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 아니고, 하바리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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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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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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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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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 특성스킬

DUMMY

08화 수호자 특성스킬



-번쩍 번쩍


〈오, 드디어 왔군.〉


고글 알림창에 입력해 두었던 플레이어 이름이 반짝이더니, 113호 방이 활성화되며 위치추적 아이콘이 떴고.

그동안 불안과 초조로 애를 태우며,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긴장감이 클라이맥스에 올랐다.

이때만을 기다린 몸이 저절로 반응.

벌떡 일어섰다.


-뚝, 뚜둑


〈아이쿠, 다리야...〉


무르팍이 부러질 듯 휘청거리며,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직된 자세로 너무 오래 있었던 탓.


벌써 이틀 하고도 반나절.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

민우와 무진이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아, 아파!〉


언제 돌아올지 몰라 고글을 벗지도 못하고 얼마나 집중했던지 눈알이 빠질 것만 같다.

‘롸핸, 이노무 시키.’

이 생고생이 모두 그 녀석 탓이다.


-두근두근


점점 빨라지는 심장 박동.

밖으로 나간 롸핸이 뭔 사고를 쳤을지 몰라 온신경이 곤두섰다.


지금까지 머릿속에 떠오른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 중 하나가 이제 현실로 나타날 것이고.


그 결과는?

마침내 개봉박두!


어디 잘못되기라도 해봐!

TV드라마 속 포공(포청천)에게서 개작두라도 빌려올 거니까.


***


-타다다다


〈어어? 마고님?〉

급히 동굴을 나서자 밖에 있던 고1이 놀란 눈으로 허둥댔다.


〈왜? 볼일 있어?〉

할 말이라도 있는 표정이지만, 지금은 저놈과 노닥거릴 시간이 아니다.

초록괴물 운명... 아니 내 운명이 걸렸기에.


〈어, 어디로 가십니까요?〉

온종일 명상이라도 하듯 좌정해 있어서 선뜻 말붙이기가 곤란했는데, 갑자기 멀리 떠날 듯한 행동이라니 마음이 급해진 고1.


〈내가 일일이 네 허락을 구해야해?〉

〈그, 그건 물론 아니지요...〉

〈그런데 뭘?〉

〈도, 돌아오시는 겁니까요?〉

금방 온다면 걱정할 일이 아닌데, 좀체 못 보던 행동을 하니 불안했다.


〈뒈지면 오겠지.〉

〈예? 그게 무슨?〉

〈죽으면 뻔하잖아!〉

〈아! 그렇지만......〉


이곳으로 돌아오기 싫다는 짜증 섞인 말투.


그러다

진짜로 안 오면? 못 오면?


자기는 어 된다.


지금까지의 노력은 물거품.

확신이 없어 미루던 일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마고님, 잠시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요.〉

〈비켜!〉

〈금방이면 됩니다요.〉

〈저리 안 꺼져!〉


서로가 다급한 상황이란 걸 알지 못하니, 옥신각신.


〈잠깐만요!〉


일단 몸으로 막아서고는

품안에 고이 감추어두었던 아메시스트를 꺼낸 고1.


더 이상 지켜볼 시간이 없다.

파파고가 말한 100일의 기한이 다 되었다.

다른 기연을 기다리고 자시고 하기엔 이미 늦었고.

이젠 내막을 밝힐 때다.


〈이걸 한번 보십시요.〉

고1이 주먹보다 조금 작은 구체를 내밀었다.


〈뭔데?〉


‘어? 이건 오브(orb)?’


회색 구체 형상에 갈라진 틈새로 보랏빛이 얼핏얼핏 드러나는 광물.

매직 스톤이라 불리는 초자연 에너지 구현체와 닮았다.

마정석과 마광석과는 용도가 또 다른, 마법의 원천으로 사용되는 마석이다.


〈이리 줘봐.〉


설마 고1이 그런 귀한 걸 갖고 있으리라곤 생각도 안했다.

고블린과 오브?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나 마찬가지지.


〈너 혹시?〉

〈네?〉

〈아, 아니다...〉


고1이 희대의 도둑놈?

그건 모르지. 어디서 훔쳤을지도...


그런트 고블린에겐 그마저도 사치스런 상상일 테지만.


-우웅

-우우우우우우웅


〈!!〉


오브를 쥐자마자.

품안에서 뭔가 살아 움직이듯 반응했다.


롸핸 때문에 불안으로 날뛰던 심장이 미쳐서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건가?

에이 설마!

당장 113호 방으로 갈 생각에 흥분이 최고조가 되어 그럴만했지만, 그건 아니다.


-스윽


진원지를 더듬어 안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끄집어낸 것은 다름 아닌 옵시디안.


그곳에서 미약한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환생의 대가로 지금은 볼품없이 변해버린 작은 돌멩이에 불과한데.


-지이이이잉


〈어어!〉


양손에 잡은 두 개의 마석이 자석이라도 된 듯 서로 세차게 끌어당겼다.

깜짝 놀라 손아귀를 움켜쥐었지만... 떨쳐 내지를 못했다.

그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쩡!

-푸스스슥


결국 심하게 부딪쳤고, 고1이 건네준 오브의 회색 껍데기가 잘게 부서졌다.


〈이런 망할!!〉


멍하니 손쓸 틈도 없이 귀한 오브가 박살나나 했는데...


떨어져나간 잔해 속에서

포도알 크기의 보랏빛 코어가 드러났다.


〈아메시스트잖아!〉


육각형의 결정체로 구성된 마석으로 자각과 영적성장을 촉진시켜주는 물질.

특징적인 보라색은 자연 방사능에 의한 철 이온의 변화로 인한 것.

영혼의 오브라 불리는 아메시스트가 확실했다.


그때


-스르르륵


옵시디안이 아메시스트를 집어삼켰다.

핵만 남은 오브가 저절로 스며들어 두 개의 마석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찌잉! 드르륵~

-찌이잉! 덜덜덜덜덜덜~


어엇!

옵시디안 내부를 울리는 요란한 소음.

진동을 못 이겨 어설프게 쥔 손바닥이 부들부들 떨렸다.


환골탈태라도 하는가?


외부로 표출되는 보라색이 점점 짙어지더니

환생의 대가로 사라졌던 광택이 다시 빛을 발했고.

마침내

눈부신 원래의 모양을 되찾은 옵시디안.


〈!!!!!〉


순식간에 눈앞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

아메시스트가 촉매가 되어 옵시디안을 회생시켰다.



〈오! 이런! 마고님!!〉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고1이 뛸 듯이 기뻐했다.


〈...... ?〉

이런 귀한 보물을 남에게 덜렁 넘기고 저렇게 좋아하다니

이놈이 미친 건가 싶다.


‘원래 이런 덜떨어진 순둥이였나?’


도망만 다니는 얍삽한 고블린인줄 알았는데.

고1이 이런 복덩이일 줄 진즉 알았다면, 구박 좀 덜 할걸.

괜히 미안했다.



-찌잉!


【특성스킬: 시간 비틀기(TT)-[타임액셀(TA) Lv 0/100] [타임브레이크(TB) Lv 0/100] [타임리와인드(TR) 0/100]】

【강화조건: 극한위기】

-옵시디안의 재생으로 시간존자의 특성이 부활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처할 때마다 스킬이 강화됩니다.

-시간존자 특성의 부활로 무한반복은 자동으로 종료합니다.


【수호자 고유 특전: [전용 포털]】

【추가 특전: [방 이동] [방 정보 확인] [이종 간 의사소통]】

-탑의 수호자 벨몬드 님의 전용포털이 생성되었습니다.

-이종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칠성좌 제1좌 메라크 스톤을 획득했습니다.】

【고유특성: [?? Lv0] [?? Lv0] [?? Lv0] [?? Lv0] [? Lv0]】

【포스강화: 0/200.】

-포스 강화 가이드북이 필요합니다.


〈오!!!〉


말로만 듣던 횡재수가 이런 건가?

카지노 슬롯머신의 잭팟이라도 터진 듯 알림창이 줄줄이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특전.

자칫 깔려죽을 듯 이 몸에겐 버겁지만 이게 웬 떡!

특히나 수호자 전용포털!

미션 관련 포털이 아니니 백탑 출입이 자유롭다!


야호!

드디어 쇼생크 탈출이닷!


-쿵닥쿵닥


그토록 답답했던 응어리가 한꺼풀 벗겨졌기 때문일까.

온몸에 힘이 솟구치며 불안했던 심장박동마저 활기차게 느껴진다.


게다가

칠성좌는 내가 훈련에 집중했던 영혼의 일곱 가지 각성 아닌가?

초월적 힘을 얻는 첫걸음이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염원하는 궁극의 경지다.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이라는 것도 칠성좌 중 하나.

나는 천선(天璇)에 해당하는 거문(巨門)성좌 메라크 스톤을 얻었다.

옵시디안과 아메시스트가 합체된 마석으로.


-댕!

〈아!!!!!〉


경종이 머릿속을 울렸다.


90층에서 패렐을 처치할 수 있었던 이유와 백탑을 클리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의 근거를 찾았다.

바로 이것이다.


칠성좌.


각성의 최고 단계인 무의식의 진화.

영혼이 기감을 통해 현실을 느끼는 직감, 육감, 영감이다.

그런 건 생각이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각성이 계기가 된다.

신의 육체인 아스트랄 바디(Astral Body)는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전해진다.


그랬구나...

단순히 빨라진 속도 스킬로 패렐을 처치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칠성좌의 개화였다니...

마지막 3년 동안 그토록 매달렸던 경지였는데, 죽기직전에야 첫걸음을 내디뎠던 것이다.

그땐 사경을 헤매느라 그것도 인식 못했고.


그럼 메라크 스톤을 가졌으니 다시 가능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 형편없이 약한 육체가 걸림돌.


무의식이 그 차원으로 진화하려면 자의식과 육체가 균형을 이루어야하는데 이따위 저질 체력으론 불가능이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간 가랑이가 찢어지기 마련.


그 정도면 다행이게?

괜히 무의식에 몰두하면 지금도 불균형인 멘탈이 뚜껑 열려 달아난다.

한마디로 주화입마.

화끈하게 미치는 거지.

그래서 가이드북이 필요한 것일지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좋은 것만 아니고 나쁜 것도 줬군.

무한반복의 종료라...

이제 되살아나는 건 종 쳤네.


쩝...

그토록 짜증을 부렸던 건데, 막상 못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나는 건 무슨 간사한 마음인가.

시원섭섭도 아니고 두려움이라니.


그래, 뭔가 얻으면 잃는 게 있기 마련이지.


어찌됐든

고1 이놈 이거, 완전히 수호천사 아닌가?

징그럽지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데,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간 고1.



〈마고님. 이제 제 말을 잠시 들어주십시요.〉

〈응. 말해봐.〉


애절함이 담긴 목소리에 미끼를 잘못 물었나 싶지만, 이런 낚싯밥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낚시 바늘에 입술 좀 찢어진들 어떠하리.

애벌레가 순식간에 나비가 되는 웜홀을 열어 준거나 마찬가지인데.

뭐든 들어줄 너그러운 마음이다.


〈그러니까 제가 이곳으로 오게 된 건... 이러쿵...... 저러쿵.........〉


고1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하도 말이 길어져 두 번이나 싹둑 끊었는데도 할 말이 많은 고1.


〈잠깐! 거기까지! ......그러니까 너희 부족의 주술사 파파고가 아메시스트를 주면서 1층에서 기연을 가진 자를 찾아오라는 거였네.〉

대충 그런 요지였다.

〈네. 마고님.〉

〈그것도 100일 안에 말이야?〉

〈네...〉


〈......〉


그동안 용케도 버텼군.

고1이 왜 비겁하게 도망만 쳤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런 특명을 받고 1층에 처박혔으니, 비굴하더라도 목숨줄을 보존해야 할 수밖에는.


...다행히 도둑놈은 아니네.

아메시스트를 훔친 건 아니니까.


〈그런데 어쩌지, 난 플레이어가 아닌데?〉

〈...저도 그게 좀 이상했지만, 그동안 특이한 플레이어도 없었고, 아무에게도 말을 못 붙여봤습니다요.〉

〈그럴 테지...〉


나도 껄떡대다가 죽었는데, 고1이 이상하게 설쳤다간 지금 이렇게 나랑 노닥거릴 수 있겠는가.

아메시스트는 뺏기고 목숨은 일찌감치 저세상에 보냈겠지.


〈마고님. 하지만 저는 이제 확신합니다요.〉


고1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들은 바로는 신탁을 이룰 자가 사람이지 고블린이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고1은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은은하게 몸을 둘러싼 보랏빛 상스러운 기운은 계시대로 확실했고.

...환생하는 고블린에다.

...흉측하기는 했지만 잘손에, 뭔가 색다른 고글.


더욱 결정적인 건 아메시스트의 특성이었다.


파파고가 말했다.

매직스톤의 이면에는 파워스톤의 특성이 있기에 신탁에 맞지 않은 사람이 만지면 위험에 처할 거라고.

그런데 마고님은 멀쩡했고.

그가 가진 또 다른 마석이 그 기운을 아예 흡수해버렸다.

이거야말로 찾고자하는 사람, 아니 그 대상이 맞다는 확실한 물증.

더 이상 오락가락할 이유가 없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대답을 바라는 고1.


〈음......〉


나는 은근히 찔렸다.

내가 사람이니까, 아니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몸으로 신탁을 행한다고?

이것 참.

이제 와서 쓱싹 입 닦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일단 접수.


〈자세한건 내가 돌아와서 다시 의논하자고.〉

〈넵. 마고님.〉


확답을 들어서인지 고1의 얼굴이 환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100일만의 임무 완수였으니.


〈내가 올 때까지 죽지 말고 잘 기다려!〉

〈넵.〉


당연하다.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데.

여기선 삼십육계 줄행랑의 대가 아닌가.

이젠 플레이어 눈빛만 봐도 설 자리, 엎어질 자리, 도망갈 자리를 확실히 안다.

어쩌다보니 눈치 하나로 최고의 생존 스킬을 터득한 셈.


〈아참! 고2 좀 지켜봐.〉

〈네? 그건 왜?〉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넵. 마고님...〉


갑자기 고2는 왜 주목하라는지 궁금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별난 성격을 긁었다간 기껏 허락받은 일을 손바닥 뒤집듯 할까봐.

옵시디안+오브=메라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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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으뜸아카데미 24.09.15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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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뜻밖의 만남 24.09.13 16 1 14쪽
3 빌어먹을 환생(2) 24.09.12 20 0 14쪽
2 빌어먹을 환생 24.09.11 2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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