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 아니고, 하바리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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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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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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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만남(2)

DUMMY

05화 뜻밖의 만남(2)



무성한 잡초에 둘러싸인 바위틈

그 사이로 뭔가가 삐져나왔다.


-툭

잘린 나뭇가지도 아니고.

-톡톡

자벌레도 아니고.

-탁탁탁

누리끼리한 다섯 손가락.


곧이어 잘린 손목까지 드러나며, 손등에 박힌 허연 외눈알이 동산 위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롸핸이었다.


《야, 그러면 들켜,》


레핸이 기겁하며 롸핸을 말렸다.

마이로드가 숨어있으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저러면 큰일 난다.


《나. 위장술 천재.》

《그게 아니라고! 이 바보야!》


나뭇잎과 흙을 뒤집어쓴 채 숲속에 있으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건 사실.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잘 알아본다.

단지

뱀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 피해 가는데.

자기를 못 봤다며 우기는 롸핸.

카멜레온처럼 변색도 못하면서 매번 착각 속에 빠져 산다.


《쉿!》

《으 응. 쉿!》


레핸이 핏대 올리던 목소리를 낮췄다.

이렇게 떠들다가 발각되면 마이로드께 혼나는 건 매한가지다.


《흰머리? 무진 형아?》

저 멀리 보이는 은빛 염색머리를 검지로 가리키는 롸핸.

《응. 그 옆엔 민우 형이야.》

맞다며 레핸이 엄지와 검지로 동그란 원을 만들었다.


외눈이지만 유난히 동체시력이 뛰어난 롸핸과 레핸.

거리가 상당한데도 무진과 민우를 알아봤다.

주인님도 교감을 초집중하면 자기들 눈알을 통해 멀리 떨어진 것도 그대로 볼 수 있다며 칭찬했다.

빨간색이나 초록색, 푸른색으로도 보인다고해서 그건 이상했지만.


《인사 한다.》


두 사람, 특히 무진이 얼마나 자기들을 귀여워하는지 잘 아는 롸핸과 레핸이다.

언제나 친동생처럼 대해 줬다.


《마이로드께서 꼭꼭 숨어있으라고 했는데 괜찮을까?》


약지로 중지를 긁적이는 게, 뭔가 확신이 서지 않는 레핸.


《바보. 낯선 사람 아니다.》


잘 아는 사람인데 뭔 사고를 치냐며, 검지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롸핸.

레핸도 그 말은 인정한다.


《그, 그렇긴 한데...》


검지와 중지가 번갈아가며 토도독 거렸다.

갈등의 순간.


롸핸 말마따나 숨어서 모르는 척 했다가 나중에 혼나는 건, 레핸도 원치 않았다.

마이로드도 인사성 없는 싸가지는 매우 싫어하니까.


아, 마수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몸뚱어리도 없는 자기들을 인간이라고 하는, 착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레핸...)


《그럼 가볼까?》


레핸이 결국 롸핸에게 넘어갔다.


《나. 먼저.》

《어어, 야, 같이 가.》


-파다다닥~

-파다다다다닥~


롸핸과 레핸이 박쥐 날개를 펼쳐 앙증맞은 날갯짓으로 수풀을 뚫고 폴폴 날아올랐다.


10년 전으로 돌아오고 말고는 전혀 몰랐고, 염두에도 없는 롸핸과 레핸.

자기들이 변하지 않는 한, 세상은 늘 똑같으니까.


***


“엇! 기습이다.”

“막아!”


묘한 분위기의 수상한 고블린에게 집중하던 무진과 민우는 깜짝 놀랐다.

멀리서 이상한 물체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페어리(Fairy)?

아니! 투명한 날개도 아니고 요정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임프(Imp)?

아니! 박쥐 날개는 가졌지만 뾰족한 귀도 없고, 섬뜩하게 생겼지만 사악해 보이진 않았다.

그렘린(Gremlin)?

음... 박쥐 날개는 그렇다 쳐도, 몸통은 다섯 손가락이 전부인데?


결론은

생전 처음 보는 괴생물체.


사람 손목을 댕강 잘라 박쥐 날개를 달아주면 딱이다.

아! 실핏줄 불거진 눈깔사탕 같은 희멀건 외눈알도 손등에 새겨야한다.


“이얍!”


괴이한 모습에 민우가 멈칫하자, 무진이 앞으로 나서며 양손을 번개같이 휘둘렀다.


-퍼퍼퍼퍼퍽!

-퍽퍽!


순식간에 대 여섯 번이나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나뒹군 롸핸과 레핸.


《헤헤~》


무진 형이 반가워서 장난치는 줄 알았다.

서로가 단단한 몸뚱이라, 이것보다 더 심하게 놀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그랬다.

그래서

롸핸은 더 재미있게 놀아보려고 날개를 활짝 펼치고는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비수처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옆구리를 찌르면 어이쿠 하면서 크게 웃어줬다.


《무진 형아. 간다~》


바람을 타고 활짝 날아올라 멋지게 활강하려는데...


〈당장 그만!! 눈알 뽑아 입에 쑤셔 넣기 전에!!〉


어디선가 발악을 하듯 내지르는 괴성에 온몸이 뒤흔들렸다.


《!!!》

《!!!》


-털썩

-털썩


-터얼썩...


추락하는 건 날개가 있다고?

롸핸과 레핸은 몸이 굳어져 박쥐 날개가 꼬이자, 마치 우박처럼 공중에서 투둑투둑 떨어졌다.


아.

마지막에 털퍼덕 주저앉은 건 나다.

절대로 싸우려는 게 아니라, 백기투항 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려고.


사실 이번에 부닥쳤더라면

지금은 Lv01 밖에 되지 않는 무진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성격상 물불가리지 않을 테고, 더 이상 싸움을 말릴 수없는 지경에 이른다.



맹한 녀석들.

숨어 있으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주, 주인님. 왜?》


반가워서 달려든 것뿐인데. 영문을 몰라 외눈알만 껌뻑이는 롸핸.


〈한마디만 더하면, 넌 오늘 별미를 맛볼 거다.〉

《!》


-츄릅


별미라는 말에 저절로 침이 고이는 롸핸.

격하게 ‘주인님. 감사.’ 라고 입을 벌리려는 찰나.


〈특별히 네 눈알을 요리해 줄 테니까.〉

《!!》


-떠억!


흘러내리려던 침을 꿀꺽 삼키며, 금고 자물통처럼 철컥 입을 다무는 롸핸.

너무나 살벌한 반전에 하마터면 혓바닥을 씹을 뻔했다.

명심하자.

껍데기 고블린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걸.


《......》


뭔가 일이 잘못됐다는 걸 감지한 레핸도 덩달아 지퍼 채우기.


‘휴우...’


간발의 차이로 위기일발 사건을 수습했다.

폭망할 뻔했다.

민우가 완드(마법지팡이)를 휘두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야 끄떡없는 롸핸과 레핸이지만, 주변의 고블린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달려들 테고.

그리되면?

말짱 꽝!


-슥 스슥

〔내일 다시 와. 정민우. 양무진.〕


손가락으로 급하게 휘갈기고는, 싸우다 말고 머뭇대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어!”

“엇!”


깜짝 놀라는 민우와 무진.

날아다니는 괴생명체를 처치했으니 얼른 미션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는데, 수상한 고블린이 하는 행동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고블린이 글자를 알아?’

‘어떻게 우리 이름을?’


“이건 흑마법이 분명해!”


무진이 흥분하며 금방이라도 끝장낼 것처럼 주먹을 치켜들었다.

푸른 기운이 깃든 걸보니, 내기를 끌어올려 한 방에 보내려는 듯.


사실 몬스터가 이처럼 사람 흉내를 낼 수 있는 건 흑마법 밖에 없다.

다만, 흑마법사도 아니고 마탑 1층에서라니 의문이었지만.


-스스슥


무진이 공격하려하자 재빨리 한 번 더 휘갈겼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내가 이러면, 무슨 헛짓인가 싶어 곧바로 두들겨 팼기에, 의사소통이고 나발이고 기회가 없었다.

민우와 무진은 그러지 않고 세심히 지켜봤기에 천만다행이었지만.


〔야무진, 넌 여전히 덤벙대네.〕


“......누구신지?”


“무진아, 고블린이다.”

“아참!”


야무진이라는 별명까지 콕 집어 말하니 당황한 무진.


‘친한 친구들만 그렇게 불렀는데...’


고블린 탈을 뒤집어쓰고 누군가 장난치는 줄로 착각할 정도였으니.

어이없는 상황에 단단히 쥐었던 주먹을 힘없이 떨궜다.

완전한 전의 상실.

싸울 마음이 싹 달아났다.


“넌 누구지?”


민우가 끼어들었다.

해괴한 상황이지만, 어쨌든 말은 통하니 우선 정체를 알아내야 했다.


〔지금은 곤란하고... 내일 다시 와.〕

“뭐? 다시 만나자고?”

〔네가 2층으로 올라가지만 않으면 돼.〕

“......”


바쁘게 긁적이는 고블린 손끝을 보며 무척 혼란스러운 민우.


어떻게 다시 본단 말인가.

만남의 광장도 아닌데 약속을 해?

동네 놀이터도 아닌 마탑에서?


-형, 뭔가 이상하죠?

-응.

-절대 평범한 고블린이 아닌데요?

-그래. 분명 뭔가가 있어.


마탑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포털을 통해 제각각 다른 경로로 들어선다.

그 과정에서 동일한 루틴이 반복되는 것은 불가능.

시행착오, 학습효과,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해 사지선다(四枝選多)처럼 운 좋게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그랬다면 마탑은 진즉에 정복되었을 것이다.


‘이것 참...’


어이없게도 1층에서 난관에 부닥친 두 사람.

새로운 미션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별다른 알림창도 없었으니 저 수상한 고블린에 의한 돌발 상황이 분명했다.

아카데미에서 케바케(case by case)로 충분히 훈련받고 여러 가지 대응책도 세웠는데, 이건 완전 천재지변 수준.

어찌해야할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못 본척하고 쓱싹 처리해 미션을 클리어하자니 찜찜하고.

생포해서 플레이어 전용 포털로 데리고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이렇게 멍 때리는 것 보단

빨리 돌아가서 관장님의 조언을 얻는 게 최선이다.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니 일단은 믿어보는 수밖에 없고.

-보기보다 엄청 강한 거나, 특별한 마법을 가진 거 아닙니까?

무진은 자기가 말해 놓고도 머쓱했다.

그런트 고블린의 형편없는 스탯은 이미 확인했는데 뭔 소리.

-그건 아닌 것 같아.

민우도 그렇게는 생각지 않았다.

-슬쩍 한 번 알아볼까요?

몸빵으로 이것저것 캐내볼까라는 말.

-아니, 관장님과 의논하고 다시 오자.

-예...


두 사람이 한동안 소곤소곤 거렸다.


〔......〕


더 이상 손가락을 놀리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한건, 저들이나 나나 마찬가지.

일단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두 사람.

확실히 감각이 뛰어났다.

입문인 1층을 우습게보기에 약체 고블린에게 관심도 없고, 누구도 저렇게 신중하지 않았다.

그러니

전생에서도 엘리트 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았지.


하지만...

내가 고블린이 아닌 사람이란 걸 믿어줄까?

환생 전으로 따지자면 아직 나와 첫인사도 나누기 전.

그저 내 기억 속에만 저들이 있는데...


아니지?

지금의 나는 고블린이 되었으니,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헷갈렸다.

진짜로 그것도 궁금했다.

환생인지 회귀인지 10년 전의 내가 이곳에 버젓이 살아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고블린 강철민이랑 인간 강철민이 동시대에?

크크, 무슨 평행세계도 아니고 기발난 상상이지만 우스꽝스럽다.


〔그만 가봐.〕


두 사람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꼼짝 않고 있던 롸핸과 레핸이 조금씩 꼬물락거렸다.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슬슬 긴장이 풀리는가 보다.

그러니

저들이 다시 설치기 전에 가주면 좋겠다.

또 뭔 짓을 할지 모르기에.


-자박자박


고블린 무리들도 느슨해진 상황에 이때다 싶은지, 슬금슬금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알길 없으니 다시 덤비려는 것이다.


〈캬아악!〉


눈을 부라리며 녀석들에게 괴성을 질렀다.


〈고1, 너가 책임져!〉

〈네? 네...〉


줄창 뺑소니만 치다가 낯선 대치 상황에 슬쩍 구경꾼이 되었던 고1이 흠칫했다.

분명 한판 붙어야 정상인데...

바람결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몇 번 손을 흐느적거리더니 눈싸움이라도 벌이는지 조용했다.


그러더니 대뜸 저놈들을 말리라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한 놈이라도 죽으면 넌 끝장이야!〉


혹시나 고블린 무리들이 다시 싸움을 벌일까 싶어서 살기를 담아 경고했다.


《헉, 알겠습니다요.》


고1은 쫄았다.

목소리 톤이 단순한 공갈이 아니었다.

자신을 마치 파리 목숨처럼 여기니 뒷골이 쭈뼜거렸다.

여기서 죽어?

절대 안 될 일.

해야 할 일도 아직 못 다했는데...


맹종만이 살길.

플레이어에게서 도망칠 수는 있어도, 불사신 마고님을 피할 수는 없다.


-후다닥


《당장 뒤로 물러서! 이 잡것들아!》


매번 꽁무니에 처졌던 고1이 발광을 부리며 무리 앞으로 나섰고.

그 흉흉한 기세에 주춤거리던 고블린들이 뒷걸음질 쳤다.



‘오호!’


그런 모습이 신기한지 민우와 무진이 유심히 지켜봤다.


자기에게 말을 건 고블린.

플레이어에게 덤벼들려는 고블린 무리

그들을 막아서는 또 다른 고블린.


언뜻 보면 개판인데 카오스처럼 질서가 있었다.

그 정점에 바로 앞의 수상한 고블린이 있었고.


“무진아, 그만 돌아가자.”

“예...”


-지이잉


그들 뒤로 귀환포털이 열렸다.

민우는 담담히 포털을 향했고, 무진은 여전히 혼란스러운지 연신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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