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 아니고, 하바리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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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11 08: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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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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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별품슬

DUMMY

11화 별품슬



“마고, 넌 여기서 기다려.”

“아니. 나도 볼일 있어.”

“응?”


단호한 마고의 대답에 벙찐 표정의 무진.

지가 3층으로 가자해 놓고는 딴 소리라니.


“미션 클리어하고 여기서 다시 만나.”

“? 무슨 짓을 하려고?”

“그냥 둘러볼 곳이 있어서 그래.”

“여기 와봤어?”

“아니.”

“그런데?”

“돌아와서 알려줄게.”

“......”


수상한 고블린이 3층에서도 또 이상한 짓을 하려고?

목숨이 위험한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트 고블린이 호기심으로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페어리와 슬라임이 만만치 않을 건데...


“에이, 우리끼리 시작하죠.”


무진이 신경 끄자며 잘라 말했다.

고블린 주제에 무슨 신비주의도 아니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어차피 플레이어도 아니니 미션과 상관없고, 나중에 물어보면 될 일.


“둘 다 조심해.”


나는 투덜거리는 무진의 뒷모습을 보며 옆길로 샜다.

내가 알기로는 5층까지는 5%, 10층까지는 10%미만의 미션 실패율이다.

목숨이 위태로울 확률은 그 절반도 안 되고.

그러니 공략법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을 걱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런데

내가 왜 3층을 고집했냐고?

그야 진짜로 볼일이 있어서다.

(나 고구라 아니다.)


이제부터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삭줍기 식으로 아이템 긁어모으기.

전생의 경험치를 최대한 이용해, 능력치나 특성을 최고레벨까지 끌어올리기.

이 두 가지를 새로운 당면 목표로 삼았다.

종국의 마침표야 당연히 ‘사람으로 되돌아가기.’ 에 찍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별 볼 일없는 3층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


외진 오솔길을 따라 잠시 걷자

목적지인 수정동굴이 보였다.


‘새삼 반갑네.’


무한 반복하던 1층과 비슷한 동굴을 보자 어째 느낌이 색다르다.

이젠 그 짓거리를 못하니 징글징글하던 게 그립기만 하다.

간사한 마음은 사람이나 고블린이나 같은 듯.


저 동굴이 여전하다는 건, 그 안에 있는 것도 그대로라는 말이겠지.

설마 동굴털이를 당했을 리는 없었을 거고.

가보면 알 일.

걸음을 빨리 했다.



“윽...”


동굴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슬라임의 호흡으로 배출되는 역한 냄새에.

인상이 저절로 찡그러졌지만, 그것 때문에 허둥대다간 더 큰일.

바닥이나 벽면에 슬라임의 끈적끈적한 찌꺼기들이 잔뜩 묻어 있어서 발밑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자칫 몸에 닿으면 쓰라린 통증에 심한 열감을 동반하는 독에 중독된다.

연못가의 슬라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훨씬 강력하다.


잘못 밟아 미끄러지기도 하면 주변에 깔린 슬라임에 코를 박는 거나 마찬가지.

순식간에 콧구멍, 귓구멍, 눈, 입...얼굴에 뚫린 구멍마다 슬라임이 미끄러져 들어가 잔혹한 개미굴을 경험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 그대로구나!”


서늘한 동굴 안.

벽면과 천장을 뚫고나온 수많은 크리스털이 은하수처럼 빛나 동굴을 훤히 밝혔고.

군데군데 발광하는 신비한 이끼가 은은한 빛을 더했다.


“많이도 있네.”


문제의 슬라임이 크리스털마다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별품슬’


별을 품은 슬라임.

드라마틱한 이름과 달리, 이들은 동굴 안에서 처절한 약육강식의 적자생존을 벌이고 있다.

공생? 그딴 건 개나 줘버릴 일.

고독과 닮은꼴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고독(蠱毒)

고충(蠱蟲)의 독.

극독을 가진 특별난 독물들을 한곳에 모아두면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싸워 마지막 한 마리만 남는데, 그놈을 고충이라 한다.

흑마법사나 주술사들이 절대강자에 맞서거나, 그들의 정신을 조종하는데 사용하는 치명적인 독을 지녔다.

고독은 중독을 알아채기도 어렵고, 해독하기도 난해하여.

최고의 용독술을 지녀야만 다룰 수 있어 전설로 취급되는 독중왕.

------------------------------



별품슬이 그런 고독과 비슷한 진화를 이곳에서 하고 있다.

개체 분열과 합체를 수없이 반복하며 자기들끼리 생사투를 벌이는데.

동굴 안에 서식하는 발광이끼를 먹으며, 크리스털에 달라붙어 특유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심장에 해당하는 코어를 별처럼 가슴에 품은 별종 슬라임이 탄생한다,


고독에야 비할 바가 아니지만

어지간한 중급 독에는 이독제독의 해독력을 가진 코어.

여길 찾아온 목적은 그걸 얻기 위해 별품슬을 잡으려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전생의 기억과 일치했으니 잘될 것 같다.


“어디 보자.”


구석구석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가장 큰 크리스털만 찾으면 된다.


“저놈이네.”


동굴 벽면을 삐죽이 뚫고 나온 초대형 크리스털.

그곳에 주먹만 한 별품슬 한마리가 떡하니 붙어 있다.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 뭐야 이건!’

반투명의 흐물흐물한 젤 몸뚱이 안에 들어있는 두 개의 코어.


“이런 쌍놈이잖아!!”


...씨발놈, 그런 욕 아니고, 쌍핵.

슬라임은 특성상 움직임이 느리고 코어를 생성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더블코어라니.

대박!!

이 정도면 상급 독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내성을 가질 수 있다.


“야야, 일어나 봐.”


옆구리에 매달려 자고 있는 롸핸과 레핸을 깨웠다.

잠만보도 아닌 것들이 예전보다 잠만 더 늘었다.

각성이니 뭐니 핑계인 듯.


《아웅... 주인님 왜.》

“아니, 너 말고 레핸.”


외눈알을 끔뻑이는 롸핸을 슬쩍 밀치고, 레핸을 글레이프니르에서 풀었다.

잠에서 금방 깨면 롸핸은 적어도 5분 동안은 해롱댄다.

그럴 땐 가뜩이나 말발이 안 먹혀 들어가, 엉뚱한 일을 벌일 때가 자주 있었다.

그러니 롸핸, 넌 패스.


《저요? 왜용 마이로드?》


역시 눈에 총기부터 다르다.

잠이 확실히 깼네.


“저거 보이지? 가서 부드럽게 잡아와. 터지면 절대 안 돼.”


나는 숏다리인 고블린인지라 저까진 손이 안 닿는다.

직접 잡다간 중독될 수도 있고.


《우왕,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네.》

“! ...”


괴상하게 생겼으면 다 친구란다.

눈알 두 개 콕 찍혔고 이목구비는 물론, 사지도 없는 주먹만 한 부정형의 미끄덩이인데...


‘...너보다 더 못 생겼어. 친구 하지 마.’


-파닥~ 파다닥~


레핸이 날아갔다.

박쥐 날개의 비행속도는 변변치 않지만, 요런 작은 동굴 안에서도 수직이착륙, 회전, 활강, 호버링, 등등 못하는 기술이 없다.


-슥슥


‘옳지. 안 달라붙게 잘하는데.’


핸드크림 바르듯 이끼에 손바닥을 몇 차례 문지르더니 덥석.

잡는 줄... 알았는데, 꿀꺽 삼켰다.

날카로운 이빨에 크리스털까지 뭉텅 떨어져나가며, 별품슬을 한 입에.


“!!!”


‘어, 설마 내가 실수를?’


저렇게 롸핸처럼 무식하게 할 줄 몰랐기에 얼른 허리춤을 확인했다.

아닌데, 여기 있는데...

하품을 찍찍해대는 롸핸은 글레이프니르 한쪽에 묶여 눈곱을 떼고 있었다.


그렇지.

아무리 똑같이 생겼어도 주인인 내가 잘못 초이스할 리가 있나.


-파다다다닥~

-웩!


“아......”


발치에다 멀쩡한 별품슬을 뱉어낸걸 보고야 알았다.

나도, 레핸도, 잘못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완벽한 테크닉을 발휘한 레핸.

잘못 다루기라도 하면 개체분열로 독성을 내뿜을 확률이 높았는데

식탐을 참고 입안에 넣어 상처하나 없이 가져오다니.

더구나

이끼를 겉옷처럼 입혀 별품슬이 아무런 낌새조차 못 채게 만들었다.


이렇게 똑똑했어?

진짜로 각성한 거임?

생각지도 못한 정교한 스킬로 낚아채오다니...


‘...... !!!’


“맞다! 인벤토리!!”


불현듯 환생으로 몰수(?)당한 인벤토리가 떠올랐다.

레핸의 찝찝한 타액(침)만 감수한다면, 그야말로 용도가 똑같지 않은가?

못 삼키는 게 없고

용량마저 무한대이니

이거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인벤토리나 마찬가지.

지금처럼

리얼 위액을 쏟아내지 않는다면, 적당한 보관과 운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얼마나 오랜 시간 참을성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뜻밖의 숨겨진 재능 발견이다.


“정말 잘했어. 레핸. 우쭈쭈~ 우쭈쭈~”


최고의 칭찬 우쭈쭈를 해줬다.


《헤헤, 마이로드, 저 레핸이예용.》

“그래. 그래. 롸핸은 절대 못하쥐. 우쭈쭈~”


-!! 토톡토톡!!!


주인님과 레핸의 주접떠는 모습을 보며 롸핸이 나도! 나도! 라고 외쳤지만.

입가에 줄줄 흘러내리는 침을 보니 어림도 없다.


‘저 자식은 분명히 뱉지 않고 삼켜버렸을 거야.’


***


자 이제부터가 중요한데...

레핸표 가리지날(짝퉁) 인벤토리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했다.


별품슬을 맨입으로 집어삼켜야한다.

절대 씹지 말고 그냥 날름.

씹는 순간 중독된다.

젤리코어를 가진 별품슬의 특성이다.


또 하나의 독특한 속성은

자연에서와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의 폭발적인 개체분열.

그냥 한입에 털어 넣으면

위(장)에 갇혀 생존본능으로 분열하는데, 그 숫자가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나누어진 슬라임은 체내에 흡수되고, 그 지속적인 효능으로 독에 대한 내성을 얻게 된다.

어지간한 독은 중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쉬운 걸 놔두고, 반 독성 아이템을 구한답시고, 초반에 이런저런 개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

마탑의 중층을 넘어서면 독 내성을 가진 아이템을 구하기 쉽지만, 그때까진 이놈으로 충분하다 .


민우와 무진도 이곳의 별품슬엔 무지한 걸 보니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성민이의 유별난 슬라임 애착 때문에 알게 된 둘만의 비밀이었다.

유명세 탓에 사람 사귀는데 격이 생겨버린 나.

진짜 친구라 할 만한 플레이어는 오래된 절친 성민이가 유일했는데.


‘어떻게 달라져있는지 먼발치에서라도 한번 보고 싶네...’


-후웁

추억을 접고 입을 크게 벌렸다.

호흡을 잠시 멈추고는 그대로 삼켰다.


-꿀꺽


목울대가 꿀렁이며

미끄덩한 액체가 목구멍 너머로 스르륵 밀려 내려가는 느낌.

향긋한 버섯 냄새가 온몸으로 퍼진다.

별품슬의 주식인 발광이끼 향이다.


이제 3분 정도만 참으면 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스물...... 육십......... 백팔............’

일분 정도 남았...... ??


“으윽!”


카운트는 108에서 멈추었다.

갑자기 복통이 일더니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안 돼! 무슨 백팔 번뇌도 아니고!’


“크으으으.........”


점점 심해지는 통증.

...왜지?

제대로 삼켰는데.

이럴 일이 없잖아!


‘...... 아!!’

허약한 그런트 고블린이라 3분을 못 버틴 것이다.


젠장!

전생의 나를 기준으로 삼았으니, 이건 예상도 못했다.

선무당이나 반풍수가 생사람 잡고 집구석을 망치게 한다더니.

어설프게 아는 것을 다 아는 듯이 설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썼는데도 이 모양이다.


“크윽......”


이렇게 죽는 건가...

이젠 환생도 못하는데...


눈앞이 깜깜해지며 롸핸과 레핸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내 몫까지 잘살아라... 롸핸 레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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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품슬 NEW 11시간 전 5 0 11쪽
10 수호자 특성스킬(3) 24.09.18 6 0 14쪽
9 수호자 특성스킬(2) 24.09.17 9 0 14쪽
8 수호자 특성스킬 24.09.16 9 0 13쪽
7 으뜸아카데미(2) 24.09.15 11 0 11쪽
6 으뜸아카데미 24.09.15 12 0 14쪽
5 뜻밖의 만남(2) 24.09.14 12 0 12쪽
4 뜻밖의 만남 24.09.13 17 1 14쪽
3 빌어먹을 환생(2) 24.09.12 21 0 14쪽
2 빌어먹을 환생 24.09.11 20 0 15쪽
1 프롤로그 24.09.11 3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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