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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엇푹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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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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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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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DUMMY

6화



‘에효, 앓느니 죽고 말지.’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였다면 1시간도 안되어서 끝냈어야 하는 일을 벌써 2시간이 넘도록 끙끙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오늘만이 아니었다.

며칠째 나는 계속해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스마트폰에 담긴 유송아 사건의 녹음본이었다.


유송아 폭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뒤로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유송아와 싸웠던 최선희는 그 다음날 대표실로 직행.

사표를 내던지며 회사를 그만두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와, 최선희 걔 진짜 또라이 아니에요?”

“얼른 그만둬 준 게 최후의 양심이라고 생각해야죠, 뭐.”


최선희의 미친 행적에 혀를 내두르는 한편 다른 팀원들은 안심한 거 같기도 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그 미친 사람과 얽힐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직 최선희가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음을.


[ <재벌집 막내며느리> 유송아의 차가운 눈빛으로 끝나며 최종 에피소드 돌입, 시청률 고공행진 중! ]

[ 유송아, 할리우드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러브콜에 행복한 고민! 그녀의 행선지는 과연? ]


한편 <재벌집 막내며느리>의 시청률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이 흥행에 촬영장 분위기며 소속사 내부며 모두 기분 좋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으나, 오히려 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최선희가 녹음본을 꼭 쥔 채 풀고 있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내 예상컨데 폭로를 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유송아의 주가가 최고에 이른 시점.

다시 말해, 얼마 있지 않아 사건이 터질 거라는 건데 어떻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까.


‘초조해할 거 없어. 나한테도 녹음본이 있으니.’


가볍게 볼을 때리며 키보드로 손을 옮겼으나, 시선이 자꾸만 스마트폰으로 향했다.

이거 오늘 안에 일을 끝낼 수 있나 몰라.


위이이잉.


그때 진동과 함께, 화면에 들어온 메시지에 눈이 동그래졌다.

곧장 확인한 화면에서 나를 기다린 건 유송아에 대한 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긴장을 조금 늦추기엔 충분한 소식이었다.


[ 형, 저번에 부탁하신 건 때문에 그러는데요.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


메시지를 보내온 사람의 이름은 지호윤.

<자매>의 대본 수색을 부탁했던 영화 제작사에서 일하는 지인이었다.

지호윤이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는 건.


‘대본을 찾았다는 거야.’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빈 회의실로 이동해 전화를 걸었다.

곧 밝고 힘찬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호윤아. 대본 찾은거야?”

(네! 와, 그런데 형! 뭐 이런 걸 찾아달라고 말하세요? 저 진짜 찾다가 욕 나올 뻔했다니까요?)

“미안하다. 찾기 많이 힘들었지?”

(힘든 정도가 아니었어요. 그냥 도는 시놉 좀 둘러보면 될 줄 알았더니 아무리 수소문해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글쎄, 제가 이걸 어디서 찾았는지 아세요?)

“어딘데?”

(영화 쪽 지망생 애들이 작품 봐달라고 올리는 사이트 있거든요. 거기 있더라고요!! 자기 졸작인데 평 좀 해달라고!)

“졸작? 졸업 작품이라고 그게?”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유명하지 않은 감독이란 건 예상했지만 아직 학생 신분일 줄이야.

그런데 그 졸업 작품으로 찍은 영화가 300만을 기록한다니.


‘신이현, 이 감독 엄청난 천재인 거 아니야?’


그렇다면 정소진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쥐여 주는 게 정말로 신이현인 걸까.

그 인연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고?


(링크는 일단 보내드렸어요. 대본은 일부만 올라오긴 했는데, 잘 빠지긴 했더라고요. 전체 대본은 본인 직접 만나서 확인해보시면 될 거 같아요.)

“그래, 고맙다.”

(고맙긴요. 얼마든지 전화 주세요. 형한테 지은 빚 갚으려면 아직도 멀었으니까요!)

“그 정도로 빚은 무슨. 그보다 요즘 너희 스튜디오는 어때? 슬슬 자체 제작도 하고 그래야지?”

(그쵸. 나름 경험도 많이 쌓았겠다, 대표님도 의지는 강하신데.)


지호윤이 어울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형도 아시겠지만 요즘 감독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서요. 신인 감독 키우기는 힘들고, 이름 있는 감독들은 다 큰 제작사랑 작품하고 싶어 하고. 그런데 형, 이 작품 왜 찾으신 거예요? 혹시 형네 회사 쪽에서 투자 들어가려는 작품인 거예요?)


투자라.

이 영화가 거둘 흥행을 생각하면, 투자처를 알아봐서 판을 키우는 것도 방법일 수 있었다.

제작비가 커지면 그만큼 영화의 때깔도 좋아지니.


그런데 미래 렉카가 알려준 정보에서 <자매>는 독립 영화라고 소개되었다.

그것도 신이현의 <자매>라고 말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끼어들면 아직 학부생인 사람을 감독으로 앉힐 리가 만무.

감독이 바뀌며, 미래 렉카 속 높은 흥행을 기록했던 <자매>와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되면 미래 렉카가 보여준 미래도 의미가 없어지고.’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부정적인 미래는 바꾸고, 긍정적인 미래는 최대한 그 방향이 되도록 이끄는 것.

괜한 불안요소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미안하다, 이건 대외비라.”

(앗. 그런 거라면. 아무튼 작품 확인해보세요!)


편리한 핑계로 지호윤과의 통화를 끝마치고 바로 링크를 클릭했다.

링크 안에는 <자매>의 시놉시스와 초반부 대본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아예 회의실에 자리 잡고 앉아 내용을 확인했다.

미래에 큰 흥행을 거두게 되는 작품치고 <자매>의 내용은 간단했다.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라난 자매가 부모님 사후, 유산 분할을 위해 십 수 년 만에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피붙이로 태어나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또 십 수 년을 따로 살아 아득히 멀기만 이 둘을 통해, 인간관계의 단절과 회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좋다.’


아직 학부생의 작품답게 미숙한 부분들이 보였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다.

인간관계나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 시류랑도 잘 맞아떨어졌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동생 역할, 소진이랑 너무 잘 어울리잖아?’


앞서 리스트에 올렸던 두 작품도 정소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작품이 딱 맞은 옷을 입는 느낌이라면 이 작품의 동생은 정소진 그 자체였다.

이미 대본을 읽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정소진의 모습을 떠올렸을 정도.

독립 영화로 300만 흥행을 달성하는 작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까.


‘그래도 일단 전체 대본을 확인해보고 싶은데.’


전체 대본은 당연하게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누가 도용할 줄 알고 그걸 올린단 말인가.

대신 링크 하단에는 작가의 메일 주소가 적혀 있어 이쪽으로 나는 미팅을 진행했으면 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제 남은 건 답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


그런데 미래 렉카를 봐서 그럴까.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리란 걸 알기에 이 기다림이 설레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김 실장님. 팀장님이 찾으십니다!”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난데없이 직원 한 명이 들이닥쳤다.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말이다.


“팀장님이? 무슨 일 때문에?”

“무슨 일이요? 실장님, 설마 아직 그 이야기 못 들으셨어요?”


그 이야기란 말을 듣자마자, 섬뜩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곧장 너튜브 창에 검색하였고.


[ 유송아 ]

[ 유송아 갑질 ]

[ 유송아 폭로 ]

[ 유송아 재벌집 막내며느리 ]


주르륵 나열되는 유송아 관련 연관 검색어를 보고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터졌구나.

최선희의 폭로가.



*



[ 그냥 관두고 다른 쪽 일 알아보라니까요? ]

[ 00씨 이쪽 일하기엔 컬러 감각이 너무 없어요. ]

[ 그러니까 재능 없는 일 계속 붙잡고 있을 바엔, 그냥 다른 일 알아보는 게 현명하지 않겠어요? ]


“하아.”


HJ 엔터 대표실에 긴 한숨이 울려 퍼졌다.

한숨의 주인공은 HJ 엔터의 대표인 강한준이었다.

강한준이 앉은 대표석 옆으로는 나와 오중구, 다른 대책팀의 팀장들과 본부장이 주르륵 서있었다.

대표석 정면에 위치한 자리에는 촬영 중 급히 소속사로 돌아온 유송아가 앉아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었다.


‘숨 막힌다.’


5년 동안 업계 일을 했지만 이 정도로 답답한 상황은 처음이 아닐까 싶었다.

하긴 소속사 대표 격인 탑배우의 폭언이 폭로되는 경우는 처음이니 당연한 일일까.


“오 팀장. 기사는?”


그때 강한준의 물음이 오중구에게로 향했다.

이 일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나였지만, 안중에도 없다는 얼굴이었다.

관리자 급이 모여 있는 이 상황에선 실장 직함을 단 나도 일개 직원에 불과하단 뜻이었다.


“아직 기사 올라온 건 없습니다. 다만, 몇몇 연예 부 쪽에서 접촉은 해온 상태입니다. 한 시간 안에 반박 자료 준비하지 않으면 바로 보도하겠다고.”

“반박? 지들이 뭐 경찰이야, 뭐야? 그리고 그걸 한 시간 안에 어떻게 준비하냐고! 이 너튜브 채널 쪽으로는 연락해봤고?”

“연락은 취해봤습니다만 답이 없습니다.”

“미치겠네, 정말. 송아야. 이 말 한 건 사실 맞아?”

“네. 그날 코디를 나무랐던 건 사실이에요.”


모두의 얼굴에 있는 근심이 더 깊어지는 가운데 나는 유송아의 표정을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이 차가운 얼굴이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건 기시감.

<연>이 좌초되었을 때 정소진에게서 보았던 참담함이었다.


하지만 탑배우답게 유송아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담담히 지금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내뱉을 뿐.


“대표님. 그냥 제가 잘못 인정하고 사과하겠다고 발표해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송아야. 그냥 나무라기만 했다며? 그 정도는 회사 일 하다보면 다 있는 일이고. 그런데 뭘 사과해?”

“그쵸. 솔직히 저도 그날 제가 코디한테 해선 안 될 말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이 말을 누가 믿어줄까요? 그 당시의 일을 정확히 담고 있는 건 코디가 들고 있는 녹음본 뿐인데.”


강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 대신 화를 내는 듯한 그 모습에 유송아는 싱긋 웃었다.


“괜찮아요, 대표님. 저 유송아예요. 1년만 쉬다가 복귀하죠, 뭐. 그때 간다고 저 찾는 사람 없어지겠어요?”

“지금 1년이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데! 이번에 쉬었다가 할리우드 건 다 무산되면? 아니, 역시 안 되겠다. 사과문은 절대 안돼. 오 팀장. 그날 현장에 있던 팀원들. 걔네들 모아봐. 증언 모아서 반박 기사 때리면!”

“그러다가 증거 더 까이면요? 그땐 저 혼자 선에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절 감싸려 했다고 소속사 전체가 욕먹을 걸요?”


쿵!!


강한준이 분함에 책상을 내리쳤다.

본부장과 다른 팀장 급들은 강한준의 눈치만을 살피는 상황.


“아뇨. 송아 씨는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때 내가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서, 성윤아. 네가 낄 자리가 아냐!”

“김 실장. 지금 자네한테 뭐라고 안하니까 잘못이 없는 줄 아나?”

“그러게 말이죠. 지금 가장 큰 잘못한 게 누군지 몰라? 팀원들 관리 못한 김 실장이야!!”


당연히 돌아온 건 싸늘한 눈빛이었다.

강한준도, 본부장도, 다른 팀장들도.

너 따위가 뭘 할 수 있냐는 거겠지.


사실 원래였다면 그랬어야만 했다.

사건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관리자 급이 모인 자리.

이곳에서 실장인 내가 맡은 역할은 이번 일에 대한 책망을 받고, 변명하는 것뿐.


“알고 있습니다. 팀원 관리 못한 제 잘못입니다. 책임은 제가 다 지겠습니다.”

“책임? 대체 자네가 어떻게 질 건데!”

“···다만.”


강한준의 말을 끊으며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모두의 말에 움츠러들었어야 할 내 발걸음은 지금 당당하기만 했다.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 속, 녹음본이 가져다주는 자신감이었다.


나는 그 증거물을 강한준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고.


“제 잘못은 있어도, 송아 씨는 잘못 없습니다. 이게 바로 그 증거입니다.”

[ ···네이비나 코발트나 그게 그거 아닌가? ]


곧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최선희의 목소리.

그 순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은 연재에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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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오늘은 안 할래 +1 24.09.14 191 3 15쪽
8 8화 한 가지 조건 24.09.13 210 3 17쪽
7 7화 고마워요 +1 24.09.12 219 3 12쪽
» 6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1 24.09.11 232 3 12쪽
5 5화 작지만 큰 차이 24.09.10 234 3 14쪽
4 4화 코발트와 네이비 24.09.09 241 3 13쪽
3 3화 그냥 제 담당하시죠? 24.09.08 277 5 13쪽
2 2화 여기잖아? 24.09.08 300 5 12쪽
1 1화 나잖아? 24.09.08 355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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