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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엇푹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14:19
최근연재일 :
2024.09.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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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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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코발트와 네이비

DUMMY

4화



[ 이 코발트색과 네이비색이 차이가 없다? ]

[ 이쪽 일하기엔 컬러 감각이 너무 부족하신 거 같은데요? ]

[ 그렇담 그냥 다른 일 알아보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

[ 본인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일 붙잡고 있을 바엔. ]


유송아의 목소리가 귓속에서 웅웅거렸다.


표독스런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연기 중에 걸걸한 욕도 곧잘 하는 유송아였다.

그러니 이런 엄포를 놓는 건 놀라울 것도 없는데 뭔가 임팩트가 달랐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유송아의 민낯이기 때문일까.


[ 이 사태에 대해 소속사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고, 유송아는 이번 드라마를 끝으로 당분간 자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대. ]

[ 이 논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


[ ㅋㅋㅋㅋㅋ 평소 생활 연기 오졌고 ]

[ 악녀 연기 자연스럽다더니 어쩐짘ㅋㅋㅋㅋ ]

[ 유송아 성격 더러운 건 업계에서 유명함 ㅎㅎ 터질 게 터진 거임 ]


[ 이 사태에 대한 너희들의 의견은 어때? ]


댓글 반응이 이어지며 영상은 끝났으나, 나는 화면에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분명 녹음된 건 유송아의 목소리가 맞는데 믿기지가 않았다.


‘유송아가 이럴 사람이 아닌데?’


깐깐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굴긴 해도, 이렇게 감정적이게 구는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봐온 유송아란 배우는 그랬다.


하물며 유송아는 <재벌집 막내며느리> 이후로 할리우드 진출도 모색하고 있던 상황이지 않던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상황에 갑질 논란이라니.

여기에 꽤 공을 들이고 있는 유송아가 저런 발언을 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팀원끼리 있을 때라고 해도.


이것도 조작일까.

아니, 이게 완전 근거 없는 낭설이라면 소속사가 사과할 이유도 없다.

이걸 봤을 땐 적어도 이 내용이 사실이기는 하다는 것.


‘문제는 상황이 어떠냐는 거지.’


누군가 실수를 했고, 이걸 보고 유송아가 분노했다.

폭로 영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건 이게 끝이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담겨있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잘못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처럼.


다시 말해, 유송아를 까 내리기 위해 악의적으로 대화를 편집한 녹음일 수도 있다는 거다.

실제로 녹음된 부분도 일적인 측면에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들이었다.

악역을 많이 한 유송아다 보니 유독 위압적으로 느껴질 뿐.


물론 모든 건 내 추측에 불과했다.

이 영상이 정말로 미래의 정보를 담고 있는지조차 아직 확실하지 않았고, 정말로 유송아가 갑질을 한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저 연기 여기까지만 하려고요.


어제 들었던 정소진의 말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장석훈 사건이 터진 뒤, 참담한 표정으로 서 있던 정소진.

꿈을 내려놓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얼굴.


아마 이 사건이 터지면 유송아도 똑같은 고통을 겪게 되겠지.

그러다가 할리우드 건이 무산되는 날엔, 유송아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 정소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탑스타든 무명 배우든 꿈이 가로막힌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니까.


나는 유송아에게까지 그런 표정을 짓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예상도 못했던 미래에 얻어맞는 것도 이젠 질렸다.

갑질이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이 일에 대비해야 한다.


‘상황으로 봐선 옷 색깔을 잘못 갖고 온 거 같은데.’


유송아의 스케줄표를 체크했다.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스케줄 표에는 빽빽하게 링크와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

내용은 그날의 의상과 촬영지 등등.

유송아가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준비해두는 것들이었다.

그 분량은 무려 세 달치.

많은 업체와 협력해야 하다 보니 업무적 변동이 잦은 업계라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길게 픽스해 두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들 유송아 하면 혀를 내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었고.

그런데 이 깐깐한 성격이 오늘은 내게 도움이 되어주었다.


‘찾았다. 네이비 색 옷.’


세 달 치 의상 중에서 유송아가 영상에서 언급된 네이비색 옷을 입는 건 지금으로부터 2주 뒤, <재벌집 막내며느리> 촬영 날.

폭로가 터지는 게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정확한 건 이날.

유송아의 폭언이 녹음된다.



*



“오늘도 송아 쪽으로 붙는다고 했지?”


회의를 끝마치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오중구가 말했다.

실실 웃고 있는 게 뭔가 수상한 걸.


“뭐예요, 그 표정은?”

“아니, 드디어 네가 송아 전담할 생각이 들었나 싶어서.”

“팀장님. 왜 그런 끔찍한 소릴 하고 그러세요?”

“그럼 왜 요즘 맨날 송아 쪽으로 붙는 건데? 로드 구해진 지가 언젠데.”


오중구의 지적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유송아 갑질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된 지 벌써 2주일.

오늘이 바로 그 사건이 터지는 날이었지만, 나는 그 사이에도 계속해서 유송아의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전에 사고가 터질 수도 있으니까.’


단 한 건의 사례로 미래 렉카의 정보가 정확하다 판단할 순 없었다.

하물며 정소진과의 결혼이란 부정확한 정보가 섞여있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정보를 수용하더라도 아직까진 어느 정도의 의심은 필요했다.

요일이 틀렸다거나, 대화의 내용이 다르거나 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략적인 미래를 아는 상황인데도 이렇게까지 사태를 우려하는 건 그만큼 큰 건이었기 때문.

HJ 엔터 대표 배우인 유송아가 갑질 사건으로 나락 간다고 해봐라.

우리 회사 입장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표고 본부장이고 다 들고 일어날 거고,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 팀원이고 내 모가지고 다 날아갈 게 뻔했다.


그리고 마침내 2주일이 지나 오늘이 바로 사건이 벌어지는 당일.

그간 이 건으로 괜히 쪼들렸던 걸 생각하면 회의고 뭐고 얼른 촬영장으로 향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중구가 또 이상한 말을 했다.


“잠깐만, 너 설마 그거 아니지?”

“그거요?”

“얼마 전에 배우랑 매니저랑 사귀면 어떨 거 같냐고 했잖아. 너 설마?”

“아, 중구 형.”

“왜 송아가 뭐 어때서. 돈 잘 벌지. 예쁘지. 최고 아냐?”

“최고는. 저 말라 죽어요.”

“김칫국 마시기는. 송아가 뭐 너 좋다냐?”

“아니, 형이 먼저 말 꺼내놓고 이러기에요?”

“크큭, 농담도 못하겠네. 아무튼 가기 전에 내 자리로 좀 잠깐 가자.”

“네? 왜요?”

“소진이 신작 들어가야 한다며. 몇 작품 들어온 거 있으니까 그거 체크해둬.”


오중구의 농담에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저절로 펴졌다.


유송아 갑질 사건에 대해서 안지 2주일이 지났다는 건, 정소진에게 좋은 작품을 구해오겠다고 큰소리 떵떵 친 지도 2주일이 지났다는 거다.

하지만 그 사이 이렇다 할 작품을 찾지 못해 정소진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것도 미안해하던 차.

이제 작품이 구해진다면 그나마 미안함을 덜 수 있을 테지.


이에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으며, 나는 오중구가 내민 서류 봉투들을 자동차에 싣고 <재벌집 막내며느리>의 촬영장으로 향했다.


“이야, 오늘도 송아 씨 연기는 최고네, 최고!!”


뒤늦게 도착한 촬영장에서는 유송아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모든 게 스케줄 표 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이지 눈부신 연기.


모두가 이 연기를 감탄하는 와중에, 나만은 긴장된 상태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저 탑배우가 나락 갈지도 모르는 사태가 오늘 터질 수 있다는데 어떻게 긴장을 늦출까.


‘그래도 아직 여유는 있다.’


유송아는 지금 하얀 원피스 위에 검은 자켓을 걸치고 있다.

사건에 언급된 네이비 색 정장은 오늘 저녁 촬영 때부터 입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 의상이 도착한 상태도 아니었다.


이러면 한동안 현장에서 내가 관여할 부분은 없었다.

애초에 이미 인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추가로 온 터라, 할 일이 있을 리가.


‘그때까지 일단 대본이나 체크할까.’


촬영 현장 구석에서 오중구에게 받은 시놉을 꺼내들었다.

오늘 받은 시놉은 총 10작품.

다 읽어 보는데 이중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은 없었다.


‘시놉시스만 예쁘게 포장해놓은 작품이 대다수겠지만.’


치열해진 작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놉에 공을 들기에 된 업계였다.

얼마나 정성을 쏟느냐면 아예 이것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

반대로 말하면, 이 안에 막상 작품을 까놓고 보면 별로인 빛 좋은 개살구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잘 포장된 시놉 중에서 배우에게 딱 어울리는 작품을 추려내는 것도 매니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업계에 돌아다니는 시놉이 몇 개인데 이걸 배우가 다 어떻게 체크한단 말인가.


‘마음에 드는 건 일단 이 두 개인데.’


하나는 <검사합니다>.

과학수사 팀의 부검의와 검찰청 검사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었다.

여기서 정소진에게 들어온 역할은 한 사건의 피해자이자 서브 여주.

그것도 단순 사건이 아니라 여주의 과거와 연루된, 작품의 핵심이 되는 주요 사건과 연관된 인물이었다.

비련의 여주인공인 것 같으면서도 의문스러운 지점도 있어서, 작품에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었으며 시놉 상의 내용으로는 큰 반전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른 하나는 <선아 업고 달려>라는 작품이었다.

고등학교 때 첫사랑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여주가 회귀.

이제는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는데, 자꾸만 남편이었던 남주와 엮이며 벌어지는 알콩달콩한 해프닝을 담고 있었다.

인기 웹소설 원작의 작품으로 회귀물의 전형적인 플롯이었으나, 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함을 잘 담고 있었다.

청순 비주얼을 가진 정소진에게 잘 어울리는 첫사랑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


‘둘 다 소진이가 잘 살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사실 여기까지 오면 내가 더 고민할 건 없었다.

이제부턴 연기를 할 배우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정석이었으니까.


하지만 장담한 게 있기도 하고, 정소진의 마지막 연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작품을 추리는 것조차도 신중하게 되었다.

애초에 잘 맞고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망할 수도 있었고.


‘이중에 대박 날 작품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옆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슬쩍 갔다.


유송아 갑질 사태를 알려준 뒤로 미래 렉카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래 렉카가 뜰 작품까지 미리 알려준다면 이런 고민을 할 일도 없을 텐데.


그때였다.


위이이잉.

[ 미래 렉카에서 tvZ 예능 ch 님의 영상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


때마침 올라온 미래 렉카에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 안에는 두 MC가 양옆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중앙에는 정소진이 상기된 얼굴로 앉아 있었다.


[ 떠오르는 배우, 정소진의 5년 무명 시절을 끝낸 작품은? #장퀴즈 ]


장퀴즈는 국민 MC인 장재식과 이구호가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게스트를 중심으로 밀도 있는 이야기가 나누며, MC 둘의 케미를 지켜보는 것도 이 예능의 재미 중 하나.

이 특색을 살려 많은 시정차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예능으로, 제목을 보아 이 장퀴즈에 정소진이 출연한 걸로 보였다.

하물며.


‘유송아의 무명 시절을 끝낸 작품이라고?’


혹시 이 영상 안에 내 고민을 끝내줄 정답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까.

나는 기대감을 품으며 영상을 계속해서 확인하였다.


[ 요즘 모르는 사람이 없죠? 최근 가장 핫한 여배우 정소진 씨를 모셨습니다! ]

[ 독립 영화로 관객 300만 명 동원이라니! 이게 정말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

[ 소진 씨는 어쩌다가 이 영화를 찍을 생각을 하셨던 거예요? ]


‘어. 영화라고?’


그리고 곧장 당황하고 말았다.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건 다 드라마 시놉이지 않던가.


게다가 내용도 상당히 놀라웠다.

독립 영화로 300만 명이라니.


상업 영화에서는 준수한 정도의 성적이었으나, 독립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많게는 수 백 억이 들어가는 상업 영화와 달리, 독립 영화의 제작비는 수 천 수준.

그만큼 손익분기점도 낮아 수 만 명만 봐줘도 흥행했다 쳐주는 게 독립 영화였다.


그런데 300만이라니.

국내에서 이런 기록을 거둔 독립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지 않던가.


‘이게 가능해?’


그렇기에 이 영상이 더 믿기지가 않았지만 말이 안 되는 건 또 아니었다.

최근 영화계는 모 아니면 도가 아니던가.

유행만 잘 탄다면 독립 영화가 크게 흥행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문제는 유명 작가나 감독의 작품일 확률이 낮아 내가 이 작품을 찾아내기도 힘들 거란 것.


‘제발 작품 명, 아님 감독이라도.’


아카데미 수상 영상처럼 내용 없이 끝나 버렸다간 이 정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에 내가 마음을 졸이며 계속해서 영상을 확인했을 때, 중앙에 있는 정소진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정소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 그럴 정신이 없었다.


“유송아 배우 님, 의상 갈아입고 가실게요!!”


촬영장에서 들려온 스태프의 힘찬 목소리.

그와 동시에, 우리 팀의 코디 손에 들려있는 정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청량한 코발트 색 정장이 말이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은 연재에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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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한 가지 조건 24.09.13 199 3 17쪽
7 7화 고마워요 +1 24.09.12 208 3 12쪽
6 6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1 24.09.11 219 3 12쪽
5 5화 작지만 큰 차이 24.09.10 220 3 14쪽
» 4화 코발트와 네이비 24.09.09 23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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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여기잖아? 24.09.08 29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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