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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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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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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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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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1화 눈을 뜬다

DUMMY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He who fights with monsters might take care lest he thereby become a monster. And if you gaze for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gazes also into you.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장. 눈을 뜬다.



“당신의 아이를 키워드립니다.”


여성의 달콤한 목소리가 잠을 깨웠다. 꿈결처럼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 달콤한 목소리에 어슴푸레 잠이 깨어 있었지만, 눈을 뜨기 싫었다.

마치 눈이라도 뜨면 그 목소리가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뒤이어 남자 성우의 목소리가 맥스 댄(Max Dehn)의 신경을 건드렸다.


“아이가 필요 하십니까? 당신의 이상적인 아이를 갖게 해드립니다. 출산의 고통도 없습니다. 육아의 공포에서도 벗어 날 수 있습니다. 그저 당신은 몇 가지 검사와 필요한 서류 한 장이면 당신이 원하는 아이를 얻게 됩니다.”


침대 왼편 벽 가득 TV 모니터에 대체 생명센터(Alternative Life Center) 광고가 방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맥스는 신경질적으로 읊조렸다.


“젠장! 신의 허락이라도 받은 건지, 아니면 인간이 교만해진 건지....! ALC 따위가 난립하고 있으니..”


알람 설정이라도 되어 있었는지 TV소리에 의도치 않게 잠을 깨야만 했다. 그것보다 깨자마자 들어야 하는 광고가 대체 생명센터라는 것이 더 맘에 들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의 생명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생명이 존엄한 이유는 오직 자연과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맥스는 아직 잠이 덜 깬 머리를 움켜잡고 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인가와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인종간의 갈등, 종교 간의 갈등, 국가 간의 전쟁 등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었고, 그로 인해 인류는 무수히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맥스는 현시대의 가장 큰 갈등이 바로 네오진(neogene)과 호미니드(Hominid)라고 생각한다. 네오진은 대체 생명센터에서 유전공학과 기계를 빌어 태어난 아이들을 이르는 말이었고, 호미니드는 자연스럽게 인간과 자연의 영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부터인지 이 두 단어가 인종을 나누듯이 자연스럽게 차별을 나타내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부정적인 의미이든 긍정적인 의미이든 이미 세상은 그렇게 변한 것이다.

철저하게 부모가 원하는 조건의 아이를 만들어 줄 수 있게 되었다.

자녀가 의사이기를 원하면 그에 적합한 유전자로 조합하고, 예술가이기를 원하면 그에 맞춤 유전자로 얼마든지 생산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과거의 양육방식이나 교육방식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출산과 동시에 대체 생명센터에서 아이를 일정 기간까지 길러 내주기도 하고, 아예 출산조차도 필요 없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공 자궁 안에서 아이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부모가 주문하는 대로 1살에도 10살에도 자신이 원하는 연령대의 아이를 받아 양육할 수 있다.

출산이나 양육의 고통은 없거나 현저히 줄어 들었다. 물론 비용이라는 부담은 있지만,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며, 길러야 하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그저 주문과 함께 완벽하고 완전한 아이를 기다리기만 하면 내 품에 안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혁명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맥스가 보기에 그 모습은 마치 인쇄기에서 마구 광고전단을 찍어내는 모습처럼 보였다.

숭고한 생명의 탄생 따위는 없이 비슷한 능력의 개량종들을 마구 찍어 내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개량종들은 순식간에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이용해 호미니드들 위에 서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버렸다.

현재 네오진들이 고위직이나 전문직들을 모조리 차지하고, 호미니들은 그들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맥스 또한 한편으로는 이들이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그들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류는 과도기가 존재했다. 인구 증가와 온갖 환경 파괴로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인류가 종말에 이를 정도로 환경 재앙이 온 지구에 뒤덮였다. 기상이변과 함께 지진, 해일, 가뭄과 홍수 등을 수십 년 동안 겪어야 했다.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환경 재앙으로 물자가 부족해진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켜 약소국들을 약탈하고 침략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약소국들이 사라져 갔고, 몇몇 강대국들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 미국, 독일, 멕시코 등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는 처음으로 경험해야 하는 수종의 질병들을 맞아 또다시 수십 년을 고통 받아야 했다. 그로 인해 당시 인류의 35%정도가 사망했다.

그리고 인류는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다.

국가나, 종교, 지역 따위는 인류의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류는 공멸을 면하기 위해 당시 유명무실 했던 UN을 기반으로 전 세계 국가의 대표자들을 뽑아 국제기구를 만들기에 이른다. 이후 더 나아가 모든 국가와 인종의 벽을 허물고 지구 통합위원회를 창설한다.

그것이 바로 지구를 통제하고 있는 EIC(Earth Integration Committee)라 불리는 지구통합위원회다. 위원회는 과거의 방식과는 다르게 전 세계를 인구수로 등분하여 72개 지역으로 나누고, 72유닛으로 명명했다.

위원회는 입법, 사법, 행정에까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3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조직되었다.


1. 위원회는 72개 유닛에서 각각 선출한 대표로 조직된다.

2. 위원회 집행부는 정치적 성향, 경제적 계층 등에 따른 이익과 의견을 대변하는 자로 구성된다.

3. 위원회의 의사결정은 토론과 협의 절차를 거쳐 과반수의 합의로 정한다. 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항은 절대적인 효력을 갖는다.


이후부터 EIC의 결정에 따라,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했고, 환경을 되돌리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더해졌다. 그로 인해 전 지구적인 총력전이 벌어졌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물론 EIC에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했다.

이에 대응해 각국의 군대조직과 경찰조직을 위원회 산하의 EAAF(지구 동맹 군-Earth Alliance Armed forces)와 GIP(글로벌 통합 경찰-Global Integrated Police)로 통합 흡수해 운용했다.

그리고 그 두 조직은 지구 내에 분쟁이나 테러, 범죄 등에 대응해 효과적으로 배치되었다.

이렇게 지구는 하나가 되었으며, 앞으로 나아하기 위해서 더욱 많은 인구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한 차례 고통을 겪은 탓인지 지구의 인구는 쉽게 늘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미래가 인간의 뇌리에 각인이라도 되었던 것인가?

수많은 정책과 복지제도를 시행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위기의 순간에 유전공학을 통해 답을 찾았다.


-인류 복원 계획 Human Restoration Plan-


인류 복원 계획이라는 미명 아래 EIC의 결정으로 새로운 법이 제정된다.

그 법으로 인해 그동안 반인륜적이라 생각해 세계 각국에서 금지되었던 유전공학에 관한 모든 규제들이 모조리 합법화되기 시작한다.

반인륜적이라 생각했던 유전공학 실험들이 세계 곳곳에서 시행되었고, 생체 실험에 가까운 실험들이 합법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세계의 우수한 유전자 조직을 획득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무수히 많은 시험관 아이들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폐기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인간과 동물유전자 조직마저도 조합하는 실험들도 암암리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실패와 착오를 거듭한 끝에 태어난 것이 새로운 유전자인 네오진(neogene-新유전자)이었다. 단순히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절대적으로 절실했던 것이다.

인류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감소하는 인류를 어떤 방법으로든 복원해야만 했던 것이다.

EIC는 네오진 유전자를 통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보다 완벽한 인간을 생산해 낼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전 세계에 수많은 부유층과 상류층들 역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이 유전자를 이용한 완벽한 아이를 원했다. 자신들의 부와 영광을 유지하며 대를 이어가 줄 그런 아이를...


네오진 유전자와 결합한 난자에 인공수정이 성공했고, 인공수정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1세대 네오진이 태어나는 순간 전 인류는 환호했다.

인류는 네오진 유전자로 태어난 아이들을 네오진이라 부르게 된다.

그렇게 인류는 구시대 인류를 칭하는 호미니드(Hominid)와 신인류를 칭하는 네오진(neogene)으로 구분되었다.

인류의 발전과 영광이 시작된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아메리카 인디언이 처음으로 콜럼버스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문명에 대한 기대감과 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무한한 동경,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라 생각했다. 네오진이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 얼마나 풍요로워지고, 문명이 발전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꿈을 꾸었다.

물론 극히 일부이긴 했지만, 네오진을 반대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네오진을 부정하는 자들은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마치 아메리카 인디언이 콜럼버스의 등장으로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는지 기억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이미 대세는 네오진의 탄생으로 흘러갔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묻혔고, 그들은 조용히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이렇게 점점 많은 네오진들이 태어나기 시작했고, 그들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며 인류는 다시 환호하기 시작했다.

과거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과 신체능력, 그들의 강점과 능력은 그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에 의해 잘 포장되어 알려졌고, 그렇게 네오진의 능력은 무궁무진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2세대 3세대 네오진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점차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게 되자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필연적으로 강자가 살아남고 약자는 도태되는 것이 정글의 법칙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신인류의 능력을 구인류는 절대로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네오진들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수학과 과학, 심지어는 문화나 예술 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던 것이다. 그들의 능력에는 마치 한계가 없는 듯 했다.

너무나 뛰어난 네오진의 능력에 호미니드들은 당황했고,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호미니드들은 네오진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반 네오진을 외치는 호미니드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시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네오진이 되기를 선호한다.

자신의 아이를 네오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 했지만, 부모들의 욕구를 꺾을 수는 없었다.

호미니드들은 네오진을 싫어하지만, 자신의 아이들은 네오진이 되기를 희망했다.

모순(矛盾)이었다.

부모들은 마치 네오진이 되는 것이 사회적인 성공과 부를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당연한 기대였다.

실지로 미디어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네오진들을 보면 말이다.

그로 인해 대체 생명센터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게 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대기업들이 대체 생명센터를 열어 아이들을 생산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대체 생명센터에서는 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아이들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맥스 댄은 GIP의 지역 수사관으로서는 A4라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GIP의 수사관은 지역 내에서 모두 7등급의 권한으로 그 역할이 나뉜다.

GIP 지역조직 내에서 A4는 중간급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직위다. 물론 위로 A1, A2, A3등급의 지역 관리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경찰 조직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지역 위에는 지국이 있고, 지국 위에는 본부가 있다. 지국은 B급으로 B1,B2,B3,B4 등으로 나뉘고, 본부는 G급으로 G1,G2,G3,G4 등으로 나뉜다.

현재 맥스는 72지국 소속이다.

이곳은 과거 홍콩으로 불리는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역 통합정책으로 인해 72유닛에 속한 곳이다.

맥스가 소속된 지역경찰은 이곳 72지국의 한 지역인 홍콩을 총괄하고 있었으며, 맥스는 지역 경찰국의 한 팀을 지휘하는 팀장급의 위치에 있었다.

맥스는 이 직위에 오르기 위해 10년을 이곳에서 경찰 생활을 했다.

맥스가 소속된 GIP에도 맥스보다 어린 네오진들이 불과 2,3년 만에 본부로 올라가 상급 위치를 차지해 버리곤 했다. 그들의 능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들은 항상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일을 했다.

그로 인해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인간미 없고 로봇처럼 융통성 없이 매뉴얼대로 일하는 그들의 모습을 좋아할 수는 없었다.


“당신의 아이를 우수하게 기르고 싶으십니까? 지금이라도 바로 상담하십시오. 우리 지온(ZION) 그룹에서는 24시간 언제라도 여러분의 상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이 깨지 않아 머리를 누르고 있던 맥스는 TV광고 소리가 거슬렸다.


“TV 꺼!”


맥스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TV가 꺼졌다. 맥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새벽까지 마신 위스키 때문인지 아니면 망할 광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잠은 쉽게 깨지 않고 옆머리가 지끈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누워 한숨 더 잘까? 아니면 그만 털고 일어날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무렇게나 침대 옆 테이블에 던져 놓은 휴대폰이 울자, 맥스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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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즌1-3 지온 그룹 24.09.13 7 1 12쪽
3 시즌1-2화 사건 24.09.12 10 1 12쪽
» 시즌1-1화 눈을 뜬다 24.09.11 12 1 15쪽
1 프롤로그 24.09.10 16 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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