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에 드래곤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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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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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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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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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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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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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파크 - [4]

DUMMY

블라인드가 듬성듬성 쳐진 사무실 안. 전등을 켜지 않아 들어오는 불빛은 오로지 창밖의 햇빛.


격자 무늬의 빛을 받으나 마나 검은 옷은 형태를 뭉뚱그린다.


쇼파에 거만하게 앉아 있던 남자에게 작고 둥그런 드론이 다가와 말한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변수가 있어 놓쳤다.”

“분명 확실한 조건을 마련해 드렸습니다.”

“으슥한 골목에 사람을 밀어넣는 거? 웃기는군.”



바닥을 구르는 드론은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이리저리 조이며 불만을 표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든 성공한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상하군.”


중절모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숙여 드론을 노려보았다.


“그라프에서 그녀의 말을 공론화할 일은 없다고 너희가 그랬다.”

“그렇습니다.”

“일을 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독촉하지 마라.”

“시······.”


탄환이 로봇을 명중해 형체도 남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믿겠다.”


중절모는 무기를 정리하고 방을 나섰다.




새빨간 빠에야. 혀를 괴롭히는 매운맛은 없다. 다채로운 향. 스파이시한 냄새가 여러 재료의 밀도 있는 맛을 꽉 잡아 뭉친다.


한입 전부 넣으니 그것이 풀어진다.


녹말이, 기름이, 감칠맛이. 입안 가득 알알이 꽃핀다.


“맛있네요.”


앗, 이게 아니다. 엘라프는 탈리다의 긴 추궁에 결국 토로하려고 했다. 그녀는 와인 잔에 담긴 투명한 물로 입을 헹궜다. 아쉽지만 음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탈리다가 포크로 해산물을 쿡 찌르며 말했다.


“뭐해요, 안 들고. 식어요.”

“칼로스 특제 빠에야는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대박 맛있어!”

“제이 엠 티!”


로드의 말에 모두가 무슨 뜻이냐며 되묻는다. 그러자 그 어린아이가 풀이 죽는다.


엘라프는 눈치를 보다가 수저를 마저 들었다.


“로제 와인입니다.”


칼로스가 웨이터처럼 팔에 수건을 두르고 와인을 따른다. 흔들어서 향을 맡은 엘라프는 감탄했다.


“생각보다 몽환적인 향이네요.”

“그거 우주선에 꿍쳐 놨던 건데.”


탈리다가 입맛을 다셨다.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엘라프가 되물었다.


“로제를요? 보존 기간이 짧을 텐데.”

“우주 여행의 신비죠. 많이 드십시오.”


칼로스는 팔을 들어 탈리다를 가렸다. 엘라프는 와인을 들이켰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은은했던 향이 입 안에서는 존재감이 확실해요. 맛은 또 깊고. 정말 로제 와인이 맞나요?”


칼로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프는 잔을 들어 빛깔을 보았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노트했다.


맛은 중도적이다. 어느 사이의 애매함은 아니다. 기분 좋은 균형감. 그러면서 향긋한 게 로제 와인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그녀에게 평생에 하나 있을 와인이었다.


근본은 로제였기에 칼로스가 준비한 음식과 무척 어울렸다.


즐거운 식사에 서로 마음을 터놓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엘라프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술에 취해 잠든 사이 탈리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 사람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을까?”

“거대 세력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 말입니까?”

“아니!”


탈리다는 식탁을 내려치려다 엘라프가 잠든 걸 기억해내고 힘 조절을 해 살짝 쳤다.


“내가 마시려고 한 와인인데!”

“그 얼굴로 남들 앞에서 마시겠다고요? 규칙을 정하지 않았습니까.”

“규정 같은 거 바꿔!”

“물 마시고 취했습니까? 코멧도 한번 정한 건 지킵니다.”


두 작은 돼지는 이미 배불리 먹고 침대에서 곯아떨어졌다. 탈리다는 뾰로통하게 말했다.


“십 년 묵은 로제 와인이 맛있대잖아. 궁금하지 않아?”

“맛 감평을 떠나 저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오일이나 비싼 걸로 발라 주시죠.”

“그보다 엘라프가 조정과 연관됐다는 게 중요하지.”


칼로스는 탈리다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예, 그렇다 칩시다. 얼마나 대단한 비밀인지 빠에야 앞에서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말할 줄 알았어. 기껏 차린 상까지 거부하려는 거 보면 아주 독해.”

“반사적으로 와인까지 꺼내 세팅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술 그거 참으면 그만이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와인을 경비도 외상으로 올리는 손님 입에 들어갈 때까지 설득 못한 내 잘못이지!”


엘라프는 잠결에도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 미성년자인 줄 알았던 그녀는 꽤 걸걸한 주당이었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며 알콜에 의한 감정 기류에 눈물을 흘려 얼굴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아, 죽었나.”


탈리다의 지적에 칼로스는 엘라프를 들쳐매 침대로 옮겼다. 그는 손을 털면서 말했다.


“술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던데 이렇게 될 때까지 마시는 걸 보면 마음가짐은 탈리다만한 주당입니다.”

“내가 알콜 중독이라는 소리야?”

“요즘 코멧이 로드와 어울리는 통에 농담에 대한 연산에 자리가 비어 써 드렸는데 만족하십니까?”

“너 분명 낮에는 로드까지 돌보느라 육아하는 세상 모든 부모를 존경한다 했잖아. 남는 자원이 있어?”

“없으면 만들어야죠.”


칼로스는 궁상맞게 빈 냄비를 긁던 그녀의 손을 치우고 냄비를 가져갔다.




다음 날이 되었다. 느긋하게 있고 싶던 그라프지만 일정이 빠듯하게 되었다. 나갈 채비를 하던 탈리다는 두 소년에게 둘러싸인 칼로스를 발견했다.


“피! 크! 닉!”

“도! 시! 락!”


분명 목소리에 차이가 있건만 둘이서 같이 떼를 쓰니 누가 말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칼로스는 이리저리 휘둘렸다. 안드로이드의 무게를 생각하면 마법이나 초능력을 썼다.


“놀러 가는 게 아닙니다.”

“우린 놀 거야!”

“폐점, 사람 없어!”

“로드, 폐점했다는 건 운행하지 않는다는 걸 뜻합니다.”

“뭐 어때!”


칼로스의 안면에 노이즈 캔슬링 표시가 뜨자 보다 못한 탈리다가 나섰다.


“난 유부 초밥이 좋아.”


칼로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한숨을 내쉬고 주방으로 향했다.








유원지로 가는 산뜻한 출발에 걸맞게 예의 습격은 없었다.


기쁜 마음도 잠시 도시를 등지니 오염된 대기가 반긴다. 창문을 닫아도 필터를 뚫고 들어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풍경이 휑하지만 로드와 코멧의 만담에 심심할 틈 없다.


어느 순간부터 흙먼지가 줄어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가 떠돈다.


기술 발전은 삭막함의 척도가 아니다. 예산만 들이붓는다면 순리대로 사라질 야생 동물을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다.


그라프는 그런 곳이다. 탈리다 일행이 머물던 모콰소이라는 도시도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자연물을 곳곳에 배치했다.


이렇듯 발전을 이룩한 행성에서 자연물이란 돈과 정성이 들어간 결과다. 인류가 한땀한땀 수놓은 행성 오염은 한낱 미물이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에픽스페이스 파크!


과거 어떤 기업가가 세웠는지 모를 놀이공원은 유효 수명이 긴 정화 필터 위에 지었는지 버려진 후에도 황폐화하지 않고 숲이 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정리하는데 두 소년이 무언가 발견하고 뛰었다.


“원숭이다!”

“인간 닮아서 싫어. 호랑이다! 난 호랑이가 좋아.”


한켠에 동물원이 있었나 보다. 여러 종이 용케 살아남아 안정적인 먹이 사슬을 구축해 대를 이었다.


“진드기 옮는다!”

“만지면 안 돼?”

“옮아도 병원 가면 금방 낫지. 근데 가고 싶어?”


탈리다는 모두 모이자 놀이공원의 지도를 확인했다.


“드래곤 다이브. 여기가 용의 눈물이 떨어진다는 곳이겠네요.”

“어서 가요.”



탈리다와 엘라프가 앞장 서는 사이 칼로스가 뒤에서 두 소년을 챙겼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식물원에 온 듯 푸릇한 풀 내음이 풍겼다. 로드가 참지 못하고 식물을 한입 베어 물고는 구토 증세에 시달렸다.


“대체 왜.”

“아삭한 식감이 좋아, 악.”


로드는 염동력으로 허공에 대롱거리면서 아침이었던 걸 게워냈다. 얼마 나오지도 않는 코멧의 초능력을 쓰잘데기 없이 낭비했다.


탈리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야생 동물은 안 오겠지.”

“고작 사람의 토사물인데요?”


엘라프의 말에 탈리다는 로드가 만지기 전에 도망치던 호랑이를 떠올렸다. 맹수는 드래곤이라는 최상위 포식자의 기운을 감지했다.


로드와 함께라면 위험도 높은 행성에서 토착종에게 습격당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탈리다는 그대로 말할 수는 없어서 이야기를 지어냈다.


“약을 잘못 먹어서 병원 검사를 받았는데 유전자가 변형돼서 채취가 남다르다 하더라고요. 일상에는 별문제 없어요.”

“아, 그래서!”


감탄사가 과하다. 생각보다 많은 의문이 풀린 듯했다. 역시 유별나다 생각했구나.


그때 가끔 길바닥을 구르는 로드가 대뜸 와서 세상 깨끗한 척을 다한다.


“내 냄새가 뭐!”

“다르긴 해요.”


제 채취를 맡던 로드는 외부인의 객관적인 평가에 할 말을 잃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갔다.


“보면 코멧보다 간사하다니까.”

“감사하다고?”


로드의 개소리를 무시하니 이끼가 껴 녹도 안 보이는 철골로 가득한 롤러코스터, 드래곤 다이브에 도착했다.


“감히 어떤 인간이 용을 떨어트린다는 건지 두고 봐야지!”


로드가 팔짱을 끼고 콧김을 내뿜었다. 기구의 이름이 능동인지 피동인지는 따져 봐야 하는 것이지만 이 문제는 뒤로하고 탈리다는 소년을 보며 말했다.


“저거 못 타. 여기 문 닫은 지 오래 됐다고 했잖아.”


소년이 움찔거렸다. 로드는 코멧을 다정하게 불러 다가오게 한 뒤 어깨에 매달렸다.


“코멧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야.”

“두고 봐!”


코멧이 가느다랗고 긴 종이처럼 풀썩 쓰러진다. 탈리다는 눈을 가늘게 떠 로드의 뒷모습을 보았다.


“너, 설마!”

“필요한 희생이었어.”


로드는 사악하게 웃고는 손에 모은 마력을 그대로 철골에 꽂았다.


“내가 집도한다!”


마법진 없이 본인을 매개로 마법을 부린다는 뜻이다. 알아들을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다들 강하게 부는 바람을 막느라 바쁘다.


놀이공원 일대의 시간을 되돌린다.


녹이 분해되고 손상된 철골의 빈자리를 메운다. 그러나 이끼와 넝쿨 같은 생명을 거두진 않는다. 모름지기 용이라면 대자연과 함께다.


영구적인 효과는 아니다. 그런 기적을 일으키기에는 마력이 부족했다.


되감기가 끝나면 시설은 곧바로 원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붕괴할 것이다. 이를 늦추기 위해 코팅하듯 막 형태의 마법을 하나 더 두른다.


공간이 단절되고 시간을 삼키고 붙든다. 그곳에 포함된 세월 속 광자가 순식간에 빠져나가 환하게 빛난다. 로드의 동공이 파충류의 그것처럼 가늘어진다.


“아악!”


뒤에서 비명이 들린다. 집중이 흐트러질 뻔했지만 무사히 마법을 마쳤다.


“짜잔!”

“뭐가 짜잔이야, 너!”


에너지를 빨려 쓰러진 코멧을 주워 든 탈리다가 로드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로드는 뒤로 넘어졌다가 울먹이며 화를 냈다.


“왜. 아파. 힘든데. 아파!”

“시력 상실을 꾀한 죄, 코멧을 소중히 하지 않은 죄.”


로드는 일말의 양심으로 입을 다물었다. 대신 우는 체 안 하고 롤러코스터를 가리켰다.


“내 덕분에 타는 거야.”

“안 타도 되는데.”

“타야 해, 타게 해 줘!”


탈리다는 코멧의 등을 두어 번 쳐 키높이 간판에 세우고는 키 제한을 넘기는 걸 확인했다.


“코멧이 아슬아슬했으니 너는 못 타.”

“그런 게 어딨어. 내가 고쳤으니 내가 주인인데!”

“농담이야, 타. 대신 꽉 잡아.”


울쌍이던 로드는 신나서 제일 앞좌석에 앉았다. 코멧은 아직 비몽사몽했지만 로드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그 옆자리에 앉았다. 불안해진 탈리다가 말했다.


“방어 마법이나 한 번 둘러. 잘못하면 다쳐.”

“알았어! 코멧 걱정 마. 남은 마나 있어. 그런 표정 안 지어도 돼.”


한숨을 내쉰 탈리다는 뒤를 돌아보았다가 놀란 표정의 엘라프를 발견했다.


“마법사!”

“저희가 좀 특별하죠?”


네 사람이 롤러코스터에 탑승하고 칼로스는 밖에 남아 계기판을 조종했다.


“드래곤 다이브. 우리 열차 천상으로 출발합니다.”


그러나 메뉴얼이 없는지 출발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탈리다는 바람결에 눈을 찡그렸고 코멧은 비명을 질렀다. 로드는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인지 아무 소리 없이······


기절했다.


가장 쉬운 마법을 급하게 두른 건지 얕은 노란색을 띄던 보호 마법이 사라진다.


키 제한이 왜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로드가 들썩거릴 때마다 안전바를 쑤욱 통과한다. 탈리다는 기겁하여 외쳤다.


“야, 저거 잡아!”

“으아아아!”

“제가 잡을게요!”


엘라프는 뒷좌석에서 로드의 어깨를 누를 만큼 팔이 길었다.


구불구불하고 무난한 코스를 지나자 드래곤 다이브는 하늘 높이 올랐다.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구름이 주변을 감싸더니 추락 지점만 동그랗게 뚫려 아찔한 미래를 내비쳤다.


그대로 수직낙하했다.


전율이 가시기도 전에 폭포가 떨어지는 통로를 지나 홀딱 젖었다. 특수한 액체를 사용해 금방 마르긴 했지만 순간적인 익사 체험에 등골이 서늘했다.


물고문에 정신을 차린 로드가 말했다.


“별거 없네!”

“너 기절했었어.”

“별거 있네!”


로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탈리다는 할말이 많았지만 참았다.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끝에 닿았다. 그러나 출발지로 돌아가진 않았다.


바로 앞에 신비와 비밀의 숲을 통과하는 미스틱 레일이 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탈리다는 적절히 연계된 시설 배치에 잘 만들었다 감탄했다.


“저기로 가야 했는데 잘 됐네.”

“그러게요.”

“나 잘했지? 재밌었어!”

“힘들어.”


로드는 활짝 웃으며 코멧의 등에 매달렸다. 안 그래도 안색이 창백하던 코멧이 결국 로드의 손을 깨문다.


“으아악!”


탈리다는 시끄러운 배경을 저리 치우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편지 형태의 단서는 글쓴이의 애정이 느껴졌다.


“여기 온 김에 놀라고?”

“설마요.”

“맞을 거예요. 나이 지긋한 사람처럼 써 놨던데 챙겨 주려는 거 같았어요. 놀이공원에 물건을 숨겨 놓을 이유가 뭐겠어요.”


엘라프는 종이를 꺼내려다 말았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열쇠가 코앞이니 어서 가요.”


탈리다는 여인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칼로스의 무전이 작게 들려왔다.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로드의 반만큼만 가벼우면 좋겠는데.”

-그럼 벌써 은행 잔고 비밀번호까지 털었습니다.

“쟤한테 뭐 맡기지 마.”

-제 전자 두뇌의 소자가 전부 연소하는 날에도 그럴 일 없을 겁니다.


뒤늦게 미스틱 레일로 움직인 탈리다는 일행이 멈춰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뭐해요?”

“여기에 소지품을 전부 놓고 가라는데요? 특히 통신 장비를 갖고 타면 반칙이라고.”

“엘라프, 정말 놀러 온 건 아니죠? 우린 빨리 그라프를 탈출해야 해요.”

“앗, 아.”


그 뒤로 로드가 몰입을 깨지 말라며 투정부렸으나 애초에 소년에게는 통신 장비가 없다. 코멧은 여유 시간에 우주 동영상 플랫폼을 달고 살아서 반납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네가 뭘 할 수 있지?”

“이런 걸 할 수 있어!”


아, 마법.


멍청한 드래곤이 광범위로 통신 장비를 먹통으로 만들었다. 워낙 빨라서 말릴 틈도 없다. 힘을 빨린 코멧이 뒤늦게 탈리다에게 기댄다.


“너, 너!”


칼로스에게 통신을 시도했으나 무전이 들려오지 않는다.


“출발은 누구한테 시키게!”

“아?”


탈리다는 멍청한 표정을 짓는 꼬맹이를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화를 삭혔다.


눈앞의 소년은 위대한 드래곤이다. 미물에게 장난을 치길 좋아할 뿐이다. 절대 모자라서 저런 게 아니다. 그렇게 없는 사실을 되뇌이면서.


걱정이 무색하게 레일에 불이 들어온다. 평탄한 땅을 이동할 나무로 이루어진 작은 전차가 어서 타라는 듯 경적을 울린다.


“칼로스가 잘 알아서 해 줬네.”


일행은 서둘러 탑승했다. 탈리다는 창문 밖 아래를 내려다봤다.


“자기부상 열차면서 왜 클래식한 건데.”

“그, 그러게요.”


엘라프가 괜히 움찔거렸다. 전차 앞칸에 계기판이 있어 확인하니 열차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이제 보니 철도는 가지처럼 사방으로 길이 나 있다. 벽 대신 나무가 우거져 숲이다.


“이름대로 미로네.”

“저 길은 잘 찾아요!”

“어차피 우리밖에 없으니 편하게 해요.”


출발하고 조금 뒤 로드가 언제 챙겨는지 모를 버터 오징어구이를 모두가 잘근잘근 씹을 때.


“칼로스?”


그들밖에 없는 놀이공원이고 한 대밖에 운행하지 않던 미스틱 레일이다. 열차를 뒤로 물렸을 때 다른 열차와의 교통 체증을 겪을 일이 없어야 했다.


그러나 뒤에서 새롭게 나타난 열차에 안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탈리다 일행의 열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종적에는 아예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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