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가 집착하는 천재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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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엇푹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14:19
최근연재일 :
2024.09.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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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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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나잖아?

DUMMY

1화



인생은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린다거나 갑작스러운 교통체증으로 회사에 지각한다거나.

그로 인해 옷이 젖는 것도 출근이 늦어 혼나는 것도 나 자신이지만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 이런 사소한 일에 일일이 짜증 내면 피곤할 따름이니까.


하지만 이런 일도 하루에 세 번이나 당하면 억까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도 소나기나 교통체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건이라면.


시작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 장석훈, 오늘 정오 가드레일 추돌 사고. 혈중 알콜 농도 면허 취소 수준. ]

[ 장석훈 측, 매니저가 운전했다 주장?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는 자리 바꾸는 장석훈과 매니저의 모습 포착. ]

[ 장석훈, “죄송하다.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 ]

[ 장석훈 음주운전 일파만파, 10월 개봉 예정 정일봉의 <연>의 향방은? ]


장석훈.

아역 배우부터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 올리며 20대 초반에 천만 배우에 등극.

30대에 들어선 할리우드로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던 국민배우 중 한 사람.


그런 장석훈이 오늘 정오 음주운전으로 입건되었다.

국민배우였던 만큼 빠르게 이 소식은 퍼져 나갔으며, 포털 사이트 연예면 1페이지에는 동석자와 자리를 바꾸는 장석훈의 모습이 떡하니 걸리기도 했다.


- 장석훈 배우... 믿었는데 실망이 정말 크네요...

- ㅉㅉ 터질 게 터진 거지 장석훈은 관상부터 쌔했음

- 텈ㅋㅋ질겤ㅋㅋㅋ 쌔믈리에 오지고

- 아... 다른 배우들한테는 무슨 민폐냐 이게 ㅡㅡ

- ㄹㅇ <연> 개봉 얼마나 남았다고...ㅜㅜ


댓글은 당연히 아수라장이었다.

평범하게 실망했다는 댓글부터 비난과 조롱, 개봉을 앞둔 <연>을 걱정하는 여론까지.


내가 일반인이었다면 이 가십에 참전.

열심히 장석훈을 씹어대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나는 업계인이었다.

그것도 이번 음주운전 사태를 직격탄으로 맞은 영화.

10월 개봉 예정이었던 정일봉 감독 <연>의 출연자인 정소진의 매니저 말이다.


“매니저 오빠, 이걸로 저 계속 연기할 수 있는 거겠죠?”


오늘 아침도 나는 정소진과 함께 <연>의 홍보 일정을 위해 한 스튜디오로 향하고 있었다.

개봉을 앞둔 상황이었기에 쉬지도 못하고 인터뷰, 예능, 인터뷰.

톱니바퀴 돌 듯 굴려지고 있었지만, 바쁜 나날에도 정소진은 웃고 있었다.


무명 생활만 벌써 5년째인 정소진이었다.

그 사이 이런저런 작품에 출현하긴 했으나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번번이 실패.

이런 실패를 3년이나 반복하며 계약은 한 번 종료된 상황이었다.


대다수가 이때쯤 배우의 꿈을 접지만, 정소진은 계약을 연장하였다.

배우가 되겠다는 열정이 아직 정소진에게는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언제까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에는 매번 시달렸지만.


<연>은 그런 정소진에게 찾아온 봄볕 같은 작품이었다.

장석훈은 두말할 것도 없는 흥행 보증 수표에, 감독인 정일봉도 충무로의 거목 같은 존재였다.

이 둘이 함께하는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배우에게 있어 일종의 로열 로드.

배우로서 이름을 알릴 훌륭한 기회가 찾아왔단 뜻이었다.


“자, 장석훈 배우님께서 음주운전을 했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터졌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정소진이 지었던 표정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인터뷰가 진행 예정이었던 스튜디오.

감독은 소리치고, 배우들은 욕지거리를 내뱉고, 스태프들은 안절부절.

입구는 벌써 들이닥친 기자들로 인산인해였다.


그 사이에서 정소진은 참담한 얼굴로 서 있기만 했다.

뿌리째 뽑혀 나가는 나무에게 얼굴이 있다면, 저런 표정을 짓지 않을까.


주연 배우 이슈로 당연히 오늘 있었던 홍보 일정도 모조리 캔슬.

곧장 정소진을 집으로 바래다주는 내내 나는 위안의 말을 건넸다.

정소진은 묵묵부답 차 옆 좌석에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오늘 있었던 두 번째 예기치 못한 일은 이때 일어나게 된다.


“매니저 오빠, 저 오늘 술 좀 사주면 안 돼요?”


정소진의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정소진이 말했다.


예상치 못한 재해가 휩쓸고 간 상황.

나도 정소진도 착잡한 마음이었으므로 술이나 마시자는 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말을 꺼낸 게 정소진이었다는 점이다.


매니저와 담당 연예인이 오래 보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다.

너무 친해서 가족 같거나,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이거나.


나는 로드 입문 때부터, 정소진은 데뷔 때부터.

함께 업계 일을 시작해 5년이나 알고 지냈지만 나와 정소진은 의외로 후자에 해당하는 사이였다.

서로를 편하게 대해도 묘하게 벽을 치는 느낌.

그래서 워크숍이나 단체 회식이면 모를까, 단 둘이 술을 마신 적은 없었다.


왜 서로 이런 거리감을 유지하게 됐는지 이유야 모른다.

그냥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일들이 있지 않던가.


“그래. 오늘은 마시자. 내가 살게.”


그럼에도 날이 날이었기에, 나는 선뜻 정소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곧장 우리는 정소진 집 근처에 있는 조용한 이자카야로 향해 갔다.

정소진은 거기서 안주도 없이 연거푸 소주잔을 비웠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게지는 정소진이었기에 그 얼굴은 이미 벌겋다 못해 창백할 지경이었다.


“소진아. 적당히 마셔.”

“매니저 오빠, 오늘만요.”

“그래도.”

“제발.”


정소진의 애달픈 목소리에 나는 만류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이쯤 되면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지금 정소진에게 필요한 건 술을 마시며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술로 이끌어낸 용기라는 것을.


이윽고 조용히 술잔만 기울이던 정소진이 말했다.


“저 연기 여기까지만 하려고요.”


뚝.


정소진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악플이 달려도 매번 담담하던 정소진이 울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사람이 가장 크게 허탈감을 느끼는 순간을 나는 안다.

바로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다.


지금이 딱 그랬다.

정소진은 작품을 찍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장석훈의 음주운전이란 천재지변을 만나고 말았다.

이 재앙 앞에선 정일봉 감독의 작품도 창고 행을 피할 수 없었고, 이렇게 되면 영화가 언제 개봉할지는 미지수.

0TT로 개봉한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할 테지.

다시 말해 지난 1년간의 노력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는 소리다.


더욱 화가 나는 건 장석훈, 그 자식은 몇 년 뒤 또 업계에 복귀하리라는 것.

그러곤 자신이 피해자인 양 눈물을 흘리며 이때를 후회하는 척할 것이다.


배알이 꼴리는 일이었다.

2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영화를 자신의 일탈 하나로 짓뭉개놓곤.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시키고, 여기 있는 한 배우는 꿈마저도 접게 생겼는데.

사건의 당사자는 멀쩡히 돌아올 수도 있다니.


‘참, X같네, 세상.’


술잔을 채운 뒤 입 안에 들이부었다.


원래였다면 그간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나도 업계에서 나름 오래 굴렀다.

찬란히 빛나는 배우는 극소수.

오히려 잠깐의 빛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배우들이 대다수라는 걸 알았다.

붙잡아봤자 내가 그들을 띄울 능력이 없다는 것도.


그러니 배우가 떠나겠단 결심을 했다면 얌전히 보내주는 게 맞았다.


게다가 정소진은 아직 24살이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이였다.

배우가 아니라도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정소진은 포기하기엔 아까운 배우였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장담컨대 외모는 이 나이대 청순파 여배우 중에선 탑 수준.

<연>의 배역도 5차 오디션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 끝에 가까스로 따낸 자리였다.

감독이 캐스팅에 신중 또 신중을 기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배역이란 뜻으로, 그 자리를 따낸 거면 연기력에서는 부족함이 없다는 뜻.


그럼에도 정소진이 여태 조명 받지 못한 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뛰어난 것만으로는 이제 성공할 수 없는 시대였다.

재능 있는 다수 가운데 기회라는 행운을 거머쥐는 한 명만이 성공하는 게 요즘 세상이었다.


정소진에게는 여태 그 행운이 찾아온 적이 없었을 뿐이다.

정확히는 <연>이 그 기회가 되어줬어야 하는데 이게 불발이 되었다.

그 미친 음주운전자 새끼 때문에, 이 재능 있는 배우가 연기를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쉬웠다.

아쉬워도 너무 아쉬웠다.


“소진아. 내가 도와줄게. 마지막으로 딱 한 작품만 더 해보자. 진짜 기가 막힌 작품 하나 물어다 줄게.”


이때 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건 오로지 아쉬움 하나 때문이었다.


당연히 내뱉곤 후회했다.

정소진의 눈동자에 감도는 약간의 희망에 부담감이 엄습했다.


내가 이 말의 무게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던가.

일개 매니저일 뿐인데?


하지만 나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고, 공허한 약속에 정소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술자리까지가 내가 오늘 겪은 두 가지 예기치 못한 상황.

사실 여기까지는 억까 축에 들지도 못했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세 번째.

오늘 내가 마지막으로 당한 억까는.



*



[ 지금 잠들지 않으면 ]

[ 우린 노래를 부를 거예요 ]

[ 야레 야레 ]

[ 못 말리는 도련님 ]


정소진을 집으로 바래다준 후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손가락을 쓱쓱 내리며 숏폼을 봤다.


숏폼.

너튜브에서 지원하는 플랫폼 중 하나로 업로드되는 건 1분 길이의 영상.

요리 레시피, 과학 지식 등 유익한 정보를 압축해 놓은 영상부터, 아이돌 댄스 챌린지나 지금 같은 밈적인 영상까지.

다양한 영상이 올라오며 짧은 시간동안 모든 내용을 전달해야 하다 보니 영상의 내용은 도파민 그 자체.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말 그대로 뇌 빼고 보게 되는 영상이라 기억에 크게 남는 건 없었지만, 요즘엔 이게 숏폼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오늘 하루 동안 참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걸 보다 보면 아무 생각도 없어진다.

현실을 잊은 채 즐길 수 있는, 나라에서 허락한 마약이라고 할까.


“도착했습니다.”


대리기사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차창 너머에는 어느새 익숙한 우리 집 주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우우우우웅.


비용을 지불하려는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숏폼이 재생되던 화면에 떠올라 있는 건 한 로드 매니저의 이름.

현실로 돌아올 순간이란 뜻이었다.


새벽 2시에 일거리라니.

얄궂었지만 놀라울 건 없었다.

밤샘 촬영도 많은 업계다 보니 또 뭔가 터졌구나 싶을 뿐.


“돈 여기요. 먼저 내리세요. 전 전화 한 통만 하고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근데 저 가고 운전대 막 잡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오늘 아침에 장석훈 이야기 아시죠?”

“모를 리가요. 걱정 감사합니다.”


내리는 대리기사에게 씁쓸하게 웃어 보이고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실장님, 이번에 새로 들어온 로드가 내일부터 안 나오겠답니다.)

“그래? 잠깐만.”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도 태연히 로드 매니저들의 스케줄표를 확인했다.


매니저 일을 하다 보면 로드 매니저가 탈주하는 일은 허다하다.

대다수가 연예인 얼굴 한 번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드는데 반해, 노동의 강도는 상당히 높기 때문.


하물며 탈주했다던 로드가 담당하던 배우가 누구던가.

우리 엔터의 간판이자 최고 문젯거리인 배우였다.

솔직히 일주일 버틴 게 용하지.


“내일 빈 애 없네. 송아 씨 어차피 서울 촬영이지? 내가 저녁 스케줄은 커버 갈게. 걱정 말고. 사람도 얼른 뽑아달라고 할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간단히 일정 조정을 끝마치고 몸을 의자에 늘어트렸다.

잠시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다시 마주하고 나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되살아나는 취기와 함께 정소진과 나누었던 대화도 선명해졌다.


‘진짜 기가 막힌 작품 하나 물어다 줄게.’


물어다 주긴 뭘 물어다 줘.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좋은 작품 하나 있다고 무조건 뜨는 업계였다면 정소진이 왜 그 개고생을 했겠는가.


작품이 뜰지 말지.

이건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무조건 뜬다 싶은 작품이 폭망하고, 이게 왜 뜨지 싶은 게 유행할 수도 있는 게 이 업계니까.

그런데도 공수표를 던져가면서 정소진에게 그렇게 말한 건, 그만큼 붙잡고 싶은 배우여서이리라.


‘재능이 있는 걸 아니까.’


그래서 정소진을 위해선 더 열심히 뛰어다닌 것도 있었다.

<연>의 출연만 해도 그랬다.

내가 여기저기 열심히 발품 뛰어서 겨우 오디션 자리를 따냈고, 정소진은 거기서 실력으로 자리를 쟁취했다.


그때 합격 소식을 듣고 함께 껴안고 방방 뛰었던 게 아직도 눈앞에 선명했다.

로드와 무명이란, 서로 힘든 시절을 같이 보냈기에 성공을 기대하던 그 순간이 더욱 애틋했다.

장석훈의 음주운전은 그 기쁨을 모두 무의미하게 만들었지만.


“하아.”


한숨과 함께, 정소진 앞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던 허탈함이 뒤늦게 밀려들었다.

인생은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라지만 이건 정말 억까지 않은가.

정소진의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하지.

그게 정말로 커리어에 남을 만한 작품이 될 수 있을까?


‘남 걱정할 때가 아닌가?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지?’


벌써 5년을 넘게 이 일을 해왔다.

줄줄이 빠져나가는 사람들 덕에 나름 빠르게 실장이라는 직함을 달았지만, 사실상 선임 로드 매니저 정도의 위치에 지나지 않았다.


매니저들 관리라는 일이 하나가 추가되었을 뿐 로드와 거기서 거기인 위치.

이 상태로 더 버티면 팀장을 달 수 있을까.

팀장을 달면 그 뒤엔? 뭐가 달라지지?


물론 매니저라는 일에 보람은 느꼈다.

하지만 오늘 같이 사람 한 명의 일탈에 모든 게 좌지우지되는 날이면.

이 일에 정말 내 미래를 걸어도 될지 의문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도달하자 다시 한 번 정소진에게 내뱉은 말이 우습게 느껴졌다.

나 자신의 앞길조차 알 수 없는데 남의 미래는 어떻게 장담한다는 건지.


“정소진을 한 번에 대박 낼, 기가 막힌 작품···.”


답답함에 이 말을 중얼거리면서 자동차에서 내리려 했다.

그때였다.


[ 미래 렉카에 SVS 연예 통신 님의 영상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

[ 대한민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는 누구? ]


생각지도 못한 알림 하나가 스마트폰 화면 위로 떠올랐다.

내가 이런 채널을 구독했던가?

구독 내역을 확인하니, 낯선 채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미래 렉카 ]

[ 구독자 : 1명 ]


영상도 방금 올라온 숏폼 영상 하나뿐이다.

대체 이게 뭐지?

취기에 멍한 머리를 제대로 굴려보기도 전에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은 제목 그대로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비추고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꿈꾸는 자리, 영예로운 별들의 축제.


‘그런데 대한민국 배우가 여기서 수상을 한다고?’


대체 누가?

아니, 그보다 이 영상은 뭐지?

대한민국 배우가 수상을 했으면 내가 몰랐을 리 없었다.

정말로 그랬다면 세상이 발칵 뒤집혔을 테니까.


그때 무대 위로 오르는 사람을 보고 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정갈하게 땋아 올린 머리에 단아한 화이트 오프숄더 드레스.

지금보다 약간 연륜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 청순한 외모는 어딜 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래, 몰라볼 리가 없었다.

이 여자는 방금 전까지 나와 술을 마셨던 내 담당 배우.


“정소진?”

[ 내일 또 연기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제가 이런 자리에까지 오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감격한 얼굴로 소감을 이어나가는 정소진.

나는 그걸 보는 내내 황당할 따름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연기 그만두겠다고 울던 무명 배우가 아카데미 수상자라고?

딥 페이크? AI 합성인가?


[ 그리고. ]


의문이 꼬리를 물던 중에 영상 속 정소진이 잠시 말을 골랐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말 한 마디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 저희 회사 대표이자 저의 남편인 김성윤 님께 너무나도 감사하단 말 전하고 싶습니다. 성윤 오빠, 사랑해!! ]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를 만끽하는 정소진.

이 영상에 나는 멍할 따름이었다.


회사 대표랑 결혼했구나.

그보다 가만, 김성윤이면.


“···나잖아?”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은 연재에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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