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게임에서 헌터를 능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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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백만
작품등록일 :
2024.09.11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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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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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수위(3)

DUMMY

내가 알던 <외면하는 수위>는 손전등 빛을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본편의 녀석은 달랐다.


목이 돌아간 수위의 시야는 손전등 빛과 정반대였으니까.


오히려 손전등 빛에 들어가야만 해.


화르륵-

교실에 불이 피어올랐다.


그날의 참사를 재생이라도 하려는 건가.


불은 삽시간에 번지며 학교를 밝혔다.


화르륵.

어두웠던 학교가 밝아졌다.


그 덕에 수위의 모습도 드러났다.


불에 타 녹은 수위복.

녹아내리는 피부.

그리고 돌아간 목.


뒷모습인 줄 알았던 수위의 머리가 정확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문 닫으세요!”


그러나 늦었다.


철퍽- 철- 철퍽철퍽-

수위가 기괴하게 뒤로 뛰어왔다.


목이 꺾인 닭처럼.

그의 걸음걸이는 급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김전사가 용맹하게 그 앞을 막아섰다.


쿵.

콰직!


드드득-


단 3초였다.


김전사의 목이 꺾였다.


파득- 부르르.

그러나 수위와 달리 김전사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저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 채로 몸을 떨었다.

돌아간 머리 아래에서 누렇고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 대단했던 회복 능력도 전혀 발휘될 낌새가 없었다.


철-퍽.

수위가 다음 먹잇감을 찾아 몸을 틀었다.


나는 곧장 수위의 손전등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히키가 당장이라도 도망갈 기세였다.


쿨럭.

불길이 계속 번진다.


이대로 히키가 도망간다면, 수위도 그 뒤를 쫓을 것이다.


나로서 나쁠 건 없었다.


다만, 그건 그거대로 위험해.


히키까지 죽으면 1챕터의 헌터는 전부 죽는 꼴.

밖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할 면목이 없었다.


그러니 나는 곧장 히키의 팔목을 낚아챘다.


“뒤에 딱 붙으세요.”


선생이 되어서 학생 나이대의 히키를 버릴 수는 없었다.


히키도 내 뜻을 알았는지 순순히 따랐다.


“손전등 밖으로 나가면 안 돼요.”


이 빛이 있는 곳이야말로 수위의 사각지대였다.


철퍽.

녀석이 우릴 찾아 몸을 튼다.


저벅.

그에 맞춰 움직인다.


녀석은 얼굴이 녹아내려 귀가 막혀 있었다.

덕분에 소리는 거의 못 듣는 모양이었다.


“설명해드릴 시간 없어요. 수위의 시야를 피해서 3-3 교실로 가야 해요.”


화르르륵.

게다가 시간도 별로 없었다.


매캐한 화재 연기가 자욱했다.


위층이 전부 연기에 뒤덮이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철퍽.

수위의 느린 걸음에 맞춰 올라가기엔 늦다.

그전에 불길에 잡아먹힐 거야.


“그냥 뛸게요. 연기 속에 비추는 빛에 숨으세요.”


“응.”


팟-

수위의 손전등이 교실 문을 비춘 순간.


나는 곧장 복도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크그가가가각!”

그러나 곧장 수위에게 발각되었다.


철퍽철퍽철퍽.

녀석이 따라온다.


그러나 복도는 연기가 가득했다.


목이 돌아간 녀석이 우릴 찾는 건 쉽지 않아.


하지만, 난 상관없지.


어두운 복도를 진절머리 날 정도로 뛰어다닌 탓에 안 보여도 길을 다 외웠다.


복도의 너비.

각 교실의 길이.

계단의 개수.


전부 외웠다고.


파밧-

나는 연기 속을 달려 나갔다.


“하나도 안 보여.”

“괜찮아요. 손만 놓지 말아요.”


나는 히키의 손을 잡고 뛰었다. 자물쇠 담당이었던 그녀는 쫓아오는 수위를 담당했다.


수위는 복도를 무작정 내달려왔다.

마치 범퍼카처럼 몸이 여기저기 부딪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녀석은 중간중간 멈춰 섰다.


“손전등 빛이 사라졌어!”


“알겠습니다!”


빛이 사라졌다는 건, 녀석이 뒤돌았다는 뜻.


즉, 우리 쪽을 바라보며 어디로 도망가는지 본다는 것이었다.


질주할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지.


그때가 공격 타이밍이었다.


쉬익- 펑! 펑! 펑!

나는 모아둔 반죽 폭탄을 녀석을 향해 던졌다.


반죽 폭탄이 연쇄하며 터지며 수위 주변이 반짝였다.


펑! 펑! 펑!

연속하며 반짝이는 빛에 수위는 눈이 아픈 듯 울부짖었다.


“됐습니다. 다시 도망갈게요!”

“응!”


반죽 폭탄이 터지는 동안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


나는 계단을 순식간에 주파했다.


수업에 지각했을 때도 이렇게 안 뛰었는데.


수위가 빛에 비틀거리는 동안, 나는 서둘러 3층에 올라왔다.


그리고 곧장 마지막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3-3 교실>


다행히 교실의 얼음은 전부 녹아있었다.


찰팍 찰팍.

나는 흥건해진 바닥을 가로질렀다.


“시계! 의자를!”


시계는 너무 높았고, 의자가 없이는 손이 닿지 않았다.

김전사라면 바로 꺼내줬을 텐데.


나는 서둘러 가까운 의자를 잡았다.


치익-

그러나 의자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1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어느덧 학교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날도 이렇게나 빠르게 불이 번졌던 걸까.

그래서 수위는 아무도 구하지 않고 도망간 것인가?


그 사실을 우리가 알아버려서 우릴 처리하려는 걸까?


질문과 추리는 나중이었다.


부글부글.

바닥의 녹은 물이 끓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요리되는 생선 꼴이잖냐.


“히키 님! 허리 숙이세요!”


“어? 어!”


히키가 영문도 모른 채 허리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못난 어른이라!”


나는 그녀를 그대로 밟고 뛰어올랐다.


급박한 상황에 히키를 안아올릴 겨를이 없었다.

애초에 시계도 다른 아이템처럼 나만 상호작용이 가능했다.


텁-

다행히 헌터인 히키의 등은 나보다 튼튼했다. 책상을 밟은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시계를 떼어냈다. 그리고 뒷면의 전원을 켰다.


“됐어요. 시계는 전부 고쳤어요!”


이로써 시계 6개를 전부 고쳤다.

등교 시간까지 우린 버텨냈다.


“아니야. 안 끝났어. 엘리베이터가 없잖아.”


“네? 그럴 리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화르륵- 타닥 타닥.

불길은 점점 더 커졌다.


짙은 연기가 어느새 교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바닥의 물이 끓으며 뜨거운 수증기가 되어간다.


분명 쪽지에 나온 대로 시계를 전부 고쳤음에도 챕터가 끝나질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나타나질 않았다.


이내 그 이유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뎅-

시계를 고칠 때마다 나던 소리.

6시를 알리는 종이 아직 울리지 않았다.


뎅-

그리고 수위가 교실로 들어왔다.


쿠구구-

교실 문이 무너졌다.


철퍽.

수위의 몸이 거의 녹아내렸다.


그러나 더 도망갈 곳도 없다.


짙은 연기 사이로 수위와 눈이 마주쳤다.


뎅-

나는 달려드는 수위를 피해 몸을 틀었다.


그러나 나는 느렸다.

싸움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으니까.


콱.

수위가 내 오른팔을 낚아챘다.



뎅-

“끄아아악!”


팔이 비틀어지는 모습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손톱이 빠지고.

다섯 손가락이 배배 꼬이더니.

팔꿈치에서 붉은 살덩이와 핏줄이 피어올랐다.


비틀어진 팔이 녹은 초콜릿처럼 흘러내렸다.


그 파장이 어깨에 닿기 직전.


콰직!

히키가 내 팔을 먼저 부러뜨렸다.


“으아아아악!”


뎅-

수위는 나약한 내 목을 노렸고.


뎅-

그사이를 히키가 끼어들었다.


콰직-

우드득-


히키의 사지가 장미 덩굴처럼 뻗어나갔다.


툭-

장미꽃 한 송이 같은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학교의 연기가 전부 걷혔다.


수위는 완전히 녹아 바닥에 쓰러졌다.



「자, 학생들.

이제 등교 시간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아침은 꼭 챙겨 먹고.

다음에 만나요~」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




“당장 대피하세요!”


서울 강북의 어느 아파트.

갑작스럽게 나타난 몬스터로 인해 주민들이 혼비백산 도망가고 있었다.


“던전이라도 생긴 거야? 저 괴물들은 대체 뭐냐고!”

“어떡해. 헌터들도 없는데 우리 집 어떡해!”


아파트 전체가 어느새 몬스터로 뒤덮였다.


그 몬스터의 정체는 <침입자>.

공멸먹의 0챕터 멸망이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이 사태를 해결할 헌터들 또한···.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수백 번은 패배했는데.”

“그럼 어떡해. 헌터가 우리뿐인데.”


0챕터에서 탈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헌터들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헌터들은 무기를 하나둘 꺼내 들었다.


대검.

활과 총.

지팡이.


투박한 무기들로 보아, 등급이 낮은 헌터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헌터.


몬스터를 사냥하는 이들이기에 도망가지 않았다.


“가요? 진짜로 가요?”

“갑시다. 저희가 아니면 누가 합니까.”


이미 <침입자>에게 당할대로 당한 이들이었다.

개중에는 ‘죽음’을 경험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파트 단지로 발을 내디뎠다.


쿵. 쿵.

아파트 여기저기서 익숙한 발소리가 울렸다.


그에 헌터들의 PTSD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런 그들을 유일한 D급 헌터인 심소훈이 이끌었다.


“모···. 모두 절 따르세요.”

어디 가서 대표를 맡을 정도로 강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F급 헌터 8명.

E급 헌터 11명.

D급 헌터 1명.



그가 0챕터에서 그나마 강한 자였으니까.


“5명씩 팀을 맺어서 한 라인씩 맡겠습니다.”


“5명으로 될까요? 저 녀석들 엄청나게 강하잖아요.”


“그···. 그럼 10명씩 가겠습니다!”

심소훈이 옳다구나 바로 의견을 바꿨다.


모든 헌터는 불안함을 끌어안고 아파트로 진입했다.



“나왔다.”

“진짜 침입자야. 진짜 던전의 그 새끼라고!”


1층에 들어가자마자 심소훈 무리는 침입자와 마주했다.


그러나 선뜻 공격에 나서는 이가 없었다.


이미 0챕터에서 수십 번은 패배했으니까.


이곳은 현실이니 다를 수도 있었지만, 뼛속 깊이 새겨진 공포감에 다들 얼어붙었다.


“저는 못 하겠어요.”

“저도 너무 무섭습니다. 저 새끼가 그곳에서 절···.”


헌터들의 무기가 하나둘 떨리기 시작했다.


그에 심소훈이 용기를 내 앞장섰다.


“저희는···. 헌터니까요. 이런 걸 해야만 한단 말이에요!”


비실비실한 그가 앞장서 달라는 모습에 다른 헌터들도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어차피 죽었던 목숨이야!”

“가자! 그냥 돌격해!”


헌터들은 절규하듯 <침입자>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아파트 단지 밖에선.


헌터 협회장, 김덕팔이 현장에 도착했다.


“상황은 어떤가.”


“헌터들이 침입자 소탕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거 다행이군.”


어찌어찌 헌터들이 <침입자>를 잡아내고 있었다.


아파트에선 헌터들의 절규와 기합이 번갈아 가며 들렸다.


그러나 평균 E급의 헌터로서 수십의 멸망을 감당하긴 힘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상을 당한 헌터들이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죄송합니다. 무적은 아니라지만, 여전히 너무 강해요.”

“저희로는 최선이었습니다....”


헌터들은 실려 가며 사과만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김덕팔은 절망했다.


“내가 해야 하는가.”


“안 됩니다. 협회장님은 헌터로서 명이 다하셨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각성의 힘을 쓰셨다가는···.”


“나도 안다. 하지만 저들에게만 맡기기엔···.

제길. 헌터가 조금이라도 더 있었다면.”


김덕팔이 침음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지원밖에 없음에 절망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아아악!”

심소훈의 것이었다.


그 비명의 근원지로 수십의 <침입자>가 기어갔다.


샤사사삭-

쿵쿵쿵.


침입자들이 살아있는 헌터들에게 몰리기 시작했다.


“내 나서야겠네. 너무 위험해.”


“협회장님 안 됩니다! 협회를 생각해서라도···.”

“헌터가 없다면, 협회도 없네.”


김덕팔이 겉옷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


“오랜만입니다. 협회장님.”


어떤 덩치의 남자가 김덕팔을 지나쳐 아파트 단지로 진입했다.


“자네는...!”


때마침 협회 직원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협회장님! 민간인 씨가 1챕터도 클리어했다는 소식입니다!

잠시만, 저분 설마 김전사 헌터 아닙니까!?”


김전사가 빨간 머리를 휘날리며 단지 중앙에 섰다.


“적군 와해.”


그리고 거인족이 쓸법한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에선 기이한 참격이 나와 아파트를 통과했다.

그러자 침입자들이 벼룩처럼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심판.”


콰과과과광!


갑자기 나타난 그는 순식간에 상황을 전부 정리해버렸다.


“민간인 씨. 클리어하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김전사가 당당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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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외면하는 수위(1) 24.09.17 8 0 12쪽
5 발렌타인데이:폐교 기념일(3) 24.09.16 10 2 12쪽
4 발렌타인데이:폐교 기념일(2) 24.09.15 10 2 12쪽
3 발렌타인데이:폐교 기념일(1) 24.09.14 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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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혼자만 민간인 24.09.13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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