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력 기관의 업적 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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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선비
작품등록일 :
2024.09.04 11:32
최근연재일 :
2024.09.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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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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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처음 만나는 적은 대체로 거미

DUMMY

“젠장!”


긴 코트의 남자는 매우 짜증 난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남자의 이름은 ‘서 효운’


한국의 수많은 능력자 중에서도 그 탁월한 능력이 인정받아 경찰이나 군인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 공인의 트러블버스터, 간단히 말하자면 특수요원과도 같은 존재.


평소에도 까칠한 성격인 효운이지만,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유독 더 짜증 나 있는 상태였다.


‘거미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그것도 아직 더 큰놈이 남아있어.’


사실 그에게 있어 이런 저급한 마수 따위 몇 마리가 있든 상관없었다. 지능도 가지지 못한 한낱 동물이 능력을 가져 마수화한다고 한들 전투의 프로인 그의 상대가 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한 마리가 없어졌다면 상황은 성가셔진다. 이 넓고 복잡한 도시에서 녀석을 바로 추적할 수단은 제아무리 그라고 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턱대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간 피해가 늘어나는 것만은 막아야 해’


{거미집의 고치에서 시체와 함께 수많은 알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암수로 한 놈씩··· 아마도 한 놈은 둥지를 지키고 한 놈은 사냥을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무선을 통해 들려오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 정보팀에서 분석 결과가 도착한 모양이다.


“그 정보 확실한가? 다른 녀석이 더 있을 가능성은?”


{고명한 마수 학자한테까지 연락해서 확인한 사항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신뢰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취조하는 듯이 쏘아붙이는 효운의 질문에 무전 너머의 여성은 조금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


{지금까지의 목격 정보를 토대로 예상 행동 범위를 추려냈습니다. 일단 그쪽을 우선해서 수색해 주세요}


“알았다. 다른 정보가 있으면 계속해서 알려주도록···.”


무전을 마친 효운은 서둘러 전송된 위치 좌표로 향한다.


‘다행히도 인적이 드문 곳이군,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


···.


[시스템 잠금 해제까지 3분 17초]


···.


시연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눈앞에서 걸어가던 사람이 순식간에 고치가 되어 거대한 거미의 손에 들려있다.


갑작스럽게 전개된 너무나도 비일상적인 광경에 사고가 마비된 그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키이이···!


녀석은 사람 하나를 통째로 사냥해 놓고도 아직 부족하다는 듯,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은 그가 노려질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도망쳐야...!’


키익!


젠장···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노리는 흉악한 포식자와의 조우, 생전 처음 겪는 긴장과 공포에 시연의 몸은 순간 굳어버렸고, 이 능숙한 포식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시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투다다다닥!!


기괴하고, 빠른··· 그리고 파괴적인 돌진.


‘피해야 해! 피해야 해!’


“으아아악!!”


죽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옆으로 몸을 던진 시연이었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퍽!!!


“크으읏!!”


직격은 피했으나, 날아오는 동체에 살짝 빗맞은 것만으로도 몇 미터를 튕겨져 나가기에는 충분한 위력. 한참을 날아간 그의 몸은 꼴사납게 지면에 처박혔다.


쿠웅!


으드득! 빠직!


격통과 함께 몸에서 나면 안 될 위험한 소리가 났다. 이건 분명 어딘가 부러졌다.


“커헉!”


‘몸이 움직이지 않아···!’


저 망할 거미 녀석은 자신이 사냥에 성공했다고 확신한 건지, 의기양양한 몸짓으로 천천히 시연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시연을 몸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녀석, 시연은 직감했다.


나는 지금 여기서 죽는다.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나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순간순간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게 주마등이라는 건가?’


스쳐 가는 기억을 음미하기도 잠시···.


녀석은 커다란 입을 쩌억 벌려 시연을 물려 하고 있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결국엔 거미에게 먹혀서 죽는다니···.’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운이 없는 최후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죽을뻔한 건 1년 전에도 있었나? 그때도 이상한 괴물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정말 기구한 인생이네···.’


···.


‘이번에는 진짜로 죽어버리는 건가?’




[시스템 잠금 해제까지 3초]


‘아니야···.’


[시스템 잠금 해제까지 2초]


‘아니야!!’


[시스템 잠금 해제까지 1초]


‘아무것도 못 하고 이대로 죽는 건 싫어!!’


띠링!


순간 분위기에 맞지 않는 이상한 소리, 마치 컴퓨터의 알림음과 같은 소리가 시연의 귀에 울려 퍼졌다.


[업적 시스템의 잠금을 해제합니다.]

[능력의 제한을 해제합니다]


<전격>


파직 파직!

키이?


죽음을 예감한 사람의 본능적인 몸부림이었을까? 아니면 차가운 음성이 말한 제한 해제라는 것의 여파였을까?


‘뭐··· 뭐지···? 갑자기 몸이···!’


시이잉···!


이미 정신을 잃기 직전인 시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하며, 스파크와 같은 것이 격렬한 파열음과 함께 시연의 전신에서 발산되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키익!


시연의 몸을 감싼 빛이 점차 강해져 이제는 눈이 부실 정도다.


그가 낮에 잠깐 보여준 미약한 전격, 하지만 위력은 낮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신이 혼미한 시연은 미처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의 몸을 두른 전격은 이미 그가 평소에 발동할 수 있던 출력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키이이아악!!!


거대하긴 하지만 한낱 곤충에 불과한 녀석이 이제껏 이 정도의 전격을 경험했을 리는 만무했고, 녀석은 처음 느끼는 짜릿한 감각에 놀란 듯 붙잡았던 시연을 다급히 내팽개치며 거리를 벌렸다.


털썩!


가누지 못하고 힘없이 떨어지는 시연의 몸.


키이이이익!


키잇! 키이잇!!


이 사냥감은 다른 얌전한 사냥감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아버린 녀석은 사납게 울부짖으며 시연의 주위를 경계하듯 배회한다.


“···.”


하지만 이윽고 움직이지 못하는 시연에게 더 이상 저항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안 거미는, 이제 오히려 분노하여 그를 향해 다가와 성난 앞다리를 치켜세웠다.


키이익!!!!


휘익!!


기성과 함께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뾰족한 다리.

피할 체력도 저항할 의지도 이제는 남아있지 않다.


‘이젠 정말로 끝이다.’



그 순간.


타앙!!


총성과 함께 어디선가 나타난 한 줄기 빛의 탄환이 쓰러진 시연의 머리 위를 지나 거미의 미간에 정확히 적중했다.


키엑!!!!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체액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곧이어 이어지는 엄청난 총성.


투두두두두두두!!!


키에에에에엑!!!


거미는 갑자기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끔찍한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빛의 탄환은 사정없이 녀석의 몸을 난타한다.


두두두두두두!!!


쉴 새 없이 공기를 가르는 총성, 귀를 찢는 거미의 비명.


···.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그 끔찍한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될 무렵이 되어서야 이윽고 총성도 사그라들었다.



치이이이익!


뜬금없이 들리는 마치 증기기관에서 날 법한 물 끓는 소리, 동시에 마치 안개라도 낀 것처럼 주변이 흐릿해졌다.


시연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도, 총성의 근원지를 향해 뻑뻑한 고개를 돌렸다.


“사···람···?”


그곳에는 이글거리는 안개를 뿜어대는 두 자루의 총, 그리고 그것을 쥔 은발의 총잡이가 서 있었다.



“괜찮나? 의식은 있어?”


남자는 쓰러져있는 시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조금 성난 목소리···.


“아··· 네···!”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것일까? 한 번에 몰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토해내듯 힘겹게 대답한 시연의 의식이 점점 희미해진다.


“빨리 의료팀을 불러!”


화난 듯한 목소리로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의식이 흐려지면서 점점 같이 흐려져가는 목소리.


근데, 저 남자 이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가? 남자의 목소리와는 다른, 또렷하고 무미건조한 음성이 또다시 시연의 귓가를 맴돈다.



마치 안내 음성 같은···.


띠링!


[업적-죽음을 넘어서-를 달성하셨습니다.]

[-죽음을 넘어서- 유니크]

→죽음의 위기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해, 살아남았습니다.


[유니크 업적의 보상으로 업적 점수 100pt를 얻었습니다. -현재 업적 점수 100pt]


“뭐··· 업적···?”


안타깝게도 시연의 의식은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끊어져 버렸다.



****


“후우···.”


긴 코트의 남자 효운은 한숨을 쉬며 본부에 연락을 취했다.


‘임무는 완료했다. 다행히도 걱정했던 민간인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그쳤고, 남은 건 이제 현장을 정리하는 것뿐···.’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이 한 가지.


“방금 전의 그거, 봤나?”


{처음 보는 능력이더군요. 대단한 출력은 아니지만, 저 정도의 능력이면 분명 각성했을 때 이쪽에 보고가 왔을 텐데··· 신분을 알 만한 거 혹시 가지고 있지 않나요?}


효운은 의식을 잃은 시연의 외투를 뒤적인다.

어렵지 않게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임시연, 24살.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이군, 이 주소면··· 각성 초기 관찰 구역인가?”


{임시연··· 임시연··· 기다려주세요···.}


무전 너머의 여성은 잠시 효운의 말을 곱씹으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아, 여기 있군요. 임시연, 1년 전에 <전격>과 <재생>능력을 각성한 능력자. 단지··· 능력은 최근 검사까지도 F급을 조금 웃도는 정도였습니다. 높게 쳐줘서 정전기를 발생하는 수준의 능력이었다고 적혀있군요···. 그 외 과거 이력에도 특별히 신경 쓰이는 점은 딱히···.}


“그게··· F급이라고?”


그 말을 들은 효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F급이라니··· 방금 본 전격의 위력은 못 해도 C급 능력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명백히 이상하군···.’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자가 도핑 혹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능력이 강해지는 경우라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무능력자의 가까운 일반인이 체계적인 훈련도 없이 어느 한순간에 강해진 상황··· 예상할 수 있는 건···.


“재각성··· 혹은 자신이 몰랐던 능력의 강화 조건을 무의식중에 달성했나?”


{어찌 됐든 희귀한 케이스입니다. 일단 치료도 겸해서 시설에서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군요···. 활용 방식에 따라선 유용한 인재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알겠다. 일단 오늘은 더 이상 이야기 할 상황이 아닌 듯하니, 이제 귀환하도록 하지.”


무전을 마친 효운은 특유의 카우보이모자를 푹 눌러쓴 채, 빠른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


-여담: 시연보다 앞서 거미에서 습격을 받은 사람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옷은 거미줄 때문에 끈적끈적해져서 버렸다네요.


작가의말

*첫 작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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