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면 황금으로 변하는 광선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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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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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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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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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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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DUMMY

- 여보세요? 오빠?


“어, 나야. 언제 만나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 왜요? ...어제 일 관련 무슨 안 좋은 소식 있어요?


“아니. 그건 전혀 아니고.”


- 그럼요? 설마... 데이트 신청? 휴, 어제도 그렇게 날 걱정하는 것 같더니.


“그런 거 아냐, 인마.”


- 그럼 뭡니까?


“아, 알바 이야기야. 혹시 네가 관심 있을까 해서.”


- 알바요?


“응. 알바. 너 계속 그 코볼트 대장내시경 할 생각은 아니잖아?”


- 그렇긴 해요. 그럼 오빠... 지금 당장 만날까요?


우리는 약속장소를 잡고 전화를 끊었다.


*


“뭐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뭘 물어보실 지 알 것 같아요.”


“뭔데?”


“왜 제 능력을 숨기고 알바나 하고 살고 있냐고? 그거 물어보시려고 하는 거죠?”


“그렇지.”


“오빠랑 같은 이유죠, 뭐. 세상이 워낙 흉흉하잖아요? 특히 전 디메리트까지 붙어 있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가 더 어렵거든요.”


“너도 뭔가 능력 제한이 걸려 있는 거야?”


황영아는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전....... 체력을 키울 수가 없는 몸이에요. 그래서 탑에 들어가는 건 애당초 포기했고...”


“제대로 된 길드나 공방에 취업할 생각은 왜 안 했어?”


“제대로 된 곳에는 취업이 안 될 거예요. 아마.”


“왜? 잘 하는 것 같던데?”


“아뇨. 제 능력은 보잘 것 없어요. 대상 물체에 제대로 된 마법을 영구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고작 몇 초간 물체를 크게 만들거나 작게 만들 수 있을 뿐이거든요.”


아하.


“뭐든지 다 가능한 거야?”


“아뇨. 구조가 복잡한 것은 안 되고요. 크기가 너무 큰 것도 안 되고요. 아무튼 제약이 많아요.”


“그런데 왜 조폭 놈들은 널 굳이 납치하려고 한 걸까?”


“이게... 범죄 같은 것에 이용하기는 좋죠. 마약 거래 같은 것을 할 때, 순간적으로 양을 부풀려서 주고는 도망치면 끝이니까.”


“그러네.”


잠시 우리 둘은 말이 없다가 동시에 말이 터졌다.


“하지만 나랑 같이...”


“오빠랑 같이 다니면...”


그리고는 둘이 다시 말이 한동안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


“.......”


“그러니까... 뭐 난 광선검을 내 몸에서 뽑아낼 수 있고, 넌 그 광선검을 커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 같이 탑에 가서 사냥을 다니면... 뭐, 상부상조랄까?”


“역시... 또 같이 있을 핑계를 만드시는 군.”


“뭐래? 어제부터 자꾸.”


“크흐. 농담입니다. 아무튼 둘이 같이 다니면, 괜찮긴 하겠어요. 그런데 오빠는 뭐 그렇다 치고, 전 지금 이 상태 그대로 가면 1층도 통과 못하고 죽을 걸요?”


“왜?”


“체력을 키울 수가 없는 몸인데, 제대로 된 방어구도 없잖아요?”


“어제 우리 합쳐서 3억이나 벌었잖아? 그걸로 이것저것 방어구를 맞추면 되지 않을까?”


황영아는 갑자기 단호해졌다.


“전 제 목숨 값으로 번 그 1억을 절대 쓸 생각이 없는데요? 아니 그 이전에... 전 원래 절대 돈을 쓰지 않습니다.”


“그럼 돈을 왜 벌어? 안 쓸 거면.”


“돈은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투자 가치가 있는 무언가로 교환하라고 있는 것이죠. 전 가치가 내려갈 물건은 절대 사지 않습니다. 앞으로 올라갈 물건만 사죠.”


음.

좋은 태도다.

진심으로.


“좋아. 그럼 동업은 하지 말고 내가 널 고용하는 형식으로 하지, 뭐. 내가 너 방어구 다 대 줄 테니까, 시급 협상이나 하자고.”


“요즘 방어구 값이 폭등한 거 아세요? 특히 1층, 2층에는 흡혈박쥐가 메인 마물인데, 그 녀석들 안전하게 죽이려면 비싼 은 방어구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


황영아는 현란하게 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를 검색해보더니 말했다.


“그렇게 우리 둘이 합쳐 5천정도 장비를 맞추고 탑에 들어갔다고 쳐 봐요. 그래서 장비 값 투자 이상 벌려면 최소 3kg의 은을 얻어서 나와야 해요. 그런데 흡혈박쥐는 고작 한 마리가 평균 60g이네요? 즉, 흡혈박쥐를 50마리나 잡아야 된다는 이야긴데... 과연 우리가 그만큼 사냥을 할 동안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을까요?”


듣고 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게 생각이 있어. 최대한 안전하게 사냥을 할 방법.”


황영아는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좋아요. 모든 장비 제공에, 시급 백만 원 주시면 할게요.”


나는 시원하게 콜 했다.

내게 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그날 저녁 황영아와 함께, 쿠킹호일처럼 뭉쳐 놓은 은을 나눠들고 아버지의 공방으로 향했다.


“아버지, 앞으로 저랑 일할 아가씨입니다. 영아 씨, 우리 아버지입니다. 은 세공 장인이세요.”


“우와, 대박! 안녕하세요! 황영아라고 합니다!”


“어서 오세요! 전 준이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곧바로 산 테스트로 내가 들고 온 은의 상태를 확인하셨다.


“질은 매우 좋아. 999로 나오는데?”


“999라고 하시면?”


“보통 은은 999, 920, 800 등으로 나뉘지. 999는 99.9% 혹은 그 이상이란 이야기야.”


“아, 당연하죠. 제가 만드는 것은 순은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그냥 순은으로 된 투구를 만들면 되는 거냐?”


“네. 이 투구는 적의 타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1층에 나오는 흡혈박쥐라는 놈이 이 은을 보고 도망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강도는 상관없고 무조건 순도가 높을수록 좋아요.”


원래 아빠의 작업을 도와주던 누나가 오랜만에 마우스를 잡고 캐드를 열어 투구의 설계를 시작했다.

싹싹하고 붙임성이 좋은 황영아는 어느새 우리 누나와 친해지더니, 거기 붙어 앉아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투구의 모양이 예쁘게 빠지길 기대하는 것 같았다.


난 그동안 뭉쳐 두었던 은 흡충들을 하나하나 떼 내어 은구슬 형태로 만들었다. 그래야 중량을 달기도 좋고, 도가니에 넣을 때도 균일하게 녹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캐드에서 대충 수치가 나오자, 도가니가 끓어올랐다.

아버지는 능숙하게 은을 녹이기 시작하셨다. 마치 설탕과 소다로 달고나를 녹이시는 것 같이 편안해 보였다.


“제 은도 여기 넣고 싶어요. 그래야 운이 좋을 것 같아요.”


황영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9마리의 순은 거머리도 도가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버지는 토치까지 동원해서 덜 녹은 은까지 모조리 액화시킨 다음, 은을 사각 틀에 부어 익숙한 바 형태로 주조해 냈다.


그 뒤에 바를 롤러 안으로 수십 번 집어넣어 얇게 펼치는 작업은 내 담당이었다.


은이 적당한 두께로 얇게 펴지자 바로 누나가 캐드에서 출력한 도안을 그 위에 찍었다.

이젠 내가 나설 차례였다. 광선 침을 뽑아내 도안대로 은을 오려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서는 황영아도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

[광선검에 <증폭>이 부여되었습니다.]

[광선검이 60초간 2배로 커집니다.]

===


플레이트는 4mm보다 약간 더 두꺼웠기 때문에 만약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 광선검은 별 소용이 없을 뻔 했던 것이다.

그리고 황영아의 활약은 이어졌다.


===

[광선검에 <축소>가 부여되었습니다.]

[광선검이 60초간 1/2배로 작아집니다.]

===


“이건 뭐야?”


“이 도안대로 오빠가 문양을 새겨달라고요.”


“야!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해?”


그러자 갑자기 아빠가 엄근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어허! 주문자가 해달라면 장인은 군말 없이 하는 것이지, 무슨 말이 많냐?”


“아니, 아버지. 이 장비는 제가 제 재료로 제작해서 쟤한테 그냥 빌려주는 거거든요?”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저 아가씨가 아까 도가니에 던져 넣은 그 순은 벌레 9마리만으로도 그 정도 문양은 충분히 부탁할 만하다. 군말 없이 해.”


그러자 황영아가 헤헤 웃는 표정으로 날 봤다.

난 어쩔 수 없이 앉아서 도안대로 문양을 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기분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일을 배우는 과정이니 싫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접합은 어떻게 하죠?”


“황동이 섞인 은을 녹여서 붙일 거야. 황동이 섞이면 순은보다 빨리 녹거든.”


그러자 황영아가 소리쳤다.


“아, 안 돼요. 잡 금속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흡혈박쥐에게 효과가 확 줄어드는데.”


그러자 아버지가 자상하게 말했다.


“아가씨, 이 공방에서는 완벽한 명품을 바래선 안 돼요. 재료나 장비에 한계가 많아서.”


그러자 황영아가 철사 뭉치를 꺼내면서 말했다.


“만약 하급 미스릴이 있다면요?”


아버지는 돋보기로 철사를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거면 충분하지.”


결국 투구가 완성되었다. 몇 시간 동안, 네 사람이 붙어 앉아 작업을 한 결과였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아버지가 80, 누나가 15, 영아와 나는 고작 5정도나 기여를 했을까?

아버지가 붙인 접합 부분은 미스릴로 귀신 같이 처리가 되어 있어 원래 붙어 있던 플레이트처럼 보일 정도였다.


나와 황영아는 싱긍벙글 웃으며 투구를 써 보았다. 애초 누나가 우리 머리 치수를 완벽하게 잰 다음 캐드를 돌린 것이라 투구는 정말 우리 둘의 두상에 꼭 맞았다.


“와, 멋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그 시커먼 악당 같아요, 오빠!”


“진짜 괜찮은데? 왠지 이걸 쓰고 나가면 흡혈박쥐 100마리 정도는 너끈하게 잡을 것 같아. 나중에 은이 더 생기면 정말 다스 베이더처럼 안면 마스크까지 만들어서 달자. 그럼 신원 보안도 유지되고 좋지.”


“근데 너무 번쩍거려서 괜히 다른 헌터들의 시선을 끌게 될 것 같기도 해요.”


그러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건 문제없어. 황화칼륨 용액에 넣어서 변색을 시켜버리면 흑철처럼 보일거야. 그게 보기에도 더 좋고.”


아버지 말씀은 사실이었다. 변색을 시키자, 은 투구는 광택이 빠지면서 훨씬 더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러면서도 튀지는 않아서 누군가의 주의를 끌 이유도 없었다.


“이래도 순은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


“그러니까, 절대 흡혈박쥐들이 우리에게는 달려들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우리가 추적해서 하나하나 사냥하면 됨. 아, 기대된다!”


*


우리는 며칠 간격으로 차례로 알바를 그만 뒀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탑으로 향했다.


나와 황영아는 둘 다, 탈색한 순은 투구를 착용한 상태였다. 그러나 순은 투구는 실제로 우리의 방어력을 전혀 높여주지 못한다. 흡혈박쥐가 덤비는 것을 막아줄 뿐이다.

즉, 나는 피 같은 돈을 더 투자하여 값비싼 여러 장비를 구입하여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생명의 보험을 들어 놓아야 했다.


- 레더 아머.

- 레더 견갑.

- 레더 장갑.


여기까지는 그나마 싼 편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체였다.


- 풀 플레이트 뱀브레이스(하박 보호대).

- 풀 플레이트 퀴스(넓적다리 보호대).

- 풀 풀레이트 폴레인(무릎 보호대).

- 풀 플레이트 그리브(정강이 보호대).


요것들은 돈이 좀 깨졌지.


왜 하박과 하체가 중요하냐?

1층과 2층에 출몰하는 매드독.

말 그대로 미친 개떼들...

바로 그 녀석들 때문이었다.


녀석들은 하박과 하체를 집중적으로 물어댄다.

그리고 체력이 0인 사람이 녀석들에게 물리면 바로 치명률 99.9%의 광견병에 걸리고 만다. 그러니 황영아가 이제껏 탑에 들어갈 엄두도 못 냈던 것도 이해가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종자가 되어 겨우겨우 장비를 다 착용했다. 비용 때문에 순간 착탈 기능이 없는 보호구를 산 탓이었다.

다 착용하고 서로를 쳐다보니 뭔가 웃겼다.

머리에는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투구를 쓰고 있는데, 상체는 그야말로 생색만 낸 수준이다.

반면 하체는 중세 기사를 방불케 할 만큼, 매우 무거워 보이는 철갑옷을 입고 있다.


“뭔가 언발란스 하네요.”


“창 연습은 좀 했어?”


“그냥 저냥요. 오빠는 칼 연습 좀 하셨어요?”


“해서 뭐해? 어차피 근력 0 따리가. 난 너만 믿는다.”


무기에는 가장 돈을 많이 썼다. ‘최하급’이 아닌 ‘하급’을 구입한 것이었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생명줄이자 최상의 방어구라 할 수 있으니까.


- 하급 창.

- 하급 사브르.


“부담 주시네.”


“아무래도 미친 개떼 사냥할 때는 네가 나보다 훨 나을 거야. 넌 근력이 무려 3이라며?”


“최선을 다할게요. 대신 오빠도 몸빵 잘 하는 거 잊지 마세요. 오빠는 체력이 3이지만, 전 0이잖아요? 전 물리면 그냥 죽는다고요!”


“알았어. 알았어. 우선 미친 개 한 마리를 생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것부터 잘 하자고.”


“우리 계획이 과연 성공할까요?”


“성공할거야.”


“지금까지 1층에서 이런 시도를 해본 헌터들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었던 것 같던데?”


“그거야 당연하지. 흡혈박쥐 사체가 그리 돈이 되는 것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러나 우리는 한 마리 당 무려 120만 원이죠!”


“그리고 계획대로 된다면 우리는 오늘 그걸 100마리 잡을 지도 모르지.”


그러자 황영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당연했다.

그녀는 시급 100만 원에 계약을 했다. 즉, 5~6시간 뒤 탑을 나왔을 때 그녀는 고작 500~600만 원 정도를 받을 뿐인 것이다.


“진짜 100마리를 잡으면... 보너스도 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크크.

그건 그때 봐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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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획 24.09.15 180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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