이정도면 나름 선전한 편 아닌가?

성훈이 자신의 성적표를 보고 어깨를 으쓱이자 동생 진신호가 스윽 손을 뻗어 성적표를 잡아챘다. 자세히 보니 동생의 성적표였던 모양이다.


'그럼 내꺼는···?'


성훈은 떨리는 눈으로 그 옆의 종이를 확인했다.


전교석차 272명/ 269등


아니 이렇게 까지 멍청하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등수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할 때.

연이어 한숨섞인 목소리가 성훈의 아픈 곳을 찔렀다.


"성훈이 너는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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