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포염왕(錦袍閻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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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6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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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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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비단옷을 입은 염라대왕

DUMMY

제 1장


비단옷을 입은 염라대왕



-금포염왕(錦袍閻王) 조천영(趙天永)!


무림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비단옷(錦袍)을 즐겨 입어 금포염왕이라 불리는 그의 시대는 어느덧 이십 년을 넘겼다.

금포염왕은 무림의 역사를 통틀어도 맞설 상대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절대고수다.

그런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도 목숨을 부지한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비록 마도(魔道)에 속하진 않지만 사람 목숨을 빼앗는 데 주저함이 전혀 없는 인물이 금포염왕인 것이다.

<비단 옷을 입은 염라대왕>이라는 별호에 걸 맞는 금포염왕의 폭압(暴壓) 아래 무림은 숨죽인 평화를 이어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힘을 기르는 자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금포염왕의 시대를 끝내고 자신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야망에 찬 인물들의 꿈틀거림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


“그것 참 재미있는 이야기로군. 첩첩산중(疊疊山中)이 아니라 층층산상(層層山上)이라니...!”

“산을 넘고 또 넘어가야 한다면 첩첩산중이겠지요. 하지만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면 층층산상이라 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누가 그르다 했는가? 말인즉 맞는 말이네만... 그런 산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가?”

태사의에 깊이 몸을 묻고 있는 보천검객(補天劒客) 양시우(楊翅祐)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염을 매만졌다.

양시우 앞에 공수(拱手)한 채 서있는 문사차림의 깡마른 중년인은 긴장으로 입이 마르는지 입술에 침을 한번 바른 후 힘주어 말했다.

“소생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외다.”

듣고 있던 양시우는 고개를 설래 저었다.

“산이 무슨 시루떡도 아닐 터, 켜켜이 쌓인 산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단 말인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자네 말은 믿을 수가 없군.”

양시우의 말에 중년문사의 표정이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믿으십시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그 산은 존재하외다. 원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그 위치까지 말할 수 있소이다.”

중년문사는 초조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양시우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중년문사를 응시했다.

지금 이 순간 양시우의 보천검문(補天劒門)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한다.

양시우가 태사의에 앉으면서 팔걸이 끝에 설치된 손잡이를 살짝 돌렸던 그 순간부터 보천검문은 금성탕지(金城湯池)가 되어있는 것이다.

양시우 앞에 서있는 삐쩍 마른 중년문사는 입으로 빌어먹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장광유설(長廣溜舌) 주대곤(朱岱崑)이란 인물이었다.

주대곤은 비록 무공은 별 볼 일 없으나,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달변과 재빠른 발, 그리고 그것보다 더 빠른 눈치로 살아가는 자였다.

(장광유설 주대곤! 무림을 통틀어도 네놈보다 입심이 센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겁먹은 듯한 그 표정마저도 네 공력(功力)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나를 찾아온 것부터가 네놈의 치명적인 실수다.)

양시우는 염두를 굴리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 층층 뭔가 하는 산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 없네. 노부는 한가롭게 같잖은 이야기나 들어줄 처지가 못 되니 그만 가보시게.”

노골적인 축객령(逐客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대곤은 양시우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정말 관심 없으시오?”

(이 작자가...)

양시우의 눈으로 얼핏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양시우는 속에서 불끈 치솟는 살의를 꾹 눌러 참았다.

“주선생 나가신다. 정중히 모셔라.”

양시우는 주대곤이 강호의 소문과는 달리 당돌한 데가 있는 놈이라 생각하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이어 큰 걸음으로 대전의 문쪽으로 걸어가며 양시우는 희미한 냉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무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본래 입만 살아있는 놈들이야 가둬놓고 족치면 금방 다 불게 마련이지.)

양시우는 주대곤의 말투와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어떤 것을 알고 있음을 느꼈었다.

기름칠한 미꾸라지같은 주대곤을 요리하자면 먼저 김이 좀 빠지게 한 후 잡아 가둬야한다.

주대곤이 다른 재주는 없어도 경신술 하나는 무림에서 일류 가는 인물이니 경솔히 다루면 놓쳐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과연 양시우가 대전을 나가려 하자 주대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그의 뒷등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데 양시우가 막 대전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쯧! 천하제일(天下第一)이 될 기회도 마다하는군.”

주대곤의 냉랭한 음성이 양시우의 귓전을 때렸다.

순간 양시우는 벼락에 맞기라도 한 듯 부르르 몸을 떨며 그 자리에 굳어졌다.


-천하제일!


문(文)을 공부하는 자는 삼십 년을 배워도 글을 안다고 자부하지 못하지만 무(武)를 배운 자치고 삼 년이면 천하제일이 아닌 자가 없다는 말이 있다.

무예를 배운 자는 하나같이 천하제일이 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가 있어 감히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을 자부할 수 있단 말인가?

당금의 무림에는 천하제일인을 넘어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까지 불리는 금포염왕이 존재하는데...

넘을 수 없는 벽!

극복할 수 없는 좌절!

무림인들에게 금포염왕은 바로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천하제일인은 여전히 모든 무림인들의 소망이며 궁극의 목표라 할 수 있다.

물론 보천검객 양시우도 예외는 아니다.

주대곤이 내뱉은 <천하제일>이란 한마디에 걷잡을 수 없이 가슴이 떨려오는 양시우였다.

양시우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주대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세월에 찌든 눈동자 속에 피어오르는 야망마저 감출 수는 없다.

야망은 감추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숨어있었고, 숨어있기에는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어쩌면 주대곤은 양시우의 웃자라버린 그 야망을 노리고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

“...!”

양시우와 주대곤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며 치열하게 부딪혔다.

주대곤도 더 이상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세객(說客)이 아니었다.

그 또한 야망을 깊숙이 감춘 불타는 눈을 가진 자였다.

이윽고 양시우가 뇌까리듯이 내뱉었다.

“장소를 옮겨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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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 16 장 시체와 말의 혈투(血鬪) 24.09.18 178 7 12쪽
16 제 15 장 향로(香爐) 속의 무공비결(武功秘訣) 24.09.17 224 7 13쪽
15 제 14 장 자초(自招)한 사경(死境) 24.09.16 238 8 14쪽
14 제 13 장 엉겁결에 무림출도(武林出道) 24.09.15 274 10 12쪽
13 제 12 장 겁난(劫難)중의 인연 24.09.14 315 8 13쪽
12 제 11 장 무참한 낙화(落花) 24.09.13 344 7 12쪽
11 제 10 장 낙원의 참극 24.09.12 336 7 13쪽
10 제 9 장 찾아온 마두들 24.09.11 314 8 14쪽
9 제 8 장 이름이 새겨지다. 24.09.06 341 10 12쪽
8 제 7 장 뱀을 먹는 뱀 24.09.06 345 11 11쪽
7 제 6 장 북두무랑(北斗武廊), 천하제일인을 만드는 복도 24.09.06 364 14 12쪽
6 제 5 장 이상한 계곡과 신기한 뱀 +1 24.09.06 367 12 11쪽
5 제 4 장 구사일생 24.09.06 367 10 12쪽
4 제 3 장 마두를 만나다 24.09.06 409 11 12쪽
3 제 2 장 혀와 검의 합작 +2 24.09.06 526 11 13쪽
» 제 1 장 비단옷을 입은 염라대왕 +1 24.09.06 675 15 7쪽
1 서장 +6 24.09.06 732 1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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