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사를 살리기 위해 마왕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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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579151
그림/삽화
오토579151
작품등록일 :
2024.09.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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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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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정면돌파

DUMMY

5화. 정면돌파


내 핸드폰을 열어 곧장 날짜를 확인했다.


1월 3일

13:02


3번째 마왕, 칼리도스로 인해 다른 차원에 끌려갔던 날보다 3일이나 더 흘러있었다. 차원이동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틀어 바깥이 훤히 보이는 창문을 응망했다.


“내가 3일동안 기지에 없었다고 해도.. 이 상황은 이해해줄 수가 없는데...”


기지에 도착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직도 득실득실했다. 그리고 여전히 똑같은 말만을 거듭했다.


“심준혁은!! 해명해라!!! 심준혁은!!! 사과해라!!!”


해명을 요구하며 동시에 사과도 하길 바라는 것은 무슨 행동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내 생각은 이미 그들은 나를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게 함정이지만.”


비단 바뀐 점이라고 하면 있긴 했다. 바로 기지 앞에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경찰들도 하나둘씩 집결해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도 대천사만큼 극한직업이네.”


기지 밖으로 나가 시위단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었지만 영 대화가 통할 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 생각은 금세 내던졌다. 나는 새근새근 잠에 들고 있는 준서를 어루어만지며 고심에 빠졌다.


“이제 어쩐담...”


쉽게 일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듦과 동시에 나는 미간을 힘껏 좁혔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런 씨이이...”


준서가 옆에 누워있었기에 욕도 내뱉을 수 없었다. 자고 있다해도 그에게 비속어를 들려주고 싶진 않았다. 나는 이 상황을 속마음으로 비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갔다.


쿵쿵쿵!!!!


“경찰입니다 심준혁씨!!! 사건 조사를 위해 문 좀 열어주십쇼!!!”


..경찰은 나를 지켜주려고 온 사람들 아니였냐고.


그래도 경찰들과 회화하다 보면 무슨 일인지는 알아챌 수 있겠지, 라는 상념으로 정문으로 향했다.


끼이익..


나는 최대한 신후히 문을 살짝 열었다. 그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인원을 파악했다. 문 앞에는 3명의 경찰이 있었고 그 뒤에는....


‘미친 저게 몇 명이야.’


삼라한 인파가 보였다. 창문으로 봤을 때는 실감이 안 났는데.. 이 정도로 많구나. 이 장면을 봐서는 아무래도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것 같았다.


“들어가도 되나요?”


어느덧 입술을 비죽이고 있던 경찰이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곧바로 응답해주었다.


“예. 들어오시죠.”



***



기지로 들어온 경찰과 대강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대화 이후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이들도 어느정도 나를 나쁜놈(시민들처럼 범죄자라고 확신하진 않지만)으로 보고 있다.’


내가 문을 열어주고 그들이 내게 다짜고짜 한 말의 의미는 하나같이 통일되었다. 대충 “왜 그랬냐.” 혹은 “지금이라도 사과해라.”라는 식의 이야기였다. 사건 설명에 관한 이야기는 여태껏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내가 유상아의 제자였었다는 점을 감안해 타이르고만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었다면 난 이미 수갑을 찬 상태였을 테니까.


‘얼마나 큰 오해가 생겼으면 경찰분들도 이러냐..’


하도 가스라이팅을 당하다보니 나도 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과거를 자꾸만 돌아보며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상심도 들었다.


“하아....”


무거운 한숨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더 이상 말을 하고 있지 않는 경찰들의 노골적인 의심이 담긴 눈은 도르르 굴러가 나를 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뗐다.


“일단 저는 지금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릅니다.”


“범행을 인정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이게 무슨 사건인지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하자 그들은 당황한 기색이 상당했다.


확실히 사건의 유력 용의자이라는 사람이 사건 자체를 모른다는 말은 실로 놀랄만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당황까지 생각해줄 겨를은 없었다.


“그 제가 저질렀다는 사건... 그리고 사과하라는 내용이 세밀히 무엇인지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대한의 예의는 갖춰주었다. 이 정도면 거리낌 없이 말해주겠지.


“뭐..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알겠습니다. 설명해드리죠.”


수작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사람아,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경찰은 곧 첨언하기 시작했기에 그 말을 강제로 억눌렀다.


“심준혁님이 12월 31일 마왕에 의해 어디론가 같이 이동한 것은 기억합니까? 이 모습은 시민분들이 보셨으니까 발뺌할 생각은 하지 마시고.”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 정도는 저도 기억합니다.”


“그러면 사건을 전부 아시는 겁니다만?”


“예?”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마왕이랑 같이 얘기 좀 하고 온게 뭐가 잘못이라고...


...응? 잠깐만...


나는 그제서야 이 상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게 마왕, 칼리도스는 유상아를 살리는데 도움을 주는 고마운 자이다. 하지만 앞뒤 상황을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마왕에 불과했다.


‘이들에게는 내가 마왕과 작당모의를 하고 온 사람처럼 보이겠구나.’


더군다나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하게 왔기에 의심은 증폭되었을 것이다.


‘제기랄... 그 점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심준혁님 결국 인정하시는 겁니까? 마왕과 합심해 유상아님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실을?”


“제가 마왕과 같이 있던 것은 사실.... 예? 잠시만요. 뭐라고요?”


경찰이 한 마디씩 꺼낼 때 마다 나는 허파에 구멍이라도 난 듯 실소가 절로 나왔다. 하다하다 내가 상아씨를 죽였다니? 그녀의 부고에 가장 분통해한 사람이 나인데?


“마왕과 같이 있던 것은 사실이군요.”


“예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아씨를 죽였다는 말은 정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입니다. 그녀와 최측근인 제가 그녀를 죽일 이유 따위는 없습니다. 그녀는 또한 고독사이기도 하고요.”


나는 온 힘을 나의 억울함을 알리는 데에 썼다.


“그렇다면 준혁님은 마왕과 어떠한 얘기를 나누신 거죠? 그것도 3일 동안이나?”


“저는 마왕과 함께 상아씨를..”


순간 입이 굳어버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뇌가 멈추도록 밀명을 했다.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유상아씨를 살리려는 계획을 마왕과 상의없이 남에게 말해버려도 되는 것일까.’


‘말해버린다고 해도 과연 시민들이 믿어줄까.’



애초에 마왕과 함께 대천사를 살린다는 말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미친 소리처럼 들린다. 극과 극인 마왕과 대천사가 서로를 살리려고 한다니. 웬만해서는 망발을 지껄이지 말라고 나무란다.


하지만 나는 안다. 칼리도스는 그들이 아는 사악한 마왕들과 다르다는 것을.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소개글」만큼은 그를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리고 나는 그 「소개글」을 믿었다.


잠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했다. 그리고 그 사이 모든 생각을 정리해냈다.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왔습니다.”


“그걸 저희가 어떻게 믿습니까?”


“증거는 없습니다. 못 미덥다면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몰아쳤다. 칼리도스를 믿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내 속내를 모르는 경찰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핀잔을 주었다.


“이런 시시한 설왕설래를 할 시간은 없습니다 준혁님... 이렇게 딱딱하게 나가시면 비호를 해드릴 수도 없고요.”


“안 해주셔도 됩니다. 제 사건은 제가 알아서 헤쳐나가겠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시죠.”


“하.. 그게 아니ㄹ..”


“이어질 말은 듣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들을 쏘아붙인 뒤 밖으로 내보냈다. 열심히 일을 하시는 경찰관분들에게는 죄송했지만 더 이상의 오해 섞인 발언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나중에 보시죠. 심준혁님.”


“네 안녕히가시죠.”


쿵!


기지의 정문이 아까와 다른 강도로 세차게 닫혔다. 나는 그 문을 빤히 쳐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애초에 도움을 받는다고 해결될 사건이 아니였어. 나 스스로 헤쳐나가야 해.”


막상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도 아니다.


“준혁이 형 저는 뭘 하면 될까요?”


명료한 목소리로 말하는 준서였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먼저 일어나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너는 그냥 날 믿고 따라주기만 하면 돼.”


그 말과 함께 무언가를 단단히 결의한 나는 정문의 문고리를 탁 잡았다.


‘침착하자. 사실만을 토로한다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문제야.’


덜컥.


문을 내 쪽으로 세게 당겼다. 그러자 보이는 전경은 예상대로 무자비했다. 내 등장에 흥분한 이들은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 새끼야!!! 해명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문장들도 왔다갔다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그들도 한때 유상아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자들이다.’


유상아가 세계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고 반했던 사람들. 그렇기에 지금이리 격분하는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니 울분이 토해질래야 토해질 수가 없었다.


과거의 나도 그들 중 하나였으니까.


잠연히 소란스러운 인근을 훑어보았다. 욕설이 낭자하는 환경. 이 환경 속에서 나는 당당히 말했다.


“저는 마왕과 손을 잡았습니다.”


지금부턴, 오직 정면돌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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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를 살리기 위해 마왕과 손을 잡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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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정면돌파 24.09.09 4 0 10쪽
4 4화. 마왕의 제안 (2) 24.09.09 7 0 16쪽
3 3화. 마왕의 제안 (1) 24.09.08 6 0 17쪽
2 2화. 비극의 시작 (2) 24.09.08 9 0 11쪽
1 1화. 비극의 시작 (1) 24.09.08 1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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