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사를 살리기 위해 마왕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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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579151
그림/삽화
오토579151
작품등록일 :
2024.09.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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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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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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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비극의 시작 (2)

DUMMY

2화 비극의 시작 (2)



나는 손목시계에 시선을 돌렸다.



12월 31일


07:10



오늘은 복되었던 내 생일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유상아의 비극적인 기일이 될 것이다.


내 앞에 앉아있는 경찰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구타의 흔적도 없는 몸을 봐선... 아무래도 사망원인은 고독사 같습니다.“


그의 말을 듣자 고뇌에 빠질 틈도 없이 입에서 허, 하고 헛웃음이 나와버렸다.



고독사.



참으로 유상아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매일을 웃으며 지내던 사람인데..”


나는 비극적인 상황에 아파지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경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속면은 겉면과 달리 어두웠던 것일까. 그녀는 그저 가면을 쓰고 생활했던 것일까. 수만가지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에 박혀들어왔다.


그렇게 좌절에 빠져있을 무렵, 누군가가 나의 몸을 툭 치곤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3명의 동료들이 모여있었다. 정확히는 대천사의 제자인 동료들. 원래는 나를 제외하면 6명이었지만 나머지 3명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방금 목소리의 주인은 상아씨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따랐던 여인인, 이예은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고 깨달았다. 나처럼 치명적인 충격을 받을 사람이 아직 6명이나 있다는 것을.


내 예상이 맞았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라고 그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충격에 빠진상태였다.


그들의 표정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해냈다.


‘이들은 이 사실을 방금 처음 알았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내 머릿속의 기억들도 차례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밤은.. 훈련날이었나요?”


내 말에 동료 중 하나인 남자아이 김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적잖게 충격은 먹은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대천사의 제자 생활이 짧았던 탓에 다른 사람들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훈련날에는 보통 전용 훈련원에서 하루를 보냈었으니 모르시겠군요. 그리고 아직 나머지 3분도 돌아오시지 않은 것 같고..“


나는 제정신이 아닌 신체를 이끌고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어제의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내 이야기는 몇분만에 끝났다.


그도 그럴것이 유상아의 사망에는 예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얘기할 내용도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짧은 이야기마저 그들에게는 심리적 쇼크가 컸던 모양이었다.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


‘..함부로 입을 떼면 상아씨가 정말로 죽어버린 것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겠지.’


그 생각이 안타깝게도 물론 지금은 그녀가 죽은것이 실지의 상황이다. 나는 그 사이에 유상아의 주검이 들고있던 쪽지를 다시 한번 살폈다.



『 다음은 너야, 준혁아. 』



이 문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음 사망자는 나라는 의미일까.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음에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참을 문장의 의미를 헤아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손에 들린 쪽지를 가로챘다.


고개를 천천히 들자 내가 아는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그의 이름을 웅얼거렸다.



“..이강혁?“


유상아를 제일 존경하던 남자이자 동료들 중 나와 가장 친했던 이강혁이었다. 그것이 그에게만 존칭을 쓰지 않고 반말을 쓰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내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쪽지를 주의깊게 쳐다보았다. 그 행동을 막아야한다는 본능이 머릿속에서 생겨났지만 막을 힘따윈 없었다.


다소 긴 정적이 흐르고 난 뒤, 이강혁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 종이.. 어디서 찾은 거야?“


고저 없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말했다.


“유상아씨 손에 들려있었어.“


내 답을 듣기는 한건지 이강혁은 계속해서 쪽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두분이서 뭐하십니까?“


그 이상한 낌새가 지속되자, 나머지 두명의 동료들도 결국 눈치를 채버렸다. 김준서와 이예은은 다가와 같이 쪽지를 살폈다.


“다음은 너야.. 준혁아?”


나이가 어려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준서는 물었다.


“이게 무슨 의미에요?”


이강혁은 생각을 끝마친듯 준서에게 말했다.


“다음 사망자는 저 녀석이라는 뜻이겠지.“


그의 눈빛은 내게로 향해 있었다. 나는 저 말과 눈빛이 무슨 뜻인지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이강혁이라고 해도 그 생각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나는 이강혁에게 반박하며 말했다.


“내 생각은 달라. 상아씨는 무책임하게 내 죽음을 예고만 하고 갈 사람이 아니거든.”


”그녀는 늘 현실적으로 조언해주는 사람이었어. 내가 한 말이 맞아.“


나와 이강혁이 본 유상아의 모습은 약간 달랐기에, 서로의 의견이 충돌했다. 하지만 나는 의견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쪽지를 도로 가져가며 말했다.


“분명히 다른 의도가 있겠지.“


내가 기어코 이강혁의 의견에 동의를 하지 않자 그는 자동반사적으로 말했다.


“그녀가 늘 친절할 것만 같아?”


그의 말에 나는 말을 하려 했지만 이강혁의 부연이 계속되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그녀는 노상 너를 더 아끼고, 대우해주었지. 네놈이 지금처럼 아집에 빠져있어도 말이야. 하지만 그러면 안 되었던 거야. 너는 지금처럼 현실을 회피하니까.”


등시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이 녀석은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하고 살던 것인가. 그래도 가장 친한 녀석이라고 생극했는데.


“제자 생활을 가장 오랫동안 했던 사람은 나야.”


어느새 이강혁의 눈에는 강맹함이 서려있었다. 그렇게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찰나, 강혁의 한 마디가 내 귀에 쏙 들어왔다.


“이래서 제자는 적당히 받아야 하는 건데.. 심지어 너는 출생부터 더러운···.“


스릉.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곧장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썰어버릴듯한 기운으로 그를 압도했다.


“거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죽는 목숨이 될테니까 알아서 해.“


내 싸늘한 반응에 이강혁은 꽤나 대경했는지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뒤에 있던 김준서가 히익 하고 숨을 들이쉬며 나를 막았다.


“혀..형들! 왜 그래요?! 싸우지마요!“


김준서는 구태여 우리 둘을 떨어트려놓았다. 또한 준서의 의견에 동조하듯 이예은이 다가와 상황을 정리했다.


“준서 말이 맞아요. 행동이 너무 과도하잖아요.”


그러나 이강혁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지 말했다.


“그 검도 유상아가 준 것이겠지.”


뜨끔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더 이상은 겸연쩍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되레 분노가 단전에서부터 끌어오를 뿐이었다. 나는 화가 난 상태로 말했다.


“꺼져 그러면.”


“안 그래도 떠날 거였어. 이예은, 김준서, 가자.”


이예은은 이미 예상했는지 그의 말을 듣고 순순히 따라갔다. 이강혁은 말했다.

“이제 우리는 볼 일이 없을 거야.“


쾅!


그들은 문을 세게 처닫고 나갔다.



***



뚜벅 뚜벅.


조금 더 걷자 드디어 내가 찾던 유상아의 방이 멀찍이서 보였다. 나는 달려가 방 안에 재빨리 들어갔다. 그리고 찬찬히 방을 둘러보았다.


어제 큰 사건이 있었던 탓일까, 방은 어질러 있어 누추해보이기까지 했다. 뒤에서 그 광경을 주시하던 김준서는 조심성스레 말했다.


“여기는 왜 왔어요 형..?“


김준서가 말하자 나는 뒤를 바라보았다. 이예은은 이강혁과 같이 떠났지만, 준서는 나와 함께 남아주었다.

그 고마움에 나는 설명을 열심히 해주었다.


“상아씨의 일기를 찾으러 온 거야. 일단 상아씨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아야지. 그리고.. 세상을 위해서 상아씨를 다시 되살려야 하기도 하고."


성심성의껏 대답한 말에 준서도 궁금한 것을 마구 물었다.


”상아 누나가 일기도 썼었어요?“


“나도 모르는데.. 혹시 썼을 수도 있잖아.”


나는 방 사위에 있는 서랍을 둘러보며 일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20분쯤 지났을 때 준서가 나를 불렀다.


“..형 아무리 봐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네..”


20분밖에 소요하지 않았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나무랄 수 있지만 그녀의 방은 엄밀히 따지자면 창고에 가까웠다. 필요한 물건들만 넣어놓는 공간. 그렇기에 방의 규모도 매우 작았다.


“하기야.. 다 큰 성인이 일기를 쓸 리가 있나. 그냥 가자 준서야.”


아무 소득도 없이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쿠구구쾅!!!


기지가 지진으로 인해 동요했다. 나는 금세 이 지진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악마놈들이 다시 왔어.”


‘제기랄. 하필 이럴 때..’


이럴 때 대신해서 싸워줄 동료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재는 나와 준서가 전력을 다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준서야, 가자. 일기장 찾는 건 관두고.”


나는 준서를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 악마들을 찾던 도중 희한한 정경을 포착했다. 기지에서 나간지 몇 걸음 지나지도 않았을 때였다.


“저거.. 마왕이냐?”


악마라 하기엔 웅장하게 생긴 무언가가 우리의 기지로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이마에 달린 작은 뿔과, 거무튀튀한 날개를 봐선 마왕같아 보였다.


‘무슨 바로 마왕이..’


평소라면 악마들이 가득해야만 했다. 하지만 악마라기엔 너무나도 웅장히 생겼었다.


진짜 마왕이라는 생각에 바로 전신이 오소소 떨리기 시작했다. 마왕은 태어나서 한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그때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 뭘 어떡해야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도움을 바랬지만 내 주변에는 준서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기엔 내가 그를 지켜줘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붉은 아우라를 뿜어내며 걸어오더니 어느샌가 거의 다 다가왔다.


‘뭐라도 해야하는데···’


아우라에 압도당했다. 창피한 일이었다. 대천사의 제자라는 녀석이 고작 기운에 밀리다니. 나는 애써 밀려오는 두려움과 경외심을 억누르고 침착히 준서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마왕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후욱!!



마왕은 순식간에 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


재빨리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손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걸 한심히 쳐다보던 그는 나의 명치를 맨주먹으로 힘껏 가격했다.


쿠웅!!!


나는 그의 타격과 함께 기지 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온몸이 고통에 잠식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커···크어억..”


갈비뼈가 심히 충격을 받았는지, 숨을 쉴때마다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기민한 그는 그런 나의 고통을 괘념하지 않고 내 멱살을 잡았다.


그의 안광은 붉게 빛나 꼭 오랫동안 지켜보면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자꾸만 엄습해오는 공포에 나도 모르게 벌벌 떨었다.


마왕으로 의심되는 자는 깊이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유상아를.. 왜 죽인 것이지?“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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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를 살리기 위해 마왕과 손을 잡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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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정면돌파 24.09.09 4 0 10쪽
4 4화. 마왕의 제안 (2) 24.09.09 8 0 16쪽
3 3화. 마왕의 제안 (1) 24.09.08 6 0 17쪽
» 2화. 비극의 시작 (2) 24.09.08 10 0 11쪽
1 1화. 비극의 시작 (1) 24.09.08 1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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