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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엇푹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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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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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한 가지 조건

DUMMY

8화



‘유송아가 언니 역이라.’


잠시 눈을 감고 유송아를 떠올려 봤다.


지금 출연 중인 작품이라 그런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재벌집 막내며느리>의 진도연을 연기하는 유송아의 모습.


이사진도 벌벌 떨게 하는 한성 그룹 회장 앞에서 자신의 야망을 표출하는 당당함.

이뿐만 아니라 그간 유송아가 연기해왔던 건 언제나 시원스럽고 멋지고, 표독스러운 역할이었다.


그에 비하자면 이 언니 역은 악독하지도, 강하지도 않았다.

동생에게 속마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뒤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품어주는 소극적인 인물이었다.

그간 유송아가 연기해왔던 것과는 많이 다른 역할이란 뜻.


그럼에도 이 역할을 보고 유송아를 떠올린 건 다름이 아니다.

방금 유송아가 내게 지어보였던 미소.

아직도 아른거리는 그 미소가, 이 대본을 읽었을 때 떠오르는 언니의 모습과 너무나 가까웠기 때문.


‘유송아라면 이 정도 연기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고.’


악역 전문이라 불리지만, 사실 유송아의 연기 스펙트럼은 넓은 편이었다.

데뷔작에서 펼쳤던 악역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나머지 이후에도 계속 비슷한 역할 제의가 들어와 이 사실을 다들 모를 뿐.


그런데 불행인지 행운인지, 이번 폭로 사태로 유송아의 프로페셔널함이 부각되던 중이지 않던가.

이런 상황에 색다른 역할로 연기력을 표출한다면 악역 이외에도 잘하는, 연기파 배우라는 인상을 좀 더 강렬하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후에 이 이미지 변신이 할리우드 진출할 때 더 많은 배역 선택지로 이어질 테고 말이다.


하물며 이건 <자매> 쪽에서도 두 팔 벌려 환영할 제안이었다.

독립 영화 흥행 부진의 가장 큰 문제가 뭐던가.

바로 홍보비였다.

많아봤자 수 천 만 원으로 제작되는 독립 영화다 보니, 홍보에 따로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것.


그런데 탑스타인 유송아가 출연한다면?

게다가 그간 많이 보여준 적 없는 색다른 역할이라면?

이보다 더 큰 홍보가 어디 있겠는가.


유송아의 스케줄표를 확인해 보니 지금 작품 이후론 당분간은 예능, 광고가 끝.

시기상으로도 적절했다.

물론 이것도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으나, 독립 영화의 촬영 기간을 생각하면 이것도 충분했다.


‘문제는 유송아가 이 작품에 출연해줄지···, 인데.’


작품성에는 문제가 없으니, 역시 마음에 걸리는 건 유송아의 출연료.

공중파에서 제작한 <재벌집 막내며느리>의 허리마저 휘게 만드는 유송아의 몸값을, 독립 영화가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다시 말해, 반쯤 열정 페이로 참여해야 한다는 건데 유송아가 이걸 받아들일까.


‘유송아 이용권, 그걸 쓸까.’


이걸 사용하면 유송아의 출연을 확정지을 수 있으리라.

십 수억을 제시했던 유송아 입장에서도 이 정도면 싸게 먹히는 걸 테고.

다만, 탑스타 유송아에게 이것저것 부탁할 좋은 기회인데 이걸 이런 식으로 사용해도 되는 걸까.


‘나 혼자 머리 싸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신이현이 정말로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을 지도.

정소진이 이 작품을 좋다고 할지도.

유송아의 출연 여부도.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는 마당에 나 혼자서 골머리를 앓아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 모든 건 이 영화의 제작이 결정된 이후.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타닥, 타닥, 타닥.


그렇게 생각하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바로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아예 신이현에게 미팅 메일을 보내고 집으로 출발할 생각이었던 것.


이 메일에 어떤 답변이 돌아올지 알 수도 없는데 벌써 한시름 놓은 기분이었다.

워낙 다사다난했던 하루였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데 이 하루는 아직 나를 떠나보낼 생각이 없었는지.


[ 미래 렉카에 랭킹천국의 영상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


스마트폰에 알림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도착한 미래 렉카.

심지어 오늘 그 힘을 재차 확인한 나였기에, 나는 손을 멈추고 얼른 내용을 확인하였다.


[ SNS로 나락간 영화계 인물 top5 ]

[ SNS 하다가 나락간 영화계 인물. 누가 있을까? ]

[ 5위 곽혜민 ]

[ 그룹 에너제틱 메인 댄서였다가 배우로 전향한 곽혜민. 모두 알고 있지? ]


내용은 그전에 봤던 연예계 가십 영상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연예인 사진과 함께 AI 음성으로 들려오는 정보.

거기에 추가적으로 순위를 매겨 흥미도를 높였으나, 여전히 공신력은 낮아보였다.

이 사건들에 대체 어떤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단 말인가.


물론 다들 유명한 사건인 건 맞았다.

여기서 소개된 5위 4위 3위 모두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었으니.


다만,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걸까.

이전에 왔던 미래 렉카와 달리 이것들은 다 지나간 사건들인데.


[ 2위 신이현 ]

“뭐?”


그러던 중 거론된 이름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신이현이면 지금 내가 메일을 보내려고 했던 그 사람이 아니던가.


[ 신이현은 독립 영화 <자매>로 유명해진 감독인데, 그 전에도 인별그램 스토리에 하루에 20개씩 스토리를 올리던 SNS 중독자였대. ]

[ 어느 날 신이현은 이런 글을 올렸는데. ]


[ 오늘도 밤샘 촬영! 배우들 때문에 몇 번을 재촬영하는지... 매일 기 빨린다 정말^^.... ]


[ 이 스토리가 올라오자마자 배우들 욕하는 거냐고 바로 논란이 되었어. ]

[ 본인은 행복한 비명 같은 거라고 해명했지만 과연 글쎄···? ]


논란이 되기에 충분한 문구였다.

물론 신이현의 주장도 일리 있었지만, 보는 사람들이 다 좋게만 이 뜻을 해석해줄 리가 없었다.

SNS란 건 그래서 조심해야 하는 거였고 말이다.


‘괜히 SNS가 인생의 낭비란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지.’


이 사실을 상기하며 무릎에 올려두었던 노트북 화면을 힐끗 바라 보았다.

신이현에게 보내려 작성하던 메일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


미래 렉카를 본 뒤라 그런지 이 메일을 완성하는 게 망설여졌다.

후에 논란이 생기는 사람과 작업을 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이에 잠시 손을 멈추고 있던 중에 화면이 전환되고, 1위가 공개되었다.


[ 1위 유지환. ]

[ 대한민국 영화계 잉꼬부부하면 너희들은 누가 떠올라? ]

[ 다들 유지환과 이민주 커플이 떠오르지? ]

[ 그중 유지환이 어느 날 사진 하나를 올렸는데, 한 여배우와 침대에 나체로 누워 있는 사진이었대. ]

[ 20초도 안되어서 사진은 내려갔지만, 100만 팔로워들의 눈을 모두 피할 순 없었고 결국 불륜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고 해. ]


“허.”


영상의 내용을 확인함과 동시에, 나는 탄식하고 말았다.

신이현의 SNS 중독 이야기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신이현은 아직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유지환과는 오며가며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부인인 이민주와 함께 금실 좋은 부부의 면모를 과시했고 말이다.

그런데 불륜이라니.

정말 세상 믿을 사람 하나 없구나.


다만, 충격적일지언정 나와 관계가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그냥 신이현에 대해 알려주다가 딸려 온 미래의 정보일 뿐일까.

아니면 나중에 유지환과 내가 어떤 연관이 생기는 걸까.


‘유지환 건은 아직 중요해 보이지 않아. 그러니 그냥 알아만 두는 정도로. 일단 확실한 신이현부터.’



유지환 건에 비하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지만, 솔직히 큰 문제로 느껴지진 않았다.

미래 렉카를 보아 신이현에게 논란이 생기는 건 <자매>가 성공한 이후.


다시 말해 <자매>의 성공과는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이후의 행보는 어찌 되든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또 같이 작업하는 일이 없기만 하면 되는데.


하물며 SNS 중독?

이런 건 내게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SNS 중독인 연예인들은 상당히 많았다.

소속사들은 여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각기 다 있었고 말이다.


그러니 신이현 건은 이대로 진행해도 되었다.

내 선에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테니.


나는 이렇게 확신하며 작성하다 말았던 메일을 마무리 지어 발신했고.


[ 내일 바로 미팅 가질 수 있을까요? 마침 공강인 날이라서요. ]


신이현에게서 답변이 돌아올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다음날, 1시 무렵.

점심시간이 되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오중구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성윤아, 오늘 점심 오랜만에 뜨끈하게 국밥 어떠냐?”

“아, 죄송해요. 오늘 외부에서 손님 오시기로 했거든요.”

“손님? 누구?”

“대외비에요, 대외비.”

“인마, 팀장한테 대외비가 어디 있어?”

“하하. 잘 풀리면 말씀드릴게요.”


오중구에게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회사를 나서는데.


찰칵.


어디선가 카메라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바라보니 사옥 간판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남자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에 남자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바로 인별그램에 사진을 업로드.


이 행동에 나는 저 사람이 신이현임을 알 수 있었다.

미래 렉카에서 알려준 SNS 중독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이현 씨 맞으시죠?”

“아, 넵,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메일로 인사드렸던 HJ 엔터 매니지먼트 3팀 김성윤 실장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 나누시죠.”

“좋죠! 소속사 사옥 안은 어떻게 생겼는지 늘 궁금했거든요.”

“기대하셔도 별 건 없을 거예요. 그냥 회사거든요. 아 그보다 안에서는 사진 촬영 안 됩니다.”

“네에? 정말요?”

“네. 정말이요.”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한 얼굴을 한 신이현을 데리고, 사옥의 응접실로 향했다.

신이현은 나를 뒤따라오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안달복달인 모습.

저 정도는 되어야 중독자라 불릴 만하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신이현과 함께 응접실에 도착했다.

신이현과 마주 앉아 먼저 꺼낸 건 가벼운 칭찬.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이 졸업 작품이라니. 그리고 한편으론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이 작품이 촬영 전이라는 사실에요. 저희가 이 작품의 제작에 아직 참여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니까요.”

“헤헤. 과찬이세요. 근데 교수님이 늘 제 칭찬을 하셨던 거 같기도 하고?”


내 칭찬에 신이현의 입가가 헤실헤실 풀어졌다.

능구렁이 같은 사회인의 혀놀림에 면역이 없는, 역시 대학생이다 싶은 면모.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

그 뒤로는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촬영 쪽은 아는 촬영 스튜디오가 있으니, 그쪽과 연결해주겠다는 것.

제작비 같은 경우는 독립 영화 관련 국가 지원금을 끌어오면 되리란 것.

배급에도 어려움이 있을 테니, 곧 열릴 서울 독립 영화제 수상 후 대형 배급사와 접촉해보자는 것.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심도 깊어질수록 신이현의 눈에는 이채가 어렸다.

첫 인상이 좀 철부지 같아 보여서 그렇지, 감독으로서의 열정도 충분히 갖고 있는 모양.


그리고 이제 남은 건 하나.

가장 중요한 배우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전에 한 가지 신이현에게 확실히 해둘 게 있었다.

그건 방금 발견한 감독으로서의 열정을 빛바래게 할 수도 있는 문제, 바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우 캐스팅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감독님께 하나 사인해주셔야 할 서류가 있습니다.”

“서류요? 어, SNS 금지 조항?”


내가 내민 서류, 맨 꼭대기에 있는 문구에 신이현은 식겁한 얼굴을 했다.


문구 그대로 촬영 진행 중 그리고 작품 개봉 후 1년까지.

모든 SNS 사용을 금지한다는 계약서였다.

만약 뒷계정이 발견되는 등 계약을 어길 시엔 대량의 위약금을 물게 될 예정이었고 말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조심할 건수는 아니었다.

신이현이 SNS로 문제되는 건 후일의 일이니.

하지만 SNS를 파헤쳤다가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도 수두룩하지 않던가.

그러니 아예 문제가 원천 봉쇄 되도록 먼저 족쇄를 채워둘 심산이었다.


“SNS 금지···. 스토리를 못 올린다니. 내 팔로워들이 떨어질 거야···.”


신이현은 계약서 앞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이걸 망설여?

감독으로서의 성공과 SNS.

내 입장에서는 이 둘이 서로 저울질될 만한 건인지 싶을 따름이었다.


‘그만큼 신이현의 SNS 중독이 심각하다는 뜻인가.’


SNS 금지 조항을 걸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미래 렉카가 알려준 건 훗날 신이현이 일으킬 논란.

그런데 이 정도 중증이면, 당장 이번 영화에서 어떤 사달을 일으켜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다만, 이런 식으로 신이현을 놓치게 되는 것도 곤란한 일이었다.

어찌되었거나 <자매>는 신이현의 <자매>가 되어야 독립 영화로써 성공할 수 있는 거였으니.


그렇담 할 수 없지.

조건을 좀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보실까.


“크흠, 이현 씨. 아직 확정된 이야기는 아니라서, 대외비입니다만.”

“대외비요?”

“밖으로 퍼지면 안 되는 이야기란 뜻입니다.”


꿀꺽.

내가 심각하게 말하자 신이현이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사실 저희가 이렇게 이 작품의 제작을 적극 추진하는 건, 유송아 배우님께서 이현 씨의 작품에 큰 관심을 가져서입니다.”

“유, 유송아면 <재벌집 막내며느리>의?”


놀란 얼굴을 한 신이현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억, 신이현은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삼켰고 말이다.


놀라게 한 입장에선 미안하지만, 당연히 블러핑이었다.

아직 유송아에겐 이 건은 이야기해보기도 전인 시점.


그럼에도 내 태도엔 거리낌이 없었다.

저쪽에서 계약을 끝낸 척하며 다른 쪽과 계약을 추진하는 것.

이런 건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자주 있는 일 아니던가.


두 쪽 다 계약을 따내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따내지 못하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아무튼.


“스케줄만 맞는다면 본인이 직접 출연하실 의사도 있으시고요.”

“유, 유송아 배우님과 함께 일 해볼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럼?”

“네. 본인 출연료를 낮추거나 아예 재능 기부를 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유송아 배우님께선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 중이시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지금이 아니면 국내에서 촬영할 여유가 과연 있으실지.”

“하, 할리우드.”


아마도 이미 신이현의 머릿속엔 펼쳐져 있으리라.

할리우드에 진출한 유송아의 여파로, 같이 덩달아 유명세를 떨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이 눈부신 성공 앞에선.


“사인을 어디에다 하면 된다고요?”


SNS 중독자도 SNS를 향한 애정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



신이현을 설득하는 걸로 <자매> 건은 해결 될 줄 알았으나, 웬 걸.

오히려 상황은 더 바쁘게 흘러갔다.

설득을 위해 던진 블러핑을 현실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


이에 나는 신이현과의 미팅을 끝마치자마자 <재벌집 막내며느리>의 촬영장으로 향했다.

거기서 오늘도 유송아를 바래다주는 걸 자처했고.


사락, 사락, 사락.


유송아의 아파트로 향하는 자동차 안.

유송아가 <자매>의 대본을 넘기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대본을 다 읽는데 시간이 걸리리란 걸 알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백미러로 향했다.

그때마다 백미러로 보이는 다소 미묘한 유송아의 표정이 나를 더욱 긴장케 했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자동차는 계속해서 나아갔고.


“그래서 김 실장님은 이 작품에 제가 출현했으면 한다는 거죠?”


유송아가 입을 뗀 건, 자동차가 자신의 집 주차장에 멈춰선 뒤였다.


“네. 그렇습니다. 어떠신가요?”

“작품은 좋네요. 근데 제가 독립 영화는 처음이라. 출연료 같은 건 어떻게 되는 거죠?”

“아마 거의 받지 못하실 겁니다. 스태프 수도 적어서, 대우도 지금보다 훨씬 못할 거고요.”

“그걸 알면서도 저더러 이걸 찍으라는 건가요?”

“네.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저번에 받은 이용권을 사용해서라도.”

“이 작품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


흐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송아는 대본을 사르륵 넘기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초재기를 하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대본 넘기기가 몇 번 더 반복되고, 마침내 유송아가 결심을 내렸다.


“뭐, 좋아요. 이용권은 됐어요.”

“네? 그렇다는 건?”

“출연할게요. 김 실장님 안목 한 번 믿어보죠, 뭐.”


운전대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소진의 <자매>가 대박난다는 걸 알고 난 뒤로 벌써 3주.

정말 멀게 돌아왔지만 마침내 여기까지 도착했다.


이제 정소진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끝.

남은 건 이 소식을 전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요.”

“조건이요?”

“네. 한다면 언니 말고, 여동생 할게요. 이 역할이 훨씬 재미있을 거 같아서.”


어.

언니가 아니라 동생을 하겠다고?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은 연재에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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